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66
기계신과 함께 – 166
무결은 저자의 무책임한 말에 어이가 상실된 것을 느꼈다.
하지만 촉이 왔다.
‘이게 이 무공서가 유니크인 이유다.’
이 무공서가 유니크인 이유는 바로 이 ‘천보’ 때문일 것이다.
인보와 지보는 유니크라기에는 임팩트가 너무 약했다.
‘대체 무슨 경공술이야, 이건?’
무결은 열심히 천보에 대해 고심해 봤다.
하지만 천보에 대해서는 추측이 되질 않았다.
‘가져가서 더 살펴보자.’
무결은 일단 경공서를 품에 넣었다.
‘어쩌면 이게 내게 답이 될 수도······.’
무결이 지금까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무공은 한 종류를 익히면 다른 무공을 익히기가 힘들었다.
무공 스킬끼리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그래서 지금껏 자신에게 맞는 무공서가 나타날 때까지 내공을 제외한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무결이 너무 복잡한 무공서를 이해하고 수련할 여유가 없었다.
카이같이 무공에 대한 재능이 천재인 자들은 짧은 시간의 수련만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하고 스킬의 능력치를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무결은 무공에 대한 재능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물론 스킬 발동만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럼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 나중 갈수록 힘들어질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꽤 괜찮은 경공서를 얻은 것 같았다.
무결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나머지 무공서도 모두 품속에 집어넣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었다.
* * *
무결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충 중국에서 얻은 성과들을 정리하고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는 언제나처럼 은하그룹의 두 천재 은하수와 엘리스가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자랑스레 이번에 얻은 재앙형 던전을 내어놓았다.
“자, 이번에도 형한테 오픈 권한을 줄게.”
그는 은하수에게 ‘300인의 대난투 월드’의 입장권을 생성해 주었다.
“저는요?”
엘리스가 아쉬운 눈빛으로 물었다.
“저 외에는 한 사람한테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무결이 미안하다는 듯 웃었다.
“야, 다행이다. 마침 월드의 ‘제한시간’ 때문에 초조했었는데. 그 제한시간 끝나서 월드에서 다 쫓겨나면 거기 있는 것들 숨길 곳도 없잖냐.”
“그래서 내가 부랴부랴 월드 닫히기 전에 하나 더 구해 왔잖아.”
안타깝게도 ‘월드’는 유통기한이 있었다.
무결과 은하그룹의 밑천은 그곳에 묻혀 있었다.
“근데 형, ‘대마수의 알’은 여전해?”
문득 무결이 ‘베히모스 월드’에 있을 ‘대마수의 알’이 생각났다.
‘대마수의 알’은 예전에 ‘어스 펭귄’ 꼬맹이가 깃든 에픽 등급의 알이었다.
그 알은 지금 ‘베히모스 월드’의 중앙화산 용암 속에서 무려 1년이 넘도록 잠자고 있었다.
부화를 위해서.
“아직 기미가 안 보이네.”
“그렇군.”
무결은 아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선물이 하나 더 있어.”
무결은 스마트워치로 은하수에게 자료를 전송했다.
“이게 뭐야?”
은하수가 자신의 스마트워치로 그 자료를 열어보았다.
“응? 웬 설계도? 이건······.”
그 파일을 열어 살펴보던 은하수의 눈이 점차 동그래졌다.
“로봇이잖아!!”
그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 쿵 하고 넘어갔다.
실제 견본을 가지고 나오는 것은 실패했지만, 무결은 설계도를 얻는 것에는 성공했다.
슈리가 제3정비격납고를 장악하고 그곳의 자료를 모조리 카피하며 얻은 견본인 것이다.
물론 제1, 제2정비격납고의 자료 또한 잘 저장해 왔다.
“이것들 다 형 가져.”
무결이 재차 보낸 자료들을 정신없이 살펴보며 은하수가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어디서 또 이런 양질의 자료를 가져온 거야!”
“어디긴 어디야, 재앙형 던전이지.”
과연 위험하디 위험한 재앙형 던전답게 거기서 캐낼 수 있는 보상 또한 컸다.
“거기서 한창 목숨 걸고 싸우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이런 것까지 들고 나왔어? 넌 진짜 대단하다.”
은하수가 무결에게 감탄하며 엄지를 세워주었다.
누가 있어 그처럼 그렇게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악착같이 자료를 캐내려 했겠는가.
그것도 이렇게나 많은 자료를.
하지만 정작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무결은 살짝 아쉬운 듯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좀 아쉽네. 격납고 말고 무기고에도 털 만한 자료들이 많았을 텐데.”
무기고에는 또 무기에 관한 자료들이 잔뜩 쌓여 있을 터였다.
‘300인 월드’는 제1스테이지인 초원과 숲을 배경으로 월드가 생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4스테이지인 우주선을 다시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이만큼 자료를 얻었으니 됐어. 탑승형 기체들의 자료 속에도 간간이 무기에 대한 설계가 들어가 있으니까 무기 자료도 충분해. 넌 욕심 좀 그만 부려도 돼.”
은하수가 그런 무결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찼다.
“저는 정말 뭐 없나요?”
엘리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무결을 바라보았다.
“매번 은하수 대표님만 챙겨주시고······.”
“전에 [아크 엔젤] 줬잖아요. 아직 [아크 엔젤]도 제대로 다 구현해 내지 못하셨으면서.”
“연구할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구요. 한쪽 연구에서 막힌 부분을 다른 연구 자료가 뚫어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무결이 웃으며 하는 말에 엘리스가 살짝 발끈했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 무결이 또 미소 지었다.
“자, 자,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요. 이건 다 엘리스 줄게요.”
무결이 카이의 집무실 지하에서 집어 온 마법 스킬북들을 엘리스에게 모조리 건네줬다.
엘리스가 뭔가 하고 그것들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 이게 다 스킬북이란 말이에요?”
그녀는 스킬북들을 재빠르게 집어 들며 살폈다.
스킬북들은 하나하나가 진짜 마법서였다.
그리고 그 속에 든 이론이 바로 그녀가 그토록 연구하던 ‘연구 자료’였다.
“[플라네타리안 터널]? 헉, 이건 공간 계열 마법서?”
엘리스가 침착한 성격답지 않게 약간 허둥거리며 마법서를 펼쳐 정신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버렸다.
“저기, 여보세요?”
무결이 그녀를 불러보았으나 그녀는 미동도 않고 책을 탐독해 나갔다.
“또 저런다.”
한 가지에 빠지면 주위는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 그녀의 버릇에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놔둬. 저게 다 무협에서 말하는 그 ‘무아지경’이니까. 저러다 깨달음 온다.”
은하수가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말했다.
자신이 그래본 경험자라는 듯이.
“네에네에. 그보다 연구 성과는?”
“아, 이번에 새로운 소자를 개발했는데······.”
그렇게 무결과 은하수가 한동안 연구 성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오빠!! 큰일 났어요!!”
헐레벌떡 회의실로 뛰어들어 온 것은, 어느덧 8살이 된 송애니였다.
“오빠, 무결 오빠!”
“애니야, 무슨 일이야?”
무결이 갑자기 회의실로 쳐들어온 애니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꿈이······ 꿈이 안 좋아요!”
그 말에 무결이 얼굴을 굳혔다.
애니의 능력은 [위험을 보는 자].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서후 오빠 쪽 느낌이 안 좋아요!”
“서후 씨가?”
“네, 꼭 오빠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애니가 무결을 직시하며 말했다.
[암운 속의 빛].위험을 회피하게 해주는 애니의 또 다른 능력이었다.
그녀가 무결더러 가야 한다고 했으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뜻이었다.
“알았어. 준비하고 갈게.”
한서후가 있는 위치는 무결이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무결이 내준 과제를 처리하는 중이었으니까.
“형, 이따 봐.”
“그래, 얼른 갔다 와라.”
무결이 회의실을 급히 나섰다.
* * *
떨어지는 폭포 밑에서 한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머리 꼭대기부터 어깨를 거쳐 온몸으로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렸다.
폭포 속의 남자, 한서후는 그렇게 한 시간여 동안 폭포 밑에서 꼼짝도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무결이 그에게 건네준 정신방어 스킬 [명경지수]를 수련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한 시간여 동안 천천히 자연과 하나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앞으로 펼쳐진 호수 속에서 물고리 한 마리가 퐁당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번쩍.
새하얀 빛이 세상을 갈랐다.
그리고 물고기가 반 토막이 나서 호수에 떨어졌다.
스르륵.
감겨 있던 한서후의 눈이 뜨였다.
“······후우, 아직 멀고도 멀었구나.”
한서후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평정을 물고기가 깨뜨리자마자, 몸이 저절로 반응해 물고기를 베어버렸다.
[천살성]이란 스킬 때문이었다.“그래도 오늘은 오래갔다. 스킬 레벨도 좀 올랐으려나?”
[명경지수]란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천살성]이 진정되어 가는 느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
“정말 대단한 발검술이오.”
한서후가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거적때기 같은 도복을 걸친 남자가 호숫가에서 자신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한서후가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지나가던 과객입니다. 근데 폭포수 밑에서 물을 맞고 있는 당신을 발견해, 그만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그대가 언제까지 폭포 물을 맞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낡은 도복의 과객이 그렇게 말하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런 뛰어난 발검술을 견식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실례지만 어느 문파의 고인이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무림 계열 각성자들이 모인 곳을 종종 ‘문파’라고 칭하고는 했다.
한서후는 폭포수에서 일어나 걸어 나오며 고개를 저었다.
“소속된 문파는 없습니다. 단지 은사 한 분과 은인 한 분의 덕을 입어 심신을 수련하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도복 차림의 남자는 한서후가 내공으로 물기를 증발시키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다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와 검을 한번 나누어보지 않겠습니까?”
“검을요? 대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난데없는 제안이었지만 한서후는 그 제안이 썩 괜찮게 들렸다.
마침 며칠 동안 수련만 하느라 좀이 쑤셨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도복 남자가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그의 검은 평범한 청강검이었다.
던전 속에 등장하는 도사들이 흔히 쓰고는 하는 철검.
“도우의 검을 견식했는데 저만 가만있는 것도 실례겠지요.”
그의 검이 움직였다.
그가 검무를 출 때마다 한서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검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저게 실전에 쓸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였다.
강과 약이 한데 어우러진다.
그의 검은 부드러웠다.
무엇도 베지 못할 것처럼 가냘파 보였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남자가 짧은 검무를 마치자 이번엔 한서후가 박수를 쳤다.
“놀라운 검술이로군요.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한서후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