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71
기계신과 함께 – 171
“음······?”
무결이 뒤바뀐 세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위를 보고 아래를 봐도.
이곳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사막 오아시스의 풍경이 아니었다.
축축한 늪지.
넓은 나뭇잎을 가진 활엽수들.
무결은 옆에 있던 나무를 빠르게 박차고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방금 보았던 풍경들이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었다.
“밀림이군.”
높디높은 나무들이 우거진 늪지.
확실히 밀림이었다.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한 건가? 흠, 슈리.”
[네, 마스터.]“이곳의 좌표가 어떻게 되지?”
[이곳은 인공위성의 신호가 닿지 않습니다.]“그래, 그럼 지구가 아닌가 보네.”
간단하게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결론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무결의 눈앞에 나타났다.
“저건······?”
하늘 끝에서부터 뭔가가 무결 쪽으로 날아왔다.
작디작은 점이 점차 크게 확대되어 왔다.
“새······?”
분명 새 모양이었다. 그렇긴 한데······.
“평범한 새는 아니군.”
무결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새의 몸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마저 돌들 간의 거리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다.
“끼이익!”
놈이 비명을 토해내며 입을 벌렸다.
지잉-
그리고 그 입에서 검은색 레이저가 토해져 나왔다.
“아니, 잠깐만!”
무결이 화들짝 놀라며 눈앞에 역장을 생성해 내어 그것을 막았다.
그가 손쉽게 그것을 막아내자, 새가 잠시 제자리에서 날개짓을 하며 무결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뒤로 돌아 날아가 버렸다.
“······.”
무결이 전투태세를 풀고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아까 큐브를 꽂아 넣었던 토템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결은 토템에서 큐브를 빼 챙겼다.
그리고 이제 어떡할까를 고민하려던 순간, 귓가에 스치는 짧은 비명 소리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 쿠이나?’
무결이 빠르게 밀림을 헤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몇 초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서 핏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또한.
모두 쿠이나의 것이었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어.’
무결이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뭔가가 이동한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으로 보아 사람이 이동한 흔적은 아니었다.
‘쿠이나를 데리고 사라졌어.’
무결이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흔적을 따라 잠시 달리자 쿠이나를 납치한 ‘것’의 꽁무니를 잡을 수 있었다.
‘······사자?’
겉모습의 형태는 영락없는 사자였다.
하지만 아까의 새가 그렇듯,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돌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모양의 사자였다.
그리고 그 크기가 실제 사자의 몇 배나 될 정도로 컸다.
녀석의 입에는 쿠이나가 정신을 잃은 채로 물려 있었다.
‘아직 죽진 않았어.’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긴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무결은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녀석에게 접근한 다음, 기습을 가했다.
파앗-
녀석의 목이 [라이트 세이버]에 잘려 나갔다.
무결은 녀석의 머리가 떨어져 내리는 순간 정신을 잃은 쿠이나를 받아 들어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쿠당탕탕······.
녀석의 머리가 바닥에 굴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몸은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스르르륵.
녀석의 머리가 방금 있었던 일을 역재생한 것처럼 그대로 다시 올라와 목이 있던 자리에 붙었다.
기괴한 장면이었다.
“크르르르······.”
녀석이 화가 났는지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크르르릉······?”
하지만 녀석은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녀석의 주변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쿠이나가 정신을 차린 뒤 내뱉은 한마디였다.
지금 상황에 대한 어떤 의구심도 없는 단호한 한마디.
무결은 그녀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의구심도 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했다.
그래서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다.
“쿠이나 씨,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겁니까?”
“······.”
“저도 뭔가를 알아야 대처를 합니다만.”
무결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쿠이나도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모든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보다니요, 어디서요?”
“정령과의 소통 과정에서요.”
“그렇군요.”
무결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믿······으시는 건가요?”
그녀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무결을 돌아보았다.
부족민들 사이에서도 족장인 그녀의 미신 같은 말을 믿지 않는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네, 신기한 세상이니까요.”
던전시대 이전이라면 무결도 믿지 않았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던전시대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녀의 능력이 뭔지도 알 방법이 있었다.
-이름 : 쿠이나
-상태 : 각성자
-고유 스킬 : [스피리추얼 커뮤니케이션]
그가 ‘본’ 그녀의 능력과 그녀의 발언은 그다지 배치되는 구석이 없었다.
쿠이나가 앞서 걷고, 무결이 그녀를 조용히 뒤따르길 한동안.
“근데, 다른 사람들은 걱정되지 않으세요?”
무결이 불쑥 물었다.
“다른 사람들 누구 말입니까?”
쿠이나가 되물었다.
“아기와 남편이나, 다른 전사들이요.”
“······아이는 걱정되지 않습니다. 정령들이 돌볼 테니까요.”
남편은 걱정된단 소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무결 또한.
“그건 감사합니다.”
이번엔 쿠이나가 불쑥 입을 열었다.
“뭐가요?”
“······게이트의 위치를 제 앞으로 조종해 주신 것.”
마지막 순간 무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도 아이를 게이트 안으로 대피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쿠조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아기는 마지막 순간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가까스로 게이트 안으로 아기를 던져 넣은 것이다.
무결이 웃었다.
“별말씀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성긴 나무들 때문에 앞길이 막힐 법도 하건만, 쿠이나는 막힘없이 길을 찾아갔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또 있었다.
‘많은데.’
무결이 정찰형 드론들로 은밀히 주변을 정찰해 본 결과, 주변에는 아까 본 것 같은 몬스터가 꽤나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몬스터가 눈에 보이기라도 하는 듯 그들의 이목을 피하는 루트를 잡았다.
‘신기하군.’
그게 바로 무결이 그녀의 뒤를 별다른 망설임 없이 따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쏴아아아-
거대한 폭포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들을 헤치고 조금 더 나아가자 곧 눈앞이 탁 트이며 장관이 펼쳐졌다.
쏴아아아아–
무결과 쿠이나는 깎아지른 듯 거대한 절벽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오른편으로 엄청나게 폭이 넓은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의 반대편은 피어나는 물안개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폭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폭포의 아래쪽 정글에서, 무결은 인공적인 구조물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피라미드?”
폭포수가 물줄기를 이루어 흘러가는 쪽으로, 거대한 피라미드가 하나 보였다.
‘기록에 있던 피라미드가 저거였어?’
무결이 허탈한 음성으로 말했다.
‘큐브’의 정보를 담은 기록 속에는 이집트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와 함께 피라미드를 나타내는 기록이 있었다.
그래서 무결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조사 방향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없더라니.’
“여기서부터는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쿠이나가 무결을 보며 말했다.
“이제 제가 가고 싶은 데로 가면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무결은 눈앞에 보이는 저 피라미드로 향하기로 했다.
그는 일단 눈앞의 낭떠러지를 내려다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는 약 300m 정도로 보였다.
일단 저 피라미드로 가려면 여길 내려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에 있었다.
“젠장, 정말 많기도 하군.”
절벽 아래는 지금까지 지나온 절벽 위에보다 수배는 많은 몬스터로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하늘과 강, 육지에 이르기까지 몬스터가 없는 곳이 없었다.
더러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더러는 서로 다투기도 하고 있었다.
마치 진짜 동물들처럼.
여기까지 오는 길은 운 좋게 그다지 몬스터들과 마주치지 않았지만, 저길 지나간다면 백 프로 동물들과 사투를 벌여야 할 듯했다.
하나같이 만만찮아 보이는 놈들이었다.
‘할 수 없지.’
무결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실례합니다~”
쿠이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지금부터 저 피라미드까지 강행돌파할 거니 꽉 붙드세요.”
무결이 그렇게 말하고는, 절벽을 박찼다.
위잉-
발밑에 역장이 생성되었다.
그것을 밟고 다시 한번 허공을 박찼다.
그렇게 두세 번 허공을 박차자마자 무결을 발견한 공중형 몬스터가 그에게 날아왔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수십 마리나 되는 녀석이 일제히 날아오며, 입을 벌렸다.
‘온다!’
[배틀센스].무결이 스킬을 발동하며 놈들의 입이 향하지 않은 경로를 탐색했다.
지잉- 지잉-
수십 개의 검은색 레이저가 동시다발적으로 녀석들의 입에서 발사되었다.
하지만 그 경로 어디에도 무결과 쿠이나의 몸은 포함되지 않았다.
무결은 간발의 차로 그 레이저를 모조리 피해내며 허공을 달렸다.
하지만 고난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딱, 따라라라라-
아래쪽 지상에서 뭔가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결이 열심히 새들을 피해서 나아가며 그 광경을 보다가 기함했다.
‘저건 뭐야, 젠장.’
수많은 몬스터를 이루고 있던 돌들.
그것이 낱낱이 분해되더니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돌은 발을, 다리를, 몸통을, 그리고 포악해 보이는 머리와 커다란 팔을 만들어내었다.
순식간에 300m에 육박하는 거대한 공룡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저건 좀 오바 아니냐.”
[오바를 넘어 육바 같습니다.]슈리가 무결의 황당한 마음에 동조해 주었다.
고질라처럼 생긴 공룡이 팔을 휘둘렀다.
놈의 몸 주변에 떠돌던 미처 합체되지 못한 돌들이 놈의 팔을 따라 같이 휘둘러져 왔다.
마치 유성우 같은 돌 세례가 무결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안 그래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무결은 사방에서 쏘아지는 레이저를 피하는 것 또한 간신히 간신히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웬 돌 세례가 쏟아져 온다.
‘하는 수 없지.’
무결이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스킬 발동과 동시에 폈다.
[둔재보] [천보].그의 몸이 있던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로 레이저 공격과 돌 무더기가 지나갔다.
팟.
무결이 나타난 것은 수십 미터 전방.
“헉, 헉.”
그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덜 왔군.’
순간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무결이 이동하고자 하던 거리에 비하면 한참을 못 미치는 거리를 이동했다.
‘역시 아직은 여러 번 써먹을 정도는 아니군.’
스킬 숙련도가 낮은 데다가 원래 [둔재보] 자체가 부족한 부분을 마력량으로 메우는 스킬이다 보니 들어가는 마력량 자체가 엄청나게 많긴 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꽤 유용하게 사용되어 순간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뒤쪽에서 잠시 목표를 잃은 몬스터들이 허우적거린다.
그 틈에 무결은 더욱더 놈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홀몸이 아니다 보니 역시 속도가 느려서, 놈들에게 따라잡혔다.
“이크!”
무결이 뒤에서 날아오는 레이저들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