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06
기계신과 함께 – 206
그런 그에게 동료 헌터들의 통신이 쇄도했다.
-다이고 상! 어떻게 한 겁니까!
-다이고 상, 무슨 수를 썼길래 갑자기 그렇게 날래개 움직이는 건가요?!
그들은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가벼워진 부사령관에게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힌트를 하나라도 더 얻고자 했다.
물론 부사령관은 거기에 대답할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한국의 헌터······.”
그가 중얼거리자 일본 헌터들이 의아해했다.
-한국의 헌터라니요? 지금 이게 한국의 헌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요?
“한국 헌터에게······ 도움을 청했다네.”
그 순간.
그들에게 아까 들었던 것과 똑같은 통신이 도달했다.
-한국의 헌터입니다.
몬스터들에게 한없이 밀리는 와중에도, 일본의 헌터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한국 헌터의 통신이 이어졌다.
-제게 도움을 받으실 분, 더 있으십니까?
소용돌이치는 바닷물 속.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악전고투를 벌이던 일부 일본 헌터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달라졌다.
중심조차 잡지 못하던 몸은 물의 흐름을 타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스킬 명중률이 대폭 상승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지 않던 ‘하이드로 캐논’으로부터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헌터들의 전투를 보조했다.
-와우! 움직이는 게 훨씬 편해졌어!
-어떻게 소용돌이 속에서 이렇게 움직일 수가 있지?
-저 헌터는 천재야!
무결에게 도움을 요청한 헌터들은 놀라움에 찬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결은 컨트롤해야 할 배틀 아머의 수가 늘어나자, 그것을 일일이 조종하는 대신 그들의 배틀 아머의 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해 작성해 둔 코드를 입력했다.
소용돌이 속의 움직임을 배틀 아머가 손쉽게 보조할 수 있도록 마찰 계수와 부스터 수치 등을 물살의 움직임 변화에 따라 함께 최적의 수치로 변하도록 설정해 둔 것이다.
원래 이런 수치들은 그때그때의 전투 환경에 따라 사용자가 변경해 사용하는 것이 정확한 사용법이지만, 배틀 아머에 이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모르던 헌터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안다 해도 그것을 전투 상황에 일일이 조정하며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결은 [배틀 센스]로 소용돌이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헌터들의 배틀 아머에 입력했다.
그 덕에 헌터들은 소용돌이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시 몬스터들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무결의 조종을 받은 하이드로 캐논이 물을 뿜을 때마다 어김없이 몬스터가 나가떨어지니, 몬스터들은 급격하게 그 수가 줄기 시작했다.
-좋았어, 이거야!
-죽여 버려!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헌터들은 사기를 되찾고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반면 ‘라이징 썬’ 클랜의 헌터들은 그런 일본의 헌터들을 분개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국 놈의 도움을 받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흥!!
그들은 꿋꿋이 무결의 도움 없이 몬스터들과 싸워 나갔다.
-크아악!!
하지만 역시 소용돌이의 움직임 속에서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지라 사상자들이 속출했다.
이렇게 되자 그들 또한 서로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 시작했다.
-좋아, 이쪽은 다섯 마리째!
-겨우 그거냐? 난 일곱 마리 잡았다고!!
거기에 통신으로 들려오는 헌터들의 목소리가 그들을 자극했다.
한국인의 도움을 받은 헌터들은 무슨 조화인지 아까보다 훨씬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이쯤 되니 뭐가 중요한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흠흠, 지금은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게 중요하니 우리도······.
고집을 부리던 ‘라이징 썬’의 한 헌터가 입을 열려던 찰나.
무결에게 도움을 청했던 육해공 만능 전투정 ‘배틀 크래프트’가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퍼펑! 펑!
다양한 마법과 초능력이 뿜어내는 배틀 크래프트는, 배틀 아머를 입은 헌터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그 안에는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기 힘든 초능력자와 마법사들이 다른 헌터들의 호위를 받으며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자칫 아군도 다칠까 봐 공격 마법은 자제하고 주로 몬스터를 혼란시키거나 교란하는 마법을 위주로 사용했다.
그들의 마법과 염력, 그리고 음파 공격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몬스터들이 저들끼리 부딪치거나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런 ‘배틀 크래프트’가······.
“어어, 어어어!”
“이게 왜 저기로 가!!”
갑자기 대열에서 이탈해 몬스터 무리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 탄 마법사들과 초능력자들은 안 그래도 위험한 상황에, 몬스터가 많은 곳으로 전투정이 이동하자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곧 전투정이 곡예 같은 움직임으로 달려드는 모든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자, 당황이 감탄으로 변했다.
그렇게 몬스터들의 공격을 다 피하며 그 무리 속으로 달려들고 보니, 사방이 타깃투성이였다.
배틀 크래프트에 탄 헌터들은 사방의 타깃을 향해 대단위 공격 마법을 마음껏 풀어냈다.
[초진동 음파폭격]. [아이스 익스플로전]. [체인 라이트닝].각종 공격이 전투정 안에서 튀어나오며 몬스터를 떼거지로 쓸어버렸다.
몬스터들이 쫙쫙 쓸려나갔다.
-······.
‘라이징 썬’의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전장에서 가장 도움이 안 되던 마법사와 초능력자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이제 이곳의 들러리가 된 것은 자신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나도······.
결국 ‘라이징 썬’의 클랜원 한 명이 스타트를 끊었다.
-나도 도움을 요청한다, 한국 헌터!
-제길, 나도 부탁한다!
-나도!!
시무라 켄지가 봤다면 비명을 질렀을 만한 상황이 일본의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말릴 시무라 켄지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 * *
일본 헌터들이 신무결의 도움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며, 몬스터들을 빠른 속도로 잡아나갔다.
‘그런데 이대로 가서 언제 저걸 다 죽이지?’
하지만 그걸 바라보던 부사령관 토코 다이고는 생각했다.
이대로는 목적지인 후쿠오카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몬스터의 절대적인 수가 너무 많았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 중 죽은 것은 이제 겨우 2천여 마리.
‘이대로라면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사냥한다 해도 후쿠오카엔 다가가지도 못할 거야.’
후쿠오카에 다가가려 해도 죽은 몬스터의 자리를 계속 다른 몬스터가 매우다 보니, 후쿠오카는커녕 킹 크라켄의 코빼기조차 못 보겠다.
‘다들 목적을 잊지는 않아야 할 텐데.’
그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열을 올리고 있는 동료 헌터들을 바라봤다.
한편,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
무결은 수가 줄지 않는 몬스터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크라켄의 그림자도 못 보겠군.’
하지만 그는 걱정하거나 좌절하기보단 그것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을 택했다.
“슈리, 들어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스터.]바다 위 공중에 떠 있던 [트리슈라]가 그 형태를 변화했다.
전투헬기의 모습에서 앞이 뾰족한 잠수정의 형태로.
풍덩.
모습이 변한 [트리슈라]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닷속에 투입한 전투 드론과 다른 헌터들의 배틀 아머로 전장을 보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바닷속의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기괴한 모습을 한 각양각색의 해양종 몬스터가 바닷속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일본의 헌터들은 작은 무리를 이루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 헌터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돌고 있는 소용돌이.
무결은 소용돌이의 회전력에 [트리슈라]를 싣고 빠르게 일본의 헌터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무결의 [디바이스 컨트롤]의 장악력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결은 일본의 헌터들 무리 가운데에 위치하게 되었다.
일본의 헌터들은 바닷속에 들어온 무결의 모습을 못 보거나, 봤더라도 몬스터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쓰질 못했다.
‘아니, 저놈이 왜 바닷속으로?’
‘무슨 꿍꿍이지?’
무결의 모습을 본 ‘라이징 썬’의 헌터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애써 무결의 모습을 못 본 척했다.
이미 무결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그런 걸 따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본 헌터들의 방관 아래, 무결은 그들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전장을 가볍게 스캔했다.
‘흠,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어.’
무결은 [트리슈라]에 축적된 전장 데이터를 스윽 훑어보더니 스킬을 발동했다.
[디바이스 컨트롤].바닷속에 그의 강대한 마력이 쫙 퍼져 나갔다.
그리고.
-어?
-응?
-왜 갑자기 배틀 아머가 말을······!
헌터들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틀 아머를 보며 당황했다.
그들의 배틀 아머가 갑자기 상대하던 몬스터들을 떨쳐내고 뒤로 쭈욱 물러난 것이다.
당연히 몬스터들은 기를 쓰고 그런 헌터들에게 달려들어 왔다.
-이, 이런!
-당한다!!
헌터들이 당황에 찬 통신을 내뱉는 순간.
‘지금이다.’
[트리슈라]의 눈이 붉은빛으로 번쩍 빛났다.퍼퍼퍼퍼펑—!!!
순간적으로 수천 개의 빛이, 바닷속을 가득 메웠다.
[트리슈라]를 비롯해 배틀 아머, 그리고 배틀 크래프트에서 뿜어져 나온 각종 공격이 주변을 비롯한 바다 아래쪽의 몬스터들을 일시적으로 폭격했다.-끼에에에엑!!
순간적으로 주위, 특히 바닷속 아래의 몬스터들이 집중적으로 쓸려 버렸다.
그리고 그 속을 [트리슈라]와 일본 헌터들의 배틀 아머, 배틀 크래프트가 파고들었다.
무결의 조종을 받는 배틀 아머와 배틀 크래프트를 필두로 일본의 헌터들이 모조리 따라붙었다.
무결의 조종을 받지 않는 자들도 대다수의 헌터가 아래쪽으로 움직이는데, 계속 그곳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퍼버버버벙—!!
두 번째로 일제 폭격이 이루어졌다.
또다시 아래쪽의 몬스터가 텅텅 비고, 무결을 비롯한 일본의 헌터들은 한층 아래의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느 틈에 무결의 지휘하에, 일본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바다 아래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작전권이······ 소용이 없군.’
부사령관 토고 다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 이번 작전의 작전권은 일본의 부사령관인 토고 다이고에게 있었지만, 어느 틈에 일본 헌터 전체를 장악한 무결에게 작전권이 넘어가 있었다.
대다수의 일본 헌터가 무결의 통제하에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이걸 빌미로 뭐라 해봐야 이미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가 될 거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일단 적극 협조한다.’
따지는 것은 나중에 하든지 하고, 일단은 이 기회를 살려서 후쿠오카시에 남은 사람들의 구천을 우선으로 하기로 했다.
후쿠오카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는 사령관이었던 시무라 켄지와는 달리 융통성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무결의 작전은 후쿠오카시에도 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