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19
기계신과 함께 – 219
[전투 지휘]라는 키워드가 발견됐다.무결은 이번에는 ‘고유 스킬’ 카테고리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봤다.
-고유 스킬 : [전투 지휘 100/100], [판단력 88/100], [마스터피스 1/100]
‘100이라니!!’
무결은 깜짝 놀랐다.
전생에서조차 스킬 능력치가 100에 도달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무결이 죽었던 [기계룡의 둥지]가 열릴 당시 30인의 결사대는 물론 최후의 4인도 아마 스킬 능력치가 100은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당시 자신처럼 스킬 능력치를 볼 수 있던 아케우스의 말이니 틀림없었다.
당시 무결도 최고로 올린 스킬의 능력치가 96/100에 불과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기계룡의 둥지]가 열리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 전인미답의 고지라는 스킬 능력치 100을 달성한 사람이 나왔다.
‘헌터들의 성장이 빠르더라니 결국 100을 찍은 사람이 나왔군. 더군다나 서동재 이 사람은 거의 하루 종일 이 [전투 지휘]를 유지하고 있기로 유명했지.’
무결은 서동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빠르게 분석해 나갔다.
‘그렇군. 이 기이한 현상은 그가 [전투 지휘] 스킬의 능력치 100을 이룸으로써 일어난 거야.’
서동재의 스킬 [전투 지휘]는 전투 상황에서 서동재 자신과 다른 헌터의 사념을 연결하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 능력을 이용해 전장에 있는 수많은 헌터들의 상황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즉각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머릿속 사념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오해의 여지도 없고, 명령에 딜레이도 없는 이 스킬은 그야말로 군중 지휘에 있어서는 최적화된 스킬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판단력] 스킬과 결합된 이 [전투 지휘]는 그에게 ‘전장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붙여주었다.
그 덕에 그는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헌터들의 신임을 받는 사령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 지휘]는 앞서 말했듯 서동재와 다른 사람들의 사념을 잇는 능력이었지,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간의 의식을 연결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 말은.
‘스킬이 진화했어.’
무결로 하여금 그런 결론을 얻게 했다.
‘하지만 서동재는 스킬에 잡아먹혔군.’
인간의 뇌용량은 유한하다.
때문에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필요 없는 기억은 빨리 잊어버린다.
그것이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투 지휘] 스킬이 진화함으로써 막대한 양의 자아를 하나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 모든 자아가 받는 부담감을-
‘혼자서 감내하고 있어.’
그 덕에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서동재는 지금 뇌에 다른 사람들의 사념이 폭주하여 코마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이상해.’
무결은 생각했다.
‘스킬이 진화했는데, 오히려 사용자를 잡아먹는 스킬로 퇴화했어. 만약 ’이 세상‘이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이럴 리가 없는데······.’
무결은 이 세상을 ‘게임’으로 놓고 생각해 봤다.
스킬, 상태창, 몬스터.
이 세상에는 기존까지 그가 알고 있던 ‘게임’의 요소가 가득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세상을 ‘누군가’가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조금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무결은 [하늘의 눈]을 통해 지금도 서동재의 [전투 지휘]가 발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발동 중인 스킬은 그 글자가 볼드체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전투 지휘]와 함께 볼드체인 스킬이 있었다.
[마스터피스].즉 마스터피스가 발동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무결의 눈에는 보였다.
[마스터피스]의 스킬이 방향성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쏘아지고 있음을.‘그렇군.’
무결이 깨달았다.
‘해답은, [마스터피스]였어.’
그가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마스터피스].그의 스킬 [마스터피스]가 서동재를 향했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됐다.
* * *
‘······!!!’
서울 인근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사념의 양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아니, 양만 폭증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사념의 질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의 사념이 단순히 ‘생각’에 해당하는 인간의 표층의식이었다면.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인간의 ‘느낌’과 ‘마음’에 해당하는 심층의식이었다.
그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 * *
전장의 헌터들은 옆 헌터의 일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어떤 스킬을 쓸 것이며.
어떤 몬스터의 어느 곳을 노릴지를.
목이 터져라 시끄럽게 소리치던 지휘관급 헌터들은 말이 없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생각을.
그들은 말하는 대신 움직였다.
한 헌터가 몬스터의 공격을 막는 사이 몬스터에게 빈틈이 생겼다.
헌터가 몬스터를 막음으로써,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 지나가는 빈틈.
그 헌터는 생각했다.
‘저곳에 누가 칼 좀 쑤셔 박아줬으면.’
그리고 그 생각은 이루어졌다.
옆에 있던 동료 헌터가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곳에 칼을 박아 넣었다.
몬스터가 쓰러졌다.
한 헌터가 고위 풍계 마법 [허리케인 스톰]을 펼치며 생각했다.
‘여기에 [블레이즈 번]을 섞으면 위력이 세 배로 증폭될 텐데.’
아주 찰나간 스쳐 지나간 생각.
하지만 [블레이즈 번] 또한 자신이 가진 스킬.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펼치는 것은 그의 능력상 가능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두 마법이 함께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블레이즈 번].두 마법이 조화롭게 한데 섞이며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끄엑!!”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불의 바람에 타올랐다.
생각한 이론대로의 위력이었다.
[허리케인 스톰]을 일으킨 헌터가 힐긋 옆을 바라보았다.평소 사소한 일로 다투던 동료 헌터가 싱긋 웃고 있었다.
정말이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상과 성격 모두가 다르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가 머릿속에만 있던 스킬 이론을 그대로 가져다 썼음에도,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그의 머릿속에 저장된 마법 이론을 자신의 것처럼 읽을 수 있었으니.
그가 다음 마법을 캐스팅했다.
자신 또한 다음 마법을 캐스팅했다.
말은 필요 없었다.
두 마법의 하모니가 펼쳐졌다.
전장 전체에 기적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고와 사고가 통합되며,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생겨났다.
전장의 헌터들뿐 아니라, 서울 모든 사람의 지식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헌터는 아니었지만 몬스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었고,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마법 이론을 그 어떤 마법사보다 깊게 연구한 이도 있었다.
이 모든 사람의 생각이 순간적으로 통합되었다가 다시 흩어졌다.
통합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었다.
순간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던 헌터들은 순간 몬스터들의 ‘어떤 곳’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마법사들과 무공 사용자들은 적게는 한 단계에서 많게는 두 단계 더 높은 경지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전황’이 변화했다.
* * *
‘크윽.’
무결은 무시무시한 압력이 정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고 신음을 흘렸다.
그는 이게 무슨 현상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러니 서동재가 정신을 잃은 것이군.’
하지만 무결은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스킬, [마스터피스]가 엄청난 마력을 잡아먹으며 폭력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압력의 대부분을 부담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정신은 한없이 고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의식이 이곳으로 올 때보다 훨씬 긴밀하고 자세하게 엮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의식이 ‘하나’로 통합되었다.
그 순간.
무결은 눈앞에서 지휘관 서동재의 상태창 일부가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상태창에 적힌 [전투 지휘]란 글씨가 흩어지더니, 재조립되었다.
이윽고, 그 글씨는 한 가지 단어로 고착화되었다.
[군체사념(軍體思念)]. [전투 지휘]란 글씨가 있던 란에 [군체사념]이라는 새로운 스킬이 만들어진 것이다.그 순간, 그 엄청나던 고양감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완벽하게 연결했던 일체감이 흩어졌다.
무결의 정신적 부담감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사람들끼리의 정신적인 접속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정신적 접속이 필요하다 느낀 사람들끼리만 정신적인 유대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함께 전투를 벌이던 헌터는 그들끼리.
서로의 마법에 경탄하던 마법사들은 서로의 거리가 얼마든 그들끼리 정신적인 접속이 유지되었다.
대신 그 외에 당장 서로가 필요 없는 사람들끼리는 정신적 접속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무결에게만 향하던 정신적 부담이 완전히 흩어졌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만 정신이 연결됨으로써 타인의 사념을 받아들이는 부담감을 그 자신들이 떠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정신을 한 번에 지탱하던 무결의 머릿속이 곧 편안해졌다.
무결은 [마스터피스]를 풀었다.
어느새 서동재의 [마스터피스]가 그의 [군체사념]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무결이 문득 [군체사념]의 스킬 설명을 읽어보았다.
-[군체사념(軍體思念)] : 전투 상황 시, 일시적으로 지휘권에 들어온 자들의 표층심리를 연결할 수 있다.
‘아까 일어난 현상만큼 강한 정신적 연결은 불가능한 모양이군.’
무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일어났던 현상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때야말로 서동재는 죽고 말 것이다.
무결이니까 아까처럼 대규모의 정신적 결합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의-
‘나의 [마스터피스]의 능력치가 50을 넘겼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겠지.’
[마스터피스]는 ‘다른 스킬’과 관련된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아마 방금 일어난 기적은 그 덕일 것이다.
‘후후, 덕분에 좋은 걸 많이 알아냈어.’
그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킬들의 비밀을 이번 기회에 많이 알아낸 것 같아 흡족했다.
무결이 웃고 있을 때, 그의 정신으로 한 사람의 사념이 전해져 왔다.
[무결아.]은하수에게서 온 사념이었다.
하지만 그뿐, 은하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응, 알았어.’
무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대답을 보냈다.
방금 은하수와 ‘하나’가 되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 갔다 올게.’
무결이 은하수에게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다녀와. 난 ‘진수식(進水式)’을 준비할게.]은하수의 그 말을 끝으로······.
무결의 의식이 다시 [트리슈라]에 타고 있던 몸으로 빨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