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34
기계신과 함께 – 234
위이이잉-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전동 휠체어 하나가 조용하게 무결이 나타난 등 뒤로부터 나타나 무결과 미국의 헌터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위에 탄 인물은 양다리와 한 팔이 없이 오직 한 팔만으로 휠체어를 조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결과 헌터들 사이에 섰을 때,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
위잉-
그리고 미국의 헌터들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휠체어를 조종했다.
미국의 헌터들은 무결이 무슨 수작을 준비한 건지 몰라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새로이 등장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모두 멈춰요.”
휠체어를 타고 온 자가 조용히 얼굴을 가린 후드를 젖히며 말하자, 거짓말처럼 미국 헌터들의 적대감이 가라앉았다.
미국의 헌터들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미국의 셀레브러티였다.
“아이언······ 메이든?”
고통으로서 미래를 예지하는 미국 최고의 오러클.
실종 처리 되어 죽었다고 추측되던 ‘아이언 메이든’이었다.
그녀는 미국의 헌터들이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초췌함이 가득한 표정과 사라진 팔다리.
안 본 새에 너무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메이든, 다리랑 팔은······ 어떻게 된 거야?”
그녀와 안면이 있던 한 미국의 헌터가 물었다.
그러자 아이언 메이든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추워서도, 혹은 분노로 인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공포로 인한 떨림이었다.
“괜찮아.”
가만히 뒤에서 다가선 무결이 그녀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유가선공]의 기가 그의 손을 통해 아이언 메이든의 몸속으로 들어가 떨리는 그녀의 기를 따스하게 다스려 주었다.그에 따라 아이언 메이든의 떨림도 잦아들어 갔다.
“누가 네게 이런 짓을 했는지, 말해.”
“······나는, 감금되어 있었어.”
그녀는, 가장 먼저 리처드 아서의 변질을 알아챈 헌터였다.
미래를 예지하고 현재를 통찰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의 기운에 섞이기 시작한 마기(魔氣)를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아니, 루시퍼 또한 그녀가 그 사실을 알아챌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그녀를 납치해 그의 비밀 가옥에 감금해 두었다.
원래 루시퍼는 그녀를 죽이려 했지만, 리처드의 아직까지 남아 있던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그녀의 팔다리를 잘라 그녀의 움직임을 막는 것에서 그쳤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지만,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지.”
아이언 메이든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언제나 암코양이같이 새침했던 미국의 마스코트가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 되어 눈물을 흘리자, 미국의 헌터들은 전의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리처드 개자식이 지금 여기에 있어. 나는 단언할 수 있어.”
아이언 메이든의 몸에서 예언자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 자식은, 타락했어.”
* * *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리처드의 몬스터들과 함께 무결을 포위하고 있던 미국 헌터들의 칼은 리처드의 몬스터들에게로 향했다.
그가 길들였던 강력한 몬스터들은 일전에 전부 ‘기계룡의 둥지’에서 소탕되었고,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그가 급히 길들인 피라미 몬스터들뿐이다.
때문에 리처드의 몬스터들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무결은 조력자로 변한 미국의 헌터들과 나사 덕에 빠르게 리처드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품이 나올 만큼이나 싱거운 일이었다.
그는 나사의 폐쇄된 건물 안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하하, 하하하하! 내가, 최고의 헌터가 되었어야 할 내 마지막이 이렇게나 싱겁다니!!”
리처드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무결을 발견하자마자 이렇게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
그런 리처드를, 무결은-
탕!
총알 한 방으로 끝장내 버렸다.
“······.”
조용해진 리처드를 무결은 잠시 내려다보았다.
리처드는 어디까지나 이용당한 녀석일 뿐, 쳐야 할 대가리는 아직 너무도 먼 곳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뒤를 돌아섰다.
“리처드는 저희 한국을 공격했습니다.”
그곳에는 미국의 헌터를 비롯한 나사의 연구원들이 모여 있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듣고 찾아온 미 정부의 요원들도 보였다.
무결은 그들을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리처드는 당시만 해도 미국을 대표하여 온 헌터였습니다.”
그는 최고의 헌터로서 쌓아온 마력을 여과 없이 방출했다.
“저희 한국은 그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고자 합니다.”
미국과의 협상은 순조로웠다.
아니, 그것은 협상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거래라 할 수 있었다.
나사는 가진 거의 모든 기술력을 한국에 빼앗겼다.
무결은 리처드가 시도했던 일과 그로 인해 그 자신이 입은 피해를 나사의 기술력으로 갚기를 주장했다.
억지에 가까운 그 주장이 먹힌 것은 무결이 내놓은 증거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미 한국과 미국 간의 파워 격차가 너무나도 현격하게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무결이라는 압도적인 위상을 지닌 헌터 외에도 [기간테스]라는 막강한 기술을 가진 은하그룹이 존재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은 저 ‘공중도시’를 만든 한국에게 밉보일 수가 없었다.
지상이 완전히 몬스터로 뒤덮인 지금, 미국 또한 그 기술력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한국이란 나라는, 지금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잘 보여야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결국 무결은 적절한 명분을 가지고 그들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을 수 있었다.
* * *
은하그룹의 연구실.
온갖 설계도와 도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은하수와 엘리스는 정신없이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사에서 가져온 자료들이었다.
“어때?”
무결이 은하수와 엘리스를 보며 물었다.
퍼뜩 도면에서 눈을 뗀 은하수가 엄지를 치켜 올렸다.
“최고야.”
엘리스 또한 분석하던 자료에서 눈을 떼고 무결을 바라보았다.
“이거라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눈빛은 기대와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당신이 말한, 우주에서의 전투를요.”
증명의 탑.
이곳은 현재 세계의 모든 이목이 쏠려 있는 신천지(新天地)였다.
입장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최상급의 헌터라는 것이 증명되는 곳.
한 층 한 층을 클리어할 때마다 주어지는 막대한 보상.
이 던전시대에 종말을 고할 곳이라 유력시되는 장소.
이 탑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은 그중 하나만 해도 사람들의 구미를 사정없이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어느 헌터가 이 탑의 층(層) 하나를 클리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탑에 주목하고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탑을 클리어한 헌터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지긋지긋한 던전시대를 끝내고 싶어 한 헌터들은 이 탑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고, 살아남은 모든 국가는 탑을 클리어하려는 헌터들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에 입장할 수 있는 자는 전 세계에서 채 30명이 안 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좀 늦었군.”
무결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탑을 올려다보며 감회를 읊조렸다.
다른 헌터들이 탑이 생기자마자 탑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과 달리, 무결은 리처드의 처리를 포함해 이것저것 벌인 일이 좀 있었다.
그 덕에 입장이 좀 늦어졌지만, 아무렴 어떠랴.
시작이 늦었다고 해서 끝이 늦는 것은 아닌 것을.
“저거 봐. 신무결이야.”
“신무결 씨도 탑에 들어가려고 온 건가?”
탑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이 탑으로 향하는 신무결을 보며 수군거렸다.
“아니면 중간에 탑을 나온 건가? 잠깐 탑 밖으로 나오는 헌터들도 있잖아.”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탑을 들어간 헌터들 목록에 신무결은 없었어.”
“왜 안 들어간 거지?”
“모르지, 어쩌면 못 들어간 걸 수도.”
“최고의 헌터라고 알려진 신무결이?”
“탑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은 실력순이 아니란 걸 잊었나?”
“하긴, ‘그’ 스킬이 생성되지 않았다면 들어갈 수 없으니, 신무결이라고 꼭 들어가리란 보장은 없지.”
무결은 드디어 탑의 입구 앞에 섰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강철의 탑 한가운데에 입을 벌리고 있는 검은색 입구.
저곳으로 들어가면 당분간 탑 밖으로 나올 일은 없을 터였다.
입구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카메라 등으로 무결의 모습을 촬영했다.
“드디어, 30번째 입장자가 나오는가 보군.”
“신무결이라면 무사통과 아니겠어?”
“두고 보자고. 혹시 그도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르니.”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
무결이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스킬 ‘마스터피스’ 확인.] [모험가 신무결 님, ‘증명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탑에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은 스킬 [마스터피스]를 가지고 있을 것.
이미 무결은 회귀 직후부터 이 탑에 들어올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던 셈이다.
무결은 모르겠지만 탑 밖의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었다.
30번째 입탑자가 나왔노라고.
그들은 무결까지 탑에 들어간 30명을 일컬어 ‘최초의 30인’라 부르기 시작했다.
탑을 클리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들은, 단연 이 ‘최초의 30인’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이 반드시 탑을 클리어해 이 절망밖에 안 남은 세상에 희망을 가져다줄 것을 염원하고 또 염원했다.
* * *
[증명의 탑 제1층에 입장하셨습니다].무결은 메시지가 출력된 후 밝아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나타난 곳은 웬 널따란 공터였다.
사방에 아름다운 나무가 서 있고, 한쪽에는 사람이 가꾼 듯이 보이는 아름다운 집도 있었다.
십수 명의 남녀가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뭔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트여 있었지만 무결은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닫힌 세계’라고.
무결은 공터 밖으로 쳐진 울타리로 다가가 보았다.
그리고 그 위로 손을 넣었다.
‘역시.’
손을 다른 쪽의 울타리에서 빠져나왔다.
이 공간은 크게 펼쳐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이 공터로 한정된 ‘닫힌 세계’였던 것이다.
“자네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이 공터가 다일세.”
그때, 한 사람이 무결에게 말을 걸었다.
어딘가에 몰두하고 있는 자들과는 달리 공터 한쪽에 비치된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중년 사내였다.
무결은 습관적으로 [하늘의 눈]을 사용해 그를 들여다보려 했다.
하지만.
“어허, 이 친구, 못된 습관이 있구만.”
[해당 대상은 [하늘의 눈]으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무결은 놀란 표정으로 출력된 메시지를 보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제서야 눈앞의 중년 사내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탑에 들어온 자치고 평범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이 사내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자였다.
무결의 추측을 이어진 사내의 말이 뒷받침했다.
“반갑네. 나는 증명의 탑 1층의 관리자라네.”
친근한 미소를 띠며 입을 뗀 그가 뒷말을 덧붙였다.
“자네를 2층으로 올릴 시험관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