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33
기계신과 함께 – 233
“무결 씨, 괜찮아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놀랐잖아요.”
강하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결에게 다가왔다.
무결이 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안색이 안 좋아요.”
그녀가 무결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주륵.
무결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 한쪽에서 눈물이 흘렀다.
무결은 손을 들어 눈물이 흐른 자리를 닦았다.
손끝에 묻은 눈물의 감촉이 선명했다.
그는 잠시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충격받은 표정인 강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
강하나로서는 당연히 그 말을 믿을 턱이 없었다.
멍하니 눈물 흘리는 사람이 괜찮다고 하다니.
하지만 그녀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피곤하실 텐데 어서 쉬세요.”
무언가를 묻는 대신 그녀는 걱정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무결은 문득 강하나가 손을 댔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아직까지 따스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게 슈리가 사라진 빈자리의 공허함을 달래주는 것 같아, 더욱더 그를 아프게 했다.
“······.”
그는 말없이 가슴에 남은 문신에 한쪽 손을 가져다 댔다.
슈리가 있던 자리.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자리.
그때, [기계룡의 둥지] 던전 반대쪽 부근에서 갑자기 대규모 마력의 흐름이 일어났다.
주위의 헌터들이 당황했지만 무결은 당황하지 않았다.
리처드 아서가 [기계룡의 둥지]로 입장한 방향이었다.
아마 리처드 아서가 미국의 헌터 중 [공간이동] 능력자의 도움으로 도망친 듯했다.
이미 그럴 거라는 것을 알고 있던 무결은 당황하는 대신 가만히 마력 흐름을 탐지했다.
‘역시 미국 쪽으로 사라졌군.’
가야 할 길은 명확했다.
‘배신자가 있는 곳은 미국.’
앞으로 미국은 분노한 무결의 방문을 받게 될 터였다.
마력은 흐름은 한 번 더 일어났다.
쿠쿠쿠쿠쿠쿠–
온통 뾰족한 철로 이루어진 던전인 [기계룡의 둥지].
마치 물이 용솟음치듯 기계룡의 둥지를 구성하던 철이 회오리치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채 10초도 되지 않아,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의 탑이 되어 있었다.
그 입구가 무결의 바로 앞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
하지만 무결은 그곳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아직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와아아아!!
탑의 반대편, 리처드 아서가 사라진 공간에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나?”
“이 근처 몬스터들은 다 처치했을 텐데!!”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던전을 클리어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또다시 몬스터들이라니.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당황했다.
“뭐야, 저거!!”
“크워어어!”
“저거 리처드의 스카이드래곤이잖아?”
한쪽 날개가 찢어져 울부짖는 푸른색 드래곤.
기계룡과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은 스카이드래곤이었다.
“쿠르르륵.”
가슴에 큰 상처를 입은 거대 악마.
“저놈은 아서 씨의 데빌 발로크고!!”
그 외에도 상처 입은 크고 작은 몬스터들.
모두 다 리처드 아서가 그동안 길들였던 몬스터들이었다.
“잠깐 공격하지 말고 있어봐!”
헌터들은 리처드가 나타나 몬스터들을 통제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리처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크워어어!!”
오히려, 몬스터들은 흉성을 드러내며 주위의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사냥해!!”
헌터들은 가차 없이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없는 몬스터들은, 더 이상 인류의 편이 아니었으니까.
리처드의 몬스터들은 무결이 낸 공간의 구멍 덕분에 무결처럼 던전 밖으로 ‘퇴장’당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처드에게 묶인 족쇄가 끊어졌다.
이 역시 무결이 의도한 결과였다.
“······.”
무결은 말없이 [트리슈라]에 탑승한 다음, 다른 헌터들과 협력해 리처드의 권속에 있던 강력한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사냥해 나가기 시작했다.
리처드의 몬스터들이 하나둘 차가운 시체로 변해 땅바닥에 엎어졌다.
마치 누군가의 미래를 암시하듯이.
* * *
언젠가 슈리가 말했다.
[마스터.]슈리가 그 말을 한 것은, 아마 ‘민트 초코’ 관련 대화가 오간 날이었을 것이다.
“왜?”
마침 민트 초코를 사서 먹고 있던 무결은 슈리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이대로 가면, 마스터는 ‘끝’에 도달하기 전에 죽을 것 같습니다.]무결은 그 좋아하는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뱉어내고 말았다.
그녀가 말한 ‘끝’이라는 게 이 빌어먹을 던전시대를 끝내는 행위라는 것은 분명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무결은 아이스크림을 퍼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슈리의 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발언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잘해오고 있었잖아!!”
무결은 당황했다.
던전들이 생성되는 시기와 도시를 멸망시키는 몬스터 웨이브가 훨씬 빠른 시기에 일어났지만.
“더 많이 살렸잖아!!”
무결의 활약으로 헌터들의 발전과 활약 또한 눈부시게 발전했다.
“왜, 앞으로 던전이랑 몬스터 웨이브가 더 가속화돼?”
[아닙니다.]“아니면 내가 실수하기라도 하나?”
[그것도 아닙니다.]“그럼 뭔데 대체!”
무결이 갑작스럽게 생겨난 불안감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부렸다.
[마지막 난관. 탐욕에 찬 ‘신’들에 의해-]슈리가 예언처럼 말했다.
그날 슈리가 읊조린 담담한 예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우연한 기회에 그 배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크 리치가 서울을 침공한 날.
지휘관 서동재의 [군체사념]이 각성하고, 모든 이의 의식이 이어졌을 때.
‘신무결을 죽일 것이다.’
무결은 아주 한순간에 어떤 이의 의식을 읽어냈다.
다른 인간들의 사념과 달리 너무 희미해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지만, 무결은 그때 집중력이 극한에 다다라 있었기 때문에, 그 짧은 의식의 의미를 캐치할 수 있었다.
그것은 무결 자신을 향한 배신의 단초였다.
깜짝 놀란 무결은 그 의식을 자세하게, 그러나 은밀하게 추적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의 손목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을 배신할 예비 배신자를.
[아이기스의 방패].자신의 손목에 있는 아이템을 단말로 하여 조언을 속삭여 주던 아테나가 바로 그 의식의 주인이었다.
그때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자꾸자꾸 앞당겨지는 던전과 몬스터의 등장 주기.
두억시니와 아크 리치 등, 지금 레벨로는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가 유독 무결의 주변에만 나타나는 이유.
무결이 나섰던 고대 종족의 안식처를 누군가가 빈번히 한발 앞서 다녀간 것.
모두, 혹은 최소한 일부는 아테나가 관련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유는 추측할 수 있었다.
그의 손에 주어진 특별한 두 가지 중 [마스터피스]는 이제 누구나가 얻을 수 있는 스킬이라는 게 확인되었으니,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슈리.
이미 그녀가 대단한 가치를 지닌 펜던트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지식이 샘솟듯 솟아나며, 가끔가다 예언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그녀는 그야말로 신들도 노릴 만한 보물이었다.
무결은 일단 배신자의 존재를 알아채고 놀란 자신의 의식을 깊숙하게 감추었다.
그가 다른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의 의식까지 희미하게 읽을 수 있듯 다른 이들도 그의 심층의식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의 내면을 굳건하게 다스렸다.
그리고 그 덕에 아테나로부터 그 무엇도 들키지 않았다.
그때부터 난간을 헤쳐 나가기 위한 무결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고민에 대한 결론은 무결의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대신 대안을 제시한 것은, 슈리였다.
[마스터, 마스터는 절 지키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무결은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렸다.
자신에게 위기가 닥칠 것을 알았음에도 그는 슈리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못했었다.
그는 너무나도 무력한 일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위기가 닥치면, 절 그냥 그들에게 넘겨주세요.]그것이 슈리가 내놓은 대안이었다.
‘······그러면 넌 어떻게 되는데?’
바보처럼, 무결은 거기에 대고 그렇게 대답할 뻔했다.
슈리라면 뭔가 해주겠지.
그녀라면 지금까지처럼 뭔가 방법을 찾아주지 않을까?
그런 뜬구름 잡는 기대에 기대어.
하지만 그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어.”
오기였다.
아테나가 자신을 배신할 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그는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는 여러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데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를 신.
자신은 가진 거라고는 스킬뿐인 인간.
뭘 어떻게 해야 ‘대비’라고 할 만한 걸 할 수 있단 말인가.
답답할 뿐이었다.
그가 아는 미래는 이제 거의 끝났다.
그리고 그가 아는 남은 미래 속에서 아테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제부터는 오로지 부질없는 추측과 단서 없는 예상만으로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기에는 불확정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성은 말한다.
슈리의 말대로 하라고.
이제까지 그녀의 말대로 해서 안 된 것이 있느냐고.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한 것은 고집에 가까웠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음에도, 마치 멀리 출장 가는 부모님과 헤어지기 싫어 떼쓰는 아이같이 무결은 ‘싫다’를 고집했다.
하지만 슈리는 부드럽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
[괜찮습니다, 마스터.]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마스터가 구하러 오면 되잖아요.]혹은 기사에게 구원을 부탁하는 공주처럼.
결국, 무결은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 * *
슈리는 그녀의 바람대로 배신자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부터 그녀를 구하는 것은 오로지 무결의 몫이었다.
“후우······. 너무 내게 많은 짐을 넘긴 거 아니냐, 슈리?”
무결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이 몇 년간 혼잣말이 혼잣말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돌아오지 않는 대답이 유독 그를 고독하게 했다.
그는 죽은 키메라 오거의 머리를 던져 버리며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뉴욕으로 위치를 옮긴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
리처드 아서가 숨어버린 곳이었다.
미국에서의 나사는 한국에서의 은하그룹처럼 독보적이었다.
나사는 던전기술을 집대성해 대(對)몬스터용 헌터 무기를 개발하는 곳으로는 전 세계에서 은하그룹 다음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만큼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곳.
리처드 아서가 분노한 무결로부터 몸을 감추기에는 이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결이 나사에 도착했을 때 리처드는 무결을 나사의 기술을 노리고 쳐들어오는 악당으로 만들어놓았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결을 죽여야 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의 기술을 노리고 혼자서 쳐들어오다니, 간이 큰 놈이군!”
“아무리 세계 최고의 헌터라고 불린다지만, 미국을 얕봐도 너무 얕봤어.”
나사의 요청을 받은 미국의 헌터들은 나사 근처에서 무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처드 아서의 명망은 미국에서만큼은 엄청났다.
하여 그의 말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그만 들어오시지.”
무결이 조력자를 부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