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37
기계신과 함께 – 037
“장로님, 지금 교의 상태는 어떤가요?”
“······.”
“말해주세요.”
“······실은 최악입니다. 천마멸살대만 무너진다면 바로 정파 놈들은 바로 교주전까지 당도하겠지요. 황공합니다만 오늘 밤이 교주님을 뵙는 마지막 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수고했어요, 장로님.”
“예? 아직 교주전까지는······.”
장로가 의아한 표정을 짓다 말고 돌연 온몸을 굳혔다.
“큭, 크윽!!”
그는 몸을 빳빳하게 굳힌 채 모로 쓰러졌다.
“교주 명령에 따라 성녀님 감시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렇게 굳어 쓰러진 공손혁 장로를 내려다보았다.
성녀는 이곳으로 오며 한 가지 사실을 내게 털어놓았다.
성녀에게 있어서 가장 교내 생활이 힘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천마의 뒤를 이은 현재의 천마신교 교주였다.
그는 다른 교도들 앞에서는 성녀를 극진히 대하는 척하며, 그녀와 단둘이 만날 때마다 그녀를 협박하고 압박했다.
그는 촉망받는 천마신교의 후기지수였다.
실제로 천마가 다음 후계자로 찍었을 정도로 무(武)에 대한 재능이 넘쳐나는 자였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천마의 무공을 물려받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나 천마는 그에게 자신의 진신절기를 전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천마가 사라졌다.
성녀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천마가 자신에게 부탁한 말을 그는 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성녀를 공손하게 대했다.
그러나 그의 무공에 대한 열망은 결국 성녀의 앞에서 그가 본색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성녀가 사라진 천마의 무공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때문에 그는 후계자인 자신에게는 무공을 넘겨주지 않은 천마와 그가 무공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한 성녀에게 추하고 비틀어진 원망의 감정을 뿜어내며 이제까지 성녀를 괴롭혀 왔다.
교주야말로 성녀가 교내에서 괴롭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게 했던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 말을 성녀에게 전해 듣고 생각난 것은 공손혁 장로였다.
나는 공손혁이 뼛속까지 교주의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하늘의 눈]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특징에 적혀 있는 것은 우습게도 ‘교주를 향한 무한한 충성심’이었다.
성녀 또한 공손혁 장로와 호위무사들이 교주의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성녀가 그들에게 보였던 차가운 태도는 그 때문이었다.
또한 공손혁 장로는 성녀를 보호하는 척하며 실은 교주의 명에 따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이 모든 것을 전해 들은 나는 교주가 꾸민 일의 전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눈앞에 문이 보였다.
나와 성녀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의외로군. 문을 열고 들어서는 건 무림맹주일 줄 알았는데.”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손혁으로부터 우리가 왔다는 전언을 듣지는 못한 듯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천마의 진전을 넘기지 않겠다는 건가? 후후.”
“천마의 진전 같은 건 처음부터 저한테 없었어요.”
“그래?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옆에 있는 그자, 닷새 전에 그대와 함께 떠날 때만 해도 무공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아닌가?”
닷새 전에 우리가 떠나는 모습을 교주 또한 보고 있었나 보다.
“······이건 이자 스스로가 얻어낸 과실이에요.”
“그렇겠지. 그대가 기회를 주고, 저자는 기회를 잡았겠지. 아닌가!!!”
여유롭던 교주로부터 갑자기 사자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물론 기회는 나 스스로가 만들었지만 그런 말을 해봤자 저자의 귀에 들릴 리가 없다.
할 생각도 없고.
“내가 그토록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고 애걸했건만!! 저딴 듣도 보도 못한 놈한테 천마의 진전을 이어줬나?!!”
그가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교가 위험에 빠지니 천마의 무공을 찾으러 갔군. 공손혁 그 늙은이만 제대로 너를 감시했어도 그 무공은 내 것이 되었을 텐데. 일 처리 하나 똑바로 못 하는 멍청한 늙은이.”
새삼 저런 놈에게 무한한 충성을 맹세하고 죽어간 공손혁 장로가 불쌍해진다.
“······역시 장삼의 말대로, 교의 위험은 당신이 초래한 건가요?”
“오호, 네놈이 그것까지 눈치챘단 말이냐?”
교주의 눈이 나에게 향했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내가 알아챈 교주의 계획은 간단하지만 잔인한 것이었다.
교주의 계획은 성녀가 천마의 무공을 필요로 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교주는 성녀가 천마의 무공을 언제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한 걸까?
바로 천마가 세운 천마신교가 위험에 빠지는 순간이다.
그런 생각만으로 교주는 일부러 정파인들을 끌어들여 천마신교에 위험을 초래했다.
단지 천마의 무공을 얻을 생각으로 자신을 따르는 수만 명의 교도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그래, 눈치챘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며 목을 좌우로 꺾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어? 네놈, 지금 본좌에게 반말로 지껄인 것이냐?”
“곧 죽일 사람한테 말투까지 가려야 해? 빡빡하긴.”
“고작해야 며칠간 익힌 무공으로 이 나를 상대하겠다는 태도구나? 하하하하!”
교주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돌연 웃음을 멈추었다.
“농담도 정도껏 해라!!!”
분노한 교주가 돌연 내게 튕기듯 달려들었다.
‘시작이다.’
어차피 교주전의 비밀 공간을 찾기 위해선 교주를 죽여야 했다.
그리고 이왕 싸울 거면 도발에 흥분한 교주를 상대하는 게 나았다.
‘빠르다.’
그런데 교주는 내 예상치를 뛰어넘는 속도로 내게 쇄도해 왔다.
원래 무기를 쓰지 않는 건지, 아니면 나 정도는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긴 건지 어떤 무기도 꺼내지 않은 채였다.
“산 채로 혀를 뽑아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나!!”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그가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단숨에 내 목을 틀어쥐려 했다.
나는 왼손의 손등으로 그의 팔을 쳐내며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호오? 초마권법? 초마권법 따위로 내 공격을 막다니, 제법이구나.”
교주가 사뭇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내게 성큼성큼 다가들었다.
‘빠르기는 나보다 한 단계 위, 파괴력은 두 단계 위.’
나는 [배틀 센스]로 파악되는 감각으로 교주의 전력을 파악해 나갔다.
그러나 이내 전력 측정이 아직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팟! 파파팟!
공방이 계속될수록 교주의 속도와 파괴력이 증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큭, 가지고 놀려고 하는군.’
교주는 처음부터 자신의 전력을 내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생쥐를 가지고 놀듯, 교주는 나를 조금씩 가지고 놀다가 죽이려 하고 있었다.
팟!
어깨에 상처가 만들어졌다.
중상이라 하기엔 얕지만, 충분히 살을 찢고 들어온 상처였다.
교주의 갈고리 같은 손가락에 의해 파인 상처였다.
손가락 또는 손톱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무공, 조법(爪法)이었다.
‘너무 강해.’
어느 정도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 감안하고 싸우고 있음에도 상처를 입었다.
교주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그가 숨겨둔 힘을 전혀 예상치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몸의 상처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내공의 발달이 미약한 세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교주라는 녀석은 시대를 넘어선 강함을 갖고 있었다.
내가 그의 무공을 간신히라도 받아치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장삼이 아주 간단하게나마 익힌 [초마권법] 덕분이었다.
천만다행히도 [초마권법]과 [의기활신유가선공]의 상성이 굉장히 잘 맞았다.
무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내공을 쌓고 그것을 운용하기 위한 [내공심법], 혹은 내공만을 운용하기 위한 [기공], 그리고 [장법], [권법], [각법] 같은 격투술이나 [검법], [도법] 같은 무기술.
‘무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인간의 신체로 강해지기 위한 방법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공심법이라 할 수 있었다.
내공은 인간이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의 단계에 이르게 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무공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른 무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내공의 성질에 걸맞은 장법, 권법, 각법 등의 격투술이나 검법, 도법 같은 무기술을 운용하면 단순히 내공을 운용하는 것의 몇 배의 위력이 나올 수 있었다.
무당의 내공에는 그에 맞는 유연하고 장중한 장법이, 화산의 내공에는 그에 걸맞은 날카롭고 도도한 검법이 어우러짐으로써 그들의 무공이 최고의 반열로 도약했듯이.
그런 면에서 천마신교의 기초 권공인 [초마권법]과 천마와 의선이 만든 [의기활신유가선공]은 꽤나 성질이 잘 맞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의기활신유가선공]은 내공의 운용에 있어서 자유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은 내공심법이었다.
내가 회귀 이전에 쓰던 언커먼 등급의 무공은 권법(拳法)과 세트인 내공심법이었다.
저등급의 무공이 그렇듯, 그 무공을 사용할 때 나는 내공을 원하는 만큼 뽑아 쓰기 위해서 반드시 권법의 초식에 맞는 투로를 밟아야 했다.
그렇게 초식이라는 정해진 움직임을 통하지 않고서는 몸속에 있는 내공이 도무지 뜻에 따라 운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익히고 있는 이 유니크 등급의 무공 [의기활신유가선공]은 전혀 달랐다.
단지 의지만으로도 손쉽게 내공이 움직여 [초마권법]이 내공을 필요로 하는 순간 적절하게 내공을 공급해 줬던 것이다.
‘고등 내공심법을 익힐수록 무공에 대한 자유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더니 정말 편하군.’
예전의 내공심법이 소형 경차를 타는 느낌이었다면 [유가선공]은 롤스로이스를 모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유니크 유니크 하지.’
둘째로 [초마권법]은 내공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이 시대의 기초지공답지 않게 의외로 내공의 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있었다.
아마 천마의 안배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초마권법]에 [유가선공]의 내력을 조화롭게 실어내며 간신히나마 교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네놈······ 초마권법 따위로 생각보다 잘 받아치는구나?”
교주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역시 천마의 무공은 내가 얻었어야 했어.”
천마의 무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했음을 확신하자, 놈의 눈에 질투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는 [배틀 센스]와 [초마권법], 그리고 영단과 포인트의 힘을 먹고 자란 [유가선공], 거기에 더해 각성자로서의 스텟까지 합친 내 모든 전투 능력을 오로지 내가 익힌 내공심법의 위력 덕분인 줄 알고 있었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유가선공]이 뛰어난 무공인 건 맞지만, 사실 전투보다는 치료와 신체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 무공이기 때문에 별로 이 정신 나간 교주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줬을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나 이 역시 말해봤자 입만 아픈 얘기일 뿐.
“근데 그 정도 무공만으로도 이미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왜 굳이 천마의 무공을 탐내는 거지?”
나는 이 점이 의문이었다.
이미 이자는 내공과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조법을 익힌 상태였다.
내가 봤을 땐 지금 시대에 이자의 상대가 될 만한 자가 있을까 싶은데, 왜 이자는 이렇게 천마의 무공에 집착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