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38
기계신과 함께 – 038
“하하, 내가 비록 강하긴 하지만 천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가 봤던 천마께서는······ 아아, 그래, 하늘 아래 홀로 서신 분이었지.”
교주의 눈이 과거를 그리는 것처럼 아득해졌다.
“나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분을 둘러싼 정파의 최고수 수십 명이 그분의 간단한 손짓 아래 나가떨어지던 것을. 그때부터 꿈꿔왔다. 그분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는 것을. 그런데······.”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런데 네놈이, 감히 약초나 캐던 천놈이 그 기회를 가로채다니!!”
나는 기연동굴에 아직 [유가선공]의 책자가 있다 하려다가 관뒀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런 놈한테는 말해주기 싫었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이런 무식한 놈이 교주라니. 역시 힘만 세면 장땡인 세상이군.’
저 교주란 놈은 무공을 익히는 건 잘할지 모르겠지만 암만 봐도 답답한 놈이다.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성녀가 천마의 무공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지레짐작한 거나, 단지 내가 빨리 강해졌다는 것만으로 [유가선공]이 절대신공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나, 이것저것 이놈의 논리는 짜증 날 정도로 허점투성이였다.
그냥 무공이 세서 교주가 된 놈.
딱 그 정도였다.
‘하긴, 그러니 지금 천마신교가 이 지경이 된 거겠지.’
“이 주변에 폭약 같은 것도 설치해 놨지?”
“······어떻게 알았지?”
교주는 놀람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아니, 뭐. 하는 짓이 워낙 뻔해야 말이지. 딱 전형적인 무협 소설 악당이잖아, 이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 되겠군, 그냥 빨리 네놈을 처리하고 다시 한번 폭약을 점검해 봐야겠어.”
교주가 이제 놀이는 끝났다는 듯 모든 기세를 드러내었다.
‘지금부터 시작이군.’
나 또한 온몸의 기세를 북돋웠다.
내가 준비를 마지차마자 교주가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나도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자리를 박찼다.
반대쪽으로.
“이 자식, 게 서거라!!”
교주가 황당해하며 나를 쫓아왔다.
“너 같으면 서겠냐!!”
신체 능력상으로는 상대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챘으니, 이제는 작전이 먹히기만 바랄 뿐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교주로부터 도망쳐 교주전 내부를 빙글빙글 돌았다.
밖에는 죄다 교주의 부하들이 깔려 있었으니, 이 안에서 싸우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좁은 장소의 특성상 도망치던 난 곧이어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몰아쳐 오는 교주의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교주의 손이 마치 다섯 개로 늘어나듯 불어났다.
팟-
내가 막지 못한 교주의 손이 오른팔의 살점을 뜯어냈다.
파팟-
연이어 다가온 손톱이 허리 어림을 할퀴고 지나갔다.
교주는 미친 듯이 움직이며 내 전신을 손톱으로 난자해 갔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묘기처럼 교주의 공격을 맞받고, 때로는 흘려내며 그에게서 버티고 있었다.
교주가 엄청나게 잘 버티는 나에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네놈······ 무공은 보잘것없지만 공격을 피하는 솜씨 하나만은 쥐새끼같이 대단하구나!”
“감탄인지 조롱인지 하나만 하라고.”
내가 무공의 격차 이상으로 잘 버티는 것은 교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는 [배틀센스] 덕분이었다.
[배틀 센스]는 [초마권법]과 [유가선공]의 성취를 감안해 교주의 공격을 방어하는 최상의 방법을 끊임없이 내게 제시해 주고 있었다.교주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답안지’를 제시해 주고 있는 셈!
물론 그 답안지를 베껴 쓰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답안지를 알맞게 베껴 쓰려면 [초마권법]과 [유가선공]라는 펜을 정교하게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배틀 센스]는 어디까지나 내 수준에서 가능한 움직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정도 수준에 맞춘 답안지를 제시해 준다.그리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배틀 센스]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내 한계상의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을 잃어도 [배틀 센스]가 요구하는 움직임에 못 맞출 터였다.
‘하지만 답안지를 베껴 쓰는 것조차 못한다면 회귀한 게 아깝지!!’
나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계속되는 교주의 공격을 피해내고, 때로는 막아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상처는 끊임없이 늘어났다.
교주의 손가락은 가볍게 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내 살점을 뜯어갔다.
‘체력’ 스테이터스에 더해 무공의 힘으로 질겨진 피부를 이토록 쉽게 뜯어낸다는 건 교주가 그만큼 파괴력이 엄청난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느새 바닥에는 피가 작은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도 위험해질 상황.
그러나 나는 상황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기다리던 때가 왔다.
‘지금!’
나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교주의 강맹한 공격을 가까스로 쳐 넘겼다.
그런데 교주의 반응이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큭!”
그가 갑자기 옆구리를 붙잡고 물러났다.
“······?”
교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표정을 짓던 그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방금과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큭!!”
이번엔 교주가 오른팔을 붙잡고 물러섰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교주가 얼굴을 부들부들 떨며 물어왔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미약하게 눈에 깃든 한 가지 감정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이, 이게······!!”
교주가 다시 달려들었고, 나는 다시 막았으며, 교주는 다시 가슴 어림을 붙잡고 물러났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이더냐!!!”
미지에 대한 공포.
교주는 눈에 보일 듯이 뚜렷한 공포심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
나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 오지 마라!”
뛸 힘도 없어서 천천히 다가가는 거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교주의 공포심을 자극시킨 것 같았다.
“흠······ 활용하기에 따라 전투에도 괜찮네, [유가선공].”
그러나 나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교주에게 다가갔다.
교주에게 이런 이상한 증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배틀 센스]가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유가선공]의 내공을 교주의 몸에 심어놓은 것이다.내가 전투에 있어서 교주에 비해 모든 것이 뒤처졌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단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의기활신유가선공]이라는 내공심법.
나는 전투하는 도중에 [유가선공]의 내공을 서서히 교주의 몸에 심어놓았다.
보통 내공은 같은 무공을 익혔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성질이 달라서, 타인의 몸에 자신의 내공을 흘려 넣는다면 쉽게 섞이지 못하고 서로 반발하게 마련이다.
타인의 내공은 무림인에게 있어서 대개 불순물일 뿐이다.
그러나 [유가선공]은 치료에 목적을 둔 신공이니만큼 타인의 기에 쉽게 섞여들 수 있는 묘용이 있었다.
기로써 타인을 치료해야 하는데, 내공이 섞여들지 못하면 치료 자체를 못 하지 않는가?
나는 교주의 몸에 내 내공을 불어넣은 다음, 그 내공이 교주의 온몸에 퍼지도록 계속해서 버텨내었다.
그리고 내 내공이 교주의 ‘충맥(衝脈)’을 장악한 순간, 게임은 끝났다.
충맥(衝脈)은 기경팔맥(奇經八脈) 중에 온몸을 순행하는 기혈의 요충지로, 이곳을 장악하는 순간 그의 온몸에 퍼진 내 내공을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타인의 근골을 조종할 수 있는 [유가선공]의 묘용이 더해졌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짐으로써 나는 교주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의 몸 어느 한 군데의 기를 폭발시켜 그의 근골과 혈도조직을 끊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해 아까 손도 안 대고 내 등을 찢었던 것과 같은 짓을, 손을 대는 것만으로 교주의 몸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손을 대는 것만으로 교주가 고통을 느끼게 된 이유였다.
“자, 그럼 이만 결판을 내도록 하지.”
나는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상황이 나에게 유리해졌지만, 결코 방심할 이유는 안 된다.
여전히 교주는 강했고,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내가 교주를 죽일 정도까지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그에게 5초 정도 손을 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말이 5초지, 교주와 같은 고수에게 5초를 빼앗을 수 있을까?
“이 내가!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교주가 마침내 최후의 수를 꺼내 들었다.
그가 왼손으로 오른손의 손목을 쥠과 동시에 그가 지닌 모든 내공이 그의 오른손으로 모여들었다.
그의 오른손에 강대한 내공이 모이며 손이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단 일수에 나를 죽이기 위해 숨겨왔던 비장의 수를 꺼내 든 것이다.
나와 교주는 서로 심호흡을 하고,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교주의 손이 일직선을 그리며 번개처럼 내 가슴으로 뻗어왔다.
‘피할 수가!!’
눈으로 보고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빠르기!!
그러나 이미 그 경로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그의 손이 다가오는 직선상의 한가운데에 미리 내 손을 위치시켜 그의 공격을 가드했다.
하지만 그마저 예상한 것일까?
교주의 손은 불가사의한 각도로 꺾여 전방을 가드한 내 손을 피해 들어왔다.
내게는 그런 교주의 동작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교주는 내 손을 피해 유유히 뚫고 들어오며 손의 모양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 끝으로 검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마-스-터!!]“장–삼—!!”
슈리와 성녀의 외침이 느리게 들려왔다.
파악!!
그리고 그 외침의 끝에서, 놈의 오른손이 그대로 내 심장이 있던 자리를 꿰뚫었다.
* * *
두근-
심장 소리가 들렸다.
두근-
그 박동이 느껴졌다.
가슴이 아닌, 배에서.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내 가슴을 꿰뚫은 팔을 잡았다.
그리고 곧장 그의 기혈을 틀어막았다.
“뭐, 뭐냐!!”
교주가 내 가슴에서 자신의 팔을 빼내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내 온몸의 근육이 죄어들어 그의 오른손을 봉쇄했다.
거기에 더해 그의 모든 내공이 모인 오른팔은 내 통제하에 들어와 있어서 교주는 힘을 낼 수가 없었다.
나는 왼손으로 그의 오른팔을 잡은 채 왼손을 들어 장심(掌心)으로 그의 가슴 어림을 짚었다.
“잘 가라.”
1, 2, 3, 4, 5.
속으로 5초를 세었다.
푸왁-
교주가 입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즉사(卽死)였다.
“······.”
나는 조심스럽게 교주의 팔을 내 가슴에서 빼내었다.
그리고 천천히 가부좌를 틀었다.
[유가선공]의 힘으로 미리 심장을 배 쪽으로 옮겨둔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나, 그래도 중상이었다.나는 운공을 시작했다.
입으로부터 피가 흘러나왔다.
피를 토해내고 싶었으나 악착같이 참았다.
지금 피를 토하면 기혈이 뒤틀릴 우려가 있었다.
악착같이 고통을 참으며 내공을 운용한 덕에 내 가슴에서 흐르던 피가 멎고, 천천히 상처가 아물어갔다.
그러나 느리기 그지없는 속도.
‘역시 아직 좀 무리였나.’
이대로라면 대충 죽지 않을 정도로만 상처를 메꾼 다음 ‘던전 탈출’을 외치고 구급차를 불러야 할 듯했다.
도저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치료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임무 실패인가.’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나에게 실패는 없다고 성녀에게 말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뭐, 그래도 장애물은 사라졌으니 성녀 혼자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던전 탈출’을 말하려던 때였다.
내 몸속으로 기이한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