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57
기계신과 함께 – 057
“사람 목소리 같아요.”
김치우가 말했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앞에서 뭐라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너무 작아서 그 목소리가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걸으며 목소리의 의미를 파악해 나갔다.
“도······와······.”
“도와달라는 것 같은데요?”
“사람인가 봐요!”
강하나와 김치우가 목소리의 의미를 알아내더니 걸음을 빨리했다.
그 덕에 그들과 우리 일행의 사이가 약간 벌어졌다.
우리 또한 그들을 빨리 따라갔다.
우리의 앞쪽에는 목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도와······주세······요······.”
그곳에는 남성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배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있었다.
“부상자다!”
강하나가 외치는 순간이었다.
찍-
“응?”
종종거리며 김치우와 강하나를 따라가던 김소유는 발목에 뭔가가 들러붙는 느낌에 발아래를 바라보았다.
새하얗고 굵은 밧줄 같은 것이 오른쪽 발목에 달라붙어 있었다.
거미줄이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
촤아아악!
새하얀 거미줄이 무서운 힘으로 그녀를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악!”
그녀가 순식간에 절벽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려 했다.
파앗-
이 찰나의 순간 반응한 것은 두 사람이었다.
나와 강하나.
그녀가 다급한 표정으로 이미 절벽 가까이 끌려가 있는 김소유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초록색의 바람이 일며 김소유에게 뻗어 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김소유와 10미터는 넘게 떨어져 있었다.
줄이 잡아당기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
그 사실을 느끼고 강하나가 입을 벌렸다.
“아안—-!!”
‘안 돼’라는 말이 나오기에도 짧은 시간.
파앗-
내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김소유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두 개의 플라스마 링이 허공을 갈랐다.
스윽-
플라스마 링은 거미줄을 잘라내었다.
김소유가 거미줄의 구속에서 풀려나는 순간, 나는 그녀의 몸을 낚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낭떠러지 아래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왼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뺐다.
주머니를 빠져나온 내 손에는 끝에 갈고리가 달린 ‘갈고리 총’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우리 일행이 있던 곳을 향해 발사했다.
‘설마 여기 맞아 죽지는 않겠지.’
다급한 와중에도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갈고리가 저 멀리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진 무렵.
턱!
갈고리에 연결된 밧줄이 떨어지던 우리 몸을 멈춰 세웠다.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소유를 바라보았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을 보니 기절한 것 같지는 않은데, 신음 한 마디 없는 것이 충격을 많이 받은 듯했다.
나는 그런 김소유를 안고 가볍게 밧줄을 올랐다.
턱.
김소유를 데리고 내려놓고 올라온 나는 욕지기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개 같은······.”
위에는, 어지러이 널려진 거미줄 쪼가리만 보일 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젠장······ 이건 말도 안 돼.’
나는 주머니에서 꺼내 든 야광봉으로 훑어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사방에는 어지러이 흩어진 거미줄 조각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내 상정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치우야······ 언니······.”
김소유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일행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아직 살아 있을 거야.”
나는 재빨리 스마트워치의 앱을 작동시키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김소유가 횡설수설하려 할 때 마침 3D 매핑 앱이 작동되었다.
‘다행히 아직 살아들 있군.’
맵에는 여러 개의 빨간 점이 보였다.
‘하나, 둘······.’
점의 개수를 세어본 나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 개가 모자라.’
모자란 점.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했다.
이 장치는 내가 특정한 대상의 생체전기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명 활동이 정지되는 순간 그 대상을 놓치게 된다.
거리상의 한계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벗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스테이지 탈출권을 이용한 던전 탈출 또한 아니다.
탈출권을 사용하면 1분간 빛에 휩싸이는데, 그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잡혀가는 상황에서 그런 한가한 상황이 나올 리가 없다.
결국은 누군가 죽은 것.
빠른 점들은 빠르게 한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모든 점이 거의 뭉쳐서 한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두 흩어졌다면 나라고 해도 방법이 없을 뻔했다.
‘더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빨리 가야 해.’
“김소유 씨, 사람들은 살아 있습니다.”
“저, 정말요?”
패닉에 빠져 있던 김소유가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네, 하지만 모두가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니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따라주십시오.”
나는 일부러 단호하고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김소유가 빠르게 진정하는 게 눈에 보였다.
“업히시지요.”
김소유는 내가 시키는 대로 내 등에 얼른 업혔다.
“제 목을 팔로 감싸고 단단히 붙으세요.”
김소유는 내가 시키는 대로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슈리, 슈트로 김소유까지 덮어줘.’
[네, 마스터.]말이 끝나자마자 입고 있는 블랙미슈릴 슈트가 스르륵 흐르듯 움직였다.
“헛!”
김소유가 헛바람을 내쉬는 게 들려왔다.
갑자기 뭔가가 움직여 자신의 온몸을 감싸 움직이지 않게 고정했으니, 놀랄 수밖에.
김소유와 내 몸은 슈트 안에 바짝 밀착되어 고정되었다.
덕분에 나는 움직임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이걸 지금 쓸 줄은 몰랐군.’
나는 아공간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거 잘못하면 방사능이 무지막지하게 나오니까, 웬만하면 쓰지 마. 어쩌면 핵반응이 일어나서 다 뒤지는 수도 있고.”
나는 은하수의 말을 떠올리며 핵 연료구슬을 슈트의 벨트에 끼워 넣었다.
‘제2스테이지에서나 쓰려고 했는데 여기서 쓰게 될 줄이야.’
비상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슈트의 반중력 기능을 작동시켜 살짝 점프했다.
두웅~
몸이 헬륨가스 넣은 풍선처럼 둥실 떴다.
연료가 빠방해졌기 때문에 반중력 기능이 더욱 좋아진 것이다.
‘가자.’
생각과 동시에 내 몸이 앞으로 후웅- 날아가기 시작했다.
플라스마 링이 추진기 역할을 하며 내 몸을 가지고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거센 바람에 날려 가는 풍선처럼 빠르게 날아서 빨간 점들을 쫓아갔다.
뒤에 김소유도 매달고 있어서 상황과 맞지 않게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였지만, 비행이 가능한 방법이 지금은 이것밖에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우······아······.”
김소유가 때와 맞지 않게 탄성을 질렀다.
몸이 둥둥 앞으로 떠가는 게 아마 그녀는 패러글라이딩이라도 하는 기분이리라.
‘이크.’
곳곳에 새하얀 거미줄이 쳐져 있어서 조심해서 피해 가야 했다.
나는 날아가면서도 빨간 점들의 위치를 살폈다.
세 개의 점을 뺀 나머지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런데-
팟.
또 하나의 점이 사라졌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전생의 이 동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던 적은 없었다.
가장 위험한 습격이라 해봐야 낭떠러지에서 거미가 습격해 오는 것이었는데, 지금 이 상황과는 현격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
그때는 거미가 한 마리만 공격해 온다는 것이었고, 지금은 수십 마리로 추정되는 수의 거미가 한꺼번에 공격해 왔다는 것.
변수가 있다면 던전에 들어오며 들었던 그 ‘아라크네’라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녀석이라고?’
그렇다면 소문이 안 났을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나는 심각한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눈에 내공을 집중해 어둠 속을 주시했다.
저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더 빠르게 날아가자 마침내 끌려가는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세 명의 사람이 빠르게 이동하는 거미들을 필사적으로 쫓아 거미줄 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거미줄의 원리를 파악했군.’
내가 미리 알려주지 않았지만, 사실 이곳에 쳐진 거미줄은 두 종류였다.
끈적끈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끈적끈적한 거미줄은 한번 들러붙게 되면 떼어내는 것이 상당히 힘들 정도로 점성이 지독했다.
그래서 몸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저들은 거미가 이동하는 줄만을 골라 쫓아가는 방법으로 끈적하지 않은 거미줄을 구분해 낸 듯했다.
그들의 앞으로 달려가는 거미 무리들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 함께 움직인다고?’
독립성이 강해서 절대 함께 움직이는 법이 없던 거미들이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있었다.
빨간 점의 위치로 봤을 때 아마 저 거미들 중 네 마리가 각각 한 사람씩을 물고 달리는 것 같았다.
놈들은 끈적끈적한 거미줄을 쏘아대며 일행의 추격을 방해했는데, 강하나가 선두에서 새빨갛게 불타는 주먹을 내뻗을 때마다 거미줄이 녹아 사라졌다.
한서후와 김치우는 그런 그녀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저 셋이 무사한 걸 보니 잡혀 가는 나머지 인원이 저절로 파악되었다.
‘천재령과 한국 클랜 세 헌터가 잡혀갔나 보군.’
그리고 그중 두 명이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나는 그들 뒤를 쫓아가며 반중력을 해제했다.
“꺄악!”
짧게 이어진 낙하감에 등에 매달린 김소유가 작은 비명을 질렀다.
두웅-실.
나도 거미줄을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간 일행이 밟고 달리던 거미줄이었다.
나는 금세 일행들을 따라잡았다.
“강하나 씨!”
내가 크게 소리쳤다.
“엇? 무결 씨, 소유야!!”
뒤를 돌아볼 때는 일그러져 있던 강하나의 얼굴이 잠시 활짝 폈다.
“언니!!”
김소유가 그런 강하나를 울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감격의 상봉이었지만 지금은 그 감격을 즐길 새가 없었다.
“비키세요! 제가 앞장섭니다!”
“네에? 하지만!”
내 말에 강하나가 잠시 망설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온몸의 마력을 끌어모아 거미줄을 박찼다.
출렁.
거미줄이 한차례 격하게 출렁거렸다.
“엇.”
“아앗.”
강하나와 한서후가 균형을 잡느라 주춤할 동안 나는 그들을 뛰어넘어 다른 거미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플라스마 링을 조종해 내가 잡은 거미줄의 뒤쪽을 끊어버렸다.
나는 한 손으로 거미줄을 잡은 채 타잔처럼 앞으로 떨어져 내리며 플라스마 링을 내 머리 위쪽 저 멀리 빠르게 달려가는 거미들의 배 쪽으로 날려 보냈다.
네 마리가 각각 사람을 하나씩 물고 있었는데, 그중 살아 있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둘.
나는 정확히 그 두 사람을 물고 있는 거미들의 배에 플라스마 링을 처박아 버렸다.
위잉.
플라스마 링이 뱃속을 헤집으며 거미 두 마리는 달리다 말고 제자리에서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두 놈은 고통으로 입에 물고 있던 사람들을 놓쳐버렸다.
놈들이 물고 있던 두 사람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미동도 없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잡고 있던 거미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흐읍.”
팔 근육이 찢어질 듯 팽창했고, 동시에 내 몸이 떨어지는 두 사람을 향해 튀어 올랐다.
거미줄을 잡아당기는 힘으로 공중으로 점프를 한 것이다.
공중에서 두 사람을 낚아챈 나는 그때까지 놓치지 않고 있던 거미줄로 두 사람을 칭칭 묶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