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85
기계신과 함께 – 085
제2스테이지에서 얻은 [레인 소드], [아이스 클로], [윈드 블래스터] 이 세 이벤트 아이템에는 공통적으로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설명 : ······(생략)······ 제2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어떤 몬스터라도 한 마리를 종속시킬 수 있다. 시동어는 [종속되어라].
내가 제2스테이지에서 고른 이벤트 아이템들의 조건은 간단했다.
무기로서의 위력도, 유틸리티 측면에서의 능력도 아니었다.
이 ‘몬스터 종속 능력’이 있는 아이템이어야 할 것.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고려한 조건이었다.
데이터베이스에 적혀 있던 여러 개의 이벤트 아이템 중 단 세 개만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내가 아이템 설명에 적혀 있는 문구대로 시동어를 외치자, 윈드 블래스터의 기운이 내가 타고 있는 드레이크의 몸에 스며들었다.
날뛰던 드레이크가 잠잠해졌다.
나는 드레이크가 이제 나에게 종속되었음을 알아챘다.
“옆으로 돌아!”
내가 명령하자 드레이크가 내 명령에 따라 오른쪽으로 크게 선회하여 날았다.
“브레스!”
내 말대로 드레이크가 새파란 브레스를 내뿜어 주위에 있는 다른 드레이크들을 멀리 밀어내었다.
놀랍게도 어떤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내게 종속된 드레이크는 내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끼고 있는 [윈드 블레스터]를 통해 내 의도가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모양이었다.
다른 드레이크들은 내가 탄 드레이크가 내뿜은 브레스에 어떤 저항도 하지 않고 멀리 밀려났다.
이제까지 제2스테이지에서는 섬의 몬스터끼리는 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그 점은 드레이크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는 다른 드레이크들을 멀리 밀어내자마자 주머니에서 [알파 드레이크의 영혼이 담긴 병]을 꺼내 들었다.
나는 병의 두껑을 열고 그것을 내가 탄 드레이크 위로 기울였다.
똑.
병에 담긴 눈물이 드레이크의 몸 위로 떨어졌다.
다른 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회색빛을 띠고 있던 드레이크의 몸.
그런데 눈물이 떨어진 자리로부터 드레이크 특유의 녹색이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녹색은 둥글게 둥글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순식간에 드레이크의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으음······.”
내가 타고 있던 드레이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동자의 푸른빛은 노란빛으로 바뀌었다.
제1스테이지에서 보았던 드레이크의 눈동자색이었다.
“뭐야······ 여긴 어디야?”
마침내 드레이크의 입에서 명백한 언어가 흘러나왔다.
“정신이 드나?”
내가 웃으며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너, 너는······! 그때 날 죽이려던······? 근데 뭐지, 이 친근한 느낌은? 왜 네 녀석이 내 주인님처럼 느껴지는 거야? 내 주인님은 베히모스님······.”
“지금은 내가 네 주인이야. 어쨌든 다시 만나서 반갑다. 자, 좌회전!”
“어, 어······?”
녀석이 매우 얼떨떨해하면서도 내 말에 따라 왼쪽으로 몸체를 틀었다.
“좋아, 말 잘 듣는군.”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전부 계획대로였다.
이벤트 아이템에는 저마다의 능력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밝혀진 정보를 조합해 한 가지 시도를 하는 중이었다.
밝혀진 것 중 하나가 바로 제1스테이지에서 ‘꿈의 조각’을 사용해 얻는 [영혼을 담는 병]의 능력이었다.
이 [영혼을 담는 병]에 눈물을 담아 제2스테이지에서 영혼을 잃은 몬스터에게 떨어뜨리면, 눈물에 담긴 영혼이 그 몬스터에게 스며들게 된다.
즉 나는 알파 드레이크의 눈물을 담았었기 때문에, 알파 드레이크의 영혼이 이 드레이크에게서 눈뜬 것이다.
“베, 베히모스님은 어떻게 된 거냐?”
“글쎄······. 아마 레비아탄에게 진 다음 어디 짱박혀서 울고 있는 것 같은데.”
“레비아탄이라고? 그 악마가 깨어났단 말이냐?”
“깨어나다니? 어디서 잠자고 있기라도 했어?”
“녀석은 호시탐탐 이 섬 전체를 차지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베히모스님은 맨날 노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섬 어딘가에 놈의 마수가 뻗치지 않을까 살피고 다니는 일을 하셨지. 놈이 섬을 차지하면 우리들은 영혼을 잡아먹히고 모두 놈의 꼭두각시가 되거······든······?”
“그래,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야.”
“어, 어떻게······. 중앙화산의 [소울 스톤]이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으, 응······?”
“아, 넌 [소울 스톤]이 뭔지 모르겠군. 우리 섬을 수호하는, 베히모스님의 힘의 정수다. 그것이 있음으로써 우리 섬이 레비아탄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었다. 우리 세 수호종이 있는 것도 그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듣자 하니 [소울 스톤]이 사라지면 레비아탄이 깨어나기라도 하는 것 같다.
‘잠깐, 그럼 제2스테이지에서 레비아탄의 힘이 강해진 것도 그 영향······?’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전생에서 고려 클랜 또한 [소울 스톤]을 얻어 레비아탄을 사냥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제1스테이지는 지금쯤 뭔가 난리가 났을 것 같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전생에서야 고려 클랜이 막판에 [소울 스톤]을 얻고, 그 직후 제2스테이지를 클리어했으니 제1스테이지에 어떤 영향이 왔어도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1스테이지에서 이변이 일어나 더욱 클리어가 힘들어지기라도 하면,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어떤 돼먹지 못한 망나니가 [소울 스톤]을 건든 건······.”
“조, 조용히 하고 이거나 먹어라!”
나는 주머니 속에서 마지막 이벤트 아이템, [드레이크족의 종족석]을 꺼내 녀석의 이마에 박았다.
“음······.”
녀석이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종족석을 받아들였다.
내 계획의 마지막 단계가 시작되었다.
나는 긴장되는 눈으로 양상을 지켜보았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들어맞을지는 결과를 눈으로 봐야 알았기 때문이다.
보라색의 종족석을 박은 녀석으로부터, 보라색빛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마침 이쪽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던 드레이크들에게도 그 빛이 닿았다.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으음······.”
“여기가 어디래?”
하나둘 제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됐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제2스테이지에서 획득할 수 있는 일부 아이템에는 ‘몬스터 종속 능력’이 있다.
-[눈물]로 영혼을 되찾은 몬스터가 [종족석]을 착용하면 알파가 되며, 알파의 영향력이 닿은 주변의 모든 동족이 함께 영혼을 되찾게 된다.
전생의 헌터들이 찾아낸 히든 피스(Hidden piece)들.
이 조각들을 조합한다면?
‘해당 종족 전체를 지배할 수도 있다.’
이벤트 아이템으로 세 수호종 중 한 개체를 종속시킨다.
종속시킨 몬스터의 영혼을 [눈물]로 일깨운다.
그리고 그 몬스터에 [종족석]을 박아 종족 전체를 일깨우고, 지배한다.
이미 알파가 내 명령에 따르는 상태이므로 종족 전체가 내 지배하에 따른다.
이것이 내가 이론적으로 세운 계획이었다.
세 수호종의 힘은 막대하다.
섬의 다른 몬스터들은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우군 삼아 레비아탄을 대적한다면, 확률은 한없이 올라갈 터였다.
나는 드레이크들을 조종해 일행 곁으로 내려앉았다.
“성공했군요!”
강하나가 기쁨의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네, 첫 번째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고르곤’과 ‘어스 펭귄’을 찾아서 종속시킬 차례입니다.”
나는 ‘어스 펭귄’을 떠올리며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꼬맹이 녀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동족에게 따돌림받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을 희생해 자신을 따돌리던 원흉인 동족의 알파, 자신의 어미를 살려내고 죽은 녀석.
그 녀석의 영혼이 내 손안에 있었다.
하지만······.
‘사용하기 싫다······.’
이걸 사용하면 분명 어스 펭귄족을 지배하에 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사용하지 않고 아이템의 형태로 그대로 던전 밖으로 들고 나간다면 어쩌면 꼬맹이 녀석을 살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녀석의 영혼이 담긴 병은 ‘영혼의 일부’가 담겼다는 다른 두 병과는 달리 ‘온전한 영혼’이 담긴 병이라지 않은가.
어쩌면 이걸로 녀석을 현실에 다시 데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미련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강하디강한 레비아탄의 모습이 떠오르며 고개를 저었다.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조리 사용해도 해치울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이 병을 사용해야 했다.
‘미련 버리고.’
김칫국은 나중에 마시고 일단은 그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마 세 조각으로 나뉜 화산 지역에서 한 조각당 한 종족씩 있을 것이다.
크르르르!
뒤쪽 저 멀리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타세요!”
나는 우리에게 복종하는 드레이크들의 등에 일행을 태우고, 다른 화산 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를 멀리서 쫓던 몬스터들은 닭 쫓던 개들이 되어 멍하니 우리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 * *
“쿠르르륵!”
투레질을 하는 수십의 고르곤들이 제 눈빛을 되찾았다.
자기 몸통보다 큰 뿔을 단, 코뿔소를 닮은 몬스터인 고르곤들이 일제히 눈빛을 되찾는 장면은 우리가 한차례의 고비를 더 넘었다는 것을 뜻했다.
“후우.”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앙화산의 다른 갈라진 틈에서 서식하던 두 번째 수호종, 고르곤들 또한 복속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레비아탄은 자신이 직접 나서는 대신 몬스터들만으로 우리를 처리하려고 마음먹은 듯했다.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놈은 직접 나서는 대신 온 섬의 몬스터들을 우리에게로 보내고 있었다.
내가 지닌 베히모스의 소울 스톤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놈, 영악해.’
레비아탄은 보스 몬스터답게 지능이 매우 뛰어났다.
무엇이 자신에게 해가 될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우리를 상대해야 할지 철저히 계산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다른 모든 몬스터가 우리에게로 몰려들 당시, 우리가 중앙화산의 다른 구역에서 고르곤들 반대로 우리 일행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그냥 도망치는 것도 아니라 도망치는 뒤로 얼음의 가시밭길을 만드는 바람에 애를 먹을 뻔했다.
레비아탄이 우리가 드레이크들을 어떤 식으로 복속시켰는지 알아채고 수작을 부린 게 분명했다.
다행히 공중에서 드레이크들을 타고 고르곤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한 우리는 고르곤들마저 복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시 뵙게 되는군요.]중후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울렸다.
“알파 고르곤······?”
[예, 저를 패배시킨 강자시여. 다시 붙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아니, 잠깐. 지금은 너랑 싸우러 온 거 아니거든?”
“그래그래, 레비아탄하고 마음껏 싸우게 해줄게.”
목소리는 중후한 주제에 ‘싸움! 싸움!’만을 외쳐대는 알파 고르곤을 달래며 마지막 수호종인 어스 펭귄을 찾아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휘이이잉-
한차례 세찬 바람이 몰아치더니,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차게 휘날리던 눈발이, 순식간에 물방울로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