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90
기계신과 함께 – 090
‘어! 지금 당장.’
내 대답과 동시에, 주변을 둘러싼 막대한 빛과 열에너지가 펜던트 속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무시무시한 속도.
일시적으로 주변이 에너지 진공상태에 빠져 버렸다.
온몸이 빠르게 식어가며, 붕괴되었던 세포들이 급속도로 재생된다.
주변의 모든 에너지가 펜던트 속으로 스며들기까지는, 그야말로 ‘찰나(刹那)’.
핵폭발로 인한 모든 빛과 열기가 꿈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온세상이 멈추어 버렸다.
[······에너지 흡수 완료. 에메랄드의 서가 개방되었습니다. 현재 에너지로 개방 가능한 단계는 1단계입니다.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면 에메랄드의 서는 자동으로 발동 종료됩니다.]펜던트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눈을 뜬 나는 눈앞에 펼쳐진 황홀경에 넋을 잃었다.
내 몸이 초록색의 공간에 한가운데 둥둥 떠 있었다.
몇 평 안 되어 보이는 초록의 공간 속에는 금색의 문양, 아니, 글자가 공간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이 광경, 어디서······.’
순간 기시감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나는 의문을 가지는 순간 그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래······.’
떠올랐다.
‘회귀 직전에······.’
이 광경, 기계룡과 자폭할 때, 하얀 섬광에 휘말릴 때 언뜻 본 광경과 같았다.
내가 재현하려던, 그리고 지금 재현해 낸 광경은 바로 그때의 광경이었다.
그때도 분명 기계룡과 자폭하며 생긴 에너지가 목걸이 속으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
그때의 기억이 살아나자마자 내 영혼은 그게 ‘정답’임을 직감하고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나는 당시 이 공간에서 한 가지 지식을 얻어내었다.
무슨 지식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근거 없는 확신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회귀에 대한 단서.’
여기에서 얻은 회귀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 이 시대로 되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한 가지는 분명해.’
여기에서 얻은 지식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깨끗하게 잊어버린다는 것.
회귀에 대한 지식도 그래서 잊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대신.’
이곳에는 무한한 지식, 세계의 모든 비밀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회귀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내게 필요한 지식을 얻어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사방에서 떠돌던 금빛의 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한 수많은 금빛의 글자들이 아무것도 없던 초록빛 공간에서 무더기로 생성되었다.
글자들이 더욱 많이 만들어질수록, 움직이는 속도 또한 빨라져 갔다.
사방에서 생성되는 금빛 글자들이 마치 수챗구멍에 빨려드는 물처럼 휘몰아치며 내 몸속으로 빨려들었다.
새로운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샘솟아났다.
나조차도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기술이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 재구성되어 갔다.
주륵.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은은한 열감으로 온몸이 달뜬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정보량을 받아들이는 내 머리가 과부하걸리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고 황홀한 ‘앎’의 시간.
그리고.
‘알았다······!’
마침내 머릿속에 한 기계의 도면이, 그 모든 작동 원리가 정확하게 입력되었다.
[아르카시아의 공간주머니] 속에서 수많은 아이템들이 빠져나와 저절로 움직였다.아직 쿨타임인 [기계변환]이 어째서인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템이 해체되고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더러는 해체된 파편의 일부가, 더러는 전체가 움직여 새로이 만들어지는 아이템의 파츠를 이루어갔다.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었습니다.]슈리의 목소리와 함께, 나를 감싼 기적이 사그라들었다.
금빛 글자와 초록빛 세상이 다시 펜던트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비 내리는 어둠이 다시 내 주변을 장악했다.
그리고 멈춰 있던 현실이, 제 속도를 되찾았다.
갑작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현실이 들이닥쳤다.
방금 있었던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내 손에 완성되어 들려 있는 이 아이템이, 마치 올림픽 성화봉을 네 배 정도로 확대한 것 같은 모양의 이 기계가 그것이 꿈이 아니었단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아이템에서 레비아탄에게로 옮겼다.
눈앞에는 레비아탄이, 몸의 일부가 사라진 모습으로 떠 있었다.
핵폭발에 의해 얼굴을 비롯한 몸의 일부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날아가 버린 몸의 단면에서 경악스러운 속도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소울 스톤은 손상을 입지 않았나 보군.’
애초에 엄청난 양의 얼음으로 몸을 감싸고 있던 데다, 슈리가 ‘에메랄드의 서’라 부른 이 목걸이가 폭발 에너지의 대부분을 흡수한 덕에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듯했다.
레비아탄의 거대한 눈이 다시 나를 향했다.
녀석과 나는 동시에 움직였다.
레비아탄이 거대한 얼음 무더기를 만들어 내게 내리꽂는 순간,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아이템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내가 손에 든, 올림픽 성화봉처럼 생긴 거대한 막대기의 끝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순식간에 하늘의 구름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솟아오른 형상 그대로 내 손끝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빛으로 된 거대한 검이었다.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빛의 검.
내가 그 검으로 만들어낸 동작은 단순했다.
나는 이미 내 머리 위의 하늘을 뚫고 올라가 있는 그 검을, 그대로 앞으로 내리그었다.
레비아탄의 두 눈이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
소리 없이.
거대한 빛의 궤적을 따라.
구름이.
산이.
그리고 레비아탄이.
자신의 소울 스톤과 함께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내 앞에 한 줄기 지평선이 생겨났다.
하늘을 온통 메운 거대한 비구름을 양분하는 새파란 하늘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지긋지긋하던 빗줄기와 암흑을 걷어내는 햇빛이 그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이었다.
스르르······.
제 역할을 다한 빛의 검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내 손에서 빛을 내뿜던 기기 역시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그리고 소울 스톤을 잃은 레비아탄도.
쩌저적.
얼음처럼 깨지며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2스테이지의 악몽 레비아탄을 처치하셨습니다.]꿈 같은 메시지가 머릿속을 울려 퍼졌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목소리라,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 잠깐 꿈을 꾼 것인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메시지들이 내게 지금 이 상황이 현실임을 계속해서 일깨웠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악몽으로부터 깨어났습니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이 클리어됨에 따라 10분 후 던전 속에 계신 모험가님들이 차례로 퇴장됩니다. 그 전에 카탈로그 속 아이템 구매를 완료해 주십시오.] [대마수 베히모스가 자신의 주변 지역에 축복을 내립니다.] [앞으로 1년간 대마수 베히모스의 반경 100km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던전에서 획득되는 카르마 포인트가 2배로 늘어납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악몽을 몰아내는 데 공헌한 자들에게 공헌도에 걸맞은 보상을 선물합니다.]여기까지가 공통적으로 들려온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다음부터는 내게만 들려오는 메시지.
[모험가 신무결 님께서는 베히모스의 악몽인 레비아탄을 물리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대마수 베히모스가 최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고민합니다.]‘······고민?’
이럴 줄은 몰랐던 나는 살짝 당황했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며 나오는 보상이 고정되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무전음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신무결 씨!
-무결 씨! 해냈군요!!
-오빠! 무사해요? 엉엉.
-형! 혀어엉!!
한서후와 강하나, 김소유, 김치우의 목소리였다.
“네네, 무사합니다.”
내가 웃으며 무전을 받아주었다.
-당신, 해냈군. 진짜 해낼 줄은 몰랐는데.
구자운의 삐딱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삐딱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안도감은 분명했다.
-미친!! 형, 그거 뭐였어요? 하늘에서 번쩍인 그거!! 형이 한 거 맞죠?
김치우가 흥분돼 미치겠다는 태도로 물어왔다.
다른 일행들도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왔다.
-맞아요! 저도 봤어요!! 오빠 진짜진짜 대단해요! 그거 진짜 뭐예요?
김소유의 흥분한 목소리.
-저는 설마 자폭이라도 하시려나 했는데, 그런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니. 진작 말씀 좀 해주시기 그랬어요.
강하나가 살짝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우리 언니 아까 오빠 죽은 줄 알고 울었······ 읍읍.
-무결 씨, 지금은 정신없으실 테니 나가서 얘기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아직 보상 정산이 안 끝나서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정산이요? 아, 아무튼 알겠습니다! 이따 봬요!
강하나 일행에게서 정신없는 무선이 끊겼다.
나 또한 무선을 차단하고 이어지는 메시지를 기다렸다.
어떤 보상이 들어올까 기대하며.
그런데.
“끼익.”
내 옆의 땅이 불쑥 솟아나며 뭔가가 땅에서 튀어나왔다.
“······꼬맹아.”
새끼 알파 어스 펭귄이었다.
녀석은 땅에서 나오자마자 내 다리를 작은 양팔로 붙들었다.
“끼잉끼잉.”
그리고 고개를 부볐다.
꼭 가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녀석을 데리고 나가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인간의 적인 몬스터이지 않냐고?
이제는 그런 것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언제부터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고 살았는지 싶다.
내게는 곧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할 것’.
인류의 구원도, 던전의 클리어도 어찌 보면 이 명제 앞에선 우선순위를 잃는다.
그런데 도대체 몬스터가 뭐라고, 던전 속 인물이 뭐라고 내 자신과 그렇게 선을 긋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
그게 내가 이제까지 세상을 살아왔던 방식 아니었던가.
나는 내 다리에 대고 안타깝게 얼굴을 비벼대는 녀석을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다시금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던전 [베히모스의 꿈]이 월드화됩니다.]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가 모험가 신무결 님에게 귀속됩니다.]‘역시 첫 번째 보상은 전생에서와 똑같네.’
그렇게 생각할 때, 손 위에 환한 빛과 함께 갈색의 카드가 생성되었다.
당장 [하늘의 눈]으로 그것을 살펴봤다.
-이름 : 베히모스 월드의 마스터키
-희귀도 : 유니크
-상태 : 모험가 신무결에게 귀속
-설명 : [베히모스 월드]로 통하는 마스터키. 월드의 입구를 원하는 곳에 설정할 수 있다. 월드 출입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의지에 따라 소환/소환 해제할 수 있다.
‘좋았어.’
가장 원하던 것이 일단 손에 들어왔다.
이것을 얻은 것만으로 이 던전에 들어온 값은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소환 해제.”
시험 삼아 마스터키를 소환 해제해 보았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드 형태의 마스터키가 팟! 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소환.”
다시 마스터키를 소환하자 손 위에 갈색 카드가 생성되었다.
“편리하군.”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원하는 이벤트 아이템 하나를 선택해,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가실 수 있습니다.] [선택하신 이벤트 아이템의 성능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