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9
6화-
“우리 애기들 데려올 걸 그랬 나?”
‘렛’이 인상을 살짝 쓰면서 말하 자, ‘샤를’이 그녀의 미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아니.”
아기? 아기라고?
아네스는 둘이 부부이며 아이까 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 했다.
“그것들 데려왔다면 여기도 요정 왕이 있느냐고 난리가 났을 거 야.”
“그러니까 데려왔으면 좋아했을 거 같아서요.”
“……하긴 난리가 나면 그대는 좋아하겠어.”
“좋죠, 물론. 우리 애기들……, 맨 날 사고 치지 말라는 소리만 듣는 데, 이런 데서라도 마음껏 요정의 힘을 쓰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은 혼란스러운 상태의 아네스가 잠시 멈칫했을 만큼 사랑스럽게 빛났 다.
하지만 듣다 보니 이상했다.
‘자기 아이들이…… 요정이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아네스가 답지 않게 몸을 움츠 렸다.
험한 생을 살면서 단 한 가지 종류의 인간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피하고 봤었는데, 그게 미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설마하니 그 말이 진짜일 거라 고는 생각하지 못하고서, 아네스 가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서 떨어 질까 고민하던 차.
“무슨 얘기 중이었어?”
분홍머리를 가진 남자가 몽롱한 말투로 물으며 뿅 나타났다.
“왔어?”
“응. 끝까지 안 가려는 놈이 하 나 있어서.”
“……플레타 영애의 괴려…… 엄 청난 능력을 보고도 도망을 안 친 인간이 있단 말입니까?”
“재상, 영애가 너 노려보는데.”
일행들은 아주 익숙하게 그를 반겼다.
아네스가 얼떨떨한 눈으로 남자 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러다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아까 막 도착했을 때의 일행 중에 저 남자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면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 난 거지?’
그러니까, 밖에 한 놈이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했었나.
아네스는 멍하니 플레타 영애의 괴력으로 만들어낸 흙벽을 바라보 았다.
땅을 쳐서 만든 벽이 그들과 추 적자들의 사이에 세워져 있어서 벽 밖의 추적자들 쪽의 사정은 지 금은 알 수 없었다.
‘다 갔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남았었는데?”
“뭐지, 그……, 회장님? 쟤가 그 렇게 불렀던 인간.”
그의 말에 아네스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하긴, 책임감 강한 그라면 도망 을 치지는 않았겠지.’
그때 분홍머리의 남자가 터덜터 덜 다가와 털썩 주저앉더니, 그런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 다.
분홍색 눈동자가 꽃잎 같았다.
‘신기하다. 요정이 있다면 딱 이 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 남자가 입 을 열었다.
“그래서 요정왕이 남긴 게 저거 라고?”
“아까 무슨 얘기 중이냐고 묻더 니, 다 들었잖아, 바바.”
이름이 바바인가 보다.
‘이름도 요정 같잖아?’
이 사람 때문에 요정이라는 것 에 대해 저런 반응들을 했던 걸 까.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곤란하네.”
그때 상념을 끊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빨리 처리를 해야 하는데. 너희 왜 그렇게 한가해?”
“처리라니.”
저도 모르게 그리 답하며 경계 를 하자, 남자가 손사래를 치며 아네스에게 말했다.
“아, 살벌한 의미는 아니야……, 그냥 말 그대로 일 처리를 말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더 긴장하지 않 을까, 바바?”
“모르겠다, 너희가 말해……
금세 의욕이 사라진 맹한 얼굴 로 ‘바바’가 툭 일어나 ‘클로버’ 옆 에 앉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누구도 그 처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요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 작했다.
“여기서 요정왕의 흔적을 보다 니. 신기하잖아요. 역시 불러오 죠.”
“요정님들을 보는 겁니까?”
“……재, 아니 클로버. 처음엔 꽤
우리 애기들을 좋아했던 것 같은 데 왜 반응이 그렇게 떨떠름해 요!”
“미친 듯이 좋아한 건 루만 배 액……놈이고 전 이제 그들이 사 고뭉치로만 보이거든요.”
그때 플레타 영애가 외쳤다.
“저는 뵙고 싶습니다! 요정왕님 들을!”
“그치! 그래야죠! 역시 그린골 드!”
“플레타! 영애라니까요! 이젠 알 면서 그러십니다!”
“아, 드디어 내가 알던 모습이네 요. 성질을 안 부리는 플레타 영 애라니 좀 어색했다고요.”
부들부들 떠는 플레타 영애를 보며 ‘렛’이 헤실헤실 웃었다.
‘샤를’이 그런 ‘렛’을 아주 달콤 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세상은 ‘렛’과 그 외의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 각이 들 정도로 맹목적으로 느껴 지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네스는 입 을 살짝 벌렸다.
어디서부터 끼어들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모종의 일 처 리를 위해 여기 있는 건데, 그게 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아무래도 그게 가장 신경 쓰이 지만, 그에 못지않게 신경 쓰이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저 영애는 귀족이라는 말인데,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경어를 쓰 고 있지.’
나이가 보기보다 어려서 그럴지
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다 른 이들의 지위가 더 높거나.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잖아?
‘묘하게 깍듯해.’
방금 영애가 울컥한 모습을 보 고 나니 차이가 확실하게 다가왔 다.
‘그러니까…… 저 렛과 샤를은 적 어도 영애에게 있어서 주군, 같
보니까 클로버라는 사람도 두 사람을 대할 때는 뭔가 다르다.
귀족이 주군으로 대할 대상이라 면 하나뿐인데.
‘게다가 지금 보니까 저 외모들, 내가 알고 있는 서대륙의 그들과 묘사가 일치한단 말이지.’
서대륙의 그…… 칼리오르의……오
아네스는 더는 생각을 잇지 않 으려 애쓰며 요정같이 생긴 ‘바바’ 를 바라보았다.
……저들이 아네스의 짐작대로의 신분이라면, 그런 저 두 사람에게 편하게 대하는 저 인간은 정체가
뭐지?
‘뭐, 대신관쯤 되려나?’
소름이 돋았다.
그냥 던져본 생각인데 너무 가 능성이 높아서.
아네스는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세 번째로 경악하고 있 는 정보를 떠올렸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가장 뒤 에 생각을 하게 된 정보.
‘요정왕 분들이라니?’
요정? 진짜, 요정?
“잠깐. 잠깐만요.”
아네스는 결국 손을 번쩍 들었 다.
정체 모를 강자들이기에 가능하 면 순순한 모습을 보이고자 했지 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요정을 진짜 본 적이 있으신 겁 니까?”
“……지금 궁금한 게 그거라니, 희한한 사람이네요.”
플레타 영애의 말에 클로버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공감을 표했
다.
“하지만 방금 진짜 요정이라고, 아니, 요정왕이라고 하셨지 않습 니까!”
“그……
눈을 깜박이던 ‘렛’이 입을 열었 다.
“왜 그래요. 살면서 요정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처럼.”
당연히 본 적 없죠! 누가 요정이 랑 삽니까! 여기가 동화 속인가?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렛 옆 의 샤를이 힐끔 보는 눈빛이 워낙 살벌해서 가까스로 외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실례를 했습니다.”
“아니에요, 놀란 것뿐인데요, 뭐.”
아네스 던은 치열한 고뇌 끝에 말했다.
“혹시 그렇다면, 요정왕 분들…… 의 도움을 구할 수 있을는지요.”
“흐음, 어떤 도움이요?”
렛이 묘하게 웃으며 물었다.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그 얼굴을 보자 어쩐지 긴장이 되었 다.
알수 없는 압박감에 아네스는 확신했다.
분명해. 풍기는 기세가 확실히 남다르다. 이런 기세를 자유자재 로 조절하며 상대에게 영향을 끼 칠 수 있다니, 저 렛이라는 사람 도 샤를만큼의 강자인 것이 분명 하다.
저런 사람들이 그저 미친 사람
들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저들은 정말로.
“……저희 왕국에는 요정왕의 유 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엘프의 모습을 한 요정왕이었다고 하는 데……오 이름마저 남아 있어서 왕 국민들에게 가장 큰 인지도를 갖 고 있는 요정이죠.”
그러니까, 전설로서의 인지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설이 실제가 된다면.
“오오, 이름이 뭔데요?”
“첸 크라이스트…… 라고 하더군
요.”
“모르는 이름이네. 근데 요정 이 름 치고는 되게 사람의 이름 같네 요.”
“그래서 사실 요정왕이 아니라 엘프이거나 사람이었을 거라고 하 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게 정설에 가깝죠. 다만.”
아네스는 어린 왕을 밀어 넣고 닫았던 구멍 쪽으로 시선을 돌렸 다.
그것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조금 허하게 웃으며 그녀가 말했
다.
“그 첸 크라이스트가 남긴 〈바 람의 종〉이 울리면 일시적으로나 마 반역자들을 왕궁에서 물릴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왕권도 순식간에 회복될 것이다.
이곳은 요정의 축복으로 이어져 온 나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곳 이었다.
아무리 부패했다고 해도.
“그 종을 울리려면 왕궁에 잠입 해서 요정왕이 남겼다는 관문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금껏 어떤 사 람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하는 건 데……, 요정왕분들이라면 통과하 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하여 종이 울리면.
적어도 어린 왕이 왕으로 서기 까지 목숨의 위협을 받지는 않을 것이니.
‘어쩌면 요정왕들의 도움으로 10 년의 수행 이후 나왔을 때까지도 왕 없는 왕위가 지켜질 수 있을지 도 모르고.’
그도 아니라면 갇힌 것이나 다름
없는 저 구멍과 황궁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을지도……,
‘어떻게 해결이 되든, 그리되면 나는 할 일을 다 한 것이 되겠 지.’
그러면 다시 볼 친우들에게 부 끄럽지는 않겠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도 남지 않 은 삶에 미련은 없었다.
죽음은 오히려 안식이 될 것이 었다.
“그러니까, 우리더러 왕국의 내 전에 끼어들어 달라?”
상념을 끊으며, 렛이 물었다.
“홈, 대가는요?”
“저와 관련된 여러분의 그 ‘일’이 라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죠.”
묘하게 다루기가 까다로워서 잘 쓰지 않았던 힘을 떠올리며, 아네 스가 말했다.
“어떤 일이든 쓸만한 모습을 보 여드리겠습니다.”
렛의 얼굴이 약간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변했다.
눈을 반짝이던 그녀가 샤를을 힐끔 보고 클로버와 바바, 플레타 영애 쪽도 한 번씩 보았다.
그녀의 눈짓에 다들 멈칫했다.
“좋아요. 우리 일에 협조해준다 면야. 아 그럼 우리 애기들도 다 불러와야겠네. 이제 다 동의하 죠?”
“렛. 당신이 원한다면야.”
샤를이 픽 웃으며 렛의 볼에 가 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런 그들을 동경의 눈으로 보 며 웃거나, 한숨을 쉬거나, 치를
떨며-대체 왜?-,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쉽게 떨어진 허락의 말에 아네스는 잠시 얼떨떨해했 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 아주 힘찬 몸짓으로 감사를 표했 다.
“감사합니다! 당분간 잘 부탁드 립니다.”
그리고 딱 한 시간 뒤.
그녀는 진짜 요정을 보았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