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4
19화-
“지난번엔 하도 기가 막혀서 넘어 갔지만, 이번엔 달라요.”
그러니까, 누구더라?
“죽을래? 라니. 그런 천박한 단어 를 쓰다니요!”
“ 아.”
기억났다.
나는 그제야 혼자 방방 뛰고 있는 영애를 기억해 냈다.
지난번 와인 드레스 사건을 저질 렀을 때 무도회에서 시비를 걸었던 세 영애 중 하나였다.
신호등 색이었던 영애들!
“초록불 영애였군요.”
“뭐, 뭣! 제 머리는 초록색이 아 니라 그린골드예요!”
마치 일생일대의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그린골드 영애가 외쳤다.
나는 그렇구나, 하고 응수해 준 뒤 지나가는 듯이 물었다.
“혹시 영애.”
“ 뭐죠?”
“여기가 길 위라는 걸, 지금 알고 있는 거지요?”
사실 난 이 영애 이름도 성도 모 른다. 심지어 스칼렛의 기억 속에 서도 본 적이 없어!
물론 기억이 다 완벽한 건 아니겠 지만 말이다.
내 말에 그린골드 영애가 멈칫했 다.
나는 일단 약혼녀 디씨가 거절된 일로 조금 힘이 빠진 상태였기 때 문에, 그녀의 시비에 부드럽게 응
수하기로 했다.
“그린골드 영애.”
“페리도트 플레타예요! 페리도트! 플레타!”
깜짝이야.
“당신은 늘 그렇죠! 고고한 아르 만 가문의 영양이랍시고 갖은 패악 은 다 떨면서. 저 같은 건 인간 취 급도 하지 않잖아요? 이름도 기억 하지 못할 만큼!”
요 우아
어디의 유명인이라도 되시는 걸 까, 이 영애.
“몇 번이고 말했는데!”
“네……?”
나는 조금 넋이 나가 있었던 정신 을 재빨리 수습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딱 한 발짝, 뒤 로 물러났다.
“그린골드…… 아니, 플레타 영애. 제가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진실하게 답해 줘요. 알았어요?”
붉어진 얼굴로 식식거리던 영애는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분 위기를 잡자 당황했다.
“뭐, 뭐예요?”
“혹시…… 이거 고백인가요?”
요 99
영애는 잠시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흥분하며 삿 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뭐라는, 너!”
“아니…… 이름을 안 외워 줬다고 지금 되게 슬퍼하는 것 같아서요.”
“악! 아니, 이런!”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영애는 제 가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거
든요. 친구로든 뭐로든.”
한 적도 없는 고백을 거절당하고,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친구 신청도 거절당한 플레타 영애가 눈시울을 붉혔다.
“저런. 울지는 마요. 아까도 말했 지만 여긴 길거리랍니다.”
얼굴이 시뻘게진 영애를 뒤로하 고, 나는 유유히 집으로 향했다.
사실 플레타 영애를 그 길로 다시 는 보지 않게 될 줄 알았었는데.
그래. 좋은 예감은 들어맞은 적이
없더라!
다음 날. 또 다음 날.
벌써 세 번을 마주쳤다.
심지어 같은 곳으로 가는 것도 아 니었다.
물을 주는 건 매일 할 일이 아니 었으니까.
그냥 공작을 골탕 먹일 준비물을 몰래 사려고 직접 나왔을 뿐인데.
오늘도 마주친 플레타 영애의 모 습에 나는 일단 뒤돌아서 튀었다.
그리고 지금.
“아, 좋다.”
마지막 잔금 지불을 하기 전날에 들른 곳이었다.
지난번 우연히 찾아 낸 꽃밭인데, 무언가 신기했다. 마음이 편안해지 기도 하고, 여기 온 날은 잠이 잘 오고는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또 그 영애를 만났다.
이번엔 무려 내 세이프 존과 가까 운 곳에서.
‘이거 스토커 아냐?’
“알아요? 영애는 오래 살지 못할 거예요.”
간도 크지.
아무리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대 놓고 대낮에 거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 말은 아닐 텐데.
폭군의 약혼자들이 다 죽었단 얘 기 말이다.
나는 이번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자는 척을 했다.
“드르렁, 커커커커.”
눈을 뜨고서.
걸으면서.
그러는 채로 그녀를 지나쳐 갔다.
“무, 뭐 하는…… 미쳤어요?”
“영애는 모르나 보네요. 눈 뜨고 자는 사람도 있다는 거. 저도 그래 요. 지금 자는 중인데 매너 있게 좀 굽시다.”
플레타 영애는 그 초록색 머리채 가 파들파들 떨릴 정도로 분노했 다.
“이런 무례한!”
말도 안 통하고.
얘가 진짜 왜 이러는지 처음엔 알 수가 없었는데, 루시가 그러길 아 르만 가문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난 이해를 포기했다.
대신 코를 고는 것이 백번 나았 다.
왁왁 거리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 는 플레타 영애의 목청은 정말 컸 다.
이미 길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
은 소리는 이제 내가 이겨 먹어야 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냉혈한! 무도한! 말도 통하지 않 는군요!”
“커컹, 끅, 푸후…… 커커커커.”
그리고 그 배틀의 끝에서.
나는 승리를 쟁취했다.
우연히 마차에서 내리다가 그 모 습을 모조리 목도한 클로버 재상과 루만 백작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한창 통화 중이었던 통신구에서 그들의 또 다른 지기이자 동료인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네들. 혹시 지금 돼지우리 옆 에 있나?
둘 중 누구도 쉬이 답을 하지 못 했다.
다음 날.
1호의 보고서를 읽으며 그의 구두 보고를 함께 쭉 들은 뒤, 황제가 말했다.
“똑같군.”
그가 보았던 미친 모습 그대로였 다.
근래 들어 조금 변한 것 같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도 아니었 고. 그렇다면 본래 성격이 그렇다 는 말이다.
사실 그는 조금 재미있어 하고 있 었다.
‘갖고 놀았다니.’
상상도 못한 표현에 입꼬리가 살 짝 떨렸다. 1호가 그걸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 폐하.”
1호가 물었다.
“혹시 연애하십니까?”
그가 황제와 사적으로는 친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샤를레앙도 검을 휘두르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경은 잠이 덜 깼나.”
“아뇨, 전 멀쩡한데요.”
“나도 멀쩡하다.”
연애를 하면 멀쩡한 게 아니라는 말에 1호가 수긍했다.
‘그럼 그렇지.’
저놈이 연애는 무슨.
1호가 떠난 뒤, 샤를레앙은 픽 웃 으며 보고서를 한 번 더 읽어 보았 다.
사실 1호에게만 이 임무를 준 것
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세 명의 그림자를 동원해, 일반인에게 그녀가 어떻게 대하는지를 확인했으니까.
길을 가다가 만난 소매치기(2호) 에게는 “날이 참 좋네요!” 하고 싱 글벙글 하며 두어 대를 옴팡지게 때려 주었고.
넘어져서 엉엉 울고 있는 꼬마 아 이(3호)에게는 웬 꽃다발을 안겨 주고 지나쳤다.
땅을 계약하러 가는 내내 그녀는 콧노래를 불렀다. 주변 시선은 아
랑곳 않고서.
“돌아가는 건 직접 볼까.”
만나면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켜보던 그림자들이 경악하는 줄 도 모르고, 샤를레앙이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땅의 잔금을 지불하는 날 이었다.
은행에서 처리를 끝낸 나는, 비로
소 완전히 내 땅이 된 곳에 들렀 다.
‘그 스토커 같은 영애도 퇴치했겠 다. 좋아. 착착 진행되고 있어.’
마음에 드는 꽃밭에서 놀다가, 마 침 갖고 있던 씨앗들을 마저 다 심 고 물을 주는 데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어……:
갑자기 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자 햇빛을 등지고 선 남자가 보였다.
샤를레앙?
“ 폐하?”
“뭐 하는 거지?”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 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나는 나를 뚫어져라 보는 그를 멀 뚱히 보다가, 히 웃고 말았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땅 할인해 줄 것도 아니라면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해야지, 하면서.
그러니까, 차이기 위한 미친 짓 말이다.
“과일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왜‘?”
한 템포 늦게 그가 물었다.
그러더니 쪼그리고 있는 내 옆에 다가와 함께 앉는 것이었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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