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6
8 화-
차곡차곡 흑역사를 적립하고 있는 성인 남성을 향해 묵념한 뒤.
나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잽싸게 튀어 버렸던 것이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공작이 내리 자마자 뺨을 때릴 기세였으니까.
그걸 왜 맞고 있어.
튀어야지.
대놓고 피해 버렸더니, 살진 돼지
같은 공작은 금세 지쳐 버렸다.
죄목을 붙여서 끌고 오기에는 오 는 내내 내가 은근하게 말한 ‘황제 의 약혼녀에게 함부로 하지 마라.’ 라는 말이 걸렸을 테고.
‘차이기 전까진 저 말이 날 어느 정도 보호해 줄 수 있겠어.’
차인 후엔 튀어야겠지만 말이다.
“아, 아가씨? 이게 무슨……!”
“응, 루시! 잠깐만, 이거 받아 가.”
“헉, 아가씨!”
방문을 다 닫지도 않고 훌렁훌렁 드레스를 벗어 버렸다.
“아, 개운해.”
그리고 그대로 루시에게 건넸다.
“이거 와인입니까? 그런데 왜 이 렇게 쫄딱!”
“그렇게 됐어! 난 그럼 씻을게! 옷은 버려도 괜찮아!”
“ 네에.”
루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하 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목욕을 끝낸 뒤 전 투적으로 침대에 달려들었다.
아, 보람찬 하루였다!
氷 氷 氷
다음 날 아침.
나는 흥겹게 서신을 쓰기 시작했 다.
“칼리오르의 지고하신 태양, 달, 물, 바람, 꽃, 나무, 새 또…… 등등 이신 폐하께.”
한 번의 미친 짓으로 파혼까지 쭉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기대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가능성은 적었다.
‘그렇다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심 한 행동을 할 수도 없고.’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무해하지만 가까이 두기는 싫은 미친 인간 정도로 남기 위해선 이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폭군은 의심도 많은 인물이니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써내려 가는 서신이었다.
용건 자체는 단순했다.
“언제 만날지 정해야지.”
황제와 황제의 약혼자는 한 달에 몇 번 의무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만남에 대한 것을 기록 으로 남긴다.
공개 연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일인지라, 그날로. 됐다.”
하여 꼭 만나야 하는 데이트 날짜 를 정하는 것에 대해, 온갖 미사여
구를 동원해서 서신을 보낸 것이었 다.
앞으로도 이렇게 보내야지.
‘너무 짜증나지는 않게 해야 하니 까, 첫 데이트의 장소와 날짜는 폐 하께 맞추겠다는 말도 썼고.’
아주 좋아. 똑똑해.
나는 뿌듯하게 웃으며 서신을 보 냈다.
“과연.”
답은 어떻게 올까?
만약 이 서신에 일정표로 답장이
온다면, 어제의 행동이 임팩트가 약했다는 뜻인데.
일정표가 오면, 뭐.
더 강렬한 걸 생각해 봐야지.
그가 약혼자와의 일정에 정성을 쏟을 리도 없으니, 대충 궁에서 보 자고 하겠지?
“……어휴. 그냥 파혼장이 딱 와 버리면 좋겠는데.”
그러면 일단 친어머니가 남겨 준 약간의 재산을 들고 가출을 해서, 넉넉한 삶을 위해 돈을 버는 데에 만 집중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서신을 보낸 나는 루시 를 슬쩍 불렀다.
“예, 아가씨.”
“내 장부 가져와 줄래?”
생각난 김에 확인해 둬야지.
스칼렛 아르만의 어머니, 그러니 까 타계한 전 공작 부인이 스칼렛 을 위해 남겨 준 재산.
“여기요.”
“고마워.”
외가가 완전히 망해 버린 터라 전
공작 부인은 물려 줄 것이 약간의 재산뿐이었다.
그래도 그리 적지는 않아서, 원작 의 스칼렛은 그걸로 남몰래 체를라 를 괴롭히기도 했었다.
사람을 고용하거나 고급 약을 구 할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을 다 쓴 후에는 아르 만 가문의 원로들에게 돈을 빌렸 지.’
그 일 때문에 원로들의 죄목에 문 장 하나가 더 추가되었었고.
스칼렛 아르만을 도운 죄 말이다.
“ 흠.”
고맙다는 말만 들으면 얼굴이 묘 해지는 루시가 내 옆에 차를 두었 다.
“오, 고마워.”
그게 은근히 재밌어서 또 고맙다 고 해준 뒤, 나는 다시 장부로 눈 을 돌렸다.
예상했던 대로 애매한 액수였다.
‘일단 공작가를 뛰쳐나가서 독립 을 할 정도의 자금은 아니네.’
가끔 정보를 사거나 고급 독약 같
은 걸 한 번쯤 몰래 공수할 수는 있을 것 같은 수준.
‘이것도 그간 스칼렛이 아껴서 남 은 거겠지만.’
역시, 제대로 벌어야 해.
다행히 내게는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세이프 존.”
정확히 말하면 ‘요람’이라 불리는 불모지.
그것은 마력이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아서 버려진 땅이었다.
마력이 통하지 않으면 건물을 세 우기도 어렵고 묻혀 있는 자원도 없다는 뜻이라 마땅히 쓸 곳이 없 기 때문이다.
‘동식물에게나 안전한 땅이라고 알려져 있지.’
보통 이 세이프 존은 마물의 숲처 럼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 있는데, 오로지 이 황궁 주변 의 세이프 존만이 달랐다.
수도 중앙에 떡 하니 있는 세이프 존이 라니.
쓸모없는 땅이지만 없앨 수도 없
는 땅이라서, 그곳은 일단 황궁의 소유로 되어 있었다.
황궁의 소유임에도 매매가 가능한 유일한 땅이기도 했다.
그것도 굉장히 싸게.
‘그래도 아무도 사지 않지만.’
하지만 원작이 시작되고 얼마 지 나지 않아, 수도의 세이프 존은 단 숨에 노다지로 바뀔 것이었다.
세이프 존에 숨어 살던 요정들이 여주와 엮여 버리기 때문이다.
“요정이라니. 흐흐.”
생각해 보니까 요정을 직접 볼 수 있겠네?
거기다.
“요정에게 인정받으면 아주 좋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물, 요 정석.
나는 그걸 팔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내가 은행에 돈을 찾으러 다녀오 자마자, 황궁에서 화답 서신이 도 착했다.
에이.”
내용은 폭군의 한 달 공식 일정표 였다.
긴 하루였다.
샤를레앙은 어둑한 침실을 둘러보 다가 휘릭 검부터 던져 두었다.
그리고 풀썩.
침대에 잠긴 몸이 무겁다.
몸보다도 눈꺼풀이, 또 그보단 머 리가 무거웠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폐하.”
환하게 웃던 얼굴이 이상하게 눈 부셨다.
막 예쁘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눈이 아린 느낌.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서늘 하게 중얼거렸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
아마도 생전 처음이기 때문일 것 이다.
그에게 그렇게 환하게 웃어 보이 는 사람이라니.
그를 따라다니는 불길한 예언과 소문들.
그리고 짙게 배어 있는 서늘한 살 기는, 누구도 그에게 그렇게 웃을
수 없게 했다.
그에게 호의적인 자든, 악의를 가 진 자든.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 었다. 하여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는데, 그 공식과도 같았던 것 이 오늘 깨져 버렸다.
아니, 사실 그건 사소하게 여겨질 정도로 오늘 그가 겪은 일은 여러 모로 강렬했다.
‘그 윙크를 보고 늘 피곤에 찌들 어 있던 정보부장이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눈을 번쩍 떴지.’
기분이.
나쁜데. 아니,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서늘한 낯을 한 채, 그렇게 한동안 제 기분을 곱씹었다.
그러다가 그는, 그녀를 약혼자로 선택했을 때 의례적으로 조사했던 보고서를 떠올렸다.
그는 늘어져 있던 것이 거짓말이 었던 것처럼, 슥 하고 재빠르게 몸 을 일으켰다.
“스칼렛 아르만.”
그리고 얼마 후.
그는 확신했다.
‘ 엉망이군.’
그녀를 직접 본 것은 오늘이 처음 이었다.
그리고 직접 본 바, 그의 정보부 장이 조사해 올린 이 보고서는 상 당부분 의심스러웠다.
‘ 포악하다고.’
격식을 갖춘 보고서에 포악하다고 기록될 정도의 인간은 드물다.
적어도 그 영애가 그런 인간일 것
같지는 않았다.
한 번 본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 겠지만.
그는 한 번을 보아도 많은 부분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고작해야 외부 활동을 했던 몇몇 일들에 대한 것이니, 정확하기 어 렵겠지.”
아르만 가문은 황가인 칼리오르,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라샤헬과 더 불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이 었다.
비록 이번 대 가주에 이르러 망조
가 들었다고는 해도.
그 저력은 황제조차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표면적인 모습만 조사하 도록 시키기는 했지만, 더 깊이 조 사하라 해야겠어.’
사실 그녀를 약혼자로 정하는 과 정은 쉽지 않았다.
신전이든 귀족이든 저마다의 이유 로 목숨을 걸고 반대를 해왔으니 까.
그럼에도 강행한 것은, 목적이 있 었기 때문이다.
‘아르만 가문을 향하여.’
그녀에게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그는 문득, 그가 꽤 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머릿속으로 파헤치고 있 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파악하고 있기는 했으나, 어쨌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멈칫했 다.
그리고.
그의 보랏빛 눈에 설핏 웃음기가 어렸다.
그는 비로소 결론을 내렸다.
죽이기도 애매하게 미쳐 버린, 그 러나 완전히 맛이 간 것 같지도 않 은 그 이상한 영애에 대해서.
“두고 보도록 할까.”
그래도 오랜만에 시선을 오래 묶 어 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은 그의 곁에 있는 측근 들처럼 그의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유난히 끔찍하게 죽거 나.’
둘 중 하나가 되고는 했다.
다소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그녀를 차분히 주시하기로 결정했 다.
스칼렛 ‘아르만’이 아닌, 스칼렛 자체를.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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