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85
95 화-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공작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대 뜸 소리부터 질렀다.
그리고 흠칫했다.
‘뭐, 뭐야.’
기다란 원탁의 상석, 문에서 가장 먼 자리에 스칼렛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양 옆으로 주르륵 앉은 원로들의 눈빛이.
“이, 큭……/
내리꽂히고 있었다.
마치 아론 아르만이 죽고 그가 가 주의 자리에 앉던 날처럼.
‘ 건방진……
그는 꽉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 다.
저들의 눈빛은 그가 젊을 때부터 변하지를 않았다.
‘늘 나를 저렇게 벌레 보듯이 보 았지.’
그는 그 눈빛들을 보고 본능적으 로 알아챘다.
‘이미 까발렸군.’
스칼렛 아르만이 정말로 자기가 겪은 일들을 일러바친 것이다.
이것은 경험에 의거한 확신이었 다.
저것은 그가 정말 커다란 사고를 쳤을 때 받았던 눈빛들이기 때문이 다.
아론의 연인이었던 그 여자를 공 작 부인의 자리에 앉혔을 때.
그녀가 죽고 곧바로 밀리아를 들 이며 밀리아의 가문의 덕을 보고자 했을 때.
그리고 지금.
‘저년을 인장이고 뭐고 그냥 죽였 어야 했는데.’
원통했다.
미꾸라지 같은 년이 한시도 그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스스로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서, 공작은 분함으로 가득 찼다.
“지금 이 시선들은 뭐지? 감히, 내가 누구라고.”
하여 그는 아주 당당하게 눈을 부 라리며 외쳤다.
일단 원로들의 저 얼음장 같은 시
선들부터 치워야 했다.
“가주가 여긴 어쩐 일이시오?”
그 말이 터지자마자 시디언이 물 었다. 그의 노란 눈이 매처럼 번뜩 이고 있었다.
“뭐라?”
“자기 불리한 일은 귀신같이 알아 채는 인사가 말이오. 감히, 여기에 오다니.”
‘감히’라는 단어에 강세를 주면서, 시디언이 더 강렬하게 그를 노려보 았다.
“그만하시오. 가주에게서 염치를
찾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지 않소.”
디온이 아주 심술궂은 표정으로 시디언을 말렸다.
다른 원로들도 긍정을 표하며 고 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이드리언과 브라이언, 가벤을 제외하고서.
그 셋은 마치 석상처럼 허리를 꼿 꼿하게 세운 채 위압적인 시선을 뚫어져라 보내고 있었다.
가장 약점을 잡기 어려웠던 둘.
그리고 약점을 잡기는 가장 쉬웠 으나, 그것으로 휘두르기 가장 어
려웠던 하나였다.
“이것들이, 미쳤나……
공작은 그 셋의 시선을 뿌리치듯 이 말을 뱉고는, 미친 사람처럼 눈 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콧김을 뿜으며 성큼성큼 스칼렛에게로 다가갔다.
드륵, 드륵.
원로들이 의자에서 일어섰지만, 그는 금세 스칼렛의 앞에 당도했 다.
“네년이.”
그리고 그녀의 멱살을 잡으려던
순간.
“이, 이익!”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에이드리언과 브라이언이 그의 손을 단단하게 쥐 고서 눈을 맞췄다.
“서시오.”
“그리고 그 입을 다무시오.”
가주라는 말은 입에 붙이지도 않 으면서.
이름난 무인이기도 한 두 원로에 게서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게 만드 는 기세가 흘러나왔다.
‘ 젠장.’
공작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 리며 멈춰 섰다.
그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스칼 렛을 맹렬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눈가가 잘게 흔들렸다.
“……후.”
스칼렛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체를 살짝 당겨서 바로 선 채로,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 다.
그 상태로 그를 바라보며, 스칼렛 은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 모습에서 순간, 그는 죽어 버
린 제 형님—아론을 보았다.
그가 평민을 때려 죽였거나 그에 준하는 짓들을 했을 때에 짓던 표 정……으
“할 말이 있나요?”
생각이 더 이어지기 전,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상황은 이미 알고 온 것 같은데. 가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하세요.”
가주우?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에 공작 은 또 울컥했다.
“그래, 마침 잘되었구나. 들을 마 음은 있다니!”
그는 외쳤다.
“네년이…… 아비로서 훈육 좀 했 다고, 이런 사고를 친다고? 이런 생각 없는 년 같으니라고!”
“흠흠. 더 해봐요.”
원로들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스칼렛의 말에 일단 참았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그들은 스칼 렛 아가씨를 지지했으니까.
“원로 회의가 너 같은 어린 계집
애가 설칠 만큼 만만한 자리인 줄 아는 모양이구나!”
공작은 그 상석에 스칼렛이 앉아 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거기서 나오지 못해?”
그렇게 소리친 뒤, 그는 스칼렛이 웬 병과 통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식식대며 노려보았다.
할 수 있는 게 말뿐이라는 사실이 몹시 분했기에, 기세로라도 스칼렛 을 누를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몰랐다.
외치는 그의 몸에서 이상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나오기 시작 했다는 것을.
그는 그저 이자르 아르만을 때릴 때 공포에 질리게 했던 기운을 동 원했을 뿐이었다.
그게 눈으로 보이게 형상화된 것 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원로들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할 즈음.
가만히 듣던 스칼렛이 어,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상태를 보며 기묘한 표정을 했다.
“아, 그게 끝이에요?”
“……뭐?”
공작의 얼굴에 핏줄이 섰다.
스칼렛은 그것을 하나하나 차분하 게 눈에 담으며 생긋 웃었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어휘력이 참 모자라다니까요, 당신은.”
공작이 순간 말을 잃고 스칼렛을 멍하니 보았다.
그녀의 팔찌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서.
‘ 이상하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아무런 무
력이 없는 계집애는 긴장하고 주저 앉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단 한 톨도 움츠러들지 않 는다.
……요즘 들어서 스칼렛이 그러기 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을 사용했을 때도 이럴 줄은.
“이, 이럴 리가.”
“뭐가요?”
“너, 왜 아무렇지도 않지?”
그런 그를 바라보는 스칼렛의 표 정은 아주 산뜻하고 밝았다.
하지만 잠시나마 그녀의 눈을 마 주했던 브라이언과 에이드리언은 알 수 있었다.
“왜요. 나한테 지금 뭔 일이 생겨 야 하나 보죠?”
“지금 뭘 했나 봐요? 나는 모르 게?”
그녀의 붉은 눈동자 깊숙이 감도 는 분노와, 살기를.
두 원로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그 심정을 십분 이해했기 때문이 었다.
오히려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 고 너무나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 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니, 그간 해왔다고 해야 하나.”
“허, 허억.”
잠시간, 살기가 번뜩이는 붉은 눈 에 공작이 눈을 크게 뜨며 움찔했 다.
이상하다.
정말로 이상했다.
스칼렛 아르만은 이런 기세를 보 일 줄 모르던, 평범한 소녀였는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할 말이 그게 다라면, 온 김에 참석하도록 하세요.”
당황하던 그와 눈을 맞춘 채, 스 칼렛이 예쁘게 눈을 휘었다.
그리고 상냥하고 우아한 손짓으 로, 척 하고 그녀와 마주 보는 끝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은 죄인의 자리.
평소에는 앉을 사람이 없는 자리 였다.
에이드리언과 브라이언은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는 공작을 가볍게 들 어 그 자리에 털썩 앉혔다.
그리고 버러지 보듯 공작을 일별 한 뒤, 그가 허튼 짓을 못하도록 그 가까이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았 다.
“고마워, 에이드리언, 브라이언.”
원로들은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살 짝 눈을 빛냈을 뿐, 이내 스칼렛에 게 집중했다.
“그럼 이어갈까.”
가주 탄핵을.
그녀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상흔의 흔적들, 그리고 영상들. 아르만의 직계를 향한 모독이 있었 음을, 원로들은 인정하나?”
“ 인정하오.”
한목소리로 원로들이 답하자 공작 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뒤늦게 그의 앞에 쌓이는 증거들 때문이었다.
‘이, 이걸 언제부터!’
그를 누군가 찍고 있었다.
그의 행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원로들이, 이것을 보았다면.
“또한 가문의 가신들을 속이고 갈 취한 점 또한, 원로들은 인정하 나‘?”
“ 인정하오.”
그는 끝난 것이다.
사실 인장만 가졌다면, 아무리 이 런 상황에 처했다 한들 탄핵이 이 렇게 간단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영주성까지 가서, 마법의 판결을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반쪽짜리 영주.
“굳이 영주성까지 갈 필요가 없는
줄로 아네.”
“알고 계셨구려. 가주 대리.”
가장 꼬장꼬장한 가벤 원로가 차 분하게 응수했다.
그는 이미 스칼렛을 대리라 부르 고 있었다.
“맞소. 저자는 온전하지 못했던 가주. 이 자리에서 탄핵 처리까지 가능하오.”
곧바로 온전한 새 가주를 세우는 것은 무리이지만 말이다.
때문에 스칼렛 아가씨도 대리를 자처한 것이었고.
그렇게, 바론 아르만은 가주의 지 위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 다.
전대 가주로서 그는 여전히 이 저 택에 머무를 테니까.
이제 저놈이 저지른 짓을 샅샅이 드러내며 차근차근 응당한 벌을 받 게 해주면 될 일이다.
“공작 부인 또한 이 탄핵에 동의 를 표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그녀에게는 아직 이러한 증거들을 다 보여 주지는 않았지만.
‘보여 주면 어떤 얼굴을 할지 모 르겠어서, 이자르가 싫다고 했지.’
전부 확인한다면, 뭐라고 할까?
“이로써 현 가주 바론 아르만은 탄핵되었음을 선언한다.”
그런 궁금증을 삼키며, 스칼렛은 차가운 목소리로 선언했다.
“회의를 마치도록 하지.”
핏줄이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는 공작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형형하여 사신처럼 보였다.
‘아론 님……/
‘……닮으셨다.’
아론을 인정했듯 그녀 자체를 인 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생각하는 이 들조차, 그 순간만큼은 그런 생각 을 했다.
순간, 아론 아르만을 본 것 같았 다고.
크, 큰일이다.
벌어 두었던 30분이 막바지에 이 르고 있었다.
슬슬 신호가……!
‘사실 지금 저놈이 조용히 있는 것이 영 이상하기는 한데.’
넋을 뺀 채 핏줄이 울긋불긋해지 며 가만히 있는 바론.
무언가 불길했다.
하지만……오
더는 안 된다!
‘그래, 화장실까지의 거리를 가늠 해 보면.’
지금 달려가야……! 그때였다.
“가주 대리.”
선 채로 눈에 힘을 주고 보니 가 벤이 었다.
그는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추더니, 그 거구를 숙여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잉!
“가주 대리는 이 노구의 은인이 오.”
그러고는 뭐 볼 게 있다고 할배들 이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나는 절망스러워졌다.
“……가, 가벤.”
“혹여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
면 말씀해 주시오.”
주변의 원로들이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 나 충성 같은 것까진 바라 지도 않거든요?
“무엇이든. 가문을 걸고 하나, 반 드시 이뤄 보이겠소.”
그럼 비켜!
나는 급한 마음에 들고 있던 것으 로 훠이훠이 길을 막은 할배들을 물리쳤다.
“화, 화장스!”
좋아! 완전히 화장실이라고 발음
하지는 않았다!
“가주 대리?”
“왜 그러시오?”
이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길이 나자마자 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공작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인지 이자 르가 안으로 들어서며 외쳤다.
“스칼렛!”
그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바론이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가만, 가만두지 않겠어!”
이자르가 달려와 그의 팔을 꽉 잡 더니, 힘이 모자라서 나풀대다 헉 소리와 함께 떨궈졌다.
뭐, 뭐야, 너 왜 이렇게 하찮아!
나는 그 황당한 광경을 보면서, 날 막고 선 바론을 힘을 다해 밀쳐 버렸다.
놀랍게도 바론이 휘청이며 넘어지 고, 그가 들고 있던 검은 물약이 구석의 화분에 가서 거꾸로 꽂혀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화장실을 향해 달렸 다.
손에 들렸던 것이 사라졌다는 것 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허공에서 입구가 열렸다.
가루들이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던 똥작의 머리 위로 눈처럼 보 드랍게 내려앉았다.
“허.”
하며 흐뭇하게.
“젊은이들이 쓴다는 분인가? 거, 향은 좋구먼. ……그리고 역시 독 은 아니었어.”
툴툴대지만 즐겁게.
“꽃가루 같은데. 가주 대리께서는 이런 걸 들고 다니시는구먼.”
“그럼 저 깨진 물약은 뭐지?”
“향이 나는 것을 보니 그냥 향수 가 아니었겠나.”
이야기하기도 했던 원로들은, 문 득 가루의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길다는 것을……오
그리고 하나둘.
전 공작 바론의 얼굴 위로 시선이 모여들었다.
정확히는 맨들거리는 머리 위 로……으
세상 흉악한 물건이었음을 깨달은 그들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흔들리는 시선 사이로, 뒤늦게 부 들거리며 제 머리를 확인한 바론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