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요리사, 그 이상의 힘 (5)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 도시를 품은 네바다주.
그곳의 주지사 브라이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기랄! 당장 국토부 새끼들한테 연락하라고!”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캐나다 국적의 약 600여 명이 넘는 셰프들이 공항에 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듣고 반유현이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
-해결하세요. 매캐런 공항 사장, 부사장, 공항공사 임직원들의 인사권이 주지사님에게도 어느 정도 관련 있는 것 아닙니까?
분명, 반유현.
셰프가 직업인 사람이 말했다.
최연소의 나이로 미슐랭 23스타를 휩쓸었고,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을 거절했으며, 프랑스 최고 장인을 뽑는 MOF에서는 최초로 두 개 분야에서 수상을 했다.
20대 중반의 나이, 시퍼렇게 젊은 사람이 그 모든 업적을 이룬 것도 모자라 전 세계 주요 나라의 행정부를 주무르고 있는 것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 장관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이스라엘 내각 서열 2위인 장관이 벌벌 떠는 모습이 그랬다.
“잘못 엮여서 골치 아프게 됐어.”
관광청 놈들의 대단한 실수 덕에 반유현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 것 때문에 뒷골이 땡겨왔다.
주지사가 라스베이거스 소재의 일개 셰프의 말에 이렇듯 휘둘리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봐도 자존심이 꽤나 상하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여러 차례,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상륙하고부터 그가 가진 힘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주지사야. 브라이언이라고! 캐나다 셰프들 왜 계류되어 있는 겁니까!”
그리고 반유현은 그 묵직한 힘으로 자신을 깊게 눌렀다.
-라스베이거스 내에 위치한 공항이…… 캐나다 국적의 셰프들을 내려주지 않고, 캐나다 셰프들의 요리 테스트는 물 건너갔다. 괜스레 공정성에 의구심이 든 제가…… 아니, 미국이 요리테스트를 보는 홈그라운드인 만큼, 미국 정부가 경쟁자들을 괴롭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할 가능성을 ‘0’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렇다면 미국 내 셰프들의 갑갑함은 누가 풀어줘야 될까요? 저일까요? 라스베이거스의 총책인 주지사님일까요.
그래서 주지사 브라이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왜 캐나다 셰프들 묶어둔 건지 모르면, 공항 사장 바꾸라고! 말 못 알아들어?”
우여곡절 끝에, 공항 사장이 브라이언의 전화를 받았고 브라이언은 셰프들이 비행기 안에 묶여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테러 위협 신고가 들어와서, 화물칸부터 승객들까지 모조리 수색할 예정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신고만으로 전원을 수색한다고? 신고자가 누구입니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있고, 신고자의 신원은 밝히 수는 없습니다만…… 믿을 만한 제보입니다.
“어이, 거기 있는 사람들 내일까지 못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예?
“반유현 팩토리, 반유현 팩토리 미국 설립 계획을 전면 삭제한다고!”
-그게 무슨…….
“후, 됐고. 당신 목이랑, 내 목 날아가는 줄만 알고 있으면 돼.”
때마침, 브라이언의 비서가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주지사님…….”
“왜!”
“반유현 셰프님이 오셨습니다.”
“……뭐?”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그, 그래.”
수화기를 내려놓은 브라이언은 다소곳이 반유현을 기다렸다.
그리고, 반유현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유가 뭡니까?”
“테러 신고가 들어와서, 화물칸하고 전 승객을 수색한다고 합니다.”
“하필, 캐나다 셰프들이 타고 있는 전세기 두 대만을 수색하나요? 한 대도 아니고, 두 대가 모두 테러 신고가 들어왔다니, 캐나다 국적의 셰프들이 테러 단체랑 관련이라도 있나 봅니다.”
“하…… 그게 신고자에 신원을 알 수 없어서…….”
브라이언도 말하면서 냄새가 났다.
신고자의 신원을 알 수 없으며, 정확한 신고 내용까지 알 수 없다.
시나리오를 쓰기 딱 좋았다. 정말 연방정부 내에 누군가가 반유현 팩토리의 유치를 위해 이런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면…….
“저 또한 억울합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화물칸과 승객을 모두 수색한다는 것에 대한 컨펌은 어디에서 떨어진 겁니까?”
“국토안보부입니다.”
“주지사님이라면, 국토안보부의 장관님하고도 연결 라인이 있으시겠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
우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악!
반유현! 반유현!
캐나다 국적의 셰프들 600여 명이 내가 등장하자 환호를 질렀다.
이들이 몇 시간 째 공항에 계류되어 있는 것을 풀어준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셰프, 그 이상의 영향력을 휘두르는 내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힘써준 것에 대해 상당히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나를 보좌하는 오스틴과 그의 직원들, 경호원들도 나의 영향력에 다시금 실감해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다.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캐나다 경제 개발 총리가 내게 인사했다.
“저희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여러 가지 부서들의 말단 직원들이 일을 꾸며냈습니다.”
브라이언 주지사의 갖은 노력으로 국토안보부의 장관과 연결이 됐었다.
각 부처와 협의해 진위를 파악하니, 내가 그렸던 시나리오대로 반유혁 팩토리의 유치를 자신들의 성과로 돌리려는 몇몇의 말단 직원들이 그런 일들을 꾸며낸 것이었다.
뭐, 그 윗선들은 모르는 척 발뺌하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들을 꾸민 직원들을 모두 중징계 내리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 반유현 팩토리 유치 위해 가짜 테러 신고한 국토부, 외교부, 중소기업청 직원들 줄줄이 중징계, 직위 해제 ]“가, 감사합니다.”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스라엘의 셰프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10일간 잠도 제대로 자지 않으면서 결국 반유현 팩토리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우와아아아.
이스라엘에 반유현 팩토리가 설립된다는 것이 완전히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니었기에, 캐나다 국적의 셰프들은 부러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 이곳에 오신 셰프님들은 이미 며칠 전부터 요리 테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아셨을 테니, 하루만 푹 쉬시고, 당장 내일 테스트를 하겠습니다. 캐나다 셰프님들의 수준이 어떠한지, 그리고 만약 캐나다에 반유현 팩토리가 설립된다면, 설립될 때의 런칭 멤버를 내일 뽑을 겁니다.”
북미대륙의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를 이기고, 반유현 팩토리 유치권을 따내더라도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긴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
자신의 나라에 반유현 팩토리라는 거대 기관이 생기는 것을 바라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곳에 온 셰프들도 많지만, 아예 작정하고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이곳에 온 셰프들이 훨씬 많을 터였다.
이미 반유현 팩토리의 시스템은 메이가 라스베이거스의 ‘반유현 레인보우’의 총괄을 맡고, 다른 상위 반들의 교수들도 ‘반유현 레인보우’에서 그녀 못지않은 지휘력을 가졌다는 것으로 증명된 바 있었다.
짧게 말하면 반유현 팩토리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브랜드 ‘반유현’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반유현 팩토리였다.
현재까지 미슐랭 스타를 달성할 확률 100 퍼센트인 브랜드의 총괄 주방장이라면, 당연하게도 셰프의 욕망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기대하고 내일 뵙겠습니다.”
***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대략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 셰프들.
이것저것 식재료 상태를 점검하고 조리대 위에서의 동선까지 점검한 뒤에 휴식을 취했다.
그럼에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순번에 따라 조리대 위로 올랐다.
“영광입니다 셰프님.”
“안녕하십니까 반유현 셰프님!”
“제 조리복에 싸인 한 번만 해주십시오!”
“야! 괜한 부탁드리지 마! 우리 요리 평가해주시는 것만 해도 얼마야!”
오히려 활력이 넘쳤던 것 같다.
“갑오징어와 카펠리니를 곁들인 부야베스입니다.”
매우 얇은 면, 스파게티 면보다 가는 면이 카펠리니인데, 그것을 한국말로 하면 해물잡탕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정통 요리인, 부야베스에 섞어 넣었다.
“카펠리니는 그 굵기가 가늘어서 익힘 정도를 맞추기 힘든데, 잘 맞추셨네요. 갑오징어 식감을 보니 그 손질과 조리 시간도 적절했고.”
장내에서 처음, 내 입에서 칭찬이 나오자 셰프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나에게 평가를 받은 셰프도 어쩔 줄 모른다는 듯이 방방 뛰기 시작했다.
“저, 정말요? 정말이에요?!”
팔을 높이 들더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내가 반유현 셰프한테! 인정받았다! 우와아아!”
외모를 보아하니, 서른 초반이나 중반쯤은 되어 보였다.
지휘급 셰프는 아니지만 주방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경력.
적게는 다섯 살에서 많게는 열 살 정도 어린 나의 칭찬이 그렇게 좋았나.
그 사내의 호들갑에 박수와 환호가 계속해서 쏟아졌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조리대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하관이 넓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사내였다.
여유롭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만 봐도, 그는 어느 주방의 수셰프 이상의 직급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봤던 셰프들 중에 가장 여유가 넘치십…….”
“뭐, 여유를 가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내 말을 자르며 말하는 이놈의 본새를 보아하니, 나에 대해 대단한 질투심을 가졌다던가, 같은 국적의 셰프들을 모아놓은 이 자리에서 수많은 관심을 얻고 싶다든가 둘 중 하나일 테다.
당연히 나는 관심이 없었고 그가 한 요리를 쳐다봤다.
“한식을 준비해봤습니다. 홍시를 베이스로 한 고추장 소스를 바른 대하구이. 단호박 무스까지 곁들여 드시면 더 깊은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불순한 의도를 가진 그에게도 나에게 요리를 평가받고 싶은 마음은 또 있었나 보다.
한국인인 내게, 한식을 준비한 것도 그렇고 요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것도 그랬다.
나는 소스가 잘 발라진 대하를 입에 넣고 씹었다.
“흠.”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내겐 보였다.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는 중년의 사내.
“홍시가 조금 더 물렀을 때, 소스를 만들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싱싱한 홍시를 사용해서, 점도가 너무 진해졌습니다. 그 진득함이 고추장에까지 전해져 식감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우 살의 결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네요.”
순간 표정이 굳어버린 중년의 사내였다.
바로 옆에 자신보다 경력이 한창 낮은 셰프에겐 호평을, 자신에겐 혹평을 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은 듯했다.
“쇼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그, 자신의 분노를 기회로 바꾸려는 듯이 소리쳤다.
“요리 대결을 정식으로 신청합니다! 반유현! 나는 당신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어! 여기 셰프들을 평가원으로 두고! 정식으로……!”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귀에 물이 들어간 것처럼 답답해졌다.
“지겹네요.”
“네……? 어?”
“저한테 그런 식으로 요리 대결을 신청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제까지.”
내가 혀를 차자,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 요리 실력을 인정 못 하고, 내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냥 나가세요.”
요리 경력, 20년, 30년? 내 앞엔 결국 조무래기들이고.
나의 시간은 이제, 그 조무래기들이 징징대는 걸 받아줄 때가 지나버렸다.
“맞아! 나가! 판 망치지 말고!”
“뭐 하는 거야! 실력이 없음 인정이라도 해야지!”
“쯧쯧.”
실제로, 이곳에 있는 모든 셰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평가 받기 싫으면, 입 다물고 나가면 됩니다. 분위기 망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