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요리사, 그 이상의 힘 (6)
나를 향해 소리쳤던 중년의 사내도, 캐나다 셰프들 사이에서는 꽤나 입지가 있었나 보다.
미슐랭 스타는 없지만, 여러 커뮤니티 활동이나 미식 평론을 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 케이스였다.
그런 그가, 내 앞에서 엄청난 창피를 당하니 그때부터는 심사장의 분위기가 완벽하게 정리되었다.
애써 관심 받아 보려는 이가 없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캐나다 셰프들의 수준이 기대 이상입니다.”
600여 명이 넘는 인원임에도, 확 튈 정도의 못난 맛은 없었다.
확실히 이를 갈았던 모양이다. 유럽에서 일하는 셰프들까지 모조리 집결되었으니 그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기도 했다.
“또 뵀으면 좋겠네요. 저도 기대됩니다.”
장시간 비행, 그리고 요리 테스트, 또 장시간 비행을 해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캐나다 셰프, 요리 테스트를 마쳤다.
“셰프님, 아니, 회장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경제 개발 장관이 고개를 숙였고, 다들 박수를 치며 요리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 캐나다 관광부 “반유현 팩토리 유치 아무것도 확실시되지 않아.” ] [ 반유현 “긍정적 검토, 캐나다 셰프들의 실력 기대 이상.” ] [ 테스트 참가 셰프 “이렇게 차분한 분위기의 심사는 처음. 반유현에 압도된 기분.” ]라스베이거스에 온 뒤로, 온라인 매체, 신문 등 여러 대중 매체에 내 이름이 실리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정도라면, 대중들도 질릴 터이니 또 색다른 충격을 줘야 할 텐데.
“이스라엘 쪽은 어떻대?”
***
[ 이스라엘 예루살렘! 첫 공사 시작! ] [ 미친 듯한 추진력! 날아가는 반유현! ] [ 또 하나의 역사의 시작 ]매번 그랬듯이, 날개가 돋친 듯이 나의 계획은 실현되고 있었다.
내가 가진 현찰을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투자했고, 이스라엘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
부르는 게 값인 예루살렘의 부동산 문제도 이스라엘 정부가 아주 시원하게 해결해주었다.
이렇듯 좋은 기사들은 나에게 직접적인 투자를 한 이스라엘 정부가 낸 것이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기사 제목들이 모두 긍정적인 내용들밖에 없었다.
“내가 지시했던 기사들은 언제 나가는 거야?”
“그쪽에서 준비하고 있답니다. 오늘 오후 세 시에 일제히 나갈 것이라 합니다.”
“적당히 지금부터 뿌려야지.”
기사들의 내용은 모두 호재를 말했지만, 내가 원한 기사는 따로 있었다.
[ 아프리카 난민들이 향하는 곳, 이스라엘? ]애초에 목적이 그랬다.
그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 인력들을 흡수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반유현 팩토리를 세우는 것 아니겠나.
“말고, 내가 원한 기사가 아니잖아 이건.”
“아, 셰프님께서 이런 것을 말씀하셨죠.”
“그래, 아프리카 모든 나라 언어로 번역해서 뿌려.”
“하나 더 추가하겠습니다.”
“그래야지.”
[ 이스라엘 이주민, 난민 인정 절차 간소화. ]***
그렇게 기사가 나가고 며칠 뒤, 미국 셰프들의 요리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지난번 있었던 일은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관련자들은 모두 국격을 낮출만한 일을 한 것으로…… 엄벌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미 다 끝났고 정상대로 진행되었으니까요.”
미국 중소기업청 수석 보좌관이 이 행사의 총 책임자로 나와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설립에는, 국토부, 외교부, 관광청 등 여러 가지 부서들이 얽히고설켜 있을 텐데, 중소기업청에서 그 모든 부서를 대신해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청의 수석인 케빈 맥아레인은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조아렸다.
캐나다 출신의 셰프들을 공항에 계류시켜 방해를 놓으려 했던 것이, 어찌 됐든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말이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확실하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것을 보면, 그 윗선에서도 케빈에게 지시를 한 것 같았다.
“몇 명의 셰프가 왔습니까? 이렇게나 많은 셰프는.”
우와아아아아!
“천 명이 넘는 인원이 왔습니다.”
“공문으로 말씀드리지 않았나……?”
천 명이 왔다는 소리에 내가 오스틴을 바라보자 오스틴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공문으로 이미 전달된 사항입니다.”
“그렇다네요.”
차가운 대답에 순간 흠칫한 케빈이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실제 참가 인원은 600명으로 단축하라는 말씀에 저희가 미리 검토했습니다. 나머지 셰프들은 이 현장에 참관을 하고 싶은…….”
“참관을 허락했었나?”
케빈의 말에 내가 오스틴을 바라보며 말하자 오스틴이 답했다.
“아,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하게 말해 두지는 않아서.”
“그래 뭐, 여기까지 먼 길 왔는데 돌려보낼 수도 없고. 앞으로는 모든 사안을 저희 팀과 협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첫 만남부터 좋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케빈은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나 보다.
자신이 총 책임자로 왔기에, 나에게 점수를 따 미국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하는 걸 유리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셰프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뭐가요?”
“대륙 전체를 흔드는 그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며칠간 이스라엘 정부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나마 나에게 협조적이었던 몇몇 국가의 도움을 받아 기사를 뿌렸다.
이스라엘에 있는 반유현 팩토리는 이주민, 난민에게 열려있으며 오로지 실력만을 본다고.
그리고 합격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무상 지원되는 풍족한 시설에서 요리를 배울 수 있다고.
그런 기사들은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일으켰다.
“터키-그리스-독일로 향하는 경로를 차단하니,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이주민들이 작년 한해 27%나 증가했는데, 지금 추이를 지켜보면 지중해를 건너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 원인을 완벽하게 반유현 팩토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 확률이 높았다.
“유럽 연합과, 저희 미국은 이 모든 게 반유현 팩토리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나 보다.
“일개 기업이 난민들의 발길을 돌리는 이례적인 현상은…… 셰프님이 그간 보여주셨던 찬란한 역사에 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네요.”
그리고 미국 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나의 영향력을 우호적 관계로 포장하기 위해 비위를 맞춘다.
아니, 이제는 경쟁이 붙은 것이었다. 나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
“유럽 연합에서도 이주민, 난민 문제로 꽤나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돈들이 이스라엘 쪽으로 쏠리겠습니다. UN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의 이주민, 난민에 대한 문제를 반유현 팩토리와 연결해보려는 연구 예산을 짜서 벌써 연구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이 정도 규모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를 이용해 신선한 요리들을 만들고, 그 거대한 인프라를 이용하려 했던 것인데.
이대로라면 내 손안에서 모든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렇게나 많은 난민과 이주민들이 유효 인력으로 전환되는 퍼센트도 그렇게 높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와 인력을 더 섬세하게 흡수하고 이용하려면 그에 따른 필터링이 확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오스틴과 보좌진들이 급하게 내 쪽으로 달려왔다.
“셰프님, 아프리카 연합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예전에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눈덩이를 힘껏 굴려서 그 몸집을 내 힘으로만 불렸다면, 이제는 그 눈덩이가 너무 커져서 알아서 몸집을 키우고 있노라고.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것도 아니었다.
알아서 몸집을 키우고 있던 눈덩이들이 서로 갈라져, 각각의 몸집을 알아서 키우는 형태라고 해야 되나.
나는 그저 그것들이 어디로 굴러가는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굴러간다면 그것을 부숴버리는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나 다들…… 적극적일 수가 있을까요. 완전히 새로운 신드롬입니다. 경영학 전공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반유현학이라는 학문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경호 인력과 비서들을 태운 비행기, 전세기가 아프리카 대륙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꿈만 같습니다. 셰프님. 하하하하하!”
“그러게, 나도 이 정도는…….”
케빈과 대화를 나누던 중 아프리카 연합에서 나를 초대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이전 국가 공무원들의 파렴치하고 안하무인 태도는 제발 용서해 달라며, 애걸복걸했다.
“이것들이 이제야 발등에 불똥 떨어진 거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계획하에 움직이기 시작하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원래 이런 것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나였지만, 100년의 삶을 살면서도 깊숙이 빠져 본 적 없는 그 문화를 느낀다는 설렘에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새로운 식재료, 새로운 요리들,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특유의 조리법…….
100년의 삶을 산 사람이 설렌다는 감정을 느끼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이겠는가.
“확실한 필터링을 구할 수도 있어.”
또, 나 개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그들과 협의하면 아프리카 대륙을 삼키겠다는 계획이 더 구체적으로 변하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 또한 있었다.
“그렇죠. UN, 유럽연합,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반유현 팩토리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 아프리카 정부들도 발등에 불똥 떨어졌죠. 다시 아프리카 대륙 내의 반유현 팩토리를 유치하기 위해 머리 굴리고 있을 텐데, 어쩌실 생각이세요?”
“반유현 팩토리 아프리카 대륙 설립은 이미 내 마음속에선 철회된 거야. 이스라엘이 이미 설립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겉으로는 그걸 가지고 아프리카 연합을 휘둘러볼까 하는 게 내 생각이야.”
“아…… 설립을 해줄 듯 말 듯 하면서요?”
“어.”
오스틴은 벙찐 표정으로 창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 생각과 계획이 감당이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국토부 차관, 케빈이 이런 대우를 해줄지는 나도 몰랐네.”
미국 국토부의 전세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고 싶었는지 수석 보좌관 케빈이 곧장 윗선에 컨펌을 받고 비행기를 지원했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많게는 이틀에 한 편, 시간 또한 맞지 않아 방법을 모색하던 나를 본 케빈이 곧장 제안한 것이다.
도착지인 리비아에는 경호 인력까지 준비를 해두었다니,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후우우우웅!
비행기가 착륙하고, 창문 밖에는 나를 태울 차량과 경호 인력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활주로 안에 들어와 저렇게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니, 아프리카 연합에서도 많은 협조를 해준 듯하다.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 공항에 곧장 내려, 차에 올랐다.
수도라 할 것 없이 황폐하고 먼지가 가득한 풍경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때, 그나마 활력이 넘치는 시장을 지나는데 길거리에서 수많은 음식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여기서 멈춰봐.”
“예?”
내 한마디에 나를 태운 차량 앞뒤로 줄 세워진 행렬이 멈추었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이런 곳에서 때 묻지 않은 아주 신선한 셰프를 만날 수도 있잖아? 여기까지 온 김에 한번 둘러보자고.”
그때였다. 내가 차에서 내린 순간.
우와아아아아!
반유현!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분명 내 이름이 들렸다.
“아프리카에서도 날 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