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2
278. 이상한 회의(2)
이강수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은 창가 쪽에 나 있는 문.
저곳이 흡연실이란 것이다.
“최 대표, 담배 안 피우지?”
박규원이 문 앞에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에게서 반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다.
“네.”
“그래도 잠깐 같이 있어 주겠나?”
태영은 대답 대신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갔다.
그사이에 박규원이 시선을 주고 고개를 살짝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박규원, 이강수, 그리고 태영까지 세 사람이 들어갔고, 뒤이어 제스가 들어왔다.
넓다고 볼 수 없는 흡연실 공간.
등받이가 없는 기다란 공원 의자가 둘, 접이형의 간이 의자가 둘.
그리고 원형의 소형 테이블 세 개가 있고, 그 위에 재 털이 한 개씩이 놓여 있다.
창 쪽으로는 담배 연기를 밀어내는 팬이 환기구 앞에서 조용히 돌아간다.
“휴우~.”
안보실장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어찌 알았소?”
“……저나 회사를 찾아오는 사람은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확인합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니까.”
명함을 주고받는 것도 상대에게 자신의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적대하거나 속이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좀 더 자세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때 확인된 것입니다.”
“그래도 그 정도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쪽의 능력으로는 어떤가?”
앞의 말은 태영에게, 뒤의 말은 제스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쉽지 않습니다.”
제스의 대답이다.
“그렇다고 정보원 조직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
박규원이 질문을 하면서 조금 전 들어온 문을 가리켰다.
박원규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느냐는 의미다.
“그쪽은 보안과 경호, 경비 조직입니다. 보안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얻게 되는 정보도 있겠지만, 조직의 목적은 정보 수집이 아닙니다.”
“그럼?”
태영의 답에 박규원이 물었다.
그럼 정보 조사는 누가 하느냐 하는 질문이겠지.
“컴퓨터, 그리고 인공 지능이죠.”
“인공 지능?”
“네.”
“정보 수집을 하는 인공 지능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홍보를 한 적도 없고, 파는 물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겠다면 만들어 주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답했다.
물론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받으면 된다.
“흐음, 해킹도 하는가?”
“해킹을 할 일은 없죠. 그럴 만한 인력도 없구요. 그리고 대개는 몰라서 찾지 못할 뿐, 정보 확인에 해킹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 진병선의 일은?”
“인공 지능이 진병선과 관련한 정보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확인된 것들입니다.”
“인공 지능이 해킹은 하지 않는가?”
“그럴 수 있지만, 굳이 필요가 없으니까요.”
“흠.”
박규원이 잠시 말을 중단하고 담배 연기를 내려다보았다.
그사이에 담배는 필터 부위까지 타고 들어갔다.
“그럼, 지금 말한 것들이 사실이라면, 그쪽이야말로 꼭 필요한 시스템 아닌가?”
제스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원래 이 회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사안들 중에 아주 특수한 드론이 있습니다.”
제스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답했다.
“이 회의는 시작도 되지 못했는데?”
“DIA에 판매한 것 중에 특수한 드론이 있습니다.”
“아, 그렇지. 그래서요?”
“정보 수집을 위한 컴퓨터와 인공 지능, 그리고 특수 드론에 해당하는 클라미를 도입하자고 요청했는데, 예산 확보가 불가능합니다.”
맞다.
국가 예산의 절반을 달라고 했으니까, 예산 확보를 못 하지.
“불가능?”
“네, 예산과 함께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
“그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사람입니다.”
“뛰어난 요원들이 많지 않은가? 훈련시키면 되지.”
“거기까지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아, 예산 확보를 할 수 없다고 했지.”
“네.”
“얼마나 들기에?”
박규원이 꽁초를 재떨이에 놓으며 물었고, 그 질문에 제스는 싱긋 웃었다.
저 웃음 뒤에 나올 액수가 기대된다.
“4백조입니다.”
도입 비용으로 4백조라니.
나라 예산의 절반을 달라고 했지, 언제 4백조를 달라고 했나?
뻥튀기가 되었지만, 대충 인정하자.
박규원의 눈과 이강수의 눈이 저렇게 커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커졌다.
“정말?”
그 금액이 맞느냐고 물어왔다.
“팔지 않을 물건에 값을 매기라고 해서 그 금액을 부른 것뿐입니다.”
말한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피식~
박규원이 알겠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제스나 이강수도 마찬가지.
“그러면 그렇지.”
박규원이 담뱃갑에서 다시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고 잠시 그대로 있더니 입에서 담배를 빼서 다시 담뱃갑에 넣었다.
“그런데, 추적은 정부 인사들도?”
웃음이 나왔다.
이 질문은 참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내 뒷조사도 했나?’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저나 저희 회사를 이유 없이 때리지 않으면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네.”
“그럼, 누구든 이유 없이 시비를 걸면 발가락의 때까지도 털어 낼 수 있다?”
“지저분하게 때를 왜 털어 냅니까?”
“아무튼, 그렇게 보면, 그 기자들의 영상이 자네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군.”
“…….”
할 말이 없다.
방향이 그쪽으로 넘어간다.
그 기자들이 태영에게 시비를 건 것은 맞으니까.
제스는 은근슬쩍 웃고, 이강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류지현이 전화해서 했던 말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는데.”
“네.”
“타인 계정이나, 제3의 계정을 이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지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걸 제가 했다고 정해 놓고 하는 질문이군요?”
“아닐세. 추정을 해 본 거지.”
제스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고, 이강수는 뒤집어질 듯이 놀란 표정이다.
박규원이 말은 저렇게 하지만, 이미 들킨 거다.
정부 요직에 앉아 있는 엘리트들과 머리싸움을 해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저 사람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엘리트라는 것은 맞다.
그렇게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
동시에 태영이 이곳과 고려, 그리고 28세기를 거쳐서 산 기간보다 더 길게 인생을 살아온 경험자들이다.
또, 계략과 음모, 암투가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 온 사람들.
“네, 추정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머리싸움은 그만하자는 생각으로 답했다.
태영이 살아온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었지, 머리싸움 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누적된 경험치가 다르다.
“이곳에서 나눈 대화를 외부에 밝힐 일은 없을 걸세.”
“네.”
그래, 머리싸움 안 하고 추정으로 이해하겠다고 답한 것은 제대로 잘한 대답이다.
“제스가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상관에게도, 내게도 밝히지 않은 것처럼.”
박규원이 덧붙이는 말이다.
결국, 이제는 대놓고 추정을 사실로 인정하는 투로 말한다.
“알고 있었어요?”
제스에게 물었다.
이 또한 추정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 놓고 사실로 인정하는 질문이다.
“나도 추정할 뿐이었지요.”
말은.
“장관님도 여기서 나가면, 이 안에서의 대화는 잊어주세요.”
“네, 당연히.”
“이제야 조금 홀가분해지네.”
“다행입니다.”
“그럼, 하려던 회의를 계속하지.”
박규원이 그렇게 말하며 출입구로 향했다.
“아, 윤 박사와 남 박사는 진병선의 그런 점을 알고 협조한 것이 아닙니다.”
태영의 말에 박규원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10초쯤 바라보았다.
“최 대표가 그리 말하니 참고하겠네.”
답을 하면서 손은 도어 손잡이에 가 있다.
느낌상, 조만간 VIP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어쩌면 국정원의 고위직과도.
~딸깍~
문을 열고 나가자, 회의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긴장한 표정의 유병진과 박원규.
머리카락을 넘기며 표시 나지 않게 깊은 숨을 내쉬는 류기현.
무슨 이야기했는지 나중에 꼭 말해 줘, 라는 표정의 류지현.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까지 한다.
“윤 박사와 남 박사 데리고 오라고 하게.”
“네.”
서정준이 대답을 하고 문 쪽으로 나가면서 폰을 들었다.
“자, 오늘 이 시간 이전의 모든 것은 머릿속에서 지우세요. 우리는 이제 막 회의석상에 온 것이고, 자리에 없는 사람은 참석하지 않은 겁니다.”
“네.”
“네.”
연속해서 대답이 들려왔다.
“장관님께서는 데리고 올 두 사람에게 잘 말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오는 데는 10분이 걸렸다.
돌아온 남수진의 얼굴은 화장이 흐트러지고 핼쑥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태영을 노려보는 것은 그대로.
거기에 반해 윤병광은 어깨가 처진 것처럼 보이는 것 외에는 무난하다.
이 둘을 데리러 갔던 강태영이 들어오면서, 처음 이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왔다.
“두 사람은 최 대표에게 고마워해야 해.”
박규원의 그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돌아왔다.
“두 사람에게는 혐의가 없을 거라고 최 대표가 확인해 줬거든.”
윤병광은 고개를 살짝 숙였고, 남수진은 시선을 거두고 얼굴을 돌렸다.
저 동작은 ‘흥, 제까짓 게.’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 그럼 회의를 계속하겠습니다. 그 전에 DIA에 공급한 장비들에 대한 설명이 있겠습니다.”
박규원의 손짓에 서정준이 회의 계속을 알렸다.
그와 함께 류기현이 레티어를 테이블 위에 놓고 디스플레이를 키웠다.
그리고 시작된 DIA에 공급키로 한 장비에 대한 짧은 설명.
다들 숨을 죽이고 류기현의 설명을 들었다.
“이상입니다.”
설명이 끝났다.
“하아…….”
“저.”
‘이상입니다.’라는 류기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병광이 손을 들었다.
“네, 윤 박사.”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왜인지 말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DIA가 도입을 결정했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것을 알고 말씀하세요.”
“……그렇다면, 저희가 지금 호퍼스드론과 함께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이제는 진행도 불투명해졌지만, 그게 아니어도 그 프로젝트는 폐기해야 합니다.”
“몇 년 계획이었죠?”
고개를 끄덕인 박규원이 윤병광을 느긋하게 보며 물었다.
“2년 계획이었고, 14개월 남아 있었습니다.”
“진도는요?”
“조금 전에 영상으로 본 드론들과 비교를 한다면, 진도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럴 것이다.
호퍼스드론이 계획했던 수준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눈높이란 한번 올라가면 그 아래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의미가 없다? 그래도 굳이 비교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기준이 다릅니다. 한쪽은 다섯 살 먹은 아이가 만드는 장난감, 또 한쪽은 첨단의 연구소에서 나온 물건 같은 것입니다. 때문에…… 방금 본 장비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만큼 뛰어납니다.”
박규원의 질문에 윤병광이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말했다.
“아마도 그 프로젝트는 드롭 될 것 같으니, 내가 한 가지 물어봅시다.”
국방 장관 이강수가 류기현을 향해 물었다.
“네.”
“다이나믹 스카이라 했지요?”
“네.”
“규정과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호퍼스드론이 하던 프로젝트를 이어받을 수 있소?”
“프로젝트의 내용과 계약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어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알려 주면 가능하겠소?”
“그것을 알 수 있다면 검토해서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금액이 저희 기준에서 적절해야 합니다.”
잘한다.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고, 금액이 맞아야 한다고 답한 거다.
“그럼 다른 각도로…… 보여 준 드론, 공급 가능하지요?”
“저희는 방산 회사가 아닙니다. 방산 회사가 아니어도 된다면, 가능합니다.”
“음.”
“그래서 DIA에는 군수 물자로 공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들이 군용으로 전용하여 사용할 예정인 거지요.”
“좋소. 한 가지 더.”
“네.”
“아까 그 클라미. 거기에 무기 탑재가 가능합니까?”
“그건, 최태영 사장께서 답해 드릴 것입니다.”
류기현이 공을 태영에게 던졌다.
무기 이야기만 나오면 넘기라고 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가능합니다. 그런데, 현재 군에서 보유 중인 무기는 그 어떤 것도 탑재할 수 없습니다.”
태영은 바로 답했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머릿속에 생각만 하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방산 회사.
대놓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겠지만, 합법적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자격 같은 것이 필요하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건 무슨?”
“전혀 새로운 무기를 탑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무기?”
“네, 우리는 방산 회사가 없습니다. 개발은 가능하지만.”
“…….”
이 정도 말 했으면 알아듣겠지?
모르려나?
“어떤 것들이 개발 가능한데?”
박규원이 물었다.
“개발하여 사용하면 어떤 성능이 나올지 시뮬레이션 한 영상이 있는데 보시겠습니까?”
“…….”
“봅시다.”
박규원의 말에 태영은 레티어를 꺼냈다.
스크린이 펼쳐지고, 그곳에는 손에 알루미늄 케이스 가방을 든 군인의 영상이 나타났다.
“이 군인은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공의 사람 모습입니다. 흔히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사용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자세히 보시면 구분이 됩니다.”
“저게?”
“네, 그렇습니다.”
“구분이 안 되는데. 실제 사람으로 보여.”
군인이 있는 곳은 함선 위.
바다가 있고, 먼 곳에 육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군인이 가방을 열고 조끼형의 재킷을 꺼내 착용했다.
그래픽이 아닌, 실제 사람이 행동하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재킷의 가슴 부위와 허리 부위가 단단하게 체결되는 구조다.
어깨 부위 양쪽에 작은 원통이 달려 있다.
“저것은 에어 재킷이라고 합니다. 저걸 착용하면 비행이 가능합니다.”
“비행이요?”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