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74
320. 백골의 주인(2)
2층과 1층을 샅샅이 확인하며 돌아다녔다.
“지하로 내려갑니다.”
먼저 주차장 구역으로 들어가서 구석구석을 살폈다.
다음으로 스크린 골프장이 있는 곳.
여기가 메인이라서 이곳으로 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앞뒤를 맞추기 위해 시간을 소비해 가며 곳곳을 수색한 것이다.
일부러 스크린 골프 연습장 안을 돌며 열심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는 스크린 뒤쪽으로 들어갔다.
“이 장이 밀리는 구조인데요, 이 뒤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거운 장을 쉽게 밀려면 슬라이딩 롤러와 레일이 있어야 한다.
바닥을 자세히 봐야 확인 가능한 레일 부위를 확대했다.
“아, 그렇네요.”
수사과장은 과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고, 홍성남이 감탄하듯 답했다.
“밀어 봤는데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금 장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태영은 그러면서 레티어로 조작하는 시늉을 했다.
~딸깍~
~스르릉~
“열었습니다.”
이미 한번 와 봤던 곳이다.
마치 클라미를 투입해서 처음 보는 듯이 연기하고 있지만, 알 수는 없을 거다.
“와, 저게 다 뭐야?”
문이 열리며 클라미가 켠 라이트에 그 안의 모습이 환하게 보였다.
2개의 캐비닛.
3개의 대형 금고.
캐비닛은 형태가 다를 뿐 경찰서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금고는 다르다.
캐비닛 안에서 가져온 장부는 류지현을 기다리며 이미 저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텅 빈 캐비닛을 보여 주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금고 안에 있던 포터블 SSD도 장부 옆에 가져다 두었다.
직접 가서 가져왔던 것을 클라미와 드론을 이용해서 복귀시키고, 다시 찾으러 간 꼴이다.
“지하에 이런 벙커라니, 그리고 금고라니.”
“…….”
홍성남의 입에서 벙커라는 말이 나왔다.
벙커?
그렇게 표현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진짜 벙커라면 생활도 가능해야 한다.
감추고 싶은 것을 보관하는 지하 창고이니까 생활 시설은 없다.
수사과장은 눈을 크게 뜨고 앳윌플레이를 통해 보이는 지하실의 곳곳에 시선을 주었다.
캐비닛을 열었다.
“장부 있다. USB도.”
류지현이 먼저 반응했다.
“어 USB 모양이 다른데?”
“아, 저건 포터블 SSD라고 USB보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보조 디스크.”
류지현의 말에 보조 디스크가 맞나? 생각했지만, 그렇게 설명해 주었다.
“장부 네 권. USB 10개.”
포터블 SSD가 25개 있었지만, 되돌려 놓은 것은 10개다.
“금고 열 수 있습니까?”
수사과장 김종열이 물었다.
“시도해 보죠. 쉽지는 않겠지만.”
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태영이 모두 털어 왔고, 원상 복귀시키지 않았으니까.
열 수 있어도 열어 볼 필요가 없다.
또, 클라미의 능력 한계치에 대한 설정도 필요하고.
3분쯤 시도를 했다.
영상은 금고를 비추고 있지만, 클라미의 집게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안 되는데요. 여긴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끄음.”
수사과장이 된소리를 낸다.
아쉽다는 뜻이다.
“장부와 포터블 SSD는 소나비 미니에 실었고,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겠습니다. 이상한 것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저기 벽…… 좀 이상한데…….”
수사관 홍성남이다.
수사관이니 눈썰미도 있겠지만, 일부러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라이트를 벽 측면에서 비추었다.
마감 처리한 것이 약간 달라서 쉽게 발견된다.
의도대로 되었다.
“벽 공사를 다시 한 것 같은데, 잠시만이요.”
스타일러스 펜으로 레티어의 스크린 이쪽저쪽을 긋고 치고 하면서 뜸을 들였다.
이건 완전히 연기인데.
“입구는 없고, 뚫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기다려 보세요.”
클라미를 이동시키며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틈을 찾았지만 없다.
틈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조사하는 척, 클라미를 이동시키며 지난번에 뚫고 들어간 지점으로 보냈다.
영상이 잠시 암전되었다.
“여기 벽이 흑이니까, 뚫고 들어갑니다.”
암전시킨 이유도 이미 뚫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헛, 저게 뭐야?”
홍성남이 소리쳤다.
“헉, 백골인데.”
류지현도 낮게 소리쳤다.
“살해해서 벽 뒤에 묻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백골 상태면 오래되었다는 건데.”
“혹시 소지품 있는지 주변을 좀 확인할 수 있습니까?”
김종열이 물었다.
“뼈 주변을 파 보도록 하죠.”
지난번에 발견했을 때, 소지품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실상 그 이후에 어찌해야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사관 두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하든 방법을 찾아 줄 것이다.
저 죽음이 억울한 죽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태영이 보기에 주용기는 악인이다.
그 악인의 지하 토굴 속에 묻혀 있는 죽음이다.
“네, 부탁합니다.”
말을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파고들어 갔다.
옷이나 소지품들은 흙에 묻힌 상태에서 부패가 진행 중이어서 바로 부서져서 흘러내린다.
“그거 지갑 같아 보이는데요.”
흙에 파묻혀 있으니 선명하지는 않지만,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가죽 지갑이 보였다.
한쪽을 당기자 늘어지는 듯한 모습과 함께 플라스틱이 보였다.
신용 카드?
주민 등록증?
그런 유다.
플라스틱은 부패하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가죽도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습기와 벌레로 인해 삭아 있어서 쉽게 찢어졌다.
“다른 것은 그냥 두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꺼내 보겠습니다.”
“네.”
대답을 들으며 지갑의 플라스틱을 끌어내 클라미의 등 뚜껑 안으로 넣었다.
~끄릭~
옆으로 더 파고드는데 금속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 부분을 살살 파헤치자 권총의 방아쇠울이 보인다.
“권총?”
조금 더 파헤치며 반쯤 드러난 권총을 보고 홍성남이 소리쳤다.
“경찰이네.”
권총의 모양을 보고 그리 말한다.
“권총은 크기 때문에 클라미에 넣을 수 없습니다. 그대로 그냥 두겠습니다.”
“…….”
태영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다.
그리고 계속 움직여서 버클도 발견하고, 부근에선 다른 지갑이 발견되었다.
거기서 플라스틱 카드를 꺼냈다.
다시 다른 카드를 찾아내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더 걸렸다.
카드는 크기가 동일하고 얇아서 겹쳐 넣기가 편하다.
“사망 시점 확인을 좀 하겠습니다.”
“가능합니까?”
태영이 레티어를 건드리며 말하자 홍성남이 물었다.
“정확치는 않지만, 근사치는 나옵니다.”
일부러 레티어를 만지며 시간을 끌었다.
“2년쯤 된 것 같네요.”
그러면서 레티어 스크린 뒷면 투명화를 했다.
거기에는 ‘사망 기일경과 예측’이라는 글씨가 보이고, ‘약 700일 전후’라고 나타나 있다.
물론 수사관에게는 글씨가 거꾸로 보일 것이다.
클라미가 빠져나왔고, 캐비닛이 있는 곳으로 와서 소나비 미니와 합류했다.
“지하에 문이 또 하나 있는데, 거기도 마저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 안에는 별것이 없었다.
거의 대부분 폐품처럼 보이는 잡동사니다.
“자, 복귀합니다. 혹시 더 필요한 것 있습니까?”
“없습니다.”
대답을 하는 표정이 침울하다.
경찰용 권총이 발견되면서 벽 뒤에 있는 백골 중에 한 사람은 경찰일 수 있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영상, 우리에게 줄 수 있습니까?”
클라미가 날아오며 별빛이 보이는 영상으로 바뀌었을 때 과장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대신 공유하면 안 되는데.”
“…….”
말을 머뭇거린다.
돌려 볼 생각을 했을까?
“가능하겠습니까?”
“약속하죠.”
그 말을 듣고, 벽에 붙은 장의 서랍에서 적색 바디의 USB를 꺼냈다.
“그…… 질문이 좀 이상하지만, 저것으로 도둑질해 본 적 있소?”
수사과장이 USB를 받으면서 웃는 듯 아닌 듯 애매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요.”
처음부터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USB를 담은 상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아까 보신 장부요.”
“듣기는 했는데…….”
류지현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하는 거다.
“뭐 뜯어먹을 것이 없나 하고 뒤를 따라붙는 자들이 좀 있습니다. 요즘도 여전하고.”
“……?”
무슨 뜻이냐 하는 시선이다.
“조폭, 경찰, 국회의원, 기업가, 중국 놈들, 뭐 그런 자들이죠.”
방금 태영이 열거한 부류들 중에 경찰이 들어 있다는 것이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래도 사실인 것을.
“그들이 협박을 하고, 뒤를 따라붙는 일이 많다 보니, 내 차에 이상한 물건이 붙었는지 자주 검사를 합니다.”
“으음.”
류지현이 대놓고 경찰이 태영을 협박한다고 전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도 잘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돌려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열흘쯤 전에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부탁으로 사무실까지 들어와서 협박하고 갔죠.”
“……경찰이라고 모두가 정의롭고 사명감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어느 날, 위치 발신 장치가 붙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역추적해 보니 미동 기획에서 붙인 것이더군요.”
류지현이 이런 과정을 간략히 말했지만, 수사과장의 질문에 결국 재탕을 하게 되었다.
“흐음.”
고개를 끄덕인다.
“미동 기획에 보내서 자료를 좀 확인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손으로 클라미를 가리켰다.
수사과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활약을 봤으니까 바로 수긍한다.
“그런데, 보내기 전에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더군요. 늦었구나, 더 늦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그날 밤에 바로 집으로 보낸 것입니다.”
“그게 범죄라는 것은 알죠?”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는 질문이다.
“압니다. 그러면서도 여기 네 분이 있는데, 같은 일을 또 했죠.”
“…….”
공범이지.
아니면 허락이나 협조이거나.
이야기하는 중에 클라미와 소나비 미니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35분.
쓸데없는 곳을 수색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백골이 있는 곳에서 시간이 제법 걸렸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클라미와 마이크로 소나비 미니가 내려앉았다.
~딸깍~
클라미의 등 뚜껑이 먼저 열렸다.
수사과장은 호주머니에서 얇은 면장갑을 꺼내 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카드를 들었다.
겹쳐진 카드는 모두 7장.
“권영하 검사.”
“검사라구요?”
“안 돼, 장갑.”
김종열의 말에 홍성남이 신분증을 집으려는 것을 제지했다.
“김재수, 박혜은 어디 경찰서 소속인지 확인해 봐.”
“네.”
“아, 아니다. 그건 돌아가서 하자.”
수사과장 김종열이 홍성남에게 시켰다가 바로 철회했다.
신원을 알았으니 나머지는 경찰서로 돌아가서 확인해도 된다.
김종열은 면장갑 하나를 벗어서 그 안쪽에 카드와 신분증을 집어넣었다.
이제, 장부와 포터블 SSD를 나누는 과정이 남아 있다.
태영은 포터블 SSD를 이미 복사해 두었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적이 없는 것처럼 해야 한다.
“과장님, 복사하실 겁니까?”
류지현이 물었다.
“이거 우리가 가지고 가면 안 되겠소?”
“누가 장부를 가져가든, 복사본은 남겨야죠.”
“그…….”
이게 참 애매한 모양이다.
“그리고 저 USB도.”
포터블 SSD라고 해도 발음이 단어가 길다 보니 그냥 USB라고 한다.
“SSD.”
“아, 그래 SSD.”
“장부도 SSD도 복사해 드리죠. 그쪽은 레티어에 복사하면 되지?”
류지현이 복사본을 가져가라는 의미로 그렇게 말했다.
“음…… 그러지 뭐. 우리에게는 원본 장부 두 권도 있으니.”
태영도 얇은 면장갑을 찾아 끼었다.
“잠깐 줘 보세요. 복사하게요.”
“시간 많이 걸리지 않나요?”
장부가 두꺼우니, 잘라서 자동 스캔 기계에 넣지 않으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릴 거다.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복사해야 하니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여긴 도대체 요지경인 곳이구만.”
수사과장이 중얼거리며 장부를 넘겨준다.
요지경 맞지.
“담배 피울 만한 곳이 있소?”
수사과장이 물었다.
“밖에 복도 끝에 가면 흡연 공간이 있습니다.”
“복사하는 사이에…….”
그러면서 밖으로 나가는데 홍성남도 같이 나갔다.
“둘이서만 할 이야기 있는가 보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이주현이 말했다.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것도 있겠지. 담배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니까.”
맞다.
흡연하지 않으면서 담배를 소지한 사람과 흡연하는 사람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다르다.
받은 장부를 들고 벽면의 기계에 넣었다.
SSD는 외장 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준비된 곳에 한꺼번에 연결했다.
“복사해 준다면서 레티어는 연결 안 해?”
류지현이 물었다.
“무선이지.”
“아, 그래. 그거 읽어 내면 안에 든 내용이 지워지거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장부 4권의 복사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복사된 내용의 페이지가 앳윌플레이 스크린에 책을 펄럭이듯 나타났다가 사라져 갔다.
“순식간이네. 그 장부도 여기 와서 복사해 달라고 할 걸.”
“그러지 그랬어?”
“그러니까, 1시간이나 걸렸는데. 시간 아깝게. 아 참, 복사한 장부 말이야.”
SSD의 복사 프로세서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왜?”
“너희 서버에도 남아?”
“작업을 여기서 하는데, 남지. 그럼.”
“그럼 저것도?”
“당연하지.”
막 포터블 SSD가 모두 복사되었다는 시그널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음, 지우면 안 돼?”
“왜?”
“……에이,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 준 요원이기도 한데. 흐흐흐.”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툭 던져 놓고 어이없어한다.
준 요원이라니.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