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143
144화. 새 시대
“64강 명단 떴다!”
“아, 심장 떨려. 미치겠다!”
점심 시간.
한애고 컴퓨터실에서 모두가 모여들었다.
“무서워서 난 못 보겠다. 너가 대신 봐.”
“제발 붙어라!”
딸칵! 클릭하여 명단을 확인하는 때였다.
[ 2004 펜툰 최강자전 64강 명단 발표 ] [ 안녕하세요, 펜툰 편집부입니다. ] [ 펜툰 최강자전엔 총 2,817편의 작품이 투고되었으며 그중 300개의 작품이 통과되어 2차 예선을 치렀습니다. ] [ 독자 분들의 표로, 64강 진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 [ 아쉽지만 탈락하신 분들께 많은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 [ 그럼 2차 통과작을 발표하겠습니다. ]합격 명단이 등장하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유인환, 이민지, 송범근…….”
“붙었다.”
“으악, 나 떨어졌어.”
300명이란 인원에서 또 다시 추려져…….
[ 64강 작품은 오늘부터 2화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 [ 펜툰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펜툰 최강자전 64강이 시작된 것이었다.
탈락한 사람들은 표정이 좋지 않거나, 울고 있었고.
합격한 학생들은 탈락자들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5교시가 시작되면서, 만창과 선생도 위로와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최강자전 아쉽게 떨어진 애들, 수고했어. 이번을 계기로 더욱 힘찬 작품 만들어보자! 그리고 붙은 사람들도 축하해. 부디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남으렴!”
수업이 끝나도, 여전히 최강자전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탈락자들도 있었지만, 그 중 탈락한 것 같이 안 보일 정도로, 아주 덤덤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현 선배는 탈락했대?”
“어, 그렇다더라. 근데 탈락해도 괜찮다던데? 어차피 치즈코믹에서 데뷔 결정 났으니까.”
“그건 부럽네. 나도 스카웃 제안 받아보고 싶다.”
작품 제안을 받아 데뷔가 가까워졌기에, 탈락해도 크게 상관이 없는 학생들도 있던 것이었다.
‘그래, 1차부터 컨택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나 알아봤는데 꽤 되던데.’
은근히 그 수가 많았다.
아직 펜툰 최강자전이 진행 중이었지만.
출판사에서 연계 계약을 요청한 작품, 즉, 컨택 작품을 알 수 있었다.
그야, 나는 펜툰의 주인이었으니까.
총 20개의 출판사에서 34개의 작품을 결정했고.
최상위권의 작품은 제안이 아주 겹쳐 있었다.
‘심지어 고작 공개 1주차밖에 되지 않았어.’
컨택 작품의 수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컨택을 받은 34개 작품 중에서 고등학생은 7명.
한애고에서도 출판계약 제안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는 듯하다.
물론 만창과 1학년 중에서도 있었다.
“와, 부럽다. 64강에도 오르고 데뷔도 하고.”
“범근이는 그럼 데뷔 확정된 거야?”
송범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학식 때만큼의 자만이 담긴 표정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현실을 파악했으니까.’
최종심사에 올라갔다고 자랑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미 데뷔를 치렀고 자신보다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는 내가 같은 반에 있으니까.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느껴지겠지.
그러다보면 절로 겸손해지는 것이다.
“데뷔 축하해.”
“범근아, 회사 이름이 어디라고?”
“코믹런이라는 출판사야. 비록 대명성은 아니지만…… 여기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서, 언젠가 대명성에 작품을 내고 말 거야.”
그토록 목말라하고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한다니, 결국 숨통이 트이고 여유가 생긴 거겠지.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64강까지 올라왔잖아. 아직 시간이 많다는 건데. 좀 더 기다렸으면 다른 제안이 왔을 지도 모를 일이잖아.’
그런데 송범근은 코믹런이라는 곳에서 온 제안을 덥석 물어버린 듯 했다.
‘첫 계약이라 신중하지 못했나보네.’
다른 제안을 보고 조금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코믹런이란 곳은 안 좋은 출판사가 아니니까.’
펜툰 최강자전에 협력하는 20여 출판사들은 모두 매절 계약 같은 건 없었다. 기본적인 계약서에서 더 작가 영입에 경쟁력 있는 요소를 자체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놔두었다.
‘그러니 그 곳에 계약을 해도, 안 좋은 일을 당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저 송범근이란 학생을 비롯해서, 한애고는 64강에서 8명이 살아남았다.
필명을 써도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학교 측에 합격 여부를 알려야한다.
3학년 3명, 2학년 1명, 1학년 3명.
나머지 1명은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 1명이 바로 나니까 당연히 안 밝히지.’
하필이면 그 1명이 상위권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도, 학생들도 궁금해 했다.
“야, ‘룰라’가 누군지 정말 몰라?”
“몰라. 선생님들도 모르는데 대체 뭐야.”
그렇기에 한애고 신원불명의 작가 ‘룰라’에 대해 절로 말이 많아졌다.
“나도 이 가장 웃기던데. 이게 우리학교 학생이라니.”
“정말 누굴까? 왜 굳이 이름을 안 밝히는 거지?”
“혹시 안서준?”
그 말과 동시에, 모두가 입을 모았다.
“야, 농담 그만해라.”
“그림이 완전히 다르잖아.”
“안서준은 이런 그림 안 그려. 걔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말이 되냐?”
“흐음, 그런가?”
“만약 안서준이 투고했으면 퀄리티가 좋으니까 다 알아채겠지.
“64개 전부 읽어봤거든. 안서준이 낼만한 작품은 없더라.”
“주최자니까 참가를 안 한 게 분명해.”
“그럼 ‘룰라’가 누굴까?”
“은 간단하게 그린 듯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잘 그리는 사람이잖아? 3학년 선배겠지.”
“뭐? 이 잘 그렸다고? 난 전혀 그런 거 안 느껴지던데.”
‘내가 그렸다는 걸 아무도 모르네.’
이들은 나를 우러러보고 있으니. 그로인해 생긴 착각인 것이리라.
그들이 생각하기엔 내가 그릴만한 것은 수준 높은 극화체나, 고 퀄리티의 소년만화.
심지어 지금 그리고 있는 웹툰, 도 세밀한 묘사는 하지 않았지만, 화려한 판타지의 텍스쳐 효과, 좋은 색감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로인해서 내가 의 작가라는 걸 모르는 거겠지.’
내가 정말 간단한 개그만화를 그리지 않을 것이란 편견이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유일하게 박은정은 다 알고 있단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너, 눈치 챘냐?”
내가 말하자, 박은정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네가 낙서하는 거 봤으니까.”
그러고 보니.
데포르메 형태의 그림이나 개그만화 느낌의 간단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 때의 박은정은 그걸 언제 본 것인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해줘.”
“또 어떤 걸 꾸미려는 진 모르겠지만.”
박은정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의도는 모르기에 뒤숭숭하지만, 일단은 내게 협력해주겠단 거지.
“2화 올라왔다!”
작품이 올라오자, 학생들 모두가 그 작품들을 읽었다.
“이 64개중에 수상작이 10개가 나온다는 건데, 넌 어떤 게 상 탈거 같냐?”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일단 난 이 상 받을 거 같다.”
“너 만창과 맞냐? 그건 묘사력이 떨어지잖아. 배경도 대충 그렸고. 캐릭터들도 다른 소년만화에 비하자면 형편없고.”
“실력 없는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일단 보기 편하잖아. 게다가 일단 웃겨.”
“맞아. 인기투표도 상위권이잖아? 그림이 어찌됐든 이건 만화고. 본질에 충실하면 돼. 이 웃기다는 건 사실이지.”
저마다 수상작을 예상하기도 했다.
나는 최강자전 64강도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어느 장치를 꾸미기로 했다.
본사에 들려 셋팅을 맞췄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들리나요?”
“네, 들립니다. 시작하시죠.”
“크흠.”
인터넷 방송이었다.
[ 이거 뭐임? ] [ 헐 안서준 ]지금 바로 펜툰 메인에 크게 광고가 되었기에, 방송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 진짜 안서준이네? 저도 인사해주세요. ] [ 이거 생방송인가요? ] [ 뭐야 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생방송 맞습니다. 소통? 질문? 뭐, 좋죠. 뭐든 물어봐주세요.”
[ 와 ㅋㅋㅋㅋㅋ ] [ 나 질문 좀 할게요. 정말 초등학생 때 만든 거 맞아요? ] [ 4년 전에 초등학생 6학년 아니었음? ]다들 내 데뷔년도인 2000년도의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맞죠. 초등학생 6학년이었습니다.”
“그것도 사실이죠. 자세히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대표를 맡고 있는 누나가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제게 있거든요.”
[ 그럼 고등학생 회장님이란 거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 초등학생이 홈페이지를 어떻게 만든 것임? ]“저 혼자였으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저를 끔찍이 도와주시는 분이 있는데요.”
나는 내 곁에 있는 라피스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제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더니 그분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셨어요. 이제는 네이바와 계약도 체결했고, 펜툰 사무실이 홈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어요.”
[ 와 대박이네 ] [ 돈도 잘 벌겠다 ]나는 여러 질문들을 답해주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했고.
어느덧 시청자는 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야 나는 이 방송의 의도를 말하기 시작했다.
“만화 보실 때 출출하실 거 같아서 여러분들께 선물이라도 드리려고 하거든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펜툰 최강자전에서 또 하나의 이벤트를 진행시켰다.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를 하시면 과자나 컵라면 같은 것을 받을 수도 있고, 치킨 추첨에도 응모하실 수 있어요.”
‘펜툰 독자 이벤트’ 라는 것이었다.
투표를 하면 포인트 1점을 얻게 되고. 포인트가 일정 수치에 도달할 경우 원하는 간식을 하나 확정적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1인당 1번.
일주일에 한 번.
[ 땡큐!!! ] [ 펜툰 보는 사람들이 몇 명인데 안서준 통장 거덜 나는 거 아님? ㅋㅋㅋ ] [ 와, 1억은 그냥 깨지겠는데? 솔직히 아깝겠다. ] [ 준다면 먹어야지 ㅋㅋ 감사합니다 ]이 이벤트 진행 예산은 3억 원.
최강자전 홍보 덕분에 펜툰의 트래픽은 굉장히 뛰어올랐고.
그로인해 광고료 수입이나 웹툰 미리보기 매출도 꽤나 증가했다.
‘내가 벌은 만큼 베푸는 거니까.’
그러니, 나는 전혀 아깝지 않게 여겼다.
“에이 뭐, 독자님들께 조그마한 간식 드리는 게 아깝겠습니까. 여러분들도 제 만화 사주셨잖아요.”
[ 고등학생이 말하는 뽐새보소. 왜케 대인배야? ] [ 우리집에 전권 다있음 ㅋㅋ ] [ 이런 은혜 갚은 안서준을 봤나 ㅋㅋㅋ ]‘만약 첫 공개 때부터 이런 이벤트를 내걸었으면 그냥 투표만 하고 간식만 낼름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독자들은 간식보다 재밌는 작품을 보거나 발굴하는 것에 혈안이었다.
[ 펜툰 최강자전에 뽑힌 만화들이 결국 한국 만화를 책임질 새 신인들이잖음? ]이미 독자들도 파악하고 있었다.
최강자전 수상자들이 새 시대를 열 작가가 될 것이란 걸.
‘내가 그렇게 만들고 말 테니까.’
그때까지 정말 머지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