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7)
“정식 주주총회는 아닙니다. 어제 말씀드렸던 것처럼 비상총회입니다.”
“그럼 안건은요?”
“안건이 있으면 정식 총회게요. 오늘은 뭐 의결할 건 없어서요. 말하자면 이번에 주주 구성이 크게 바뀌었으니, 지분이 많은 주주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자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정식 총회가 아니지만 주주 총회라는 건가?
“그럼 주주들이 다 초대된 것도 아니겠네요?”
건물 주변이 한산한 이유가 있었다. 정식 총회라면 크고 작은 주주들이 모여드느라고 주변이 꽉 찼을 거다.
그러고 보니 퇴근 시간 지난 시간에 총회를 하는 것도 이상해. 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비공식 주주총회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
결국 말장난이 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정식 주주총회가 아닌데 모이면서 나를 부른 거다.
L그룹 모터 홀딩스, M자동차, L엔터테인먼트 등.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지분으로 대주주가 된 다른 회사들이 가만히 있거나 인사 문자 하나 달랑 보낸 이유가 있었다.
그들도 나를 의식했다면 정식 절차에 돌입했겠지.
그런데 P자동차 코리아만 이상한 명목을 세워서 나를 바로 다음날 호출한 거다.
즉, 나를 물로 봤단 얘기다.
회의장은 일반적인 주주총회장과는 다르게 세팅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주주총회장이 연단이 있는 형식이라면, 지금 이곳은 둘러앉는 회의실처럼 되어 있었다.
“여어. 어서 오시오.”
“아… 이 사람이야?”
미리 와 있던 중늙은이 2명이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인간들의 예의 없는 행동만 봐도, 이 자리의 목적이 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나는 쓴웃음을 짓고, 최상현에게 말했다.
“네. 복도 왼쪽입니다.”
깍듯한 표정을 짓는 당신이 제일 나빠.
그런데, 회의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자 뜻밖의 얼굴이 보였다.
“응?”
“여어.”
고현민. L그룹 상속 형제의 막내.
“…현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내가 물었다. 상황이 상황이라, 솔직히 말투가 곱게 나오지는 않았다.
“나도 여기 주주야. 형들은 자기 지분 너한테 많이 양도했는데, 내 건 안 건드렸거든.”
“흥. 형들이 생각하기로는 P자동차 코리아 주식은 영 전망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너는 계속 들고 있는 거야?”
“응. 네가 뭔가 생각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궁금해서 말야. 왠지 여기 지분 가지고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
뭐야. 그럼 자기 지분으로 내가 하는 걸 견제하겠다는 건가?
저번 최종 협상 때에는 오지도 않았었는데, 여기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그런 경계하는 눈으로 보지 마. 나 오늘 너를 위해서 온 거라고.”
“응?”
“나는 우리 관계에 대한 생각이 형들하고는 좀 달라. 형들은 너하고 다신 안 볼 생각인 것 같지만, 나는 그럴 생각 없거든.”
현민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글쎄. 고현욱은 원래 무서운 인간. 옆에서 험한 말이나 지껄이던 고현석도 그리 바보는 아닌 인간.
그런데 현민은 나와 친했었지만, 그래도 제일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정말 녀석이 보이고 있는 게 순수한 호의일까?
“그래…”
나는 생각 끝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 오늘 이 총회인지 뭔지를 소집한 건 네가 아니란 얘기고?”
“응. 조금 있다가 나와 같이 회의장 들어가면, 그건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거야.”
현민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주주총회 아니지?”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니야. 주주총회라고 불렀지?”
현민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아마 지금 와 있는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젊은 애가 주주랍시고 들어왔는데 쌍판이나 보자’는 마음으로 왔을 거야. 한 마디로 얘기하면, 기선제압이 목적이지.”
“그걸 회사 측은 ‘비공식 주주총회’라는 희한한 명칭으로 포장해서 나를 부른 거고.”
“응.”
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안 되네. P자동차면 세계적인 대기업 아냐? 그런데 그런 양아치 짓을 한단 말야? 새로 주주된 사람한테 텃세 부리려고?”
“응. P자동차 본사는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P자동차 코리아는 아니지. P자동차 본사도 이 회사 지분 10퍼센트도 못 갖고 있어. 사고 싶어도 못 산 거지.”
현민의 설명이었다.
“그게 가능해?”
“응. 원래 P자동차 코리아는 유한회사였어.”
“유한회사?”
“지분은 나눠 갖지만, 주식회사처럼 지분 공개하고, 투명하게 주주총회 할 필요 없는 회사. 그러다가 최근에 ‘어른의 사정’으로 주식회사가 된 거야. 그런데 유한회사 때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관행이 남아 있는 거지.”
“흐음…”
나는 잠깐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그럼 저기 있는 주주들, 서로 다 한패라는 거군.”
“응. 형이 얘기했다고 하던데? 갑자기 대주주 되면 기존 주주들이 적대적으로 나올 거라고.”
“아. 그렇지.”
솔직히 그건 P자동차 코리아가 작은 회사라 다른 데보다 덜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군. 작은 회사일수록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끼리 똘똥 뭉치고, 관행에 기대어 ‘갑질’도 할 수 있는 거다.
“알았어. 그럼…”
나는 아이폰의 촬영 버튼을 눌렀다.
* * *
“엇!”
조금 전에 나를 보고 건성으로 대하던 중늙은이들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 고현민 이사님. 오셨습니까?”
나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고, 거의 배꼽 인사다.
“엇. 이사님. 어떻게…”
최상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현민이가 ‘사람들 반응을 보면 알 거다’라는 말은 이런 뜻이었군.
아예 현민이는 이 자리에 있을 계획 자체가 없었다.
“이번에 저희 L그룹 지분을 이어받으신 대주주분 인사하는 자리인데, 제가 직접 L그룹 사람으로서 소개를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
회의장에는 벌써 5~6명의 중늙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모두 흙빛이 되어 나와 현민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 아는 분이셨군요.”
“그럼요. 주식 양도가 이루어졌는데요.”
현민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흥.”
나는 옆에서 코웃음쳤다.
배경이 좋긴 좋구만.
갖고 있는 지분이나 금액만으로는 대접 받을 수 없는 곳이,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많이 남아 있다.
현민이 덕에 뭔가 수월하게 대접받을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좀 아쉽네?
나는 이미 ‘아무나 못 하는 일’ 채널에 올릴 콘텐츠로 ‘안건 없는 가짜 주주총회 불려가기’가 딱 어울리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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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라고 앉아 있는 중늙은이들의 반응을 보니, 현민이는 연락 못 받은 게 확실하다.
진짜 뭐 이런 양아치들이 다 있지? 현민도 대주주인데 연락을 안 해?
오늘 모임 도대체 뭐야? 완전 개판이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현민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는 왜 연락을 못 받은 거지요?”
현민은 웃고 있었지만, 말끝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어. 그러게요. 연락이 안 갔는데 어떻게…”
– 탁.
중늙은이 한 명이 입을 열자, 옆에 있던 남자가 그의 손등을 쳤다.
몰래 하려고 했겠지만, 그 행동은 나와 현민의 눈에 훤하게 들어왔다.
“그러게. 연락이 어떻게 누락됐어?”
손등을 때린 중늙은이가 이렇게 외쳤다.
앞의 중늙은이가 ‘어떻게’라고 한 말의 의미를 그렇게 돌려볼 생각인 것 같지만, 너무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흐음.’
대충 상황 파악 되는구만.
이따가 현민에게 물어보겠지만, 대략 알 거 같다.
L그룹 고 회장 개인과 L모터홀딩스가 합쳐서 과반의 주식을 가진 P자동차 코리아.
사실상 제대로 된 주식회사가 아니다.
L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는 회사였지.
그런데 고 회장이 죽고, 지분 전부가 그 아들들한테 안 갔다.
이 사람들이 그걸 알게 됐겠지.
그러면 오늘 이 모임은 그냥 ‘근본 없는 젊은 주주 길들이기’가 목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나를 불러 정체와 진영을 파악한 후, 포섭하려는 생각이었을 거다.
내가 만약 포섭이 가능한 상대라면, P자동차는 L그룹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L그룹이 귀신같이 눈치챘고, 그 결과 이 자리에 고현민이 와 있는 거다.
그러니 저렇게 허둥대고 당황하지. 지금 서로 손발도 안 맞는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현민은 그 중늙은이를 보고 웃어준 다음, 최상현이 굽신거리며 안내하는 쇼파 앞으로 갔다.
“자.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현민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엇. 고마워요.”
나는 현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내가 자리에 앉은 후, 현민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장현준 씨가 아직 여러분께 알려지지 않아서, 경계가 되셨을 거 같은데요.”
그러자 중늙은이 한 명이 서둘러 끼어들었다.
“겨, 경계는요. 그냥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아, 네. 어쨌든 신원 확실하신 분이고, 우리 L그룹도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분께 지분을 넘겼습니다. 저희가 다음 주주 총회 때 정식으로 공표하려고 했는데, 오늘 마침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제가 말씀드립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는 현민의 눈빛은 매서웠다.
“…”
중늙은이 모두가 현민과 시선이 교차하는 것을 피했다.
‘오우. 이 자식 이쪽에서는 꽤 존재감이 있는 모양인데.’
대학교 3학년의 나이다.
그런데도 엄청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들은 하나같이 다른 데 가서 콧바람 좀 뿜을 거 같은 돈 많은 중늙은이들이다.
재벌집 아들이 좋긴 좋구만.
나도 엄청난 재산이 생기긴 했지만, 현민은 내 상속분의 최소한 5배 이상은 받았을 거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 귀족의 포스와 대접은 정말이지 내가 성을 다시 ‘장’에서 ‘고’로 바꾸지 않는 한 흉내 낼 엄두도 못 낼 능력이군.
“그,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L그룹에 먼저 물어보기도 폐가 될까봐.”
중늙은이 한 명이 말했다.
“최 전무! 일 좀 똑바로 못하나. 연락 못 받으셨다잖아!”
그중 한 명은, 애꿎은 최상현을 보고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최상현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니요. 죄송할 건 없고요. 사실 저희 L그룹이 지분을 기존 주주님들께 알리지 못하고 다른 분께 양도한 것도 실례이긴 하죠. 하지만 저희 아버님이 워낙 급하게… 그래서 경황이 없었으니 양해를 해 주십시오.”
“아, 그럼요! 정말 다시 한 번 회장님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네. 염려 마십시오! 다 이해하지요. 회장님이 갑자기… 그게 제일 큰 손실이지 다른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다시 중늙은이들의 굽신거림.
“감사합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예전과 달라질 건 없다는 걸 또 한 번 강조드립니다. 전혀 걱정마시고, P자동차 코리아의 발전을 봐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현준 주주님께도 저희 L그룹을 대하듯이, 똑같이 대해 주시면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죠!”
“걱정 놓으십시오!”
현민이의 말에 울려 퍼지는 충성의 멘트들.
‘흥. L그룹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악덕 기업인지도 모르겠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인간들이 이렇게 허리를 더 못 굽혀서 안달이지?
게다가, 지금 현민의 말은 겉으로야 부드럽지 속은 딴판이다.
‘예전과 달라질 건 없다’는 현민의 말은, ‘너네가 뭘 해 봐야 달라지는 거 없으니 쓸데없는 짓 마라’라는 얘기잖아.
“어때? 잘했지?”
현민이 나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
잘하긴 뭘 잘해. 이 자식아. 유튜브 각 안 나왔어.
너무 딱딱하고 일방적이라 이건 어떻게 편집해도 재미있는 영상이 안 나올 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일단 나는 오늘 얻은 영상을 소중히 보관해 놓기로 했다.
“거참. 그러니까, L그룹에서 소개할 시간도 주고, 좀 여러 가지 공지사항 공표할 시간도 주고 그러자니까 급하게 비상총회를 소집해서 말야.”
그때, 중늙은이 한 명이 최상현을 한 번 더 갈궜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표결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급한 건수가 있기는 합니다.”
최상현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응? 뭔데요?”
현민이 그 말에 반응했다.
“며칠 전에 유튜브 관련해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거 관련해서 상의도 좀 드릴까 해서요.”
엇.
“응. 그렇지. 무슨 건수 있다고 했잖아.”
“네. 요 바로 앞에 청담 전시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잠깐 담당자 좀 부르겠습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