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23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23화
괴인들의 콘서트(2)
어느 순간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멜론 애스크가 은근 나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한다는 거다.
솔직히 썩 괜찮은 기분인 건 부정할 수가 없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어그로가 많이 끌리는 인간 아닌가?
그를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만 해도 마찬가지고.
다만, 그렇다고 해서.
“…흠.”
의심병이 도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양반이 진짜 순수한 팬심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 아니면 비지니스적인 목적인지. 진짜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난 이 양반에 대해 잘 아나?
머릿속에 넣어둔 정보를 꼽자면,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우주 항공 회사의 주인이라는 정도?
전남 영광 출신의 구수한 사투리 쇼츠도 슬쩍 스쳐 지나가고.
지독한 워커 홀릭이라는 것도 아네.
뭐 이 정도면 꽤 많이 아는 걸까.
어쨌든 간에, 메시지가 왔으니 보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적당한 답변을 짜내어 전송했다.
-티켓은 구했습니까?
-못 구했다면 하나 보내 드리죠.
“….”
멜론 애스크가 내 콘서트에 온다니.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내가 고개를 숙이면, 내 팬들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니까.
물론 할 수 있는 선의는 최대한 베풀어주는 게 낫겠지.
띠링-!
답변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메시지가 돌아왔다.
Melon Ask : (번역) 티켓은 이미 구했어.
Melon Ask : (번역) 한국에 가서 얘기 좀 나누면 좋겠군. 기대할게.
“….”
팔로워의 최상단에, 그의 이름이 박혔다.
이것도 SNS를 ‘소유’한다는 무지막지한 능력의 특권인 모양.
뭐 이러나저러나.
솔직히 말하자.
현실감이 잘 없다.
그래서 나는 넋 놓으며 최이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와우….
역시나, 기대대로의 반응이 돌아와 버렸다.
“우선 알려는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특별히 별다른 행동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그렇… 겠지요. ‘관객’으로서 방문하시는 거니까요. 편히 이야기하실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틀 뒤 연예대상에서 도페바 공화국 국가의 작곡을 공표하실 생각이시지요?
“예.”
-알겠습니다.
뭐, 그렇다.
유명인이 내 콘서트에 오는 건 오는 거고.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뿐.
나는 나름 괜찮은 옷을 차려입고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크리스마스라….’
솔직히 말해 특별한 날이라는 감각은 없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라고는 하는데, 난 기독교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딱히 교회에 나가거나 하지도 않았고.
회귀 전 주변인들은 뭐 여친이랑 데이트니 파티니 개 난리 부르스를 떨던데.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한 짓거리 아니겠는가?
내게 ‘크리스마스’ 하면 기억나는 추억이란, 연말 시즌으로 매년 지원했던 고액 상하차 알바가 전부였다.
그래.
이렇게 놋대월드 같은 인싸와 중산층의 상징 같은 곳에서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거다!
“해적선 타자!”
봄이랑 크리스마스에 놋대월드에 왔다.
독일 퀼른에서 한바탕 고생을 좀 한 다음 여독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아주 건강하더라.
눈에 빛이 반짝반짝 돌더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넹.’
사실 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놀이공원에 와보지 못했다, 이 수준은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복지 하나 없는 무법 지대는 아니니까.
학교 소풍으로 가는 네버랜드 정도야 발을 들여본 적이 있다는 소리다.
물론….
“…재밌구만.”
돈이 없어 이리저리 눈치 볼 때의 기분이랑, 지금 이 편안한 상태랑.
도저히 비교하려야 비교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치?”
“응.”
“도일이 새로운 표정이당.”
“…좀 부끄럽네.”
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놋대월드 처음 와봐?”
“완전 처음임.”
“오옹.”
“왜?”
“그냥~ 좋아서. 히히.”
객관적으로 볼 때, 좀 뜬근포일 수도 있다.
친구랑 같이, 그저 목적 없이 ‘놀러’ 나가다니.
이게 몇 개월 만일까?
‘회귀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그래도 여유가 있었는데.’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한 폭주기관차는 계속해서 달려야만 했다.
멈추는 게 어려웠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렇게 쉬는 느낌 자체가 이상하달까.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어트랙션을 탔고, 쥰내 긴 츄러스를 입에 물었다.
중간중간 알아보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뭐. 하도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인파에 섞이는 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
그리고.
해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우리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자이로드롭 앞에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도일이는… 4월 말부터 지금까지 계속 달려왔잖아.”
“응.”
“그리고 브리쉘에서 엄청나게 주목 끌고. 거의 전설이었잖아!”
“흐흫.”
“도일이 꿈은, 이 세상 모든 사람한테 자작곡을 들려주는 거 맞지?”
“맞아. 좀 부끄럽네.”
역시 크리스마스라 그런가, 줄이 꽤 길었다.
나와 봄이는 멍하니 곧게 솟아오른 철탑을 바라보며 잡담을 나누었다.
잡담… 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게 있어?”
“…응?”
“계획!”
“…우선 유명해지는 거?”
“얼마나?”
“세상 사람들 다 알 만큼?”
“…음.”
…봄이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입술을 오므렸다.
그러고서, 곧바로 유튜브 앱을 열어 내게 내밀었다.
“이건….”
“미스터베스트.”
“….”
“구독자 거의 2억 명.”
“….”
일순간 눈을 깜빡였다.
내가 뭘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만, 1천만도 아니라 기본적으로 조회 수가 ‘억’ 단위다.
숫자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
구독자 300만 명을 넘겨 기뻐하던 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랄까.
“개쩌넹. 이름은 들어봐서 알고는 있었는데….”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 진짜 재밌는데.”
“썸네일 클릭 마렵네. 영미권에서 유명한가 봐?”
“길 지나다니면 못 알아보는 사람 없을걸? 근데 이 사람이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는 한국 시골 가서 저 아세요? 하고 물어보면 다 모른다고 할 거야.”
“….”
처음에는 봄이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완벽하게 이해했다.
“…유명해지는 것만으로는 내 꿈에 완전히 도달할 수가 없다는 건가.”
“미안.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거 같아서.”
…지금까지는 그저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급급했다.
효과가 있었느냐 묻는다면, 당연하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곡을 듣고 있었으니까.
다만….
지금까지의 방식이 내 ‘목표’에 도달하게 해주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잘 모르겠다.
방금 전에 봄이가 예를 들었던 미스터베스트의 경우도 그렇다.
진짜 ‘지리도록’ 구독자가 높은 양반인데. 난 실제로 그의 영상을 거의 보지 않았다.
이유는 간결하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아마,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 세계급 아이돌이니, 케이팝이니, 아니면 클래식이니.
다 듣는 사람만 들으니까.
‘…내 구독자는 비대해.’
‘개인’으로서, 이렇게 단시간 안에 구독자 200만을 돌파해 버렸다.
이게 과연 ‘평범한’ 성장 속도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유튜브계에서도 까무러칠 정도의 성장 속도가 맞다.
만약 이 속도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성인이 되기 전에 1,000만도 넘겨 버리겠지.
근데….
그렇다고 해서?
과연 구독자가 ‘늘어나기만’ 한다고, 뉴스에 내 ‘이름’이 나온다고,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내 곡을 들려줄 수 있을까…?
지금껏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명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핸드폰으로 한류의 대표곡, 강남스타일을 검색했다.
조회 수는 50억 언저리였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80억 명이었다.
“그렇구만.”
“뭔가… 미안해.”
“아니, 아니야. 진짜 뼈가 되고 살이 됐어. 뽀뽀해 주고 싶을 정도로.”
“해도 되는데.”
“…리얼?”
“히히 아니!”
-안경, 소지품, 떨어지기 쉬운 물품들은 주의 부탁드려요~ 그럼….
흐려지는 대답 소리와 함께, 봄이의 손을 잡고 자이로드롭에 올랐다.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단순한 놀이기구였는데, 재밌기는 하더라.
봄이의 얼굴에도 가득 웃음꽃이 피더라.
“내일모레 잘 다녀와! 스쳐 지나가고 보고 있을게!”
크리스마스의 마지막은, 역시나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케이크를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12월 27일. 연예대상 당일이 되었다.
수많은 인파와 몰려드는 카메라.
호명되는 이름과 눈물을 머금으며 소감을 밝히는 연예들.
개중에는 당당히 ‘탑 싱어’에서 1위를 차지한 블랙벨트의 멤버들도 있었는데, 가요대상 신인상을 받더라.
대상은 내가 회귀 후 처음으로 상업 곡을 써줬던 페어리스였고.
“이 모든 것은… 저희를 이끌어주신… 우리 ‘음주’ 님의 덕입니다.”
“지, 진짜예요… 김도일 씨… 음주 님이 없었다면… 저희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뭐랄까, 대충 이렇게 되리라 예상을 하고 있긴 했지만서도. 가슴이 찡하면서 목이 매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취했던 행동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상을 받았다.
너무 긴장해서일까, 상 받는 과정은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대충 상 줘서 고맙다는 인사치레랑.
대충 지금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도페바 공화국의 국가를 내가 만들었다고 공표했던 것 같긴 한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뒤따라왔던 것 같기는 한데.
사실 몰려 있는 인파들을 보면서, 잡생각이 머릿속을 덮어버렸다.
‘…이 환호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시점에서 본다면 한 줌인가.’
…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고지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사실 뒷산이었음 키킥’ 하며 약 올리는 것 같달까.
내가 제정신을 차린 건 새해가 밝기 하루 전, EL엔터의 귀빈 응접실이었다.
눈앞에는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입국한 멜론 애스크가 있었다.
“[자기소개는 패스합시다. 서로 궁금한 게 많을 테니.]”
“….”
“[먼저 질문하셔도 괜찮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의 똘망똘망하면서도 야주 약간의 광기가 서려 있는 눈빛에 홀린 듯, ‘어떻게 하면 당신 정도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멜론 애스크는.
“[지명도를 올리기 위해선 사건이 필요해요. 이건 당신도 알 겁니다. 그다음에는 지명도가 지명도를 가져다주죠.]”
“[예.]”
“[다만, 그다음 부터는 역시 또 ‘사건’이 필요합니다.]”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흐음… 사건이라.]”
“[당신의 행적을 줄곧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대단한 사건을 많이 일으키셨더군요?]”
“[하하, 부끄럽네요.]”
“[더 큰 사건에 대해 생각해 둔 건 있으신가요?]”
“[그건….]”
당장은 없다.
나중에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당장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고 있는 상태였다.
“[없으신 모양이군요.]”
“…뭐, 네.”
“[보통 음악인이라면 그 정도의 위치에서 만족하겠죠. 하지만 당신은 다른 것 같네요.]”
“….”
“[‘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신 거 같고요.]”
숨길 필요도 없이 정곡이었다.
역시 세계 최대 기업들의 주인답달까. 통찰력이랄 게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인간 그 누구와도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회귀하고 처음으로, ‘인외’ 규격의 능력자를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서로 원하는 게 같아요. 그게 제가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여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외 규격의 능력자는.
씨익.
비릿하면서도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 유명인의 ‘사고 선택 회로’를 AI로 재구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근대의 인물은 윤리상의 이유로 당연히 안 되고,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중세 이전의 인물도 당연히 안 됩니다. 17, 18세기가 적절한데, 그때 태어난 화제의 인물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 그들을 모방한 인공 사고 회로를 만들어, 현대의 음악을 들려주고서 평가시킬 겁니다. 당신의 곡도요.]”
충격적인 계획 발표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