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42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42화
위대한 울림을 위하여(3)
‘과학자’’라는 직업에 항상 뒤따라 다니는 스테레오 타입 같은 것이 있다.
눈알이 좁쌀만 해지는 도수 높은 안경과 빼빼 마른 체격.
흰 가운을 입고, 뭐가 됐든 과학 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설명하려는 괴짜.
솔직히 케이든 윌리엄스는 그런 세간에 퍼져 있는 이미지가 썩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박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런 인물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는 데서 화도 났다!
‘가운은 안 입어 가운은.’
하나 더 꼽자면,
‘감수성도 충분하지.’
편견은 어디까지나 편견 아니겠는가?
실제로 케이든은 과학과 천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이기는 했지만, 아내와 아들딸이 하나씩 있는 가족의 구성원이자 가장이었다
슬픈 날에는 눈물을 흘리고, 기쁜 날에는 미소 짓는다.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멜로디인가.’
지금껏 ‘우주’를 논하는 멜로디를 수없이 들어왔다.
이른바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다만 만족스러운 건 별로 없었다.
저 광활하고 아름다운, 무수히 펼쳐진 공간을 제대로 묘사한 멜로디란 존재하기 힘드니까.
그나마 가슴을 울린 것은, 개봉마다 깜짝 놀란 사람이 많이 생기는 감독이 만든 우주 영화 OST 정도.
근데….
‘…그 이상이야.”
누군가는 말이 안 된다며 혀를 찰 수도 있지만서도.
마음속 저편에 있는 솔직함을 끄집어내자면, 그랬다.
심지어 영화에 사용되는 ost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영화’라는 부연설명에 의해서도 감성이 자극되곤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가 가진 것은, 암만 봐도 300달러도 안 돼 보이는 싸구려 접이식 디지털 피아노.
페달을 밟을 때마다 가각가각 플라스틱 갈리는 소리가 나는, ‘백악관’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악기.
‘이래서… 열광을 하는 것이군.’
아이돌과 같은 것에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는 것이 케이든은 이해가 가지 않는 타입이었고,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도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며 평소에도 타이르곤 했는데,
이거야 뭔.
자신이 빠져 버릴 것만 같지 않은가?
“아아….”
탄성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시야가 검게 물드는 것 같았다.
대기권을 빠져나온 우주선. 그리고 멀어져 가는 그저 창백한 하나의 푸른 점.
극한의 압박감의 끝에 튀어나온 것은 부유감과 공허감이었다.
케이든은 눈을 감으며, 그 멜로디 속에 몸을 던졌다.
긴장과 걱정 속에 백악관으로 발을 옮긴 것을 잊고, 그저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해해 버렸다.
멜론 애스크라는, 세기의 천재가 왜 굳이 외부인을 프로젝트에 끼워 넣으려고 작정한 것인지.
‘그도 듣고 싶은 거겠지. 아니, 들려주고 싶은 건가.’
어느 쪽이라든 별 상관없을 것이다.
그가, ‘음악의 주인’에게 화성을 주제로 한 작곡을 맡길 거라는 것을, 그게 한없이 기대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누구도 존재치 않을 테니까.
“[…저는 일정 조건 하에는 찬성합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케이든은 끝나자마자 그리 말했다.
애초에 자신이 여기 불려 온 이유 자체가 ‘화성행 승무원을 전문가로만 태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서도,
“[그가, 지식을 겸비하고 훈련을 마친 준전문가가 된다면 말입니다.]”
그건 애초에 저 ‘음악의 주인’이 우주적 지식을 지니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가 전문가가 된다면 사실상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케이든 수석연구원님…!]”
“[그가 화성에 간다면, 탐사는 훨씬 더 윤택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
어조는 흔들리지 않도록, 확신에 차 보이도록 말에 신경을 썼다.
자신을 따라온 후배들 또한 의견에 동조해 주길 바랐는데,
“[확실히… 이 정도 몰입감을 가져다주는 곡을 화성에서 연주한다면….]”
“[몰입감과 화제성은 따놓은 당상이겠군요.]”
다행히도 내부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유니버스s 측에서는 당연히 ‘음악의 주인’을 우주로 보낸다는 의견에 찬성할 테고.
남은 것은 정치인 측인데….
“…?”
말이 없었다.
여느 사회 조직이란 게 그렇듯, 원래 높은 사람이 움직여야 밑에 사람도 입을 여는 법 아니겠는가.
“[어디 아프십니까?]”
근데 가장 직위가 높은 윌리엄 플랭글스는, 입을 그저 꾹 닫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식은땀만 엄청흘린다?
“[…상태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맹장이 터진 걸 수도 있습니다. 고통이 심하면 말도 못 하거든요. 우선 어디 받칠 거라도 대 놓아야…]”
걱정 섞인 얼굴의 ‘음주’가 소파 근처에서 쿠션 하나를 그의 근처로 다가가자, 그제야 그는 입을 텄다.
“[가까이 오지 마!]”
“[…예?]”
다급하기까지 했다.
다만,
“[이거 대고 계시면 편할 겁니다. 지금 여기 직원이 구급차 불렀으니 곧….]”
조금 더 음주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표정은 무표정에서 시시각각 다이나믹하게 변했으며,
“[…터진 게 맹장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마치 다행이라는 듯한 그의 발언에,
“그… 그으으으으윽!”
그는,
뭐랄까,
실연한 소녀 같은 비명을 내지를 뿐이었다.
* * *
…기시감이 느껴졌다.
바로 아우와의 전설적인 일전 말이다.
나는 강대한 적에 맞선다는 생각에 잔뜩 쫄아 있었고, 그렇기에 당시 주제인 ‘절망’에 대해 뼈를 깎는 각오로 깎고 또 깎아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들은 아우는….
‘지렸’다.
…속된 말로 대단하다는 뜻의 지린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지려버렸다는 소리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악마는 아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대중적인 ‘절망’이란, 급똥이 찾아왔을 때 아득하게 멀기만 한 화장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으니까.
아다리가 잘 맞았던 것뿐이다.
그러니까,
이것 또한….
‘아다리’가 잘 맞았던 것일까?
“[아니야. 이건 오해야!]”
“….”
“[그래, 지병일세 지병. 나는 지병을 갖고 있어.]”
윌리엄 프랭글스는 변명을 하듯이 다급한 목소리를 내었다.
비록 나의 우주행에 반대하던 양반이기는 하지만, 나도 사람은 사람이다.
말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
“[원래도 전립선이 별로 안 좋았지. 약으로 치료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큰 차도는 보이지 않았고.]”
“[그러셨군요.]”
나는 말 없이 직원에게 목욕 타월을 받아 그의 바지 위에 덮어 주었다.
“[평소라면 괜찮았을 걸세. 근데… 자네의 음악을 듣자마자 뭔가 몸에 변화가 생겼어. 마치, 내가 직접 우주선에 올라서 지구를 탈출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
“….”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평생 음악을 듣고서 감동적이라고 느낀 적이 없는데….]”
침묵이 아주 잠시 이어졌다.
뭔 말을 꺼내야 할지, 위로를 건네도 될지. 진중한 고민이 들었는데,
“[저의 힘입니다.]”
역시나 지금은 위로보다는 함락을 시킬 타이밍이었다.
멜론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가 만든 곡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입니다. 저도 똑같이 느꼈지요. 그의 말마따나 화성의 풍경은 사람들에게 색다르게 다가올 테지만, 소리는요? 인간의 감각은 시각 하나뿐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듣는 소리가, 낮은 대기압 탓에 미미하게 들리는 바람 소리뿐이라면 그저 따분할 뿐입니다!]”
언뜻 보면 심혈이 들어간 연설.
다만 알 수 있었다.
저게 모두 임기응변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대사라는 것을.
“[국민이 따분함을 느낀다면, 우주에 관한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100% 그리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저도…!]”
구도가 바뀌었다.
원래라면 나사와 정부 측 인물들을 유니버스s 직원들과 내가 설득을 해야 하는 위치였다면,
이제는 나사의 직원들까지 합심해서 정부를 설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
“[조건이 있습니다. 비서를 통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윌리엄 상원의원은 떨리는 어조로 그리 답한 후, 곧바로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
뭐랄까.
뭐라 해야 할까.
이걸로 된 건가?
뭐 서류로 보내준다고는 했는데, 나중에 입을 싹 닿고 말을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일순간 걱정이 들었지만,
“[…후우. 됐군.]”
멜론은 백악관에서 나와 차에 타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아마 우리 음주님은 미국 정치 같은 건 잘 모를 거야.]”
“[그건 그렇죠.]”
“[저 양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중들한테 ‘무조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혈한’으로 마케팅이 되어 있어.]”
확실히, 이미지만 놓고 보자면 내가 느꼈던 것과 그닥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실제 내놓는 정책도 그렇고.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거고.]”
“[인기가 많을 만하네요.]”
“[그치? 근데 방금 실수를 한 거야. 곰이랑 마주쳐도 눈 깜짝하지 않을 ‘강인한 이미지’였는데 말이지.]”
“…!”
…그 이상은 딱히 설명이 필요 없을 듯했다.
아티스트 이상으로, 정치인에게 중요한 덕목이 ‘이미지’니까.
“[만약 여기서 우리가 떠벌린다면….]”
“[저 양반 정치 인생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반대 진영에서 아주 좋은 먹잇감으로 삼겠지?]”
“….”
“[증인도 많고.]”
증인은 문제없을 것이다.
애초에 멜론이나 그 밑의 직원까지 안 가더라도 내 존재 자체가 그냥 신뢰다.
오줌싸개를 넘어 변태성욕자로 떠벌려도 아마 믿는 사람이 7할은 넘어가지 않을까.
“….”
멜론의 예상은 정확했다.
정확히 하루 뒤에, 그의 비서가 호텔로 찾아왔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음주는 미국에서도 음악 활동을 하며 미국에 세금을 내기에 정당성이 있고,
민간기업 주도 사업인 만큼 우주비행 자격이 된다면 말릴 이유가 없으며,
…‘사건’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계약을 하자는 조건.
“[…축하해. 이제 우주에 갈 수 있겠군.]”
“….”
그렇게,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는 다르게,
나의 화성행이 확정되었다.
다만,
“[근데 그거 알지?]”
“[그거라뇨?]”
“[화성은 대기압이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인 거.]”
“어….”
“[지구에서 쓰던 악기 가져가 봤자 소리 제대로 안 난다?]”
“어!?”
“[아마 네가 직접 만들어야 할 듯?]”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위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개발하려면 돈이 엄청 깨질 거야. 기업의 스폰서십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2년 안에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악기 회사를 하나 인수해야 하겠군요.]”
“[그러면 편하겠지.]”
“흐음….”
“[내 개인 돈은 조금 융자해 줄 수 있어.]”
…돈이 웬수라고 한다
전생에는 생활을 망치려 하더니, 이번 생에는 꿈을 이루는 데 방해하려고 한다.
“[괜찮습니다.]”
다만, 나는 멜론의 호의를 사양했다.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곧바로 저번에 만났던, 앵크써라는 예술가에게 연락을 돌렸다.
-같이 작품 하나 가능합니까?
대충 잉스타 찾아내서 DM을 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답장 속도는 놀랍게도 15초.
돌아온 대답은,
-(번역) 물론입니다! 혹시 생각해 두신 작품 있으십니까?!
망설임 없는 긍정!
“생각해 둔 작품이라….”
딱히 없긴 하다.
다만, 멜론과의 약속이 하나 남아 있기는 했다.
그것은 바로 100연 피아노 격파를 함과 동시에 바지를 내리겠다는 것.
-사실은….
나는 다시금 의식의 흐름에 맡기며 계획을 간단하게 늘어놓았다.
근데,
-(번역) 50억.
-…?
-(번역) 제가 생각하는, 첫 작품의 최소 가격입니다. 음주님께서 행위 예술계에 불러일으킨 커다란 바람에 비해서는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입니다.
“…응?”
뭐랄까.
나는 저쪽 세계에서 대체 어떤 존재인지,
좀 많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