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73
72
심사 후(2)
그 소란의 원인을 제공한 자는 바로 헬캣.
소리가 터져 나온 이유는 거리를 가로지르는 흔하지 않은 새하얀 고양이의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탓이었다.
게다가 심사장 안이 좀 시끄러웠나.
그렇기에 평소에 비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거리였다.
그 까닭에 한 명이 소리를 지르자 그 여파는 꽤나 커서 거리는 순식간에 시장판이 되었다.
특히나 아이들.
“엄마! 엄마!”
“아아악!!!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나 저거 가질래. 엄마. 응?”
거리의 곳곳에서 아이들의 꺅꺅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자신이 원인을 제공하는 줄도 모르고 중얼거리는 헬캣이었다.
하긴 이 도도한 자태를 봐라.
탐스러운 흰 털이 덮인 잘 빠진 몸매.
게다가 꼿꼿이 세운 긴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참 교태스럽기까지하다.
부모들은 저마다 아이들을 잡으며 뛰쳐나가려는 아이들을 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도 마찬가지.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그들도 처음 보는 헬캣의 자태에 넋을 반쯤 잃은 듯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있을 수 있지?”
“엄마! 나 저거 갖고 싶어!!!”
하긴 헬캣 정도면 충분히 살인미수에 들어갈 만하지.
자신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아는지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걷고 있지 않은가.
바로 그때.
조막만한 발로 휘청휘청 쓰러질 듯이 헬캣에게 달려오는 어린아이 한 명.
‘앗. 이런 젠장. 위험한 상황이다.’
헬캣은 순간 날렵하게 움직이며 자신을 안으려는 어린아이의 손을 살짝 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을 움직여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헬캣.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 가버려처…”
헬캣을 잡지 못한 아이가 털썩 주저앉았다.
으애애애애애애애애앵~
온 거리를 방방 채우는 아이의 울음소리.
아이의 엄마가 얼른 다가와 아이를 일으켰지만 울음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한 명이 울기 시작하자 덩달아 거리에 있던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개중에는 영문도 모른 채 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달래는 건 당연히 남겨진 부모들의 몫이다.
진땀을 흘리며 아이를 달래는 부모들.
정작 원인 제공자는 어느 새 도망을 가있었다.
-흥. 예쁜 건 알아가지고. 그래도 너희한테 잡힐 이 몸이 아니지. 감히 어디 이 몸을 잡으려고. 켈켈켈.
골목에 숨어 잠시 그 꼴을 보던 헬캣.
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띤 채 이내 좁은 길을 통해 사라져 갔다.
****
헬캣이 사라진 그 사이 심사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아벤이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마정석 하나.
도르도라의 마정석이었다.
지금 그의 표정은 매우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마정석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벤.
분명히 두 개여야 할 마정석이 하나 밖에 없었다.
왜…?
방금까지 심사장에 있던 마수는 분명히 둘.
도르도라와 어스아시시였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건 단 하나.
그렇다면 어스아시시의 마정석은 도대체 어디로…?
그 일은 그들이 어스아시시의 시체를 막 정리하려 할 때 벌어졌다.
마정석을 꺼내기 위해 아벤이 막 사체에 접근했을 때.
그가 사체를 향해 손을 뻗자 벌어진 생각지도 못한 변화였다.
사르르르-
순식간에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어스아시시.
마치 바람에 먼지가 날리듯 그렇게 S급의 마수는 사라져 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응당 남아있었어야 할 마정석조차도말이다.
지금껏 수많은 마수들을 잡아봤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지금 그가 이렇게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
“아벤.”
벤토르가 다가왔다.
“원인은 좀 알겠어?”
“아니. 전혀 단 1의 감도 안 잡히는데.”
“혹시 네가 바른 독 때문인가?”
“그럴 리가 없지. 만약 정말 내 독 때문이라면 난 정말 어마어마한 독을 만들어 낸 거라고. S급의 마수도 이렇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독이 있다면 어떻겠냐?”
“아~ 하긴 그건 네 말이 맞네. 그럴 리는 없겠네. 그렇다면 이유가 뭐지?”
사냥을 하면 하급 마수의 사체조차 단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물며 S급 마수의 사체.
그 동안 숱한 사냥을 해왔지만 그들이 처음으로 잡은 S급 마수의 사체였다.
그런 게 눈앞에서 신기루마냥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니 황당할 수 밖에.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있었다.”
자신들에게 다가온 기스였다.
그의 말을 들은 아벤과 빅토르의 얼굴에 동시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뭔 이상한 일이길래 저 녀석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 녀석을 죽인 게 아니라 무언가가 그 녀석을 죽였다.”
“응? 뭐라는 거야?”
“말 그대로다. 우리가 죽인 게 아니란 말이지. 내 감이지만 말이다. 어스아시시가 죽은 건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야.”
기스가 하는 말이라면 분명히 진실일 건데…
지나치게 정직해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녀석 아닌가.
그건 예전 마리안느와의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때 마리안느가 치마를 입고 나타난 적이 있었지.
모두는 마리안느의 주먹이 무서워서라도 예쁘다고 했지만 기스 만은 심하게 정직했다.
아마 그가 했던 말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라고 했던가.
그 날은 참…
그렇게 구슬픈 기스의 비명은 처음 들어본 날이었지.
여하튼 그런 녀석이다.
그의 말은 신뢰성이 있다는 말이다.
“에라이. 일일이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도르도라의 마정석이라도 팔아야지 뭐. 이것도 나름 B급 마수라 마정석 자체는 꽤나 돈이 나가겠지.”
벤토르가 신경 쓰지 말라며 아벤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하긴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결론도 안 나오니.
그의 말도 틀린 말은 또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 뭐 그래야지. 일단 의뢰소로 돌아가 보자. 그 녀석이 있을 지도 몰라.”
“그러지 뭐. 가자 가자. 그나저나 그 녀석 역사를 써버렸네. 클클.”
맞는 말이다.
당분간 아마 마수 사냥꾼 조합이 시끄러워지겠지.
앞으로가 재밌어 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덜컹-
“…전쟁터네.”
아벤 일행이 의뢰소에 돌아와 처음 내뱉은 한 마디였다.
그들이 지금 보고 있는 의뢰소는 몹시 분주했다.
아까까지의 일을 정리를 해서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야!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빨리빨리 안 움직여? 지금 얼마나 바쁜데 어? 그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어디 있냐???”
의뢰소를 쩌렁쩌렁 울리는 엘리나의 목소리.
“야!!!!!!”
퍽-
엘리나가 자신의 옆에 있던 하급 마수 사냥꾼의 뒤통수를 퍼억 쳤다.
“제대로 안 하냐?”
도끼눈을 치켜뜬 그녀였다.
그녀의 매서운 기세에 일순 어깨를 움츠리는 하급 마수 사냥꾼.
…참…
“어이~ 엘리나.”
다시 손이 확 올라가는 그녀를 진정시키는 목소리.
그녀에게 다가온 아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