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inger who rips gayageum RAW novel - Chapter 116
116
Going Home(9)
김세준의 빌보드 차트 1위.
미국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대사건이지만, 가장 큰 파문이 일어나 건 다름 아닌 그의 조국인 한국이었다.
이미 ‘Going Home’이란 명곡에 열광하던 사람들.
6월 25일이란 특별한 날짜에 맞춰 나와 군인들을 위로하는 노래.
한국인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노래였고, 거기에 김세준이란 이름과 빼어난 곡의 퀄리티까지.
단숨에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였고, 그런 와중에 들려온 소식.
김세준의 해외 활동 진출.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꽃망울이 피어오르듯 피어난 궁금증.
자신들의 심금을 울린 이 노래가 과연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는 사람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도 큰 반항을 불러일으켰던 김세준이 출연한 카풀노래방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의 영웅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영웅.
그런 영웅들에게 자신들을 대변하여 멋진 공연을 선사한 김세준.
김세준의 두 손을 맞잡은 노병이 눈물을 흘릴 때, 방송을 본 한국인들 또한 눈물을 흘렸다.
김세준이 한국의 자랑이 된 순간이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한없이 자랑스러운 가수인데…
멈추지 않고 나아가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인이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한 것도 자신들의 마음에 긍지를 심어주기 충분한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차오르는 자부심.
가야금.
자신들의 전통 악기이자 이제 김세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야금.
그 악기가 메인 세션으로 사용된 노래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는 것.
한국인으로서 절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난리네요.”
다음 앨범 기획을 위해 이해진의 사무실에 찾아온 이예은이 김세준의 행보를 핸드폰으로 확인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핸드폰으로 들어간 온갖 웹사이트.
어디를 들어가든 김세준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흐른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모조리 호평 일색.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만면에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남자친구.
세상만사에 자랑하고 싶다.
저 남자가 내 남자라고.
“좋아 죽네. 좋아 죽어.”
그녀의 옆에 있던 하동준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고, 이예은이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긴.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그리고 뭐, 난리일 만도 하지. 빌보드 차트 1위가 보통 일이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거야.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이어진 이해진의 발언은 이예은에게 해당하기도 했지만, 그와 하동준에게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그런 가수를 발굴하고 키워낸 건 자신들, 아레스 뮤직이었으니까.
“남자친구한테 지면 안 되지.”
“그럼요. 열심히 따라가야죠.”
이예은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해진과 하동준이 귀엽다는 듯 미소지었다.
곧 있으면 발매할 이예은의 다음 앨범.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이번 이예은의 활동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세준처럼 다짜고짜 미국으로 향하진 않았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반 시장을 가진 나라.
가깝고도 먼 나라이자, 이웃 나라인 일본.
그곳부터 시작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이름을 알릴 계획이었다.
애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POP 가수들이 주로 활용하는 루트.
이미 남들이 잘 닦아 놓은 길이었고 앞서 진출한 아이돌 보다 외모와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도.
가능성이 큰 시도였고, 성공만 한다면 이예은이나 아레스 뮤직이나 큰 성장을 이룰 터였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요!’
이예은이 시간이 조금 지난 옛 추억을 떠올린다.
김세준과 함께 콘서트 무대에 오르던 그때의 기억.
4만 명이란 관중 앞에서 듀엣을 부르던 순간.
김세준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고, 즐거웠던 그때의 시간을 다시 맞보고 싶었다.
그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그와 동등한 위치에 슨 다음에.
‘멋있었지.’
그가 펼쳤던 공연 중 이예은이 가장 좋아하는 공연.
‘그래미 어워드’에서 펼쳤던 무대였고, 그 무대는 이예은에게 하나의 꿈으로 자리 잡았다.
그 무대에 자신의 힘으로 김세준의 옆에 서서 함께 공연을 선보이는 꿈.
“예은아. 회의 시작하자.”
“네!”
하동준의 말에 이예은이 밝게 대답했고, 꿈을 위한 그녀의 도전이 막 시작되었다.
***
“세준 씨! 내일 고디언즈랑 점심시간에 인터뷰 잡혔으니까, 참고해요.”
“고디언즈요? 아니, 거긴 영국 일간지 아닙니까? 그리고 내일은 이미 스케줄 풀 아니었어요?”
“점심이 비었잖아요. 밥도 빨리 드시는 편이신 거 같던데. 후딱 먹고 인터뷰하면 되죠.”
“와…”
싱긋 웃으며 아름다운 얼굴로 무서운 말을 내뱉는 정수연.
그런 그녀에게 김세준이 허탈한 한숨을 뱉으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고도 삼 일이 지난 지금.
그 전에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던 그였지만, 빌보드 차트 순위가 재집계된 이후론 더욱 빡빡해진 일과.
지금 그는 회귀하기 전까지의 삶을 포함하여 그의 인생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나마 요새 이런 바쁜 시간 속 유일한 낙이 밥 먹을 때였는데.
그런 낙도 이제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생겼다.
“미안해요.”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부탁드린 일인데요.”
정수연의 사과에 김세준이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막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자신도 모르게 힘든 기색을 보였지만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은 자신이 부탁한 일이다.
그녀를 탓할 생각도, 죄책감을 들게 할 생각도 없었다.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진행할게요.”
피로가 한가득 쌓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세준. 그런 그의 얼굴을 본 정수연은 못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스케줄.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저 사람 쓰러질지도 모를 일.
마치 일에 대해 강박관념이 박힌 듯 쉬지 않고 일정을 소화하는 그였다.
“이제 세준 씨 모르는 사람 없어요. 조금은 쉬엄쉬엄해도 괜찮을 텐데.”
“쉬다니요. 지금 쉬면 죽도 밥도 안 될 텐데. 원 히트 원더로 남고 싶지도 않고, 다음 앨범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활동해야죠.”
“휴우…”
단호한 김세준의 답변에 정수연이 할 말을 잃은 듯 한숨만 내뱉었다.
세간에서 저 사람을 보고 천재라고 하지만.
천재는 무슨.
이런 노력가를 천재라는 단어 하나로 일축하는 건, 그의 노력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었다.
“아, 그나저나 고디언즈는 뭡니까? 거긴 영국 일간지잖아요. 유럽 측에서 인터뷰 들어온 건 처음인 거 같은데.”
“네. 유럽에서 손꼽히는 언론사죠. 세준 씨가 이번에 이룬 업적이 유럽에서도 큰 관심이 있다는 거죠. 동양인 가수가 빌보드 차트 1위.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빌보드 차트는 미국의 차트이긴 하나, 그 영향력이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북미인 캐나다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남미까지.
세계에서 김세준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는 말.
실제로 각종 나라의 음원 차트에 김세준의 노래가 가파르게 치솟는 중이었다.
“아마, 고디언즈를 시작으로 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인터뷰가 들어올 거예요.”
정수연의 말에 김세준이 흡족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네요.”
빌보드 차트 1위.
그의 큰 꿈이긴 했으나, 아직 간직하던 모든 꿈을 이룬 건 아니다.
아직 이뤄야 할 목표들이 산더미다.
그래미 어워드를 필두로, 미국의 시상식에서의 수상.
그리고 월드투어 콘서트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았기에, 김세준은 더욱 바빠질 거란 정수연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아, 그나저나 그 에드워드한테는 답이 왔어요?”
이미 다음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정수연.
처음엔 김세준이 너무 초조하고 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닐까 생각했으나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동의한 그녀.
에드워드를 그가 다시 섭외하고 있다는 사실도 진작에 들어 알고 있었다.
“아니요. 아직 이요. 근데 에드워드 쪽은 크게 걱정 안 해요. 아마 조만간 연락 올 겁니다.”
“흐음… 전 잘 모르겠네요. 하필…”
정수연이 살짝 신음을 내뱉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드워드가 복귀하여 같이 작업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지만.
지금 김세준이 계획하는 일은 에드워드의 복귀가 아니다.
‘앨범 제작에 있어 전적으로 그의 뜻을 존중해준다곤 했으나, 자신은 이해 못 할 그의 행동.
김세준 정도라면 굳이 에드워드가 아니더라도, 세계 유명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그런데 그런 프로듀서들을 고려하지도 않고, 웬 무명 남자와 함께하려 하고 있으니.
쉽게 이해 가지 않았으나, 일단은 그의 뜻을 존중해 기다리는 그녀였다.
“두 달 만에 EP라… 쉽지 않을 텐데. 괜찮겠어요?”
“쉽지 않아도 해봐야죠. 불가능한 시간도 아니고.”
우려스러운 정수연의 말에 김세준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가락을 저었다.
다음 음반. 이번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처럼 한 곡만 발표하는 게 아니라, 한 앨범을 내려 한다.
많은 곡이 들어가는 정규 앨범은 무리였고 네 곡 정도 들어가는 미니 앨범을.
“그래요. 일단 뭐 곡만 제대로 나오면 저도 찬성. 하지만 알죠? 퀄리티 별로이면 발매 못 하는 거.”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믿어요. 아 그러면 이번 앨범 뭐, 피쳐링은 생각해 봤어요?”
정수연이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은근슬쩍 김세준의 속을 떠본다.
SY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서 김세준의 다음 앨범 피쳐링은 제법 탐나는 자리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가수의 후속 앨범의 피쳐링.
참으로 욕심나는 자리다.
입술을 혀로 핥으며 눈빛을 빛내던 정수연이 빠르게 말을 뱉었다.
“우리 회사 세현이랑 수호랑 친하죠? 그 둘은 어때요? 두 사람의 실력이야 뭐 세준 씨도 잘 알고 있을 거고. 아시아에서도 인기 많고.”
“알죠. 두 사람의 실력은. 같이 작업도 해봤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수연의 말에 김세준이 피식 웃었다.
세현과 수호.
뛰어난 가수이고, 좋은 동생들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음반에 피쳐링으로 부를 생각은 없다.
힐끔 고개를 돌려 옆에 서서 보좌하고 있는 이주성을 바라본다.
주성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실망하려나?
여자친구인 이예은.
그녀에게도 미안하지만, 그녀도 이번엔 부를 생각이 없다.
“아니요. 두 사람은 아니고요. 피쳐링은 딱 한 명만 부르려고요.”
“… 누구인데요?”
정수연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고, 이내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도 김세준은 답하지 않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세현과 수호. 그리고 이예은.
다들 뛰어난 가수이자, 굳이 자신의 도움이 없어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세계 각지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
친하긴 하나, 굳이 자신이 억지로 그들을 키울 필요는 없다.
입가에 진한 미소를 유지한 채 김세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어요. 아직 한국에도 알려지지 않은 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