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inger who rips gayageum RAW novel - Chapter 12
12
인터뷰
가야금 녹음에 이어서 보컬 녹음까지 순조롭게 마친 김세준은 이제 크게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송대준의 믹싱 작업을 구경하러 온 김세준에게 하동준이 한 몇 장의 종이를 건네줬다.
“이게 뭡니까?”
김세준이 종이를 받아들고, 의아한 듯 묻자, 하동준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세준아. 너 인터뷰 잡혔다. 그건 우리 홍보팀이 뽑은 인터뷰 예상 질문지. 뭐, 어려운 질문은 없을 텐데 혹시 모르니까 미리 보고 실수하지 않게 숙지해놔.”
“네? 인터뷰라뇨?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요?”
그가 건네준 종이를 훑어보며 김세준이 물었다.
하동준의 말대로 딱히 예상 질문지엔 난감한 질문같은 건 없어 보였다.
그저 자신의 호구조사와 아레스 뮤직에 들어오게 된 경로 정도?
“네가 한동안 SNS에서 인기 끌었잖아. 그런 얘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는 것까지 알려지니까, 제법 기삿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나 봐. 그쪽에서 먼저 접촉해왔다. 그렇게 큰 매체는 아니니까 엄청 기대하지는 말고. 앞으로 있을 인터뷰 같은 거 미리 연습한다 생각해.”
“신기하네요.”
중얼거리는 김세준을 보며 하동준의 얼굴에서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신기하냐? 나도 신기해. 우리 회사에 복덩이가 들어왔어.”
곡도 잘 만들고, 녹음도 잘하고 거기다가 화제성까지 자기가 알아서 몰고 와주는 김세준.
나름대로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김세준 같은 신인은 처음 보기에 그를 볼 때마다 하동준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인터뷰는 내일모레니까 회사 근처 샵가서 메이크업도 받고.”
“메이크업도 해요?”
“그럼 기사에 네 얼굴도 실릴 게 분명한데 분칠해야지. 뭐 네가 비쥬얼 가수는 아니지만, 꾸며서 나쁠 거 없다. 연예인은 집 밖 편의점을 나갈 때도 허투루 나가면 안 돼. 앞으론 운동도 해서 몸도 좀 키우고. 애초에 넌 키가 좀 있으니까 좀만 꾸미면 괜찮아질 거야. 아마도?”
뒷말이 아쉽긴 하나 못 들은 척 김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이제 자신의 외적인 모든 게 상품이다.
최대한 꾸미고 가꿀 줄 알아야겠지.
“아, 그리고 인터뷰할 때 최대한 친절하게 해. 연예부 기자랑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거 없거든. 특히 세준이 너처럼 신인은 기자랑 친해져서 기사 한 줄 더 나가는 것도 이득이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그 당부를 마지막으로 하동준과 헤어졌고, 김세준은 감회가 새로웠다.
인터뷰는 회귀하기 전에도 숱하게 해봤지만.
지금은 진짜로 연예인이 된 기분이랄까.
***
이틀 후, 김세준은 하동준이 알려준 샵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은 후 회사로 향했다.
‘확실히 화장빨이 기가 막히네.’
첫날 회사 근처를 왔을 때, 빛이 나던 사람들을 보며 주눅 들었던 자신.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그런 빛이 나던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전문가의 손길이 닿자, 객관적으로 봐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새로 태어났다.
애초에 신장은 대한민국 평균을 웃도는 정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지.’
자신의 외적인 면을 스스로 평가하며 자신감의 가득 차오르는 마음을 가진 채 회사에 도착했고, 그를 본 몇몇 이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어우. 이게 누구야? 못 알아보겠다. 세준아.”
“아이돌로 밀고 나가도 되겠어.”
“안 그래도 저도 그럴까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천연덕스러운 김세준의 넉살에 웃음이 터졌고, 로비에서 만난 직원들과 헤어진 후 접견실로 향했다.
널찍한 공간엔 아무도 없었고, 의자에 홀로 앉아 기다리기 10분째.
약속한 정각이 되자, 한 여성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갈색으로 염색하고 웨이브 진 머리. 제법 날카로운 인상이 미녀라고 보긴 어려우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김세준씨?”
“네. 맞습니다.”
김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고 그녀도 손을 마주 잡으며 싱긋 웃었다.
“반갑습니다. 김세준입니다.”
“반가워요. 미디어티스의 연예부 소속 기자, 강수지라고 해요.”
그녀가 명함을 꺼내서 건네주자, 김세준은 그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아 책상에 고스란히 올려놨다.
“죄송합니다. 전 아직 명함이 없어서.”
“어머? 아직 데뷔도 안 하셨는데 명함은 무슨. 괜찮아요.”
김세준의 말을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강수지가 입을 가리며 미소지었다.
‘헛바람이 든 케이스는 아닌가?’
막 연예인이 된 자들 중에 그런 부류가 있다.
자신이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스타가 된 줄 아는 멍청이들.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 기고만장한 그런 자들의 모습을 숱하게 봐온 연예계 기자로서 김세준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괜찮았다.
“인터뷰는 처음 하시는 거죠?”
“네. 아직 경험이 없습니다.”
“처음이라고 너무 막 긴장할 거 없어요. 인터뷰라고 해도 솔직히 별 건 없으니까요. 그냥 간단한 호구조사 정도? 대답하기 난감하거나 곤란한 질문은 대답 안 하셔도 되고요.”
김세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이 강수지가 긴장하지 말라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싱긋 웃으며 대답한 김세준이었고, 이어 둘이 자리에 앉고, 그녀가 녹음을 시작하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먼저, SNS에 올라온 세준씨의 동영상이 많은 관심을 끌었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때 무대를 누군가 찍고 있을 거란 것도, 이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지도 몰라서 얼떨떨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아하. 그리고 축하드릴 일이 있죠? 아레스 뮤직에 새로 들어온 신인가수가 되셨는데,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그때 무대를 마침 이해진 사장님이 보고 계셨나 봐요. 감사하게도 제 무대를 인상 깊게 봐주셔서 캐스팅 제의를 하셨고, 그렇게 들어오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건네준 예상 질문지에 있던 뻔한 물음들.
덕분에 순조롭게 대답할 수 있었고, 인터뷰도 막힘없이 진행되어 갔다.
이어서도 향후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 간단한 질문이 대부분이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자, 그리고 세준씨 이야기를 할 때, 가야금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SNS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세준씨를 조금 알아봤는데 가야금 쪽에선 되게 유명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응?’
미묘한 그녀의 질문에 김세준이 순간 흠칫했으나 이내 인정했다.
“네. 뭐 적당히 그냥… 그렇죠?”
웃으며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했지만, 그녀는 집요했다.
“에이. 적당히가 아니던데요. 아버님이 무려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된 김창용님이신데요.”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자신의 가족사.
숨길 이야기는 아니지만, 굳이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았다.
회사에서도 아는 사람이라곤 이해진과 하동준 정도.
‘기자가 이래서 무서운 건가?’
“게다가 세준씨도 국악계에서 상당히 총명 받던 유망주셨는데 어떤 계기로 길을 틀고 가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질문을 듣는 순간 김세준은 직감했다.
‘이거 대답 잘해야 한다.’
반달처럼 휘어진 그녀의 눈이지만, 그 속 안엔 탐스러운 뱀 한 마리가 담겨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자신이 모호하게 말했다간 그녀의 손가락에 놀아날 터.
마치 국악보단 가요가 더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사 제목이 사용될지도 몰랐다.
“가요도 원래 좋아했어요. 그러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요와 국악을 접목하면 어떨까? 이미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좀 더 파고들고 싶었죠. 그러다가 마침 사장님의 제의가 왔고, 좋은 기회라 여겼습니다.”
됐다. 이 정도면 나름 논란거리 생기지 않게 잘 대답한 거 같았다.
김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강수지가 약간은 아쉬운 듯 눈을 빛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녀가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녹음기를 껐다.
“기사는 내일모레 정도에 나올 거에요. 고생하셨어요. 첫 인터뷰치곤 상당히 잘하시던데요?”
“강수지 기자님이 잘 선도해주셔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인터뷰야 이미 수두룩하게 해본 경험과 기자들의 영악함을 잘 알기에 넘어갈 수 있었던 대처.
하지만 그걸 티 내지 않고 김세준은 최대한 겸손한 척을 했다.
하동준의 조언처럼 기자와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좋을 테니.
“말씀 참 잘하시네요. 사진 몇 장만 찍고 진짜 끝낼게요.”
***
“기사가 분명 잘 나오긴 했는데…”
[SNS에서 유명 인사에서 이제 어엿한 가수로, 무명문화재의 후계자에서, 아레스 뮤직의 신성으로. 가야금 뜯는 가수 김세준. 독점 인터뷰!]제목부터 화려하기 짝이 없다.
“결국, 아버지의 이름을 쓰는구나.”
예상은 했다. 자신이 적절하게 대답을 한 순간부터 그녀가 기사의 쓸 메인 소스는 아버지의 위치가 들어갈 거라고.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이해는 갔다. 그녀도 먹고는 살아야 할 테니.
게다가 기사 제목이나 내용이 크게 거슬리거나 불쾌하지도 않았고.
그냥 흔하디 흔한 기사.
그리고 미디어티스라는 작은 규모의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
“근데 왜 이게 이 순위야?”
자신의 기사.
많이 본 TV 연예 뉴스 5위에 올라간 자신의 기사.
처음 봤을 땐 믿기지 않아 두 눈을 깜빡였다.
그다음엔 비벼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 5위라는 위치에 안착한 사실이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인기 있는 사람이었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반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지, 이런 파급을 지닐 인물이 아니다.
김세준의 궁금증을 수천 개가 달린 댓글에서 그나마 풀렸다.
-존잘…
-가야금 연주하는 존잘 가수라니…
-미친 거 아님? 저 눈웃음 좀 봐요…
“허허… 어이가 없네.”
난생처음 들어보는 ‘존잘’이란 수식어에 헛웃음이 빠져나왔다.
46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
메이크업의 효과와 강수지가 찍은 기가 막힌 인생샷이 합쳐서 만들어낸 46년 만에 쾌거였다.
“나중에 데뷔해서 난리 나는 거 아냐?”
자신의 실물을 직접 본 팬들의 한탄이 벌써 들리는 듯했지만, 김세준의 얼굴은 씰룩거렸다.
그때 실망하는 팬들한텐 미안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자신에게 이보다 더 큰 호재가 없었다.
앨범 발매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의 대한 관심이 무섭게 치솟고 있었다.
***
2016년 1월 17일.
이진아의 신곡 ‘연꽃’이 발매됐다.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던 아레스 뮤직 관계자들은 하루가 지날수록 고공행진 하는 ‘연꽃’의 순위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김세준도 ‘연꽃’이 대박 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 때문에 가사가 미래와는 달라졌기에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결과를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리고 2016년 1월 25일.
이진아의 ‘연꽃’이 음악 차트 1위를 찍은 다음 날.
김세준의 ‘연꽃’이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