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51
152. 대전사
두 파티가 갇힌 마력 감옥은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나름 먼 거리였다.
재빠르게 움직인다면 상대방이 다가오기 전 따돌리기 충분했던 만큼 까마귀 조인족들은 미리 무릎을 굽혀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었다.
파지지직.
마력 감옥이 사라지고 앞만 바라보던 까마귀 조인족 3인방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부-웅, 부-웅, 부-웅, 콰직.
제일 먼저 날아오른 까마귀 조인족의 옆통수에 도끼가 날아와 박혔다.
어찌나 힘이 잔뜩 실려 있는지 도끼에 맞은 조인족이 날아오른 상태에서 도끼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갔다.
부-웅, 콰득.
“컥.”
그 다음 날아오른 까마귀 조인족의 목에 작은 버클러가 원반처럼 날아왔다.
버클러가 조인족의 목의 절반 정도를 뚫고 들어가자 목이 기형적으로 꺾인 조인족이 혀를 길게 뺀 채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뭐야?!”
앞선 두 조인족이 순식간에 죽자 마지막으로 날아오르려던 조인족이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마자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라우르족의 전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자식이?!”
저 멀리 있는 것 같았던 수혁의 신형이 순식간에 조인족의 앞에 나타났다.
무기가 없는 그는 그대로 양손으로 조인족의 목을 붙잡았다.
“켁.”
뿌지직.
강한 악력에 목이 부러진 조인족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숨이 끊어진 조인족의 날개가 힘을 잃고 밑으로 축 처졌다.
이로써 날개를 이용해 먼저 앞서갈 자들은 모두 없앴다.
“저 새끼 무기가 없다!”
조인족들과 같은 파티를 이룬 전사들이 쌍검을 꺼내 들었다.
이어서 다른 전사들 역시 검과 철퇴 등을 손에 쥐고는 수혁을 포위했다.
조인족들이 죽은 이상 승부에서 이기기 힘들어진 그들은 수혁만큼은 꼭 죽이겠다는 기세였다.
그 중 수혁의 시선은 쌍검을 든 전사들에게 고정되어있었다.
“내가 지켜본다고 했잖아.”
적들에게 포위당했어도 수혁의 얼굴은 여유가 넘쳤다.
결국 전사들이 일제히 겨눈 무기가 수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가만히 서있던 수혁이 꼼짝없이 당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빈손에서 검붉은 기운이 샘솟더니 하나의 검을 만들어 냈다.
수혁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어엇! 카리온?!”
수혁과 같은 파티원인 마르하임과 칼리아, 멜리에는 앞으로 달려가던 걸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홀로 적진에 뛰어든 수혁을 보자 앞으로 가야 할지, 그를 도와야 할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티원 혼자 싸우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앞으로 가는 것 대신 그들은 몸을 돌려 수혁의 뒤를 쫓았다.
조인족을 죽였지만 적들에게 포위당한 수혁의 위급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급해진 마르하임과 칼리아가 등에 멘 활을 능숙하게 꺼냈다.
“화살을!”
“네!”
동시에 화살을 활시위에 건 두 엘프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활시위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스르륵 빠지며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앞으로 달려가던 멜리에 역시 속도를 늦추고는 천천히 질주를 멈췄다.
그녀의 경악한 입 역시 크게 벌어졌다.
“저게 뭐야?!”
“맙소사!”
수혁이 검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이어서 몸을 돌려 다시 한 번 더 휘둘렀다.
검에서 튀어나온 검파가 전사들의 허리를 연달아 갈랐다.
“?!”
“커흐흑.”
무기를 든 상태로 수혁을 향해 다가오던 전사들이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상체와 하체가 두 동강난 상태로 일제히 땅에 쓰러졌다.
순시간에 절명한 전사들도 있는 반면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전사들도 존재했다.
쌍검을 들었던 전사는 검 대신 두 손으로 땅을 박박 긁었다.
저 괴물에게서 벗어나고자 있는 힘껏 땅을 기어갔다.
허리 밑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을 견딜만한 강인한 전사였지만 그의 눈앞을 털이 숭숭 나있는 다리가 가로막았다.
“끄으윽.”
“난 경고했다. 지켜본다고.”
“이런 미친놈이 컥.”
두꺼운 발바닥이 그대로 전사의 머리통을 짓누르자 수박처럼 으깨졌다.
수혁이 고개를 들자 살아 있는 전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다가온 같은 파티원인 마르하임과 칼리아, 멜리에가 수혁이 일으킨 참상을 목도하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중 수혁을 바라보는 멜리에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강해.”
발바닥에 묻은 피를 땅에 벅벅 문질러 닦은 수혁이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해? 빨리 뛰어가야지.”
“으…응?”
수혁의 말을 들은 마르하임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마르하임, 너 말이야. 제일 빠르다면서?”
“그… 그래야겠지?”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몸을 돌린 마르하임이 목표였던 암벽산을 향해 달려갔다.
주변에는 그를 방해할 전사들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최선을 다해 뛰어갔다.
정령이 불어 주는 바람에 의지한 그는 쏜살같이 달리더니 금방 멀어졌다.
“대자연이시여, 저자를 적으로 돌리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령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는 곧 산을 타고 올라갔다.
마르하임이 사라지고 칼리아와 멜리에는 얌전히 서서 수혁의 눈치만 바라보았다.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것도 모자라 그냥 벌러덩 누워 버린 수혁은 하늘의 구름만 바라보았다.
“내 도끼와 방패 좀 가져다줄래?”
“네!”
멍하니 서있던 칼리아와 달리 멜리에가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후다닥 뛰어간 그녀가 도끼와 버클러를 챙겨 수혁의 옆에 내려놓았다.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은 수혁이 하품을 하며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이 칼리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수혁을 관찰한 그녀의 눈에 묘한 기색이 흘렀다.
“제가 당신의 힘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격이 달랐어요.”
“엉?”
무슨 소리지?
수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칼리아의 새하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카리온, 당신이라면 능히 100층에 오를 수 있어요. 당신의 실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일족의 생존을 위해 당신에게 내 모든 걸 바치겠어요.”
“…그러던지.”
뭇 남성들이 흔들릴 만한 그녀의 말에도 여전한 수혁의 모습에 칼리아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기 자신을 완벽히 통제하는 수양 높은 전사다.’
물론 수혁의 심장은 현재 마구 쿵쾅쿵쾅 뛰는 중이었다.
그다음 숙소 도착이 20층이었나?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제길.
태연한 척 온몸을 빠르게 도는 혈액을 통제하느라 있는 힘을 다했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하늘에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그들의 앞에 새하얀 게이트가 생겨났다.
“마르하임이 도착했나보군. 읏차.”
몸을 일으킨 수혁이 몸에 묻은 흙먼지를 대충 툭툭 털었다.
칼리아와 멜리에는 얌전히 옆에 서서 그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나가자.”
수혁의 말에 움직이는 두 전사였다.
이제 이 파티의 실직적인 리더가 누구인지 정해진 순간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마르하임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가늘게 눈을 뜬 까마귀 조인족이 날개로 부리를 쓰다듬었다.
“자네들이 나왔다는 건… 크흠… 축하하네. 이제 위층으로 올라가면 된다네.”
수혁의 얼굴이 껄끄러운지 금방 모습을 감추는 조인족을 뒤로하고 그들은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바로 싸우자.”
“네!”
멜리에의 힘찬 대답과 함께 두 엘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의 실력을 확인한 이상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수혁의 파티는 곧장 11층의 관리자 조인족에게 향했다.
* * *
콜로세움의 가장 꼭대기 층이자 위대한 대전사들의 쉼터 100층.
중앙엔 구름으로 만들어진 구름의자 4개가 사각형으로 놓여있었고, 대전사들이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 텅 빈 구름의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대전사들 모두 텅 빈 구름의자만 바라보았다.
“이제 시간이 없다. 누군가는 저 의자에 앉아야 한다.”
독수리의 얼굴을 가진 조인족이자 대전사 아이나우의 말에도 여전히 다른 대전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저 구름의자에 앉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익살맞은 얼굴로 침묵을 깨는 자가 나왔으니 라우르족 출신의 대전사 카마카였다.
머리 위에 커다랗게 자란 뿔과 비대한 근육질의 몸이 인상적인 카마카가 구름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전사가 될 자가 없다면 가장 오래된 대전사인 아이나우 네가 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저번에도 가장 오래된 대전사가 스스로 앉았잖아. 신께 육신을 바치는 것이 설마 두려운 건가?”
카마카의 도발적인 눈빛에 심기가 불편한 아이나우가 날개로 부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대전사가 나온다면 내가 굳이 앉을 이유는 없지.”
“100층에 올라와 다른 대전사를 지목해 싸워 이기는 자가 이곳에 앉고 패배한 자가 저 의자에 앉는 거 말이지? 문제는 벌써 몇백 년째 대전사로 올라오는 자가 없잖아.”
“조금만 기다린다면 99층의 그놈도 올라오겠지.”
“푸하하하. 중요한 것은 그놈도 몇 년째 99층으로 올라오는 자가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다는 거지. 싸울 상대가 없는데 어떻게 올라온다는 거야? 이 콜로세움의 규칙도 한번 바꿀 때가 된 것 아닌가?”
“신께서 정하신 일이다. 함부로 입에 담지 말도록.”
“우리 역시 나름 격이 높아졌으니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내 말이 틀렸나?”
카마카가 자신의 도발적인 두 눈으로 다른 대전사를 쳐다봤다.
그의 눈길에도 나머지 대전사인 다크엘프족 아라고사와 흉족 드로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대전사가 된 아라고사와 드로르는 저 의자에 앉을 순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등에 네 개의 팔을 가진 드로르가 자신의 손끼리 부딪치며 장난만 치며 회의에는 참여를 하지 않자 아이나우와 카마카의 미간이 구겨졌다.
회의할 때마다 급한 것은 두 전사였지 저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또다시 탁상공론만 이어지며 카마카와 아니나우의 신경전만 이어지자 가만히 있던 아라고사가 손을 들었다.
“지금 아주 강력한 전사가 나타나 층을 마구 올라온다는군요. 라우르족 출신이라던데 카마카 당신의 손자가 아닐지….”
“으응? 정말이야? 우리 일족이라면… 나는 부인을 만든 적이 없으니 다른 녀석의 후손인가?”
그녀의 말에 솔깃한 카마카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강하다던데 그 자의 실력이 진짜라면 이곳까지 올 수 있겠지요. 그러면 이런 쓸데없는 논쟁은 좀 줄어들겠네요.”
“으음… 불신자라는 그 인간은 올 기미가 없으니… 재미있는 일이 없었는데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
카마카가 곧장 회의장을 나가 버리자 회의는 마무리가 되었다.
아라고사와 드로르는 곧장 자신의 공간으로 되돌아가자 남은 것은 아이나우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텅 빈 의자로만 향해 있었다.
사실 그 누구보다 급한 것은 본인이었기에 카마카가 나갈 때 뒤따라가려 했으나 체면을 생각해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조용히 회의장을 나간 아이나우였다.
* * *
“쿠엑!”
도끼가 투구를 쪼개며 머리통을 갈랐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도끼를 든 수혁이 고개를 들어 보니 주변엔 살아 있는 전사가 아무도 없었다.
꿈틀. 콰직.
머리가 갈렸음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전사의 목을 한 번 더 도끼로 내리찍었다.
목에서 튄 핏방울이 수혁의 뺨에 흩뿌려졌다.
날름.
볼에 묻은 피를 슬쩍 맛본다.
달달하네.
“끝이군.”
수혁의 말처럼 서로가 죽을 때까지 끝나는 투쟁의 시험은 끝이 났다.
적의 대부분은 수혁의 손에 죽었고 마르하임과 칼리아, 멜리에는 혹시 살아있는 적들이 있을까 일일이 확인하는 중이었다.
쓰러진 적들의 몸에 꽂힌 화살을 챙긴 마르하임과 칼리아가 이마의 땀을 손으로 닦았다.
“드디어 20층이군요. 잠시 방에서 재정비를 하죠.”
마르하임의 말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를 생각하던 수혁이 칼리아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수혁을 빤히 바라보는 상황.
“크험험.”
혼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긴 수혁이 헛기침을 하며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그의 앞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보다 더 크고 우람한 뿔을 머리에 달고 있으며 몸통마저 더 두꺼운 남자는 수혁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카리온이냐? 뿔이 아담한 것이 아주 귀엽게 생겼구나.”
카마카가 손을 뻗어 수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그의 손을 붙잡았다.
자신의 손이 붙잡힐 거라고는 생각 못 한 카마카가 도리어 손에 힘을 주고 억지로 머리를 만지려 했다.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
그러나 수혁에게 붙잡힌 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