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73
74. 수상한 시합
“저하고도 하셔야죠.”
“어…어?! 그…그렇죠?”
어색한 웃음으로 홍영기와 손을 맞잡는 임재황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홍영기는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긴장한 그의 얼굴을 살피던 홍영기가 피식피식 웃었다.
그렇게 시작한 기 싸움은 임재황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이 났다.
장이산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하하하하. 역시 울 동생들은 재밌구먼. 인사는 다 했으면 어서 가자고.”
비행기로 가는 와중에 김상중이 그들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헌터들 간의 교류를 핑계로 가벼운 대련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북한 측을 전부 이기면 됩니다.”
“중국이나 일본은요?”
수혁의 질문에 김상중이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하더니 허심탄회하게 웃었다.
“그냥 다 박살 냅시다.”
“협회장하고 이제야 의견이 통하네.”
장이산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수혁의 옆자리에 장이산이 앉아 그간 생긴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성 길드 이 자식들이 이제 피하는 거 있지?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해도 설설 기더라. NS 그룹 지원금이 줄어들어서 길드전을 할 돈이 안 된다고 하던가? 그게 말이 돼? 그냥 비겁하게 도망친 거지. 그런데 협회에서 길드전을 하기에 까다롭게 하기는 해 놨어.”
앞좌석에 앉아 있어 장이산의 말을 그대로 들었을 텐데도 김상중은 두 눈을 감고는 가만히 있었다.
“좀 더 길드전이 활성화가 되어야 이벤트도 좀 열리고 하위 길드들이 앞에서 안 깝칠 텐데 그렇지?”
장이산의 말에 임재황이 움찔하는 듯했으나 그 역시 자신이 보던 책자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임재황의 옆에 앉아 있던 홍영기가 그의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형님 말이 맞죠! 괜히 까불고 크게 맞아 봐야 정신 차릴 텐데… 그렇죠?”
“으…응? 아… 그렇죠. 허허….”
홍영기가 임재황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동의를 구하자 그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임재황은 아예 홍영기가 옆에서 꽉 붙들고는 놓아 주지를 않았다.
명색이 10대 길드 길드장이라고 힘을 잔뜩 주고 다녔지만 홍영기 앞에서는 꼼짝을 못 했다.
최고 레벨이라는 명성에 알아서 설설 기는 모습이었다.
굳이 수혁이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몇몇 이야기만 나눴더니 어느새 일본에 도착해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헌터 협회 측에서 그들을 마중 나왔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한 호텔의 세미나실에 입장하자 이미 다른 나라의 헌터들이 도착해 있었다.
중국 측은 단체로 옷을 맞췄는지 붉은색 항공 점퍼를 일제히 입었으며, 일본은 각양각색의 복장을, 북한은 정장 차림으로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 일행이 들어가자 다른 헌터들의 모든 눈길이 집중되었다.
“참고로 북한은 백두산 길드원들이 참석했다네. 몬스터뿐만 아니라 헌터들을 상대로도 경험이 능숙한 자들이지.”
김상중의 설명을 들으며 자리에 앉다가 북한 헌터들과 눈이 마주쳤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눈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단상 위로 일본의 협회장이 올라왔다.
“아시아 각국에서 참석하신 귀빈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번 모임을 성사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의 헌터 협회를 비롯하여 많은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헌터들의 능력이 강해지는 만큼 우리를 향한 대중의 거센 압박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수혁은 일본의 게이트를 어떠한 명분으로 깰지 골똘히 생각하느라 앞의 연설에는 관심도 없었다.
무지성으로 게이트를 깨고 아이템을 가져가는 것은 빌런이나 할 짓이었다.
그런 그의 폰으로 선데이가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를 읽은 수혁의 입꼬리가 실룩 올라갔다.
그가 앞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말을 하는 일본 헌터 협회장을 지긋이 응시했다.
“지루하군.”
“그러니까요. 입으로만 교류할 건가. 빨리 한바탕 하지.”
하-품.
장이산과 홍영기가 입을 쩍 벌렸다.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 두 사람이었다.
지루한 것은 다른 나라의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모아 놓고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빨리 한번 붙어 보자!”
중국 측의 헌터가 일어나 소리치자 자기들끼리 박수를 치며 깔깔댔다.
노골적으로 무례한 그들의 행동에 일본 헌터 협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결국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 헌터 협회장 역시 헌터로서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중국에서 온 헌터들이 자신감이 넘치는군요. 자신이 있습니까?”
“그 누가 우리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이곳에 모인 헌터들이 전부 덤벼도 우리가 물리칠 수 있다고!”
“대중화(大中華) 헌터들의 실력을 보여 주마!”
낄낄대는 중국 헌터들의 말에 세미나실의 일본 헌터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들은 애시당초 자신들의 실력을 선보여 다른 나라를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처럼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
세미나실의 분위기를 살피던 일본 헌터 협회장이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이런 지루한 얘기보단 헌터라면 몸으로 부딪치는 게 맞겠군요. 마침 중국 헌터들이 자신감이 넘치니 우리 일본과 시합을 바로 겨뤄 보면 되겠군요. 허허허.”
주름진 그의 얼굴이 미소로 인해 더욱 주글주글해졌다.
헌터 간의 교류를 핑계로 각 나라의 자존심을 건 국가 대항전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일본과 중국이 제일 먼저 붙어 보는 것 같군.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하고 붙는 게 바로 결정되겠네.”
김상중이 고개를 돌려 얘기하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어깨와 목을 돌렸다.
“빨리하고 가야죠.”
뚜둑. 뚜둑.
목을 풀던 홍영기의 말에 김상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대로라면 며칠 뒤에야 시합을 했겠지만 생각보다 일정이 앞당겨졌으니 금방 싸울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일본 측에서 준비를 다 해 놨겠지. 오늘 저들이 싸운다면 우리도 내일이면 바로 붙을 거다. 겸사겸사 다른 나라의 헌터들의 역량도 지켜보자고.”
그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흥미진진해졌다.
아무래도 제일 재밌는 것이 불구경과 더불어 싸움 구경 아니겠는가.
“내가 듣기로 단체전보다는 개인전 위주의 시합장을 구성해 놨다고 하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될 거 같군.”
모두가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북한 헌터들이 다가왔다.
깡마른 몸이 아닌 다부진 체격을 지닌 그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김상중의 부드럽던 눈빛이 뒤바뀌었다.
그들 가운데에서 구릿빛 피부에 각진 스포츠머리를 한 헌터가 김상중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친 그의 손등엔 잔상처가 가득했다.
“반갑구먼, 남조선 동무들. 나는 김철진이오.”
“김상중입니다.”
종합 전투력 : 1,523 + (17)]
제법 준수한 전투력을 가진 자였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우리와 겨루기를 할 터인디,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 기분 상하지 말자우. 이건 내 연락처요. 나중에 김상중 협회장과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따로 얘기합시다.”
자신들의 말만 늘어놓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김상중의 손에 연락처가 담긴 명함 하나만 남겨 놓고는.
그는 명함 속의 전화번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품 안에 집어넣었다.
예상보다 우호적인 그들의 반응에 김상중이 잠시 당황했으나 표정을 다시 회복했다.
“생각보다 유하네. 그래도 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다들 돌아가시죠.”
그날 밤, 일본 헌터 협회장인 요시다가 체육관에서 시합 준비를 하고 있는 일본 헌터들을 지켜보았다.
그의 곁으로 민머리의 남성이 다가왔다.
“드디어 위대한 우리 일본의 명성을 알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네. 최선을 다해 주길 빌겠네. 카부토. 모든 언론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어.”
“걱정 마시죠. 협회장님. 제가 직접 선발한 아이들입니다. 명예를 실추시킬 일은 없을 겁니다.”
일본 헌터들이 운동을 마치고 목이 마른지 일제히 냉장고에 다가갔다.
그 속에는 붉고 걸쭉한 액체가 가득 담겨있었다.
망설임 없이 붉은 액체를 목으로 넘기는 헌터들이 해맑게 웃었다.
* * *
다음 날, 곧바로 중국과 일본 측의 시합이 열렸다.
후쿠오카에 마련된 길드전 전용 체육관에 이른 아침부터 모두 모였다.
“대부분은 챔피언 등급의 헌터들이더군. 유일하게 슈페리얼 등급에 오른 헌터는 영기 너와 중국의 왕웨이뿐이야.”
김상중의 말에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홍영기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등급을 뛰어넘는 강자를 가까이에서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선이 수혁에게 향하자 김상중의 시선도 따라갔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시합 시작하네요.”
수혁의 말과 함께 시합장에는 중국과 일본 측의 헌터가 각각 올라왔다.
언월도를 들고 흉흉하게 휘두르는 중국의 헌터와 일본도를 든 헌터였다.
시합장 주변으로 힐 스킬을 사용하는 헌터와 구급 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합은 각자 1:1 방식이며 5명이 맞붙는 형태로 3판을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시합 시작!”
심판을 맡은 헌터가 시합장 밖에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손을 번쩍 들었다.
중국의 헌터 쑤수뤤이 언월도에 마력을 담자 불이 붙었다.
“화염도(火焰刀)의 맛을 보여 주마!”
화염이 일렁이는 언월도를 앞으로 휘두르자 불길이 앞으로 날아갔다.
일본의 헌터 안도가 불길을 피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 틈에 다가온 쑤수뤤이 언월도로 눈을 어지럽히며 다가왔다.
챙. 챙. 챙
.
검과 도가 맞붙자 불꽃이 주변에 흩날렸다.
서로 대등한 것도 잠시, 여유 넘치는 안도와 달리 슈수뤤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서렸다.
스킬을 마구 퍼붓는 그와 아무런 스킬도 쓰지 않는 채 대등한 것은 실력의 우월함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큿. 이거나 먹어라!”
뒤로 물러난 슈수뤤의 도에 불꽃이 점점 커지더니 새의 모양으로 변했다.
거대한 화염조(火焰鳥)를 안도에게 쏘아내자 결코 좌시할 수 없었다.
결국 안도의 검에서 마력으로 만들어진 붉은 꽃잎이 수없이 피어오르더니 불꽃으로 만들어진 새를 조각내버렸다.
자신의 마지막 일격이 허무하게 사라졌음에도 슈수뤤은 포기할 줄은 몰랐다.
“이야아아아압-!”
있는 힘을 쥐어 짜내 도를 휘둘렀으나 옆으로 피한 안도의 검에 팔이 잘렸다.
“크아악-!”
“시합 중지! 힐러들! 포션!”
주변에 대기하던 헌터들이 다가와 잘린 팔을 붙이고 포션을 부었다.
고통에 울부짖는 슈수뤤을 향해 힐 스킬을 계속 날렸다.
예상보다 큰 격차에 관람객들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중 수혁만이 홀로 코를 한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형님. 왜요? 무슨 냄새 나요? 킁. 킁. 안 나는데?”
홍영기의 질문에 수혁이 대답했다.
“비릿한 악취가 계속 나는구나.”
“악취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가며 킁킁대던 그와 달리 수혁의 시선은 일본의 헌터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승리를 거뒀음에도 일본의 헌터들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마치 당연한 듯한 태도에 중국의 헌터들이 더욱 분개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시합에서도 중국은 계속해서 패했다.
2, 3, 4패가 이어지자 마지막 자존심으로 중국의 슈페리얼 등급 헌터인 왕웨이가 천천히 시합장으로 올라왔다.
그에 맞서는 일본의 헌터는 키가 작고 연약한 체격의 여자 헌터, 아오키였다.
크게 자존심이 상한 왕웨이가 입을 열었다.
“빨리 끝내 주마!”
건틀렛을 착용한 왕웨이가 일직선으로 돌진하자 아오키가 길게 늘어트렸던 채찍을 휘둘렀다.
“일본… 생각보다 강하네요?”
“싸울 맛이 있겠군.”
온몸이 채찍에 난자되어 쓰러진 왕웨이를 뒤로하고 아오키가 시합장을 내려갔다.
홍영기와 장이산의 말에 다들 앞으로 어떻게 싸울지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오직 수혁만이 일본 헌터들을 껴안고 기쁨의 웃음을 짓는 일본 헌터 협회장 요시다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비셔스와 아주 진득하게 얽힌 사이로 보였다.
비셔스와 얽히면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보다.
이 기회에 비셔스를 잡고, 필요한 아이템도 얻고.
“바쁘겠네.”
수혁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