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74
75. 전화위복
다음 날에는 예정대로 한국과 북한의 헌터들이 시합장에 모였다.
중국의 헌터들은 부상 때문인지 아니면 구겨진 자존심 때문인지 몰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다들 잘 알죠? 압도적으로. 우리나라 기자들도 와있으니까요. 즉각적으로 청와대에 보고가 갈 겁니다.”
김상중의 주문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한국 헌터들처럼 북한의 헌터들도 여유가 넘쳤다.
마치 놀러 나온 듯한 분위기에 한국의 헌터들이 전의를 다졌다.
오직 수혁만 묘한 이상기류를 감지했다.
그들을 지켜보는 관중석의 일본 헌터, 협회장의 눈길이 전부 북한 헌터들에게 쏠려 있었다.
자기들끼리 작게나마 눈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냄새가 난다.
음모를 꾸미는 뒷구멍의 더러운 냄새가….
* * *
첫 번째 시합은 수혁이 나가기로 했다.
시합장에 올라가자 반대편에서 일자 눈에 매부리코의 남성이 올라왔다.
그가 히죽거리며 웃음 짓자 텅 빈 앞니가 눈에 들어왔다.
“내래 박용하라 불러 주시오. 남조선 동무. 살살하라우.”
“난 이수혁. 살살은 불가.”
어깨를 으쓱인 수혁이 검을 들자 박용하는 아공간에서 기다란 창을 꺼냈다.
끝에 검은 수실이 달린 묵빛 창대는 한눈에 보아도 강도가 제법 튼튼해 보였다.
“시합 시작!”
심판의 말과 함께 수혁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박용하 앞에 나타난 그가 검을 사선으로 긋자 창대가 반으로 잘려 버렸다.
창대를 가른 검 끝은 어느새 박용하의 목에 닿아 있었다.
수혁이 고개를 돌려 심판을 바라보자 멍 때리고 있던 심판이 화들짝 놀랐다.
“시합 중지!”
“고조 아주 날랜 동무군 기래.”
박용하가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시합장의 어느 누구도 수혁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경악하는 관중들 사이 일본 헌터 협회장은 너무 놀라 일어났다가 황급히 다시 앉았다.
여유로운 표정의 일본 헌터들 역시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한국 측에서는 오직 임재황 헌터만이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내… 내가 본 게 맞나?”
“맞죠.”
“어….”
다른 이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임재황은 멍하니 입만 벌렸다.
‘내가 이상한 거야?’
레벨과 등급으로 헌터를 판단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임재황은 자신의 상식을 깨부순 수혁과 괴리감을 느꼈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눈을 비볐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수혁이 시합장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박용하 헌터가 창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지 않았더군요. 마치 일부러 밀릴 것처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쩌면… 제 생각입니다만, 저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수혁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국가 대항전이나 다름없는 시합에서 일부러 패배를 한다고?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돌팔매질을 당해도 유분수였다.
거기에 독재정권인 북한의 헌터들이 이렇게 무력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 뒷감당을 할 수 있나?
믿기지 않는 얘기였지만 심증뿐이었다.
“내가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
뚜두둑.
주먹을 움켜쥐고 손을 푼 장이산이 시합장으로 올라갔다.
그의 상대로는 덩치가 제법 상당한 남성이었다.
다짜고짜 웃통을 깐 남성의 상체는 장이산 못지않게 우람한 근육이 가득했다.
“남조선의 호랑이라지? 내래 백두산의 호랑이 김철이다. 함 시원하게 붙어 보자.”
“좋지.”
호방하게 웃은 장이산이 김철에게 쇄도했다.
퍽. 퍽. 퍽. 퍽. 콰직. 콰드득.
두 사람의 주먹과 신체가 연이어 맞부딪치며 살과 뼈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파열음이 울렸다.
서로 주먹을 피하기는커녕 맷집으로 버티며 누가 더 터프한지를 겨루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먼저 변화를 일으킨 것은 김철이었다.
주먹을 피해 팔을 잡고 넘기려 했으나 그의 의도를 파악한 장이산이 먼저 무릎으로 가격했다.
“크윽.”
옆구리의 고통에 비틀거리는 김철이 백텀블링을 하며 장이산의 추가타를 피했다.
잠시 거리를 벌리고 대치하며 서로의 빈틈을 찾으려 눈이 가늘어졌다.
“킁!”
코를 시원하게 푼 김철이 이번엔 저돌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태클을 옆으로 흘린 장이산의 뒷발차기에 시합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장외요!”
“기권이우. 못 당하겠구만 기래.”
심판에게 포기를 외친 김철이 패배를 인정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합장을 내려오는 장이산 역시 표정이 개운하지 않았다.
“영… 찝찝하네. 분명 더 싸울 힘이 남아있는데 쉽게 포기를 했어.”
장이산마저 수혁의 의견에 동조하자 오히려 모두의 의문은 커져 갔다.
“이번엔 내가 가 보죠.”
임재황이 시합장에 올라가 자신의 무기인 박도를 꺼냈다.
그를 상대하는 북한의 헌터 역시 도를 꺼내 들더니 기합 소리와 함께 돌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의 헌터가 도를 놓치더니 패배하며 내려갔다.
“우리가 이기긴 했는데 오히려 자랑하고 다니기도 애매해졌어.”
“분명 기사에서는 압도적이라고 나올 텐데 나 원 참….”
찰칵. 찰칵.
관중석에서 기자들이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댔다.
한국의 일방적인 승리라는 문구와 함께 대문짝만하게 실릴 기사를 웃으며 반길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한 싸움이 아닌 승부 조작에 가담한 느낌이랄까.
“에이… 김이 팍 샜네.”
홍영기가 시합장에 올라갔다.
그의 망치 한 방에 북한의 헌터가 시합장 밖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악-!”
홍영기가 해맑게 웃으며 내려왔다.
“봐주기 전에 끝내 버렸네. 하하핫.”
마지막으로 김상중의 시합만 남아 있었다.
북한 측은 패배했음에도 여전히 화목한 분위기였고 오히려 일본 측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수혁의 눈에 서로 수군대는 일본의 헌터들이 들어왔다.
일본 헌터 협회장인 요시다 역시 굳은 표정으로 옆자리의 헌터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합 시작!”
심판의 외침과 함께 김상중과 김철진의 검이 교차했다.
김상중으로서는 찝찝했지만,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더 이상 부담감은 없었다.
이제 시합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만 한다면 머리 아플 일은 끝이었다.
그에게 패배해 검을 떨군 김철진의 말만 아니었다면.
“동무. 연락을 안 하니 내가 섭섭하다. 이번엔 꼭 연락해 달라. 결코 해가 될 일은 없으니 겁먹지 말라.”
“내가 겁을 먹는다고? 오늘 내로 연락하지.”
그의 말에 자극받은 김상중이 홧김에 약속을 잡았다.
반응을 확인한 김철진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려갔다.
시합은 5:0으로 남한이 북한을 압도적으로 이기며 끝이 났다.
시합장을 나서는 그들의 앞을 요시다가 막아섰다.
“허허허. 축하합니다. 한국의 헌터 기량이 굉장히 뛰어나군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서로 승리를 한 두 나라가 최종 결승전을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김상중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다.
“당연한 얘기죠. 언제든지 자신 있으니 날짜만 잡아 주시죠.”
“껄껄껄껄. 이런 이벤트를 당연히 넘길 수 없으니 우리가 마련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겁니다.”
이제는 남북한의 대결이 아닌 한일전이 되었다.
역사적인 시합이 열리게 되자 주변의 기자들이 승냥이 떼처럼 몰려들어 사진을 찍어 댔다.
그들에게는 이제 북한의 시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다음 우리 민족 최고의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일본을 이기는 거니까.
묘한 웃음을 지은 요시다는 떠나갔고 김상중의 스마트폰은 쉴 새 없는 연락에 불이 났다.
북한을 이겼다는 승리의 공치사는 이미 끝났고 한일전을 어찌할지에 관한 청와대의 연락이었다.
잔뜩 전화에 시달린 김상중이 시합 때보다 더 피곤한 얼굴로 숙소에 돌아왔다.
그런 그에게 남은 것은 김철진과의 연락이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김상중이 김철진과 만나러 간 사이 수혁 역시 숙소 밖을 나섰다.
팔척경구옥을 얻을 수 있는 게이트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홍영기와 임재황, 장이산은 숙소에서 술판을 벌이며 북한전 승리를 자축했다.
* * *
야나기가 탑에서 하도 자랑을 했던 터라 팔척경구옥을 어디서 얻었는지는 잘 알았다.
후쿠오카 타워가 보이는 모모치 해변 바로 앞이었다.
그곳에 도달하자 이미 일본 헌터 협회에서 주변에 안전 펜스를 치고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생겨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헌터들의 경계심이 매우 높았다.
그들을 지나친 수혁은 검은색으로 일렁거리는 게이트가 참으로 복스럽게 보였다.
위치를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저 게이트를 입장할 것인가만 남았다.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아 있으니….”
그가 듣기로는 저 게이트의 공략을 몇 번 실패한 뒤에 야나기가 깼다고 했으니 아직은 시간이 충분했다.
일본 헌터 협회가 비셔스와 연관이 되어있으니 이걸 잘 이용해서 게이트를 들어갈 구실을 만들면 되겠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입꼬리가 위로 치솟았다.
숙소로 돌아오자 김철진과 이야기를 마친 김상중과 마주쳤다.
웬만한 일에는 표정 변화가 없는 사람인데 마치 실성한 것처럼 수혁이 다가가도 눈치를 못 챌 만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협회장님?”
“어어?! 아… 수혁아… 잠시 얘기 좀 할까?”
주변의 눈치를 살핀 그가 수혁을 따로 불러냈다.
호텔 옥상에 마련된 테라스에는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김상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너와도 크게 상관없기도 하고,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낼 사람이 너밖에 없다.”
“편하게 얘기하세요.”
“백두산 길드가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이다.”
“?!”
김상중의 말에 수혁이 잠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그런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한 길드가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중국의 헌터들이 개입해 실패로 돌아갔던 일.
기사에서도 짧게 언급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복잡해 달성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 이번엔 무슨 명분으로?
“백두산 길드가 평양으로 남진하는 사이 우리 남한이 북진하라는군.”
“중국은요? 분명 개입할 텐데요.”
“그게… 너도 알다시피 중국은 당의 허락 없이는 헌터로 성장하기 힘든데 그것에 불만을 품은 헌터들 간의 대립으로 동서로 쪼개졌다더구나.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 격인 헌터는 너도 들어 봤을 거다. 최지헌이라고 한때 우리나라에서 랭커급 유망주였던 자지.”
“검성?!”
의외의 얘기에 수혁의 입이 벌어졌다.
김예현의 과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고 최지헌은 여전히 국내에서 활동했을 터였다.
그랬던 그가 수혁이 일으킨 날갯짓에 한국을 뜨더니 어느새 중국에서 거물이 되어 있었다.
“공산당에 반대하는 헌터들의 모임인 자유당, 자유당의 리더가 최지헌이다. 그가 공산당과 싸우는 사이 백두산 길드가 쿠데타를 일으킬 거다. 처음에는 일본 측과 힘을 합치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협조를 잘 안 해 줬다더군. 후우… 이거는 나의 권한을 벗어날 이야기야. 백두산 길드가 쿠데타에 성공한다면 개혁 개방을 통해 우리와 교류를 활발히 한다는구나. 이것 때문에 청와대에 빨리 돌아가 봐야겠다.”
“시합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그래. 잘 좀 부탁한다.”
말을 하고는 한결 후련해진 김상중이 후-하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자신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어 간다지만 비셔스의 선지자와 더불어 최지헌의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찌 되었건 그곳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최지헌이었다.
훗날 시간이 더 흐르고 마주칠 그의 모습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 * *
“시합 방식을 바꾸자구요?”
“그렇습니다. 사실상 결승에 가까운데 단순히 겨룬다는 것은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스피드런이라는 게 있죠. 누가 먼저 목표에 도달하냐를 시간으로 재는 방식인데 들어 보니 재밌더군요.”
시합장에 모인 헌터들에게 요시다가 새로운 제안을 꺼냈다.
일본에 있는 챔피언 등급의 게이트를 각 나라 별로 5명의 헌터가 들어가 누가 먼저 빨리 깨는지를 타임 어택 형식으로 결승전을 치르자는 얘기였다.
“같은 챔피언 등급의 게이트라도 나오는 몬스터의 레벨의 격차는 60에서 80으로 제법 나는데 어떻게 공정하게 된다는 말입니까?”
“그것 또한 운이고 재미겠지요. 자신 없습니까?”
그의 도발에 김상중이 잠시 수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상중은 요시다의 제안을 수락했다.
“껄껄껄. 역시 화끈하게 나올 줄 알았습니다. 바로 가시죠.”
일본 헌터 협회는 수락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사전에 준비를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별수 없이 그들이 이끄는 곳에 도착하자 수혁의 눈이 커졌다.
“여기는….”
“후쿠오카의 모모치 해변입니다. 아름다운 관광 명소지만 이곳에 게이트가 생겨났죠.”
무슨 수를 썼는지 검은색 게이트의 색깔이 자주색으로 변해 있었다.
챔피언 게이트인 척 한국의 헌터들을 슈페리얼 게이트로 밀어 넣는다라….
일본 협회에서 꾸민 음모가 분명했지만 수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괜히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짜냈는데 필요 없어졌다.
아이템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