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98
99. 또 보네.
화산을 오르자 낯선 이의 침입을 감지했는지 거센 진동이 우르르 울렸다.
그와 함께 화산 꼭대기에서 시뻘건 용암이 거칠게 분출되었다.
콰르릉. 콰광.
위로 높이 치솟은 용암이 화산 위에 떨어지며 형체를 이뤘다.
아까 전보다 더 큰 용암 골렘들이 둥글게 몸을 말고 데굴데굴 산 위에서 굴러왔다.
구구구구구구-
공성전을 펼치려는 듯 산을 오르는 수혁을 짓뭉개기 위한 용암 골렘들이 거칠게 땅을 부수며 내려왔다.
그에 맞선 수혁이 택한 것은 정공법이었다.
검기를 잔뜩 뽑아내 위로 휘두르자 날아간 검기가 용암 골렘들을 잘라 냈다.
퍼버벙. 퍼벙.
조각난 용암 골렘들 사이로 접근한 수혁이 정교한 찌르기로 용암 골렘의 가슴팍에 있는 핵을 찔렀다.
좌, 우에서 덮치는 용암 골렘의 팔을 고개 숙여 피한 수혁이 몸을 회전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부-웅.
절묘하게 핵이 있는 부분을 절단하자 용암 골렘들은 허무하게 암석으로 변해 버렸다.
이어서 검기를 뽑아내 위로 휘두르자 부채꼴의 검기가 산의 경사를 타고 올라가며 용암 골렘들을 모조리 부숴 버렸다.
“나오려면 빨리 더 나와라! 시간 끌지 말고오-!!!”
수혁의 도발이 먹힌 건지 화산이 더욱 거칠게 땅을 울렸다.
쿠르르르릉. 쿠구구궁.
우오오오오오오-
천지를 포효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형체가 화산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콰드드드득.
붉은 용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 하나가 튀어나와 화산의 꼭대기를 붙잡았다.
이어서 다른 한 손도 화산의 반대쪽을 붙잡더니 거센 연기와 함께 상체가 위로 올라왔다.
수혁이 오르는 화산의 분화구에서 덩치를 드러낸 존재는 크기가 얼마나 큰지 일어서자 하늘 꼭대기에 닿을 지경이었다.
콰지지직. 우르르르르.
화산이 통째로 갈라지며 용암이 줄줄 새어 나왔다.
알을 깨고 나오는 동물처럼 화산을 깨부수며 나온 초거대형 보스는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큰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었다.
그동안 상대하던 용암 골렘은 지금 나타난 보스에 비하면 크기가 발톱만도 못했다.
수혁은 화산을 오르는 걸 멈추고 새롭게 나타난 적을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크네.”
고개를 최대한 위로 꺾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자그마한 행성을 다스리는 신으로 느껴진달까.
웬만한 거인들을 데려와도 허리춤에도 도달하지 못할 크기였다.
하늘의 구름과 화산에서 치솟은 연기에 가려지자 얼굴조차 확인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몸집이 크니 공격할 곳은 많고 천천히 상대해 나가면 된다.
스텝 바이 스텝.
“저놈도 핵은 있겠지.”
우선은 핵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엉뚱한 곳만 공격하다가는 지치기 십상이었다.
박쥐를 소환해 날아올랐다.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심장부를 찾으러.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혁과 박쥐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광범위한 손이 수혁을 짓누르려 했다.
“뚫고 간다!”
대검을 앞으로 고정하고 검기를 뽑아낸 뒤, 박쥐와 몸에는 그림자 방어막을 둘렀다.
검기가 화살촉 모양으로 둥글게 회전하자 하나의 드릴과도 같았다.
후우우우웅. 콰과과과과-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손과 수혁의 드릴 검기가 맞부딪쳤다.
손가락보다도 작은 수혁이었지만 그 위력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야아아아아압-!”
드드드드드드드득.
용암이 흐르는 두꺼운 손바닥을 갈면서 뚫고 갔다.
암석이 갈라지며 붉고도 샛노란 용암이 철철 흘렀지만 그림자 방어막에 침투하지는 못했다.
홀로 산을 옮겼던 우공처럼 살아 있는 자연재해와의 싸움이었다.
수혁을 파리처럼 짓누르려던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 손에 생기는 상처에 울부짖었다.
우오오오오오- 콰과광.
“시끄럽다!”
마침내 손바닥을 뚫고 나온 수혁이었다.
거대한 팔뚝을 지나쳐 비행하는 그는 곧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가슴팍에 도달했다.
계속 용암이 철철 튀어 오르는 몸뚱어리는 살아있는 화산 그 자체였다.
“어디 있을까.”
그동안 골렘들의 핵을 척척 찾아왔던 것과 달리 몸통이 너무 큰 이 녀석을 마력으로 스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수혁이 하는 일에 방해를 안 할 몬스터가 아니었다.
부우우웅-
이번엔 양손이 수혁을 으깨기 위해 좌우 방향에서 다가왔다.
“이크!”
수혁이 탄 박쥐가 잽싼 날갯짓과 함께 황급히 위로 치솟았다.
콰아-앙.
밑을 내려다보자 양손이 부딪히며 거센 열기의 폭풍을 내뿜었다.
오히려 수혁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폭풍이 밑에서 올라오며 도와주었다.
“땡큐!”
위로 빠르게 올라간 수혁은 어느새 용암 골렘의 머리에 도달했다.
거대한 두 눈이 그를 훑자 수혁 역시 지지 않고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핵이 두 눈 사이 미간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을.
수혁이 자신의 약점을 간파한 사실을 알아챈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 곧장 거대한 입을 열었다.
입 안 깊숙한 곳에 지글지글 끓고 있는 용암이 눈에 들어왔다.
목표를 확인한 수혁은 지체하지 않고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미간으로 뛰어들었다.
그 사이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입에서 튀어나온 용암 분수가 수혁이 타고 있던 박쥐를 녹여 버렸다.
“이미 늦었다!”
검과 혼연일체가 된 수혁이 회오리치는 검기를 내뿜으며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미간을 꿰뚫었다.
콰과과과과과과.
아까 손을 뚫던 것과 마찬가지로 검기의 회오리가 용암 덩어리를 파헤치며 자이언트 용암 골렘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우오오오오-
머릿속으로 들어온 수혁을 어찌할 도리가 없던 자이언트 용암 골렘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간 사이를 뚫고 들어온 수혁은 앞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맥박을 느꼈다.
용암을 뚫고 지나가자 마침내 심장처럼 펄떡거리는 붉은 핵을 마주쳤다.
“잡았다.”
검붉은 검기가 검의 형체를 유지한 채 곧바로 핵을 갈라 버렸다.
펄떡거리던 핵은 두 조각이 나자 피처럼 붉은 용액을 내뿜더니 곧 기화되어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싼 붉은 용암은 핵이 파괴되자 빠르게 식어 갔다.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 죽으며 형체를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암석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은 한 번에 레벨 71을 지나 72를 달성했다.
한 행성의 지배자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거대한 녀석은 그만큼의 경험치를 선사해 주었다.
이제는 탈출할 시간.
구멍이 뻥 뚫린 미간 부위로 다시 나온 수혁이 그림자 박쥐를 소환하며 등 위에 올라탔다.
쩌저저적.
반면 자이언트 용암 골렘은 다리부터 부서지더니 그 육중한 몸체가 갈라지며 지면과 부딪쳤다.
용암이 식은 암석 덩어리가 비처럼 대지로 쏟아졌다.
쿠구구궁.
덩치가 하도 크니 쓰러지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박쥐 위에서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 쓰러지는 걸 구경하면서 몸을 점검했다.
혈액 순환을 마치고 몸을 관조한 수혁은 오히려 아쉬운 얼굴을 지었다.
“레벨 업하기 좋은데 벌써 다 잡았네. 아쉽다. 아니지… 아직 지옥의 녀석들이 날 기다리고 있잖아?”
게이트를 깼으니 밖으로 나간다면 바알과 그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바알과 싸우기 전 레벨이 66이었다면 지금은 72.
종이 한 장 차이의 격차는 사라지고 오히려 수혁의 능력치가 월등히 올라 버렸다.
바알과 다시 마주칠 날이 기대되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몸이 폭삭 무너진 자이언트 용암 골렘이었다.
화산 옆에 새로운 화산이 생긴 것처럼 거대한 잔해를 이루었다.
천천히 박쥐를 타고 내려간 수혁은 바닥에 반짝이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공간 게이트 소환 반지 : 마킹을 찍은 장소로 연결되는 공간 게이트를 소환할 수 있는 반지.]청록색 에메랄드가 중간에 박힌 반지 하나를 손에 들고 갸웃거렸다.
“으음? 공간 게이트 소환? 마킹을 찍어야 한다고?”
반지를 직접 껴 보자 반지의 운용법이 자동으로 습득되었는지 수혁이 ‘음음’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를 사용하면 일정 장소에 마킹을 찍어 기억할 수 있고,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게이트를 소환하는 방식이었다.
“사용법이 생각보다 쉽네. 이야… 굉장한데? 수준이 다른데?”
그간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직접 게이트를 소환해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니.
만족스러운 얼굴도 잠시, 수혁은 눈앞에 생긴 탈출 게이트를 보자 얼굴을 굳혔다.
“다시 되갚아 줄 시간이군.”
* * *
탈출 게이트를 통과한 수혁이 한때는 꽃밭이었지만 이제는 황폐화가 된 땅에 발을 디뎠다.
고개를 들자 부하들이 전부 사라지고 홀로 남은 바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타났군.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난 또 어디선가 동료들이라도 데려오는 줄 알았구나. 혼자인 것이냐?”
“어. 싱글이야.”
“?”
바알이 고개를 갸웃거림도 잠시, 서로의 눈이 마주치더니 탐색전을 펼쳤다.
그리고 서로 알아차렸다.
바알은 자신이 더 이상 수혁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습자지처럼 얇았던 격차는 없어지고 상대방의 실력이 무섭도록 늘어서 나타난 것이었다.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바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파편의 힘 덕분인가?!”
“그것보다는 네 목을 걱정하는 게 더 좋을 텐데.”
“푸하하하하하. 어리석은 녀석. 나라고 그저 아무것도 안 한 줄 아느냐?!”
달그락.
바알이 해골이 매달린 지팡이를 흔들자 뼈다귀가 아치형으로 장식이 된 문 하나가 수혁의 옆에 생겼다.
문이 열리자 블랙홀처럼 강한 흡입력이 작동하더니 수혁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땅에 박고 저항하려 했지만 땅과 함께 몸이 떠오르자 이번엔 대검을 더 깊숙이 박아 넣었다.
쩔쩔매는 수혁을 향해 바알이 고개를 젖히고 마구 웃었다.
“푸하하하하. 너같이 위험한 녀석을 이 지옥에 놔둘 수 없지. 넌 추방이다! 나의 권한을 사용해 네가 더 이상 강해지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지옥의 악마들을 사냥한 수혁을 잡아먹으려던 바알은 오히려 자신이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자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수혁을 이 지옥에서 추방하기로.
사냥이 끝난 사냥개가 주인을 물려 하니 죽이기에는 사냥개가 너무 세고, 그냥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면 간단한 일이었다.
보아하니 마법 계열에는 특기가 없어 보이고, 저 무식하게 강한 힘만으로는 차원 이동과 같은 고차원의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바알은 자신의 계획이 일그러졌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여기서 꺼져라. 다시는 보지 말자.”
마침내 대검이 박힌 땅마저도 뽑히더니 수혁은 곧장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문 주변에 조각된 해골들이 몸을 움직이자 문이 다시 사라졌다.
자신의 몸을 쭉 빨아 당기는 불쾌한 느낌이 끝나자 어느새 땅에 누워 있었다.
눈을 몇 번 껌뻑이고 주변을 살피자 시릴라와 싸웠던 중국의 라바거우먼 삼림 공원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익숙한 곳이군. 후으읍-”
힘껏 공기를 빨아들이자 상쾌한 지구의 공기가 느껴졌다.
바알 이 자식. 감히 날 이런 식으로 쫓아내?
어처구니가 없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내가 이미 지옥에 마킹을 해 놨다는 사실을.
* * *
“후우… 당분간은 좀 시끄럽겠군.”
수혁이 사라지자 바알이 황폐화가 된 지옥을 둘러보았다.
그 많던 생명력은 사라지고 큰 손해만 남긴 이 상황을 다른 악마들이 지옥의 입구를 담당하는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게 분명했다.
“불만 있으면 싸우자고 하지 뭐. 끌끌끌. 이참에 대놓고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슈우우우우-
“음?”
그때, 수혁이 사라졌던 자리에 푸르스름한 게이트가 생겨났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바알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게이트에서 등장한 인물을 확인하자 화들짝 놀랐다.
말도 안 돼?!
“내가 다시 보자고 했지?”
“…이런 미친!”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이 환하게 이를 보이며 웃었다.
싸늘한 눈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