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한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박수 소리와 푸른 조명이 김한영을 화려하게 감쌌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김한영 오늘만큼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근데 기만은 하지 말고] [ㅇㅈ]무대가 성공적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아티스트의 실력과 곡 그리고 무대가 하나로 조화되어 성공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자아냈다.
만들어 내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것, 팬들에게는 하나의 날짜로써 기억되는 것.
흔히 말하는 레전드 무대라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 수 있다.
오늘의 무대는 그간 김한영의 커리어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을.
‘원래 저렇게 잘하는 사람이었어?’
김수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동안 힘을 숨겼던 것도 아니고 오늘의 무대는 말이 안 된다.
‘저러니까 잔소리를 해도 뭐라고 반박을 못 하지.’
조은솔은 큭큭 웃음만 나왔다.
저거 내가 뽑은 회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공할지 알 수가 없다.
‘……조마조마해 죽는 줄 알았네.’
한여름은 김한영의 무대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평소에 안 하던 곡을 부른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나.
미발표곡이었다.
거기에 오리지널 곡.
이런 대형 경연에서 부르기에는 말도 안 되게 불리한 선곡이었다.
모두가 안다.
유명한 곡을 가지고 와서 경연용으로 다듬어서 부르는 게 더 쉽다는 걸.
하지만 김한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남들 안 하는 짓을 굳이 해서 정면에서 돌파했다.
‘저 정도면 따로 뭔가 더 증명할 필요는 없겠네.’
채널 테슬라의 강도수 사장도 바쁜 참에 짬을 내서 그의 방송을 봤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아.”
김한영이 입을 열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틀어 11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그의 무대 소감에 귀를 기울인 순간, 그가 말했다.
“더 좋은 무대 보여 드릴 수 있었는데, 좀 아쉽네요.”
“…….”
관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벌어진 꽈배기 봉투와도 같았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김한양의 말에는 생략된 부분이 있었다.
(중간에 연출 실수만 아니었으면)이라는 전제가 생략된 것.
짚고 넘어가려다가 연출팀을 까는 꼴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생략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전후 사정은 모르며, 꼭 알아야 할 이유마저 없다.
그렇기에 할 말 또한 정해져 있었다.
[저 무친놈]김한영을 욕하는 것이었다.
[컨셉 좀 제발 버려어어어어어!!!] [왜 꼭 잘해놓고 위에 똥을 끼얹는 걸까] [기만 박기 전에 생각했나요? 기만 박기 전에 생각했나요? 기만 박기 전에 생각했나요? ] [저 샛기 한우에 초고추장 찍어 먹는 그런 취향인가?] [한영아…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우리 다 죽어어어어어] [‘이 새끼’가 생각하는 좋은 무대라는 건 대체 뭘까?] [마이클 잭슨이 우주로 가서 문워킹하면 그제야 박수칠 듯] [아 ㅋㅋㅋ 스페이스 문워킹은 못 참지]* * *
김한영의 새로운 컨텐츠.
[싱어송라이터 김한영X숲 뮤직] 촬영이 종료되었다.그런데 이 방송은 단순한 온라인 방송에서 끝나지 않고, 업계에서 두고두고 언급될 만한 업적을 여럿 남겼다.
[라이브 동시 시청자 수 123,333명]시청자 수가 12만 명을 돌파했다.
보통 미튜버들 사이에서 10만을 돌파하면 그 해에 있었던 라이브 방송 중 탑10에 든다고 하였다.
방송을 시작하고 불과 1년 차에 이루어낸 업적이었다.
[누적 시청자 수 386,516명]또한, 이번 에피소드는 한 번으로 풀기에는 분량이 다소 많다.
하여 6개의 영상으로 쪼개서 팔았는데.
[김X숲 하이라이트) 홍윤서 vs 고든] [조회 수: 1,284,015]-[김X숲 하이라이트) 성민아 vs 김수경] [조회 수: 2,411,997]
하나하나가 크게 터졌다.
평소 김한영 방송은 김한영이 주이니만큼, 팅의 식구들은 조명을 덜 받을 때가 많았다.
가진 실력이 훌륭하더라도 하필 옆에 있는 게 김한영이라 묻히는 감도 있었고.
그런데 본격적으로 식구들에게 조명이 돌아간 것.
[쟤들이 원래 저렇게 잘했었나] [이제 그냥 프로가 맞구나]한편.
[김X숲 하이라이트) 김한영 vs 유리]이번 방송의 진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영상의 성적은.
[조회 수: 10,698,156]천만.
천만의 벽을 마침내 돌파했다.
영상을 업로드하고 불과 한 달 만에 이루어 낸 업적.
한국에서 시청자가 몰려왔고, 일본에서 시청자가 몰려왔고, 동남아에서도 몰려온 결과물이었다.
[ːHanyoung-Yuri/REACTION]성공한 아티스트의 증거, 리액션 비디오가 널리 퍼졌다.
[나 지금 눈물? 눈물을 흘린 건가? 김한영! 김한영!!! 지금 감정표현 뭐야!!] [OMG/ I am crying] [頑張れる気がする。] [He sounds super PERFECT!! literally] [김한영 잘하는 거 유명했는데 이제야 뜨네 ㅋㅋ] [ㅈㄹㄴ 한참 옛날에 떴음] [뜰까?] [??? 나 구몬해야 돼]채널 테슬라 또한 노를 저어 김한영 방송을 홍보하는 데 한층 열을 다했다.
그렇게 동시에 이뤄낸 성과는.
[김한영-슈퍼스타(#3)] [김한영-항해(#9)] [김한영-고양이(#14)] [김한영-바게트(#41)]역주행의 시작이었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이 한순간에 역주행을 시작한다.
애초에 인지도가 메이저 가수들에 부족했던 그였던 만큼, 올라갈 잠재력 또한 충분했던 것.
그리고.
이번에 낸 신곡.
[김한영-반추]그 곡의 성적은.
[현재 순위: 1위(=)] [9일 연속]1위.
그것도 일주일이 넘게 차트에서 내려오지 않고 기념비에 달해 있었다.
한편.
부산의 어느 변두리.
“…….”
“…….”
한 노인이 스피커에서 귀를 돌리지 못했다.
* * *
김한영의 곡이 대박이 터졌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그 탓에 근래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대표님?”
“…….”
“대표님, 괜찮으세요?”
“아.”
강도수 사장이었다.
“슬슬 약속했던 시간이라.”
“맞네.”
그는 편집팀장의 말에 머리를 털어 졸음을 쫓아냈다.
하지만 피로에 찌든 얼굴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왜냐.
지난 한 달, 그들에게 마냥 기쁜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이 시기가 와 버렸군.’
협상, 그렇다.
김한영과 재계약을 두고 다시금 협상해야 할 시기가 왔다.
채널 테슬라의 통상적인 계약 기간은 1년에 1회.
하지만 김한영은 대표 특권으로 6개월마다 갱신으로 지정해 두었다.
그런데 이 조건이 사실 첫 계약 때만 해도 채널 테슬라가 손해였다.
당시에만 해도 김한영은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 외에는 특출나다고 말할 부분이 없는 미튜버였으니까.
테슬라가 선심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계약, 그러니까 첫 6개월을 채운 뒤 갱신할 무렵에는.
그는 이미 중견이 되어 있었다.
‘지나치게 빨라.’
하지만 누구나 그쯤에서 정체기를 맞이한다.
원래 벽이라는 게 있지 않나.
미튜버들은 대개 첫 1~2만에서 벽을 맞이하기 마련이었다.
이쯤부터 미튜버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수월해진다.
그중에서 10만의 벽을 뚫는 건 극소수.
10만부터는 중견이 된다.
거기에서 본격적으로 대기업의 관문, 50만을 뚫는 건 더더욱 극소수였다.
하지만 김한영은 그 모든 과정을 하이패스로 통과해 버렸고.
이번 세 번째 계약 갱신에 다다를 시기에는.
‘설마 1년에 100만을 뚫어 버릴 줄이야.’
100만을 돌파해 버렸다.
하지만 100만이라도 남들의 100만과는 달랐다.
차트 1위를 찍어 버렸다.
하물며 단기간에 1,000만 조회 수 영상도 보유했지.
몇백만 대 영상은 두 자릿수로 넘게 가지고 있다.
말이 100만 미튜버지, 2백만 미튜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세였다.
‘아니, 그 이상이지.’
더 무서운 건 아직도 그 잠재력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
하물며 이러한 성장의 태반을 자력으로 이루었다.
자체 제작 컨텐츠를 얼마나 쏟아냈나.
이렇게 급격하게 떠 버리면 그와 계약한 회사 입장에서도 곤란한 부분이 생겼다.
만에 하나, 타사로 탈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최선은 다했는데.’
편집팀장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대표님, 첫 번째 회사 징크스 아시죠?”
유명한 이야기였다.
미튜버들은 처음 계약한 MCN에는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가진다는 것.
그래서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경험한 회사와 쭉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설마 다른 회사에서 꼬시고 있는 건 아니겠죠?”
“꼬시고 있겠지. 온갖 조건을 들이밀면서.”
“걔들 콧대 장난 아니게 높은데.”
“콧대가 무슨 상관이야. 김한영인데. 방송 출연도 거의 없이 자력으로 차트 1위를 찍어 버렸잖아. 이 판국에 뭘 더 따지겠어. 나라면 짐 싸 들고 집 앞에서 농성한다.”
회사라는 게 그렇다.
당장 돈이 될 사람을 좋아하고, 미래에 돈이 될 사람을 좋아한다.
김한영은 둘 다였다.
테슬라가 그를 꼬드길 때만 해도 신인이었지. 같은 MCN 회사들과만 경쟁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대형 소속사들도 그에게 오퍼를 넣을 것.
아니, 오퍼 이상이다. 이 이상의 대어가 없는 이상 템퍼링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다른 회사와 물밑에서 진즉 이야기를 마쳤을 수도 있겠지.”
“그럼 오늘은…… 그냥 선언만 하러 왔다거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두렵다.
따지고 보면 테슬라의 경쟁력은 그리 모자라지 않았다.
오히려 네온 산하에 들어갈 것을 생각해 보면 차고 넘친다고 봐도 좋다.
문제는 김한영의 의사일 뿐.
‘옛날식이라면 술이라도 진탕 먹이고 도장 찍었겠다만.’
안타깝게도 김한영은 술을 안 마신다.
알코올이 목에 해롭다는 이유로 냄새조차 맡기 싫어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를 한참.
위잉.
사무실의 문을 열고 몇몇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한영과 그의 최측근, 고희범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어리둥절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편안한 모습으로 사무실 복도를 활보했다.
‘역시 떠서 그런지 발걸음이 당당해.’
강도수 사장이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여기에는 추억 미화가 붙어 있었다.
김한영은 처음부터 저랬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한창 바쁘실 텐데.”
강도수 사장은 그의 필살기, 사람 좋은 웃음으로 첫수를 던졌다.
찰나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만큼의 정적.
그에 맞선 김한영의 반응은.
“배고픈데 얼른 계약 도장 찍고 식사하러 가시죠.”
밥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
“…….”
한창 긴장에 빠져 있었던 강도수 사장과 편집팀장의 얼굴에서 넋이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김한영은 쥐뿔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저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어서요.”
“아.”
강도수 사장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그렇죠. 예, 그렇죠. 네, 잠시만요. 팀장님, 계약서 좀 가져와 줄래요?”
“예, 예, 잠시만요.”
일이 일사천리로 풀린다.
하지만 강도수 사장의 머릿속은 천라지망처럼 어지럽게 꼬였다.
‘잠깐,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나? 아니, 그러면 나는 이득이지만.’
다른 회사에서 이런저런 오퍼를 비밀리에 안 넣었을 리가 없는데.
이쪽에서 특별한 조건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설마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나온다고?’
경악스럽다.
물론, 김한영 입장에서도 생각은 있었다.
‘옮기기 귀찮아.’
귀찮았다.
뭐하러 기껏 호흡을 맞춰 놓은 기업을 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단 말인가.
마땅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 처리에도 만족하고 있는데.
물론, 그에게 더 좋은 비율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곳이 없지는 않았다.
꽤 유명한 곳 중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테슬라 90%가 더 낫지.’
테슬라가 지금 그에게서 떼 가는 수수료는 10%에 불과하다.
기존 대형 소속사들은 미튜버 영업에 대해 잘 몰랐다.
이보다 더 챙기기도 어려울뿐더러, 굳이 옮기느라 번거롭게 수고하느니 그 시간에 10% 더 일하고 말지.
무엇보다도 김한영은 테슬라를 믿었다.
이쪽에서 신뢰를 보이면, 어떻게든 그에 보답해 주리라는 확신이 있으니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도 없었던 것.
옮길 일이 생기더라도 테슬라는 계약 기간이 짧다.
타 회사가 2~3년을 묶을 때 테슬라는 1년 아닌가. 하물며 그는 특혜를 받아 반년 단위 재계약이다.
정 필요하거든 그때 옮기면 그만이었다.
또한.
김한영은 애당초 첫 회사 징크스에서도 벗어나는 존재였다.
왜냐.
애초에 첫 회사가 아니니까.
테슬라는 그에게 있어서 두 번째 회사니까.
‘어차피 다른 회사에 가 봐야 그게 그거일 텐데.’
그는 어지간하면 회사보다는 뮤지션 본인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실력이 있으면 어딜 가도 대우를 받을 테고, 안 되면 큰 곳을 가든 작은 곳을 가든 찬밥 신세겠지.
그렇다면 편한 곳이 더 낫다.
그 정도 생각이었다.
“대표님?”
“아, 예! 잠시만요!”
그렇게 순식간에 해결되는 일 처리.
이에 만족하며 오늘 식사로 양고기와 한우 오마카세 중 메뉴를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아.”
강도수 사장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네온에서 연락이 왔네요.”
“네온이요?”
“예, 미팅입니다. 그런데…….”
그가 김한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영 씨를 꼭 만나고 싶다고.”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