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뮤지션들의 차트 경쟁이라는 건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떤 의미로 보자면, 정치에서 선거 운동과도 굉장히 닮은 면이 있었다.
곡 외에도 외부적인 요인이 크다는 말이었다.
물론, 곡은 좋아야지.
아무리 유명한 가수가 열심히 팔려고 해도 곡이 상상 이상으로 별로라면 한계가 명확하다.
깡 넘치게 망할 뿐.
선거도 그렇지 않나.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일당제 독재 공산주의를 울부짖으며 선출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반대로, 사람 좋은 후보가 훌륭한 공약을 우선 던져 놓고 본다고 뽑히는 일도 없다.
음악도 같았다.
우선 좋은 곡을 만드는 건 예선전.
예선전을 통과했다면, 그 곡이 어떻게 해야 팔릴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서 임선우와 김한영의 차이가 생겨났다.
임선우의 방식.
그건 바로.
[이번 곡을 위해서 대표님과 YTG 내의 유명 작곡가분들을 섭외해 송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양이 든 상자를 만드는 데 집단 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거네.]사전에 촬영해 둔 방송을 중심으로 언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일하는 게 양과 질 전부를 챙길 수 있듯, 음악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거잖아.] [그렇죠. YTG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저녁 6시 뮤직룸 출연을 기점으로, 임선우의 인터뷰와 예능 방송이 대대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했다.
가히 YTG가 주파수를 독점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작곡가의 관점에서 본 ‘양이 든 상자’] [한 곡 안에서도 장르가 무수히 변하고, 같은 멜로디와 비트라도 얄팍하게 다루지 않는다.] [임선우 ‘좋은 노래? 가장 나다운 노래라고 믿어요.’]온갖 매체에서 그의 가치를 띄워 줄 말들이 시청자들의 눈가를 잠식할 정도로 날아들었다.
인터넷에서는 기존 팬클럽과 약간의 바이럴이 활약했다.
[우리 선우 미쳐 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아티스트? 가 된 것 같아] [얼굴은 고양이 같은데 입을 열면 호랑이가 나오는 반전매력이 진짜…… bb] [시아버님 이런 아드님을 주셔서 감사해요]여길 봐도 임선우, 저길 봐도 임선우.
조금이라도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피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현대 음악 산업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 주는 듯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임대경이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와인 잔을 기울였다.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시기도 좋았다.
마침 YTG의 차세대 스타와 정면에서 경쟁하겠다고 나설 만큼 배포가 두둑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
김한영이었다.
“…….”
어째서인지 불길하다.
임대경, 그가 깔아 놓은 레드카펫은 완벽하다. 임선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한 명의 소속 아티스트로서 봐도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는 인재이지 않나.
이쪽은 프로다.
저쪽 아마추어에게 패배할 이유라고는 없었다.
단기적으로라면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자면 더더욱 그렇겠지.
네온 엔터의 협력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간섭까지는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계속해서 불안하다.
가슴 속에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안감을 도저히 치울 수가 없었다.
‘이 느낌은 대체.’
임대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 회사의 대표라고 하면 감정을 최대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안 될 일이라고 해도, 대표만큼은 오롯이 중심을 지켜야 회사가 굴러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들 일 아닌가.
부모가 자식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떤 연유인지 지금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과거의 망령 탓일까.
“…… 권종욱이.”
“예.”
임대경의 말에 그의 수행원, 권종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이번 두 사람, 어떻게 될 것 같나?”
“당연히 선우가 앞설 겁니다.”
“그런가?”
“예, 당장은 비슷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도 결국에는 시간문제입니다.”
“……그렇군.”
임대경의 반응이 아직 불안했던 걸까.
권종욱 수행원은 침침한 눈을 깜빡거리다가 말했다.
“이틀 뒤에 하루 연차를 내도 되겠습니까?”
“자네도 불안한가 보군.”
“네, 조금 그렇습니다. 어디 좋은 절에 가서 기도라도 할까 합니다”
그 말에 임대경이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려 권종욱 수행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원래 불교였나?”
“저희 어머님께서 종종 다니십니다.”
“그렇군.”
* * *
‘역시 이런 건 인터넷 방송이 좋다니까.’
일반 지상파 방송에는 아주 거대한 한계가 하나 있다.
바로, 분량을 챙기기가 어렵다는 것.
200만 명이 보는 방송에 1시간 동안 출연하면 뭐 하나.
그 안에 나오는 출연자만 10명 20명을 가뿐히 넘어서는데.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딱 그것만 보여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반면, 온라인 방송에서는 이런 장점이 있었다.
“신곡 발매 기념 수라 나찰 33시간 연속 방송 가겠습니다.”
내가 바라는 만큼, 바라는 분량을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단기간에 몰아쳐야 할 시기에는 특별히 빛을 발휘했다.
더욱이 내 방송 시청자 수는 동시 시청자 수만 최소 수십 만에, 오가는 누적 인원으로 따지면 수백만조차 달했다.
즉, 어지간한 지상파급 시청자 수를 온전히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제 우리 시청자들도 내 방송에 적응할 만큼 적응했다.
원래부터 내 방송을 봤던 사람들은 따로 말할 것도 없고, [한영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 끌어들였던 사람들도 시간을 들여 온전히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외국인들도 대거 유입되었다.
[One of the most amazing things about this world is hanyoung’s voice. I’ms so glad to be with him] [don’t speak english here] [Opps sorry] [Cuando escucho su música, mi cuerpo se calienta.] [ㄴㅁㅇㅁ] [まるで音源を飲み込んだような歌唱力。こんなに歌ウマイやつ見たことない。]우리 방송의 특징이었다.
해외 구독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제 내 방송에 침투한 외국인 시청자나, 내 방송의 리액션 영상을 올리는 외국인 미튜버를 보는 것도 쉬워졌다.
한영 아카데미가 세계적으로 크게 떴던 덕이겠지.
‘자, 어디 내 팬 아닌 사람들의 힘까지 빌려 볼까.’
나는 기타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그럼 오늘의 게스트, 유리를 모시겠습니다.”
방송의 장점, 게스트 섭외가 자유롭다.
그 사실을 십분 활용해 보려는 순간이었다.
[이 미친놈아] [아니 좀 예고 좀 하고 부르라고] [이 샛기는 ㄹㅇ 깜빡이가 뭔지 모르나?] [급발진 자제 좀] [야!!!!!!!! 김한영!!!!!!!!!!!!!!!!]왜 화를 내지.
잠정 휴가 떠난 사람을 이렇게라도 데려다 놓았더니, 감사한 줄 모르는 건가.
채팅창 보고 있으니까 정신이 어지러워서 끌까 싶어졌다.
“방송 끌까요?”
그렇게 슬쩍 떠본 순간이었다.
[저 샛기들 족쳐] [방송하는 사람이 시청자를 협박한다고?] [저거 사람 맞음?] [어려서부터 잘못 배운 김한영이 뭘 알겠냐. 너희가 한번만 봐 줘라.] [아 ㅋㅋㅋㅋㅋ 그럴~~ 까?] [유리야~ 너 보고 이번 한 번만 참는 거다~ 아 ㅋㅋㅋㅋ]그렇다고 하신다.
“한영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요~.”
방송에 나온 유리가 평소 걸걸한 그녀답지 않게 비음을 섞어 가며 멘트를 던졌다.
“흑흑, 저 요즘 불러 줄 사람도 없는데, 이러다가 한영이까지 저 버리면 이제 은퇴해야 할 수도 있어요.”
“…….”
뭐래.
지가 쉬고 싶다고 휴가 내놓았으면서.
‘사람이 왜 이러지?’
유리라는 사람의 본성은 최근 몇 달 동안 절실히 깨달았다.
무대 위에서는 요정인 척하지만, 무대 바깥에서는 드워프에 가까운 게 그녀였다.
활동 중에 못 마셨던 게 한이 된 건지, 위장에 술이 한없이 들어간다.
나한테 밥 먹자고 맨날 졸랐던 게 정말로 술 마실 핑계 만들려고 저랬던 건가 싶을 정도로.
“저 그래도 한영이 방송이니까 오늘은 힘내 볼게요. 우리 유리나비 여러분도 한영이 신곡 미발표곡 많이 응원해 주세요. 참고로 곡 이름이 미발표곡이에요.”
그렇게 유리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유럽 다녀온 예담입니다. 오래간만이에요.”
유럽에 국악 전파하러 다닌다며 반쯤 해외에서 살다시피 하던 예담도 모처럼 복귀했다.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불러 볼까요?”
최근 애니송 가수로 완전히 복귀한 강유미도.
일본에서 최근 1집을 냈다던 윤국도(사카모토)도.
[저 사람 좀 개 같다.] [응, 나쁜 의도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사람이 좀 개 같아.]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랜선으로 참여한 레베카 로드리게즈까지.
[챠오.]그간 나와 한 번이라도 엮였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스트로 참가해서 자유롭게 홍보를 도와주었다.
33시간이라는 방송 시간이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차트를 역주행하듯, 사람을 조금씩 쌓아 가듯.
화제성을 모으고 모으고, 또 계속해서 모았다.
마치 방구석에서 세상을 호령하는 뮤지션이라도 된 것처럼 끊임없이.
“라라라, 우리 사랑 담긴 이 노래가 라라라, 어디까지고 퍼지도록 라라라.”
우리 방송의 노래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
‘슬슬 차트나 한번 볼까.’
방송도 20시간이 넘었겠다.
국내 차트를 기록하는 사이트를 확인해 본 순간이었다.
[김한영 – 미발표곡] [순위는 15분 단위로 갱신됩니다.] [멜로 #1 -> #1 -> #2 -> #2 -> #2 -> #2 -> #1 -> #1 -> #1 -> #1 -> #1] [박스 뮤직 #3 -> #2 -> #2 -> #2 -> #2 -> #1 -> #1 -> #2 -> #1 -> #1 -> #1 -> #1] [아푸루 #1 -> #1 -> #1 -> #1]언제부터였을까.
계속해서 1위.
위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1위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앞으로 더 봐야겠지만, 그래도 더 볼 일이다.
“1위도 찍은 거 기념할 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숨이나 돌릴 겸 산책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나가기 전, 잠깐 채팅창을 확인했을 때였다.
[ㅋㅋㅋㅋㅋㅋ] [도망치지 마!]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워!] [아 ㅋㅋㅋㅋㅋㅋㅋ 뒤꽁무니 보이며 달아나냐고 ㅋㅋㅋㅋㅋ] [wwwwww 김한영의 도주 본능은 어쩔 수 없는 wwwwww]응.
우리 못 말리는 시청자들.
제발 누가 좀 말려 줬으면 좋겠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