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00)
배신 (6)
“심족으로 의심되는 자는 없었나?”
“너무 순식간이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전부 망가진 해룡족 영역을 수습해 주며, 그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
심족에 대한 질의응답은 곳곳에서 이뤄지는 중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심족이었습니다. 사자를 닮은 것 같은데… 커다란 뿔이 세 개가 달려 있었고, 심족이 울부짖자 시커먼 안개가 뿜어져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 안개 속에서 주홍빛 뭔가가 뿜어졌고, 그다음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
나는 옆에서, 다른 사축기 수사에게 심문받는 원영기 해룡족의 답을 듣고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기분이 들었다.
‘뭘 본 거지? 뿔이 세 개? 사자를 닮아?’
아무래도 유화가 그들을 재워 버리며,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이상한 것을 보도록 유도한 모양이었다.
“자네가 본 심족도 그렇게 생겼나?”
“어… 예. 그렇습니다.”
나 역시 일단 해룡족들의 장단에 맞추며 유화의 외모를 마구 왜곡하여 답해 주었다.
“뿔은 크고 사나웠고, 얼굴은 보랏빛이었습니다. 눈에서는 번개가 튀어나올 듯이 무시무시한 형상이었지요.”
“흐음… 그게 무슨 종족이지?”
“음… 종족의 특성이 아니라 심도공법의 특징 아니겠습니까? 심족의 심도공법은 기오막측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지.”
사축기 심문관은 나와 여러 해룡족에게서 유화에 대한 여러 왜곡된 정보를 받아 가고, 부상을 입은 해룡족의 치유를 도와주었다.
쿠릉, 쿠르릉!
그리고 그러는 사이, 황금빛 번개를 품은 먹장구름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쿠구구구!
그리고 먹장구름 안쪽에서 황금빛 비늘을 가진 용이 뛰어내리더니, 황금빛 뿔을 단 갈색 장포의 여인으로 변하였다.
규련이었다.
“악독한 심족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괜찮으냐?”
그녀의 걱정에 해룡족 원로들은 크게 감격하며 대답하였다.
“예, 다행히 다른 종족의 선배님들께서 와 주신 덕에 큰 피해는 없는 듯합니다.”
“저런… 조심하게. 심족들은 하나같이 악독하니까. 그건 그렇고… 서은현, 잠시 이리 와 보거라.”
천인기 원로와 이야기하던 규련이 나를 불렀다.
“내 알기로 너는 천족 공법도 수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 네 천기를 읽을 수 있느냐?”
“예, 있습니다.”
“네 천기에 뭔가가 변화가 있지 않으냐?”
“…있습니다.”
나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다들 심족에 대한 소문만 들었지, 제대로 맞서 본 적은 없을 터이다. 거기다 여기가 지족의 중심부인 봉명주에서 가까운 곳인지라 다들 마음을 놓고 심족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없기도 하니….”
그녀가 우리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잘 들어라, 너희도 이제부터는 심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심족에서 천인기에 대응되는 경지에 이른 괴물들은, 그 괴물들의 일격을 맞은 순간 천겁을 맞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예…?”
심족에 대한 규련의 설명이 이어졌고, 얼마 후 그녀의 설명을 들은 해룡족 장로들은 식겁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껏 소문만 무성히 들었지,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는 심족이란 존재들.
지족의 최심부인 진룡맹의 총본산, 봉명주 인근에 자리를 잡은 것이 바로 운심호였기에, 여태껏 해룡족은 딱히 큰 외세의 위협이 없이 지내 왔다.
그런 그들에게 규련이 들려준 심족에 대한 특성은 정말 충격적이었던 모양인지,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기색을 흘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의 눈빛에서도 심족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이 제대로 돋아났다.
“…하면, 이제 저희가 경지를 올릴 때는 두 종류의 천뢰를 맞아야 하는 거로군요. 본래 맞던 천뢰에 더불어, 그 심족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생겨난 천뢰까지 말입니다!”
“…그래.”
“흐, 흐하… 흐하하하!”
실력에 자신이 있어, 강력한 육신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천겁쯤은 쉬워 하던 이들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본래도 아슬아슬하게 천겁을 극복하던 약한 이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나, 원영기 때부터는, 원영 초기, 중기, 후기, 대원만에 도달하며 각기 한 번씩 천겁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한 마디로 천인기인 그들 역시 앞으로 경지 내에서 한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천겁을 맞아야 한다.
그렇기에, 다음 경지를 뚫기까지 거의 남지 않은 해룡족 원로들은 눈이 돌아갈 듯이 분노하였다.
그들은 규련과 사축기 지족들 앞인 것도 잊고, 심족들을 향해 온갖 상스러운 욕을 내뱉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모두 진정하라! 그래도 이번에 심족에 피해를 입은 이들은, 차후에 진룡맹의 임무를 수행하여 봉명주를 이용하게 해 주마! 나, 진룡맹의 관주사자(管舟使者) 규련의 이름에 대고 약속하마!”
그녀의 제안에, 그제야 격노한 용족들의 눈이 다시 돌아왔다.
‘봉명주 하층에는 분명 천겁을 돌파할 때에 도움을 주는 장소가 있었지.’
규련은 진룡맹의 장로이자, 관주사자라는 직위를 맡고 있었다.
관주사자라는 직함은 봉명주 곳곳을 필요에 따라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봉명주에 있는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는 직함이었다.
해룡족 원로들은 규련에게 감사를 표했고, 나는 그런 해룡족 원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관주사자께서 봉명주의 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주셨으니, 이 은혜를 갚기 위하여 제가 관주사자의 업무를 돕는 시자(侍子)에 지원하려 합니다만?”
“대서장…께서는….”
“제 직함도 사실상 이름뿐인 직함이었는데,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해룡족을 위해 일할 수 있으니 더 잘된 일이 아닙니까? 아니면 원로들께오서는 관주사자님과 대군님의 연락책이기도 한 제가, 이번 은혜를 갚기 위해 시자로 들어가 관주사자님께 봉사하는 게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아, 아니외다. 그럴 리가 없소….”
내 질문에 원로들은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규련 역시, 내가 지난번 받아들인 서휼의 피를 통해 서휼과 연락을 취할 수 있으니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 제안을 쉽게 수락해 주었다.
나는 그렇게, 해룡족 원로들이 나를 얽어맨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나, 해룡족 영역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하였다.
* * *
“앞으로 서휼과의 연락을 잘 부탁한다, 서은현.”
규련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봉명주로 데려갔다.
“대군과의 연락책이 아닌, 제가 규 선배님의 업무를 도울 것은 있습니까? 아무래도 관주사자이신 선배님의 시자로 따라온 것인데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서야….”
“흠, 그럼 서류 작업 몇 가지만 네가 맡아 주거라. 일단.”
나는 그녀를 따라, 그녀의 업무를 확인하기 위해 봉명주의 하층으로 내려갔다.
“…후우….”
나는 익숙한 눈앞의 어둠을 보며 침을 삼켰다.
“하하, 긴장되느냐?”
그 말대로였다.
나는 봉명주 최하층, 어둠층의 시꺼먼 어둠을 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규련은 관주사자로서 봉명주 최하층, 어둠의 층을 주로 관리하였다.
선수혈합이 있을 때 관주사자이자 선수혈합의 진행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내 주 업무는 봉명주 최하층의 공간 균열들을 관리하는 거다.”
그녀가 저물도에서 내게 몇 가지 서류들을 꺼내 주며 설명을 이어 갔다.
“봉명주는 본래 세계를 뛰어넘어 여행하던 선보로, 봉명주 최하층에는 세계를 넘어서기 위한 힘이 가득 차 있지.”
‘세계를 넘어서기 위한 힘….’
“물론 지금은 폐함이 되어서 별로 의미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힘들은 간혹 봉명주 최하층에 공간 균열을 낸다. 그리고 그런 공간 균열은 높은 확률로 하계(下界)로 연결되지.”
“하계 말입니까?”
“그래. 잘못하면 봉명주 최하층에 온 녀석들이 실수로 성계나 부해계들 중 무작위로 날아가 버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내가 공간 균열을 관리하는 것이다.”
“…선수혈합에서는 괜찮았던 겁니까?”
“물론! 선수혈합에서도 내가 눈에 불을 켜고 공간 전체를 감시하고 있었으니 공간 균열의 위협은 없었다.”
“….”
나는 선수혈합에서 [그]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봉명주 최하층은 다른 세계와 연결되기 쉽다는 그녀의 말을 들어 보면, 나는 이런 봉명주의 특징에 이끌려 [그]에 의해 어떤 이공간에 끌려들어 가 [그]와 대면했던 것이리라.
“…그나저나, 하계와 연결된 공간 균열이라면… 공령지로 만들어 비승대로 써도 되는 게 아닙니까?”
나는 봉명주 최하층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녀에게 질문했다.
“비선대는 저런 공간 균열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안정적인 시공간의 입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공간 균열로 비선대를 만들면 공간 균열이 쉽게 닫혀 버리지. 광한계의 긴 역사 속에서도, 공간 균열로 만든 비선대가 오래도록 유지된 경우는 12만 년 전 뇌선(雷仙)의 일화밖에 없다지?”
“….”
나는 뇌선이란 존재가 어떤 자인지 알 것 같았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규 선배님은 주로 평소에는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느냐? 왜 굳이 이런 음침한 곳에 자처해서 오래 머물겠느냐.”
우웅!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봉(奉)이라 적힌 글귀가 빛나고 있었다.
“봉명주 최하층을 관리하는 관주사자로서 받은 낙인이다. 이 낙인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봉명주 최하층으로 전송해 올 수 있지. 만약 봉명주 최하층에 공간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가 오면 그때만 얼른 가서 공간 균열을 닫으면 될 뿐이다. 사실 선수혈합 때를 제외하면, 관주사자가 제일 할 일이 없는 층이 최하층이지.”
“그렇군요….”
“네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앞으로 공간 균열을 닫을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내가 준 서류에 내가 한 일을 기록해서 진룡맹 장로회에 제출하면 된다. 어렵진 않지만 귀찮은 일이지. 사실 공간 균열을 닫을 일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네가 주로 할 일은 대군과 내 연락책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그리고 규련은 그 자리에서 서휼에게 서신을 써서 내게 들려주었다.
나는 서휼에게 받은 혈맥을 이용해, 내 피를 통해 서휼에게 그녀의 서신을 전달했다.
얼마 후 서휼에게서 답장이 왔고, 나는 규련에게 서휼의 답장을 들려주었다.
나는 그렇게 얼마간 인간 전서구가 되어 서휼과 규련 사이의 연애 편지를 서로에게 전달했다.
* * *
그녀에게 관주사자 시자의 업무를 들은 이후.
규련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관주사자 규련의 시자로 들어온 나는 그날부터 규련과 서휼의 혼례를 위해 전심전력을 쏟아부었다.
그녀의 시자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할 필요는 없었기에 규련과 서휼의 혼례를 도울 시간 자체는 충분했다.
‘서휼이 돌아오면 그가 반응을 할 기회도 없이 몰아쳐서 규련과 서휼을 결혼시켜야 한다.’
서휼이 돌아오는 순간, 다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틈새도 없이 그를 예식장에 데려다 앉히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렇다면 우선 서휼이 규련과 혼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만들어야겠지.’
물론 규련이 합체기에 도달하는 순간.
어차피 그 순간부터 서휼에게 선택지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나는 더 확실하게 그녀가 서휼을 차지할 수 있게 작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서휼의 반대파를 결집시킨다.’
서휼이 하는 일은 늘 완벽해 보였지만, 어느 세력이나 그렇듯 그에게도 반대를 하는 반대파들 역시 상당히 존재했다.
주로 서휼의 제안에 의해, 작명과업에서 손해를 본 지족들, 혹은 진룡맹에게 강제로 이름을 관리당해야 하는 약소 종족들이 그들이었다.
물론 서휼은 늘 교묘하게 그에게 있는 불만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기에, 약소 종족들과 손해를 본 지족들 중에서도 서휼을 직접적으로 적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한 줌 정도?
‘그렇다면 그 한 줌을 전부 끌어모은다.’
나는 봉명주에 눌러앉은 후, 서휼의 반대파들에게 은밀히 연락을 돌려 그들을 결집시켰다.
그리고 나는 수일에 걸쳐 그들에게 서휼의 안 좋은 정보와 소문들을 뿌리고 다니며, 그들이 자신들의 세력에 서휼에 대한 악담을 퍼뜨리도록 조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서휼은 짧으면 십몇 년, 길면 백 년 정도 자리를 비우니 이들이 뭐라고 하든 반박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서휼이 직접 반박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그의 편을 들어줄 이들은 굉장히 차고 넘친다.
흑룡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휼과 운명 공동체처럼 보였고, 다른 용족들 역시 규련을 필두로 서휼과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다른 13개 대형 종족들 역시 서휼이 늘 친분을 유지했기에 어중간한 약소 종족들을 내세워 서휼을 음해한다면 오히려 그들이 서휼을 변호할 터였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다.’
서휼의 반대파라고 할 수 있는 약소 세력들을 밀집시켜서 덩치를 불리고, 그들로 하여금 서휼이 가진 신분적 한계를 계속 지적한다.
서휼의 신분은 겉으로는 대군이었으나, 그는 엄연히 흑룡족의 ‘방계’인 해룡족의 우두머리였다.
그러므로 고귀한 선수의 혈통을 타고난 13개 대형 종족이 이끄는 진룡맹의 중책을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그동안 서휼은 그 특유의 매력으로 진룡맹 장로회를 휘어잡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흑룡족의 방계인 해룡족의 우두머리란 신분은, 솔직히 고귀한 선수 혈통 요족들이 지배하는 진룡맹 장로회에는 격이 맞지 않기는 했다.
거기다가 본토 출신이 아닌 하계 출신이기까지 하니, 서휼의 태생 자체는 그리 고귀하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진룡맹 13개 종족 장로회는 서휼을 변호하기 위해 서휼의 신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치를 취할 터.’
13개 종족 장로회에게는 솔직히 현재 서휼만큼 좋은 거수기가 없었기 때문에 서휼은 당연히 중용될 터였다.
서휼이라면 분명 자신이 중용되도록 조작을 해 놓고 떠났을 테였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 서휼의 혼인을 주장한다.’
그 상대는 당연히 규련이었다.
규련은 서휼의 부족한 신분을 채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대였으며, 그녀가 요왕이 된다면 오히려 서휼의 완벽한 방패가 될 수 있다.
‘물론 방패인 동시에 서휼에게는 엄청난 감옥이 되겠지만.’
거기에 규련의 직함은 관주사자.
그녀가 속한 황룡족의 소속이 아닌, 엄연한 진룡맹 소속의 봉명주 관주사자인 만큼, 13개 대형 종족들 역시 서휼이 편파된 거수기가 되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 역시 덜어도 된다.
봉명주 관주사자라는 직함은 그녀가 합체기에 도달해도 달고 있을 터였고, 오히려 그녀가 요왕이 되면 봉명주에서 맡은 구역이 넓어질 테였다.
그리고 그녀가 봉명주를 관리하는 구역이 많아질수록 진룡맹의 권력 투쟁에서 멀어질 테니, 나로서도 진룡맹 장로회 측에서도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이렇게 된다면, 합체기 요왕이 된 후, 서휼을 취하겠다는 규련의 의지에 따라 서휼은 어떻게 되든 그녀와 혼인을 해야 할 터다.’
나는 규련의 업무를 도와주면서 서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반대파들을 통해 서휼에 대한 악소문을 흘리며, 그들이 서휼에 대한 악감정을 자신들의 세력에 흘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점차 서휼을 향해 그물을 조여 가면, 언젠간 잡힐 터.’
얼마 남지 않았다, 서휼.
기대해라.
그렇게, 서휼의 결혼을 위한 밑 작업을 하며 다시 3년.
회귀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 * *
“서휼의 약점을 찾았다고?”
“그렇소, 서 수사.”
나는 나를 찾아온 서휼의 반대파, 반서파의 우두머리 역인 요족 천인기 수사 천량을 보며 되물었다.
3년이었다.
반대파를 결집시키고, 서휼 혼인 계획을 차근히 진행시킨 지 3년.
그리고 그 안에, 반대파의 수장인 천량이, 서휼의 약점을 찾았답시고 찾아온 것이었다.
천량은 개 요수였는데, 그는 방 안이 더운지 혀를 내밀고 열을 식히며 설명을 이어 갔다.
“후우, 놀라지 마시고 설명을 들어 주시오. 본 천견족 원영기 장로 중 한 명이 서휼의 약점이 될 만한 사실을 물어 왔소이다.”
“흠… 약점이 될 만한 사실이라….”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약점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리.
“무슨 사실이길래 그러시오? 정보의 출처는 확실한 거요?”
“아주 확실하오. 증인까지 구했소.”
천량은 내게 은밀하게 주둥이를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서휼이, 혈음계(血陰界)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오. 이게 사실로 밝혀지든 아니든 상당히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겠지.”
천량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혈음계….’
확실히, 서휼이라면 혈음계와 연관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증인이란 자는 확실한 거요? 만약 확실치 않은 정보를 가져와서 서휼을 흔들려다간 되려 역공을 맞을 수 있소.”
내가 걱정을 표하자 천량은 씨익 웃으며 양손을 두드렸다.
짝짝!
그가 손뼉을 치자, 얼마 후 나와 그가 얘기를 나누는 방으로 한 명의 장년인이 들어왔다.
그는 잔뜩 살이 찐 인간형으로 화형을 한 요족이었는데, 입가에는 엄니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붉은 머리를 한 채, 배를 다 드러낸 옷을 입은 그가 나와 천량에게 인사를 올렸다.
천량이 그를 소개하였다.
“이 자는 홍국! 이래 뵈어도 700년 전 혈음계 천마들이 지족 영역에 침공했을 때에 그들과 겨뤄 본 실력자요. 그 업적을 인정받아, 관주사자인 규련 님의 영지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지.”
“아…!”
나는 그제야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난번, 규련의 영지에서 백녕에게 두들겨 맞았던 원영기 멧돼지 요족이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