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기자들이 잔뜩 몰린 프레스석에는 다양한 국가의 기자들이 각국의 언어로 뭐라 크게 외치고 있었다.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영어나 간단한 유럽 쪽 언어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여기! 여기 좀 봐주세요!”
“이쪽 보고 웃어주세요!”
라는 말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와 영화팬들이 ‘영화’라는 주제 하나로 이렇게 전 세계에서 모이다니.
거기다 이토록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 절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때, 손을 흔들며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대배우 포스를 풍기는 딘이 레드카펫을 가로지르는 게 보였다.
어제 테라스에서 끊임없이 술을 홀짝이던 아저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모습이었다.
맞춤 수트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딘은 환호하는 영화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입장하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이쪽을 향해 윙크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으하하. 시우야, 방금 봤어? 딘이 널 보고 한 거 같은데?”
“으응, 봤어. 으휴, 못 살아.”
나도 피식 웃으면서 딘에게 손을 살레살레 흔들어주었다.
모든 영화인들과 배우들의 로망인 낭뜨 영화제.
그런 곳에 서 있는 동료를 보니 시우도 마구 가슴이 두근거린다.
딘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지나가고, 한참을 지나 피에르 알리 감독과 함께 이름난 배우들이 순서대로 걸어 나왔다.
피에르 역시 지나가면서 나를 발현하고는 이쪽을 향해 눈인사를 해주었다.
나도 그런 피에르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다.
아,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나도 저들과 함께 레드카펫 위에 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딘을 보며 느꼈던 욕구가 레드카펫에 서있는 피에르를 보니 더 선명해졌다.
나도 서고 싶다.
낭뜨 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새로운 꿈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한시우 작, 프랑스 렌에서 열리는 세계연극제 출전 확정] [오는 5월 24일, 바다 엔터 소속의 배우 한시우가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이하 공예창)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로 세계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이 소식을 전한 바다 엔터테인먼트 측은 한시우가 한국에서 호흡을 맞춘 연출가 강용휘, 휘하의 단원들의 교체 없이 세계무대에 초청되었다고 설명했다.올해 프랑스 렌에서 주최하는 세계연극제는 40년 넘게 전통을 지켜온 세계적인 연극 축제로 전 세계에 포진한 연극인들이 모이는 유서 깊은 행사다. 이번 세계연극제에 오르는 공연을 심사하는 연출위원에 한국 출신 브로드웨이 연출가 최성주가 포함되어 한차례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전적이 있었다. 세계연극제 측은…….]
-대박적 한시우 이제 세계까지 평정하는 거?
-상도 없는 연극제에 초청된 거 가지고 유세는
└저기에 초청되었다는 거 자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겁니다. 세연제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 함부로 하지 마십쇼.
-아직 초등학생인 나이에 대단하다 한시우! 응원합니다!
“……하아, 좋겠다. 프랑스…….”
홀로 어둑한 방 안에 앉아 있는 남연수는 우울한 얼굴로 드륵, 드륵 스크롤을 내렸다.
오늘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친구의 기사.
또 한번 엄청난 업적을 세운 한시우의 소식에 남연수는 한숨만 내리 푹푹 내쉴 뿐이었다.
또래인데다가 아직 자신보다도 어린 한시우는 자꾸만 앞서 나가는 기분이다.
이번에 공연을 올린 만 봐도 그랬다.
당장 닥친 오디션 하나에도 쩔쩔매는 자신과는 다르게 한시우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쭉쭉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해나가고 있었다.
질투는 아니었다.
자신과 너무 멀어지는 게, 이러다가는 아예 함께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때, 살짝 열려있던 방문이 열렸다.
남연수는 누군가의 기척에 허겁지겁 기사 내용을 밑으로 안 보이게 내렸다.
“아, 아빠…….”
혹여나 자신이 딴짓을 한 걸 남진용이 봤을까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히 돌아본다.
아뿔싸.
딱딱하게 굳은 남진용의 얼굴을 보아하니 조금 늦게 내린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 내렸어야 했는데…….
남연수는 혼날 걸 각오하고 조심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잠시 남연수의 얼굴을 응시하던 남진용은 놀라운 행동을 했다.
일단 남연수를 꾸짖지 않았다.
분명히 컴퓨터로 무언가 하고 있는 걸 보았을 텐데.
게다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해왔다.
“이거, 가져가거라. 들어온 작품 두 개 중 뭐가 더 재밌을 것 같니?”
“…네?”
“…….”
“아, 네! 바로 읽어보고 분석 보고서 작성해볼게요.”
남연수는 바로 군기가 바짝 들어간 채 일어나 대본 두 개를 받고, 마치 자동응답 같은 대답을 했다.
항상 하던 대로 읽고 바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그런데 그런 남연수의 말에 남진용이 잠시 움찔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소감문은 필요 없다.”
“……네?”
뜬금없는 아버지의 말에 남연수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남진용은 뒤돌아서 남연수의 방을 나가버렸다.
멍하니 문 앞에서 대본 두 개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방금 남진용이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은 탓이었다.
“크흠, 그리고.”
“네, 네!”
그러다 되돌아가던 남진용이 잠깐 멈춰서 남연수를 돌아보지 않고 덧붙였다.
“두 작품은 한 달 뒤 정도에 들어가는 것들이다. 그러니 너무 타이트하게 하지 않고 이번엔 조금 쉬엄쉬엄하는 게 어떻겠냐.”
“어…… 네, 좋아요.”
끝으로 갈수록 속삭이듯이 대답이 나가버렸다.
그런 남연수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어떤 건지, 남진용은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늘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남연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 달이라는 여유 시간을 주다니.
아버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이 한 달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
화려하고 성대한 오프닝과 함께 세계연극제의 막이 올랐다.
첫날인 오늘부터 수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야외 공연장 사이사이에는 당일 매표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각 극장에서 상영되는 공연의 포스터와 팜플렛을 구경하는 인파들이 모여있었다.
이미 어떤 공연을 볼지 결정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미리 표를 예약한 사람들은 바로바로 극장으로 들어갔다.
“와, 사람들 진짜 많다.”
“그러게. 저 사람들이 다 우리 공연을 보러 와줄까……?”
이른 아침부터 우리는 분장과 리허설을 위해 배정받은 극장에 와 있었다.
극장 위층 연습실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자니, 새삼 세계연극제가 얼마나 유명한 축제인지 피부에 와닿았다.
“일단 우리 극장 앞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공연 보러 온 거 아냐? 현장 예매 방금 열렸으니까.”
나는 우리 극장 출입구 앞에 모여든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말에 현실감이 확 들었는지, 성지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으윽, 너무 많은 거 아냐?”
“히히, 지훈이 형. 긴장돼?”
“나 화장실 다녀올래…….”
내가 웃으면서 놀렸더니 성지훈이 배를 움켜쥐고 연습실을 나섰다.
저래서 오늘 첫 공연 괜찮으려나 몰라.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다섯 시간 남았다.
사전예매를 못 한 이들이 현장 예매를 하기 위해 극장 앞에 모여든 것이다.
경쟁보다는 축제에 의의를 두고 있는 연극제이기에 사전예매표의 수량보다 현장 예매의 비중이 더 높다고 들었다.
연극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정말 그냥 축제 놀러 오듯이 와서 공연 포스터나 설명을 듣고 연극을 보게 하기 위한 취지란다.
우리 극장 앞에는 관객이 적지는 않지만, 다른 극장에 비해 엄청 붐비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낯선 동양의 극단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애초에 유럽 중심으로 시작된 세계연극제이기에 동양 쪽 나라들은 잘 초대되지 않는다고 한다.
연극 산업 자체가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 뿐더러, 동양의 연극이 재밌을 거라는 기대가 아예 제로에 가깝다고 최성주가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그 설명에 비해 우리 극장 앞에 몰린 사람들이 제법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세연제인 만큼 연극 자체를 사랑하고, 호기심이 많은 팬들이 많아 관객이 제법 많은 듯했다.
“시우! 잠시만.”
표를 하나둘 사는 관객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단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응? 왜요?”
“손님이 찾아왔어.”
누구냐고 물으려던 찰나, 문가에서 나에게 손을 흔드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영국 프리덤 극단의 극단장이자, 내 옛 사랑 바이올렛의 후손, 로엘 차이드였다.
그녀를 발견한 뒤 나는 바로 달려 나갔다.
“로엘!”
영국 웨스트엔드 극단 중에서도 이번 세연제에 참여하는 팀이 꽤 되었다.
이틀 전, 참가자 모두에게 배부된 명단을 보고 그녀가 이끄는 프리덤 극단이 이번 세연제에 참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서로 공연 준비를 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각각 배정된 극장이 정 반대편에 있는 먼 거리라 마주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휴,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이제야 짬이 나서 찾아왔어요. 시우 군, 잘 지냈나요?”
“그럼요! 여기서 로엘을 만나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저야말로. 영국에 이어 설마 프랑스에서 시우 군을 만날 줄은 몰랐거든요.”
프리덤 극단은 올해 초 영국에서 초연한 공연이 호평을 받아 대형 공연기획사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는 투자를 받아 완성시킨 극으로 이번 연극제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돌아다닐 시간이 있어요? 프리덤도 이번에 첫 참가라 할 일이 많을 텐데…….”
거기다가 배우로서 공연만 신경 쓰면 되는 나와 다르게 로엘은 프리덤 극단을 책임지는 극단장이었다.
공연 준비 말고도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을 텐데, 첫날부터 극장을 찾아와 줄 줄은 몰랐다.
내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자 로엘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짜잔, 이것 좀 보세요.”
“세상에, 로엘……!”
로엘이 내민 것은 오늘 저녁 상영하는 의 티켓이었다.
설마, 내 공연을 보기 위해 온 거란 말인가?
로엘은 깜짝 놀란 내 반응을 즐기며 바이올렛에게 물려받은 녹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당연히 보러 와야죠. 시우 군의 연기뿐만 아니라, 직접 쓴 공연인데 말이에요. 너무 궁금해서 오늘이 오기를 고대했다고요.”
“프리덤 극단의 작품은요?”
“물론, 이미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죠. 그쪽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로엘은 극단장이다 보니 공연 전에는 할 일이 많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필수로 자리해야 하는 건 아니긴 하다.
예전 오스카가 세운 극장에서 수학하는 내…… 후배들.
그들의 공연도 내 눈으로 직접 담고 싶었다.
“저도 프리덤의 이번 극을 보러 갈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요.”
“언젠가 한번 영국으로 놀러 와요.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시우 자리를 확보해줄 테니.”
로엘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나는 쾌활한 그녀의 반응에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돌고 돌아, 바이올렛의 후손에게 내가 쓴 공연을 보여주게 될 줄이야.
성지훈을 실컷 놀린 게 후회될 만큼 긴장으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시우! 이제 슬슬 대기실로 내려가자고.”
로엘과 대화를 나누는데 강용휘가 문가에서 나를 발견하고 외쳤다.
“아, 가봐야 하나 보네요. 저도 객석에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로엘.”
그녀는 따듯하게 미소 짓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강용휘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이런 긴장감, 오랜만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