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연애타운(1)
***
-너무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악플은 자제해주시고, 그냥 지켜봐 주세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진정성 가득한 목소리.
호소력 짙은 눈빛.
작은 손짓 하나에도 진심이 묻어났다.
모니터를 통해 복면셰프 본방송을 지켜본 민주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빠···.”
자기가 잘못해서 모든 걸 망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죄책감이 컸다.
그냥 해준이 좋아 덜커덕 걸그룹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냥 유명해져서 오빠 옆에서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데 함께 연습을 하고, 숙소에 지내면서 태린, 서아, 하린, 연우에 대한 뜨거운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 함께 고생하며 성공하고 1티어 걸그룹의 자리에 올라섰을 땐 너무 기뻤다.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그런데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모든 걸 망쳤다.
영원히 응원해줄 것 같았던 팬들의 악플에 마음의 상처를 잔뜩 입었다.
히키코모리처럼 방구석에 칩거해 일주일을 보낸 민주가 해준의 영상에 기운을 회복했다.
***
가면을 벗은 해준은 10연승을 끝으로 명예롭게 요리왕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다음 주부터는 새롭게 두 명의 도전자가 공석으로 남게 된 요리왕좌에 오르기 위해 피 말리는 대결을 한다는 스팟 예고와 함께 명예 요리왕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날돈을 위한 축하 메시지 영상이 흘러나왔다. 배우 한소율을 비롯한 의형제 이서준과 핑키데이 김혜리 그리고 최근 촬영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월클 반열에 오른 배우 윤여진까지. 피날레는 세계적인 명장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과 레오나르도 피트 주니어가 장식했다.
-조오단6 : 한국 예능에 크리스토퍼 감독에 피트 주니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는 차해준 보유국이다.
└소문에 크리스토퍼 감독이 차 셰프 와인 한 병 얻고 싶어서 그렇게 알랑방구를 뀐다는 소문이 있다 카더라.
-숯이태연 :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정해주자.
-불꽃낭자 : 난 인정.
└니가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꽃뱀69 : 아쉽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솔로가 커플 지옥에 빠지는구나.
-감자탕먹고싶어 : 다 큰 성인이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아무 상관 없지. 부러워하지 마라.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응 1패 적립
└2패
└3패
-1댕청꼬부기1 : 세상은 넓고 센터는 많다. 최애가 떠났으니 차애로 옮겨가자
└철새 꺼지시고
-삼겹살소주 : 솔직히 차해준 정도면 인정이지. 완전 성공한 셰프잖아. 인지도 있고, 훈남이고.
└셰프님 여기서 이러면 곤란합니다.
팬들의 마음도 조금은 사그라지고, 이제 둘의 연애를 인정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애초에 불륜도 아닌 성인 남녀가 건전하게 교제한다는데, 막아설 명분이 없었다. 다만, 민주만큼은 만인의 연인으로 남길 원했던 팬덤이 약간 삐뚤어진 방향으로 표출됐었던 것뿐.
아직도 민주의 악성 개인 팬은 여기저기 다니며 분탕질 댓글을 달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둘의 사랑을 응원하자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며칠간 실검과 연예 다이제스트 프로그램을 뜨겁게 달궜던 차해준, 김민주 열애설이 조용히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져갈 즈음.
[찐커플 차해준 ♡ 김민주가 만든 JH 굿즈 샵의 두 번째 야심작. 달달한 디저트 – 사랑은 치약 맛 민초를 타고♡~ 세트 출시!!]굿즈샵에 새로운 디저트 세트가 공개됐다.
복면셰프에서 날으는 돈까스 가면을 쓰고 만들었던 차해준 셰프의 민초 케이크와 음료 세트를 정식으로 출시한 것.
-민초OUT : 우웩 민초라니.
-물지않아요 : 난 의외로 괜찮던데. 입안이 개운하니.
-홍탁주식회사 : 아··· 민초는 좀 (절레절레 고개 흔드는 짤) 차라리 홍어 삼합에 막걸리를 마시고 말지.
-88호돌이 : 민초 의외로 괜찮음. 편견만 없애면 나쁘지 않아요.
-비자발적순결 : 민초들 다 죽엇!
-l미끄덩l : ㅋㅋ 아싸들 말하는 수준하고는. 요즘 인싸는 다 민초단이다.
반응은 정확히 반반이었다.
의외로 샤이 민초단이 많은 것인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복면셰프 본방을 통해 지극히 정상인(?) 범주에 드는 반민초단 칙칙맨이 변절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목도했다.
특유의 팔(八)자 눈썹과 축져진 입꼬리로 민초에 대한 거부 의사를 강력히 표시했던 그가, 한순간에 피와 살에 굶주린 좀비처럼 민초 케이크와 음료에 달려들었던 믿지 못할 광경.
놀라운 변화에 민초에 대한 극불호 감정이 조금을 수그러든 것이다.
반민초단은 도대체 무엇이 그를 변절자로 만들었는지 궁금해했고, 민초단 역시 베일에 싸인 환상의 맛을 궁금해했다.
그 결과.
‘사랑은 치약 맛 민초를 타고♡~’ 세트는 출시 당일 판매 개시와 동시에 매진이 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팬덤 중 반민초단원 상당수를 민초단에 가입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민초는 싫어할 수 있으나, ‘사랑은 치약 맛 민초를 타고♡~’ 세트는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맛으로 반민초단의 입맛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
.
이후 걸그룹, 여배우 사이에서 현직 유명 셰프들과 비밀 연애가 유행될 정도로 셰프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
복면 셰프에서 10연승 후 명예 졸업을 한 차해준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민주와 연애는 진행 중이었고, 공개 연애를 시작한 만큼 세간의 관심도 둘을 향해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둘 중에서도 차해준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현존 대한민국 걸그룹 비주얼 센터의 마음을 훔쳤는지가 궁금했다.
호기심이 증폭되자 자연히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각종 케이블 방송과 신문, 파파라치 심지어 민주의 개인 찍덕들까지 합세해 뒤를 쫓았다.
‘공개 연애 빡세네.’
대한민국의 이목이 차해준에게 집중됐다.
왜 연예인들이 공황 장애에 걸리는지 알 것 같았다.
요즘 같아선, 주방에서 조용히 요리만 하는 편이 마음이 더 편했다.
“사장님 전화 왔어요.”
한창 썬플라워 주방에서 열심히 돈가스를 튀기고 있을 때. 홀 담당 권은정이 창문 사이로 몸을 들이밀며 말했다.
“전화? 누군데?”
“방송국이래요.”
“방송국? 누구? 김 피디? 장 피디?”
자신이 아는 피디라고는 얼마 전 명예 졸업으로 하차한 복면셰프의 메인 피디 김영찬과 벌써 일 년째 출연하고 있는 야밤 식당의 장일수 피디 둘 뿐이다.
“둘 다 아니에요. 최강두 피디라는데요?”
“최강두? 최강두는 또 누구야?···”
또 모르는 피디의 전화다.
요즘은 어째 예약 문의보다 방송관계자와 기자 전화가 더 많이 걸려온다.
메이저 언론사의 지면 인터뷰와 지상파 3사의 연예 프로그램인 Weekly 연예, 심야 연예쇼, K-연예가에서 지속적인 인터뷰 요청을 해왔으나 모두 정중히 거절한 상태였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응.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한다고 말해두고, 연락처 받아놔. 정중하게.”
“적당히 알아서 거절하라고요? 알았어요.”
해준의 속마음을 정확히 캐치한 은정이 눈을 찡긋하며 돌아섰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난감해하는 해준 대신 자신이 커트하기로 했다.
“고마워.”
“별말씀을!”
***
-저희 사장님이 너무 바쁘시고, 인터뷰도 안 하신다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뚝-
정중한 목소리의 여직원이 칼같이 거절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최강두.
그의 표정을 살피던 메인 작가는 섭외가 빠그라졌음을 인지하고, 눈썹이 축 처졌다.
“까였어요?”
“응.”
“에헤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요. 그냥 다른 커플 섭외하자니까.”
“그걸 누가 모르나. 시청률 때문에 그렇지.”
“포기해요. 국장님도 우리 그렇게 기대 안 해요. 적당히 1~2%만 나와도 이해해줄 거예요.”
최강두는 입사 이래로 단 한 번의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동기들은 시청률 제조기니 뭐니 하며 척척 10%대 시청률을 프로그램을 찍어냈고, 몇 녀석은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은.
‘1.5··· 2.7··· 0.9··· 선동열도 아니고 아무리 종편 채널이라지만, 이런 시청률은 너무하잖아. 이번에는 반드시 소수점 없이 그냥 두 자리 찍는다.’
그동안의 치욕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에는 꼭 자신도 성공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승진도 하고, 몸값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싫어.”
작가의 설득에도 강두는 단호했다.
반드시 차해준, 김민주 커플을 섭외해서 소수점 없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
“풉!”
“웃어?”
“목표도 적당히 잡아야 응원해주죠. 소수점 없는 두 자리가 아니라 2%도 감지덕지하는 마당에.”
“이 작가야. 넌 어째 그렇게 야망이 없냐. 야망이.”
“그게 아니고요. 최 피디님! 이 멤버로 어떻게 두 자리를 찍어요.”
메인 작가가 회의실 한쪽 구석의 화이트보드를 탁탁 치며 말했다.
가운데 큼지막하게 이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그 아래로 캐스팅 현황이 적혀있었다.
[이민중 ♡ 한다희] [구본철 ♡ 이은영] [김지은 ♡ 강해효] [???]그리고 비어있는 남은 한자리.
“흐음···.”
최강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턱수염을 뽑듯 잡아당겼다.
생각에 잠길 때마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
은 실제 연애를 시작한 커플들의 알콩달콩 동거 스토리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4, 50대 주부를 타깃으로 설정한 만큼 한때 잘나갔던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큰 키와 까칠한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이민중과 한다희 커플. 90년대를 풍미한 가수 구본철, 이은영 커플. 그리고, 한때 책받침 미녀로 유명했던 돌싱 김지은의 새남친 강해효까지.
비록 지금은 한물간 연예인이지만,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들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리즈 시절을 추억하는 중년들의 그 시절 그 감성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건 분명히 있다.
-화력만 좋으면 뭐 해요. 불붙을 때까지 활활 타오를 번개탄이 없는데!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라인업에 요즘 가장 핫한 차해준, 김민주가 합류한다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주 타깃층과 함께 1, 20대 시청자도 잡을 수 있다.
리모컨 주도권을 쥐고 시청률 상승에 도움을 주는 중년층과 너튜브와 다시 보기 서비스 수익을 담당하는 젊은 층을 동시에 잡는다면.
‘시청률 두 자리도 꿈은 아니지.’
☆꿈은 이루어진다☆
‘반드시!!’
강두가 브리핑을 하자 메인 작가가 ‘과연!’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만 해도 소름 돋지? 시청률 대박 날 것 같지!?”
“섭외만 하면요.”
“그러니까 하자고. 섭외.”
“어떻게요?”
“꼬셔야지. 잘.”
“러블리엔젤 매니저한테 섭외 전화 돌려요?”
“아니. 대표한테.”
“참도 받아주겠네요.”
러블리엔젤 김민주라면 팀장급 매니저 미팅 잡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JH 대표라니.
“부딪혀보자.”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은데.”
“일단 어떻게든 미팅만 잡아줘. 그다음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이빨을 털든 눈물의 똥꼬쇼를 하든.”
“아~ 알았어요.”
***
“사랑은 치약 맛 민초를 타고 세트 2개 주세요.”
“죄송합니다만, 사랑 민초 세트는 1팀당 1세트 판매 원칙입니다.”
“아~ 저희 4명인데요?”
민초 세트를 먹을 생각에 눈을 반짝이던 손님들이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1팀당 무조건 1세트 판매가 원칙이다.
“컵케이크나 다른 메뉴도 맛있으니까 골라보세요.”
“아~~ 이거 먹으려고 지방에서 KTX 타고 올라왔는데.”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실은 저 뒤에 2명은 모르는 사람이에요. 완전 따로 왔어요.”
뒤늦게 거짓말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건 죄송하다는 기계적인 사과뿐.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게 민초 세트의 인기 때문이니.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별다방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카페, 식품 기업에서도 굿즈 샵 민초 세트와 비슷한 세트를 구성해 잇달아 메뉴를 출시했다.
민초마카롱
민초샌드위치
민초라떼
민초우유
민초아이스크림
···
심지어 민트 초코와 아메리카노를 섞은 민초리카노까지.
일각에서는 반민초단이 차라리 까나리카노를 만들어 팔라며 반발했지만, 민초리카노의 반응은 의외로 괜찮았다.
마침내 민초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금단의 영역인 치킨에까지 손을 뻗었다. 민초 치킨이 나왔을 때 비로소 반미초단은 참지 못하고, 집단 봉기 국민청원을 하기에 이른다.
-청원진행중-
민초단을 전원 구속하고, 더이상 민초를 만들지 못하게 해주세요!
참여 인원 : [1,389명]
카테고리 보건복지 청원 시작 20201-09-25 청원인 micho-out***
청원내용
K – 열풍이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강타한 요즘.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식문화에 위협을 가하는 음식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민트 초코. 민트 초코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기반으로 한 우리 고유의 맵단짠 식문화에 큰 해를 끼치는 요소로 이는 나아가 유교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청원에 무려 1,300명이나 동의한 것도 웃긴 일이다.
그들은 진정 민초 척결에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