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43
143. 합류
배우 박현아는 서정우가 영화에 참여한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눈을 반짝였다가,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는 이선화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서정우가 남수정과 정현수에게 물었다.
“너네 그때도 알바 할 수 있지?”
남수정이 주먹을 쥐었다.
“아싸! 아저씨 오면 그땐 진짜 날로 먹겠다.”
“그럼 현수만 부르는 거로.”
“걱정하지 마시라. 제가 또 몬스터 사냥 전문이잖아요. 독 감지 스킬도 있고. 저 더블이에요. 확실히 경호할게요.”
감독이 남수정의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
“더블 스킬 각성자! 여기 선생님도 하시는데 남수정 씨도 이 기회에 데뷔합시다. 아까 보니까 진짜 잘 싸우던데.”
“아. 그럼 저도 저 아저씨 따라서 단역 정도만….”
“하하하하.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요.”
“저 연기는 배운 적 없는데요?”
“테스트해봐서 연기력이 안 되면 대사 없이 총만 쏘는 헌터팀 팀원 역할을 맡길까 합니다.”
감독이 남수정에게 그 역할이라도 시키려는 이유는, 영화의 맛을 살짝 보여줘 배우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정현수가 말했다.
“저도 총 잘 쏘는데요.”
“어…. 말했다시피 악당이나 몬스터는 이미 자리가….”
이선화가 방긋 웃었다.
“감독님 그럼 저 뽑힌 거예요?”
“물론이지요! 이선화 씨를 안 뽑으면 누굴 뽑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박현아의 어깨가 처졌다.
‘이럴 줄 알았어. 주인공을 짝사랑한 여자 역할은 결국 이선화가 가졌어. 현실 짝사랑녀는 이선화가 아니라 나 같은데.’
감독이 말했다.
“이선화 씨가 헌터팀장 역할을 맡아주십시오. 게이트 인접 지역에 가면 이선화 씨가 각성자보다 더 잘 싸울 것 같으니까요.”
박현아는 깜짝 놀라서 감독을 보았다. 그녀가 원래 맡고 싶었던 배역인 짝사랑녀는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다.
이선화가 물었다.
“네? 헌터팀장은 비중이….”
“남녀 주인공과 악당 보스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이지요. 이선화 씨를 위해서 그 자리가 비어 있었나 봅니다. 하하하.”
박현아가 얼른 물었다.
“감독님. 그럼 저는….”
“당연히 남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여자 역할이지요.”
“꺅! 고맙습니다!”
이선화가 더 중요한 배역을 맡았지만, 박현아는 이번에는 그걸 질투하지 않았다. 오늘 이선화가 보여준 전투력이 너무 압도적이었고, 연기와 미모 모두 밀린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방금 이선화와 서정우 덕분에 무사히 살아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영화 배역 문제로 질투하면 양심에 걸린다.
‘이게 어디야?’
박현아가 처음 노린 배역이 바로 그 짝사랑녀였다.
그녀는 배역에 대한 건 만족했다.
투자자들은 이선화의 배역이 헌터팀장이 되면 제작비가 예상보다 더 들어간다는 생각에 잠깐 머뭇거렸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선화가 오늘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붙잡은 놈들은 뒤늦게 연락받고 출동한 무장 경찰에게 넘겼다.
무장 경찰 간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난감해했다.
“영화사와 영화배우들이 먼저 저런 클랜을 습격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러분 말만 믿기도 어렵습니다. 저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박살났잖습니까?”
그 문제는 감독이 나서서 해결했다.
“우리 배우들이 영화 촬영을 위해 연기하기 직전에 저놈들이 쳐들어와서, 그때부터 일어난 모든 일이 이 카메라에 찍혀 있습니다.”
“그래요? 볼 수 있습니까?”
이쪽에서 영화를 제작할 때도 디지털카메라가 곧잘 쓰인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 필름 카메라의 화질과 느낌을 쫓아가지는 못하지만, 대신에 제작비를 아낄 수 있다.
실제 영화 촬영에서는 필름을 쓰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오디션 같은 경우는 대부분 디지털카메라로 찍는다.
감독이 카메라의 영상을 노트북에 연결해 보여주었다.
서정우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적을 쓸어버리는 모습은 촬영 각도 바깥에서 일어난 일이라 찍히지 않았다.
대신에 처음 백상어 클랜에게 습격당한 상황과 이선화가 싸우는 모습, 그녀가 일어서서 연발로 사격하다가 오른손을 하늘로 뻗는 장면은 확실히 찍혔다.
경찰들은 영상을 본 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공격을 받고 나서 반격하신 거군요. 그런데….”
경찰 간부가 이선화를 돌아보았다.
“전투 스킬 각성자였습니까? 제가 알기로 이선화 씨는….”
“어머. 저 아세요?”
간부가 부하들을 힐끗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제가… 아니라 우리 딸하고 아들이 팬입니다.”
이선화가 서정우를 돌아보며 자랑했다.
“봤지? 잘 찾아보면 내 팬이 곳곳에 있다니까.”
“알았으니까 대답이나 해드려.”
이선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스킬 아니에요. 그냥 열심히 싸운 거예요.”
성물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건 밝힐 수 없다.
경찰 간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단하십니다. 각성한 것도 아닌데 이런 실력에, 이런 배짱까지….”
“제가 좀 대단하긴 하죠.”
이쪽 세계는 저쪽 세계와 경찰의 업무 처리 방식이 많이 다르다.
경찰은 영상 파일을 복사하고 백상어 클랜 잔당들도 끌고 갔지만, 영화사 사람들을 경찰서로 데려가진 않았다.
이쪽에서는 이런 전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습격당한 쪽의 정당방위도 쉽게 인정받는다. 영상을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정당방위 상황이다.
그리고 아직 소형 게이트가 근처에 열려 있다.
경찰 간부가 말했다.
“지금은 저희도 게이트 봉쇄 작전 때문에 인력이 없으니까, 자세한 조사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때 경찰서에 꼭 나오십시오.”
개인이 자가용을 소유하면 잦은 파손 문제로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지만, 영화사쯤 되면 촬영 장비를 옮길 버스나 트럭이 있어야 한다.
현장을 떠나 이동하는 버스에서 감독이 그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이 장면을 반드시 넣을 겁니다. 새로 찍는 게 아니라 이 영상 그대로.”
이쪽 세계의 영화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실탄을 쏘면서 영화를 찍는다. 특수효과를 입히는 대신에 게이트 근처에서 진짜 몬스터를 쏘고 그 영상을 찍어 편집하는 방식도 곧잘 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선화가 오늘 적과 싸우는 모습을 찍은 이 영상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좀 추가해야 한다.
“엄폐물 뒤에서 헌터팀장인 이선화 씨가 팀원인 박현아 씨와 대화하는 모습만 새로 찍고 나머지 장면을 잘 편집해서 합치면 완벽할 겁니다. 제가 그런 작업의 전문가입니다.”
영화사까지 따라갈 이유는 없다. 서정우와 이선화, 남수정, 정현수는 노선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남수정과 정현수는 주변 순찰을 나섰다.
이선화가 정류장에서 웃었다.
“흐흥. 오늘 진짜 좋다.”
서정우가 물었다.
“그렇게 좋냐?”
“영화 배역도 따내고, 각성한 건 아니지만 각성자 기분도 느껴보고, 오빠도 구하러 와주고.”
그녀가 목걸이를 만졌다.
“그런데 지금은 아까 같은 그런 느낌은 안 드네? 아까는 목걸이를 만지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느낌이 왔는데.”
“지금은 위험하지 않으니까.”
“진짜 총알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만 알려주는 건가?”
“아마도.”
“조금 서운하다. 다시 말 걸어주면 좋겠는데.”
노선버스가 도착했다. 외부에 장갑판을 붙이고 지붕에 총을 쏠 공간도 마련한 무장 버스였다. 이런 무장 노선버스는 정부에서 직접 운영한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한참 이동한 후에 다시 내렸다.
그곳은 그들이 사는 동네가 아니다.
이선화가 물었다.
“여기는 왜?”
서정우는 남수정과 정현수에게 주변을 둘러보라고 한 후에 그녀에게 설명했다.
“소라하고 합류해야지. 그리고 미사리가 아니라 이쯤에서 연락해야 아무도 이 통화 기록에 신경 안 써.”
서정우가 이선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용하는 전화기도 원래 그가 쓰던 것이 아니라 익명으로 돈을 주고 산 선불폰이다.
전화가 바로 연결됐다.
“이쪽은 잘 해결됐다.”
– 이쪽은 문제가 생겼어요.
서정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다행히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장소는 옮겼지?”
서정우가 평행차원 텔레포트로 그곳을 빠져나가면, 서소라도 현장만 확인하고 빠지기로 했다.
– 네.
“어떤 문제지?”
– 살아있어요.
서정우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전창수가?’
그는 전창수의 상태를 떠올렸다.
‘총에 맞고, 바로 옆에서 화염 수류탄까지 터졌는데 살아있다고?’
보통은 즉사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쪽 세계의 유력 차기 대선후보 강현민은 반대파의 습격으로 치명상을 입었지만 탱킹 스킬 덕분에 살아남았다.
강한 생존력을 가지거나, 중상을 입고도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통틀어 탱킹 스킬이라고 부른다.
‘전창수. 더블이라고 알려졌지만 아니야. 스킬 하나를 숨겼어. 트리플이구나.’
탱킹 스킬을 숨긴 이유는 뻔했다. 이번처럼 목숨을 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염 수류탄이 옆에서 터져도 살아남았네.’
서정우가 말했다.
“약속장소에서 만나자. 바로 이동해.”
– 네.
서정우는 통화를 마친 후에 선불폰을 일부러 부쉈다. 실수로라도 다시 켜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이선화가 물었다.
“작전에 문제가 생겼어?”
“전창수가 살아있다. 확실히 처리한 줄 알았는데, 탱킹 스킬 각성자일 줄이야.”
더블 스킬 각성자는 종종 있지만 트리플 스킬 각성자는 드물다. 그래서 보통은 이번 같은 경우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집이 아니라 미리 약속된 장소에서 서소라와 합류했다. 그곳은 백상어 클랜 본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서소라가 이선화를 확 껴안았다.
“언니. 괜찮아요?”
이선화가 자랑했다.
“흐흐. 나 배역 땄다? 그것도 영화에서 네 번째로 중요한 역할로.”
서소라는 이선화가 어떤 전투를 겪었는지 아직 모르지만, 서정우가 그녀를 구하러 갔다는 건 안다. 게다가 이선화가 입고 있는 겉옷은 오늘 나갈 때 입은 옷이 아니다. 그녀에게서 짙은 화약 냄새도 났다.
상황을 대충 짐작한 서소라가 이선화를 다시 꼭 안아주었다.
“잘했어요.”
서정우가 서소라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가 사라지고 나서, 저도 당연히 전창수가 죽은 줄 알고 빠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놈이 꿈틀거리는 거예요. 뭘 하나 봤더니 레드 포션을 꺼내서 병째 깨물더라고요.”
“불길은?”
“타고 있었죠.”
“건물 내부 전투에서 그놈이 내 총에 맞고 레드 포션을 썼는데, 그때까지 그 효과가 남아 있었을 거야. 그래서 움직일 수 있었던 거지.”
“레드 포션의 효과는 그렇게 길지 않잖아요.”
“레드 포션의 약발을 아주 잘 받는 거지. 한 번 쓰면 잔류효과가 남들보다 길게 남아.”
“거기다 레드 포션을 두 번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레드 포션은 연달아 쓰는 약이 아니다. 쓸 수는 있지만, 두 번째부터는 효과가 형편없다. 제대로 된 효과를 보려면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써야 한다.
그런데 전창수는 연속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효과도 제대로 나타났다.
“탱킹 스킬이지. 약효도 오래 가고, 두 번 연속으로 써도 약발이 먹혔잖아. 아마 자체 회복력도 높고, 화염 수류탄의 폭발을 버틸 정도로 몸도 단단하겠지.”
화염 수류탄은 파편이 아니라 화염 폭풍을 만들어내는 수류탄이다. 소이탄과 달리 진짜로 화염 폭풍을 일으킨다. 그건 주로 식물형 몬스터를 잡을 때 쓰는 무기다.
“전창수는 더블이 아니라 트리플이야. 사격, 감지, 탱킹 스킬까지. 그런 놈이 범죄자 짓이나 하고 있어.”
이선화가 아쉬워했다.
“저격하려고 했는데, 백상어 클랜 놈이 창밖으로 소화탄을 던지는 바람에 시야가 차단됐어요. 좋은 기회를 놓쳤어요.”
소화탄을 던져서 터트리면 소화약품이 폭발적으로 퍼져 불을 꺼뜨린다. 소화탄은 소화기보다 소화능력은 떨어지지만, 크기가 작아서 휴대할 수 있고 접근하지 않고도 불을 끌 수 있다.
“안 쏘길 잘했다. 머리 한가운데가 아니면 한 발로는 안 죽을 거야. 그리고 너 혼자 쏘면 위치가 드러나서 위험해.”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백상어 클랜은 반 토막 났어. 그동안 쌓은 원한이 워낙 많으니까, 전창수만 제거하면 남은 놈들은 살아남을 걱정부터 해야지. 그런데 전창수가 살아있으면 그게 어려워. 그놈이 어중이떠중이 다 받아들이면 예전 규모로 돌아가는 건 금방이겠지.”
“그렇게 되면 위험해요.”
“물론이지. 그놈하고 난 이제 원수거든. 그리고 그놈은 나를 빨리 제거하고 싶을 거야.”
“역시 제거해야겠네요. 언제 하죠?”
“오늘 당장. 오늘만 써먹을 수 있는 작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