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44
144. 권병철
서정우가 오늘 백상어 클랜 마스터 전창수를 다시 공격하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선화가 얼른 손을 들었다.
“이번엔 나도 도와줄게!”
“넌 집에 가라. 수정이하고 현수 붙여줄 테니까.”
이선화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나 오늘 싸우는 거 봤잖아. 나 이제 되게 잘 싸운단 말이야.”
“이제 걸음마나 좀 할 줄 아는 게 어디서 날려고 들어?”
“나 등에 날개 달렸잖아. 천사 이선화 몰라? 내 별명인데.”
“그 천사는 그게 아니라….”
“왜? 뭐?”
“응?”
“더 말해. 하고 싶은 말 있잖아.”
“아니다.”
“쳇.”
이선화가 서정우에게 달라붙어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오빠는 오늘 이미 텔레포트를 써서 지금 다시 쳐들어가면 탈출이 쉽진 않잖아. 내가 도와줄게.”
“야. 네가 오늘 잘 싸운 건 네 스킬이 아니라….”
전설 등급 성물 목걸이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힘은 위기가 닥치면 발동된다.
이선화의 기본 능력에 성물 목걸이의 힘이 더해지면, 꽤 괜찮은 전력이 된다.
“알았다. 넌 그럼 소라 옆에 붙어 있어.”
“오빠랑 같이 쳐들어가는 게 아니고?”
“까분다. 저격수 옆에는 원래 지원팀이 붙는 거야. 이번엔 전창수만 잡으면 되고, 그건 나 혼자 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
“쳇.”
서정우는 조금 떨어진 곳을 경계 중이던 남수정과 정현수를 불렀다.
“너희는 오늘은 집에 가라.”
남수정이 물었다.
“선화 언니는요?”
“선화는 나하고 할 일이 남아 있어.”
남수정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알바비 받으려면 선화 언니 경호 계속해야죠. 나중에 영화 찍을 때도 경호해야 하고요.”
“오늘 알바비는 다 줄게.”
남수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이렇게 우리를 보내려고 하실까? 또 어디 공격하러 가는 거죠? 주변 경계라도 할 테니까 추가 수당 줘요.”
“고딩들 손 빌릴 일은 아니다.”
“저 궁수 스킬에 독 감지 스킬까지 있어요. 그냥 고딩 아니거든요?”
정현수가 옆에서 말했다.
“수정이가 가면 저도 가요.”
남수정이 물었다.
“네가 왜 날 따라와?”
“그, 그러게? 따라가면 안 될까?”
“맘대로 해. 너 총 좀 쏘긴 하더라.”
“흐흐흐. 그렇지?”
“변태처럼 웃지 마.”
“크하하하!”
“악당처럼 웃지도 말고.”
“어. 미안.”
* * *
백상어 클랜 마스터 전창수는 동쪽 건물 지하 대피소에 숨어 있었다. 그는 바로 앞에 꽉 닫힌 철문을 노려보았다.
“저거 튼튼하지?”
그의 부하가 대답했다.
“예. 중형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은 한 뚫리지 않….”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 그 새끼를 막을 수 있냐고!”
“은행 금고 수준의 철문이라 로켓탄에 맞아도 안 뚫립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
“이 새끼가. 내가 걱정하는 거 같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거야!”
“예? 예!”
“씨발. 어디서 그런 괴물 새끼가 튀어나와서.”
전창수가 원통형 은색 케이스를 잡았다. 그 안에는 레드 포션이 들어 있다.
부하가 말렸다.
“아직 재사용 시간이…”“알아! 이 새끼야!”
탱킹 스킬을 가진 전창수가 일반 회복 물약을 마시면 그 약효가 남들보다 오래 간다. 상처의 회복 속도도 빠르다. 약물 허용 한계도 남들보다 훨씬 높다.
그 효과는 레드 포션에도 적용되어서, 두 병까지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창수는 처음 총에 맞았을 때 레드 포션을 썼고, 그 효과가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화염 수류탄에 당했다. 불길에 휩싸인 후에는 두 번째 레드 포션을 사용했다.
탱킹 스킬을 가지면 원래 중상을 입어도 잘 안 죽는다.
그 모든 효과가 더해져서 그는 화염 수류탄을 근거리에서 맞고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탱킹 스킬과 레드 포션에도 한계는 있다. 총상은 나았지만, 불에 탄 상처는 완치되지 않았다. 그걸 다 치료하려면 레드 포션을 한 번 더 사용해야 한다.
전창수의 탱킹 스킬은 레벨이 낮아서 세 번째 레드 포션까지 연달아 쓰는 건 무리였다. 그걸 쓰고 싶으면 오늘 밤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창수가 진통제 대신에 술을 마시며 물었다.
“이선화를 잡으러 보낸 놈들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다 죽거나 체포된 것 같습….”
“어떻게! 그렇게 많이 보냈는데 도대체 왜!”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경찰 쪽 우리 라인이 아직 상황파악을 못 해서….”
“그 새끼들. 그동안 처먹은 돈이 얼마인데 일을 그따위로 해? 이미 알아냈는데 딴생각하는 거 아냐?”
간부는 아는 것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다.
전창수가 물었다.
“경계는?”
“남은 애들은 완전무장시켰습니다. 출입구도 모두 봉쇄하고, 창문도 강철 덧창을 닫았습니다. 여긴 이제 아무도 못 들어옵니다.”
“다른 클랜들은? 지원군 규모는?”
“그게….”
“왜? 값을 올려? 그럼 돈 더 준다고 해. 나중에 도로 뜯어내면 되니까.”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서, 다들 간을 보느라….”
전창수가 술잔을 집어 던졌다. 유리로 된 술잔이 철문에 충돌해 박살났다.
“개새끼들.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들 땐 언제고!”
“차라리 무슨 일인지 알려주면 도움이….”
전창수가 재떨이를 던졌다. 진짜 담뱃잎으로 만든 꽁초가 허공을 날았다.
“겨우 한 새끼한테 당했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우습게 보이면 뒤통수 맞는 게 이 바닥이야! 나가! 이 새끼야! 가서 돈이나 더 준다고 해! 순순히 애들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 보자고 하고!”
그는 다른 간부에게도 지시했다.
“넌 가서 킬러들을 고용해. 돈은 얼마든지 준다고 해!”
전창수가 부하들을 대피소 바깥으로 쫓아냈다. 그들이 나간 후에 두꺼운 철문이 완전히 닫혔다.
“후우. 지옥부처 그 새끼. 도대체 그때 어떻게 빠져나간 거지?”
서정우가 이곳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를 본 놈들은 다 총에 맞았기 때문이다.
백상어 클랜은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내부를 수색했지만, 평행차원 텔레포트로 사라진 서정우를 찾을 수는 없었다.
전창수가 옆에 있는 나무 보석함을 열었다. 그건 흔히 쓰는 식물형 몬스터의 목재가 아니라 진짜 박달나무를 깎아 만든 고급 보석함이다.
그 상자 안에는 보석 대신에 피 묻은 단검이 들어 있었다.
‘성물의 칼날에 피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텔레포트로 빠져나간 건 아니야. 텔레포트 능력자인 줄 알았는데 날 속인 건가?’
그는 서정우가 텔레포트 능력자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뭔지 몰라도 다른 방법으로 빠져나간 거야. 그래야 말이 돼.’
그는 칼날에 묻은 피를 확인했다. 피가 사라지면 공간 교란도 중단된다. 그러면 텔레포트 능력자가 들어올 수 있다.
“이건 이 상태로 계속 둬야지.”
그가 보석함의 뚜껑을 덮었다.
불에 탄 상처가 통증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눈이 레드 포션으로 갔지만, 지금은 그걸 써봐야 의미가 없다.
“씨발.”
그는 옆에 있는 위스키를 잔에 콸콸 부었다. 공장에서 합성한 에틸알코올에 향을 추가한 일반 위스키가 아니라, 20세기에 만들어진 진짜 위스키였다.
술을 마시자 뱃속이 뜨거워졌다.
그는 그동안 이런 비싼 술에서 힘과 권력의 맛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독하기만 할 뿐 합성 양주와의 차이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킬러들이 충분히 모이면, 오늘 밤에 그 새끼를….”
오늘 밤에 레드 포션을 사용해 남은 상처를 치료하면, 다음 레드 포션은 내일은 되어야 다시 쓸 수 있다.
“내일 그 새끼를 죽여버리겠다.”
* * *
서정우가 말했다.
“오늘 안으로 전창수를 끝장내야 해. 그래야 귀찮은 일이 안 생기니까.”
서소라가 백상어 클랜 본부를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은 저쪽 세계에서 산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
“건물 전체가 완전히 봉쇄됐어요. 오늘은 들어가기 어려워요.”
“동쪽과 서쪽은 그렇지. 여기 남쪽은 완전히 불타서 봉쇄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이쪽에 구멍이 생길 거야.”
“전창수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감시 병력을 배치했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기다리잖아.”
“뭘 기다려요?”
“이만한 사건이 터졌는데 경찰이 안 들러볼 수는 없어. 그걸 기다리는 중이야.”
* * *
백상어 클랜은 뇌물도 많이 쓰고 정치권의 줄도 여러 개 잡고 있다. 뇌물로 해결 안 되는 사람은 총으로 쏘기도 한다.
그런 클랜을 상대하는 이쪽 세계의 형사는 평소에도 중무장을 하고 다닌다. 경찰차도 몬스터만이 아니라 총알까지 막기 위한 장갑판을 둘렀다.
백상어 클랜 한 곳만 그런 짓을 하면 벌써 박살났겠지만, 이쪽 세계는 그런 놈들이 너무 많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범인만 죽는 게 아니라 경찰도 죽어 나간다. 그런 험악한 시절이 너무 길어서, 경찰도 이제는 현행범이나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게 아니면 백상어 클랜 같은 곳을 잘 건드리지 않았다.
한국은 치안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밀린 곳들은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그런 곳은 이미 무법지대로 변했다.
어쨌든 한국은 게이트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법체계는 살아있는 곳이다.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지고 건물 하나가 불탔는데도 경찰이 구경만 할 리는 없다.
무장 경찰들이 백상어 클랜을 찾아갔다.
서울지방경찰청 각성자 수사대 2과장 권병철이 백상어 클랜 본부를 보며 실실 웃었다.
“흐흐흐. 이 새끼들. 완전히 털렸네.”
각성자 수사대 형사가 맞장구를 쳤다.
“아주 그냥 속이 다 시원합니다.”
“건물 세 개가 다 날아갔으면 더 좋을 텐데, 하나밖에 안 날아간 게 아쉽다.”
“그러게 말입니다.”
백상어 클랜의 간부가 권병철을 막아서며 인상을 썼다.
“과장님. 얼굴에서 웃음꽃이 핍니다?”
“오늘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 어떻게 된 거냐? 누구 짓이야?”
“그걸 알아내는 게 경찰이 할 일 아닙니까? 일 다 끝나고 몇 시간이나 지난 후에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희들이 언제 수사에 협조한 적 있다고 우리가 늦었다는 개소리냐? 비켜. 이 기회에 백상어 클랜 본부나 조사해야겠다.”
“누구 마음대로….”
“영장도 받아왔다. 안 비키면 싹 다 체포한다.”
“영장 그 종이쪼가리로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봅니까?”
“할 수 있지. 너희를 박살 낸 게 어디인지는 몰라도, 거기 상대하면서 우리까지 막을 수 있겠어?”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돌아가시지요. 영장 따위 있든 말든 허락 안 하니까.”
“아. 그래?”
각성자 수사대 2과장 권병철이 갑자기 클랜 간부에게 달려들었다. 클랜 간부가 급히 권총을 잡았지만 권병철의 발차기가 훨씬 더 빨랐다.
“개새끼가 어디서 해라 마라야!”
권병철은 근접 격투 능력 각성자다. 그의 공격을 클랜 간부는 제대로 막지 못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크악!”
백상어 클랜원들이 총을 들었다. 무장 경찰들도 총구를 클랜원들에게 겨눴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간부에게 전창수의 무전이 들어갔다.
– 남쪽 건물만 열어줘.
간부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남쪽 건물만 조사하십시오. 다른 건물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새끼가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한국에서 최소한의 법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은, 법의 권위가 최소한으로만 유지될 만큼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장이 있어도 중무장한 클랜이 힘으로 버티면 수색에는 한계가 있다.
권병철이 다른 경찰들과 함께 불타버린 남쪽 건물로 이동했다.
그는 건물 내부를 확인하고 감탄했다. 멀쩡한 것이 별로 없었다.
“누가 했는지 몰라도 진짜 화끈하게 태워버렸네.”
정찰 관련 스킬을 가진 형사가 보고했다.
“대부분 불에 타서 남은 단서가 별로 없습니다만, 격렬한 총격전이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어느 클랜에서 얼마나 쳐들어온 거야?”
“그게…. 아무래도 한 명 같습니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느낌이….”
정찰 관련 스킬은 원래 사건 현장 조사용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적의 흔적을 찾을 때 쓰는 스킬이다.
그 스킬은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단한 능력자가 공격했다는 건가? 이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예?”
“혼자 여길 쳤다면, 적어도 쓰레기 클랜 간의 이권 다툼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잘 분석해 봐. 누가 우리를 위해서 이런 선물을 줬는지 알아야겠으니까.”
“예!”
경찰은 남쪽 건물을 조사하면서 백상어 클랜원들을 쫓아냈다. 그러는 사이에 남쪽 감시망에 구멍이 생겼다.
서정우는 그 구멍을 통해 남쪽 건물 근처로 침투했다. 3차원 공간 분석 스킬은 전창수가 감지할 위험이 있어서 쓸 수 없지만, 몬스터 점령지를 휘젓고 다니는 그에게 이 정도 침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권병철이 데려온 경찰 중 일부는 불타버린 건물의 바깥을 조사했다.
경찰은 외부에서 누가 백상어 클랜에 침입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서정우는 남들의 눈을 피해 침투한 후에, 일부러 백상어 클랜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형사에게 걸어갔다.
건물 외부를 조사하던 형사가 서정우에게 말했다.
“너 뭐냐? 누가 가까이 오래?”
서정우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아이고. 수고 많으십니다. 저는 백상어 클랜에 얼마 전에 들어간 신입입니다.”
그 목소리는 경찰은 확실히 들을 수 있지만 쫓겨난 백상어 클랜원들은 듣지 못할 정도로 적당히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