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316
317. 세계평화 II
서정우가 형사로 사는 세계로 넘어 왔다.
톱스타 이선화 주연의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출연한 배우와 손님으로 찾아온 연예인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선화다!”
주연배우 이선화가 포토존에 올라갔다. 그녀가 그곳에서 사람들을 보았다. 홍보팀이 일을 제대로 한 덕분에 기자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녀가 찾는 건 기자가 아니다. 그녀의 시선이 기자들의 뒤로 향했다. 뒤쪽 한적한 곳에서정우가 보였다. 그녀가 활짝 웃었다.
‘같이 안 간다고 하더니, 나 들어가는 거 보려고 기다리고 있잖아.’
기자들은 이선화가 그들을 위해 웃어준다고 착각하고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기자들은 이선화가 평소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서정우는 주변이 좀 조용해진 후에 상영관에 들어갔다. 초대권에는 자리 위치가 찍혀 있었다. 영화 보기 딱 좋은 자리였다.
그가 그 자리에 앉았다. 그를 향한 시선이 몇 개 느껴졌다. 그중 하나는 그를 향해 오고 있었다.
살기가 감지되지 않아서 딱히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의 옆자리에 이 영화에 투자한 영화사 이사 이수현이 앉았다. 이수현이 잠시 기다렸지만 서정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정우 씨. 요즘 바쁘시다던데 여길 다 오시네요?”
“바쁜 일이 대충 끝나서.”
“다행이다. 정우 씨 바쁜 일이 끝나야 세계평화도 오니까.”
서정우가 고개를 그녀 쪽으로 돌리며 작게 속삭였다.
“어디까지 들은 겁니까?”
이수현은 BH 테크 회장 이병훈의 딸이다.
“조금 들었어요.”
“이 회장님이 기밀을 흘리고 다니 실 줄은 몰랐는데.”
이수현이 얼른 설명했다.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고만 들었어요. 다른 건 몰라요. 진짜예요. 게이트 신을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 테러리스트집단이라도 쓸어버리셨나 했거든요?”
서정우가 이수현을 가만히 보았다. 이수현은 서정우가 철가면이라는 걸 알면서도 비밀을 지키고 있다. 오정화 행정관도 아는 걸 조금 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가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비슷한 일을 하긴 했죠”
게이트를 여는 주술사 몬스터를 잡고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그 데이터 덕분에 균열 소멸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배우들이 무대에 인사하러 나왔다.
이선화는 밝은 표정으로 나왔다가, 서정우와 이수현이 같이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살짝 째려보았다. 째려본 시간은 짧았다. 그녀는 곧 바로 시사회 관객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서정우는 이선화의 째려보는 표정을 아주 잘 안다. 그가 물었다.
“그 자리가 이수현 씨 자리는 아닌가 보네요?”
“어머. 왜 아니라고 생각하셨어요?”
“이선화 씨가 째려봐서.”
이수현이 자랑삼아 말했다.
“투자회사 이사 자격으로 서정우씨 옆자리를 요구했어요. 그랬더니 이선화 씨가 내 자리를 일부러 저쪽에 배정했다더라고요. 그래서 강서준 씨하고 초대권을 바꿨어요.”
“자리 주인을 협박했나 보네.”
“설마요. 저 아빠 권력을 등에 업고 다니는 그런 여자 아니에요. 아빠한테 도움은 많이 받지만요.”
“권력을 등에 업는 것과 도움을 받는 것…. 미묘한 차이군요.”
이수현이 말을 돌렸다.
“아. 일본에서 흑가면 영화가 곧 개봉하는 거 아시죠? 그러려면 진짜 흑가면에게 초상권 이용료라도 줘야 하는 거 아네요?”
이수현이 그 말을 한 건, 서정우가 철가면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철가면과 흑가면이 동일인물 이라는 것까지 아는 건 아니다. 그녀가 서정우의 표정을 살폈다.
‘우리 영화사에서 철가면 영화 만든다고 하면 좋아할까?’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
영화는 서정우가 감탄할 만큼 재미있었다. 싸우는 장면은 저쪽 세계의 영화 느낌이 났다.
‘액션에 조언한 보람이 있네.’
시사회 중간에 환성과 탄성이 여러 번 들렸다. 시사회가 끝난 후에는 박수가 요란하게 터졌다.
서정우는 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길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그의 얼굴이 익숙해질수록 텔레포트 능력을 들킬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사회 직후의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에 2차로 몇 명만 모이는 장소에 나타났다.
이미 술이 몇 잔 들어간 이선화가 손을 흔들었다.
“정우 씨. 여기요! 여기 자리 맡아 놨어요!”
강서준과 권경철도 손을 흔들었다. 서정우가 이선화의 옆에 앉았다. HG 테크 사장 딸인 조연 배우 강 세영이 슬그미니 다가와 인사했다.
“정우 오빠. 저 여기 앉아도 돼요?”
이선화가 손을 바깥쪽으로 흔들었다.
“거기 자리 주인 있어. 가.”
“네? 여긴 아까부터 빈자리던데….”
남수정이 허겁지겁 나타나 그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수업이 이제 끝나서요!”
강세영이 투덜댔다.
“어머. 네 자리였네. 쳇. 그런데 넌 오늘 같은 날도 수업을 들어? 우리 영화 시사회 날인데?”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요.”
“응? 수능 쳐서 대학 가게?”
“안 그럼 어떻게 가요? 전 수시도 안 했는데.”
“당연히 연예인 특채로….”
“저 생화학과 갈 거라서 연예인 특채 안 되는데요?”
강세영은 당황했다.
“어? 영연과나 음악 관련 학과가 아니고? 왜? 너 아이돌이잖아. 히트 곡도 불렀고, 디멘션하고 공동작곡도 했잖아. 우리 영화에도 출연했고.”
“열심히 노력해서 가수와 공부 둘 다 잘 해보려고요.”
“그, 그래?”
이선화가 칭찬했다.
“이래야 우리 수정이지.”
“히히. 의대나 약대도 관심 있는데 거긴 성적이 안돼서요.”
“너 지금 성적이 겨우 몇 달 만에 이만큼 오른 거 자랑하니? 더 자랑 해. 넌 해도 돼.”
강세영이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와 같은 테이블에 있던 강서준이 실실댔다.
“본전도 못 찾았네?”
“아니거든요?”
권경철이 접시를 강세영 쪽으로 밀었다.
“먹어. 먹어. 고기는 먹는 게 남는 거야.”
장현성 감독이 서정우에게 말했다.
“시사회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게 다 서 형사님 덕분입니다.”
“저야 액션 동선이나 좀 조언한 겁니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던데요.”
“서 형사가 도와준 실전 액션이 없었으면 천만 영화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화는 이제 겨우 시사회를 했다.
“천만을 확신하시나 봅니다.”
“당연하지요. 이번 영화는 대박이 라니까요. 하하하.”
* * *
며칠 후에 영화가 개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쌍둥이가 애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영화 이야기가 올라왔다.
-진짜 재미있습니다. 대박입니다.
-두 번 봤습니다. 처음 볼 때 안 보인 것들이 두 번째 볼 때는 많이 보이더군요. 디테일이 어마어마합니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습니다.
영화 자체도 호평이지만 액션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와이어나 CG를 거의 안 썼답니다. 배우들이 싸울 때 보여준 액션이 다 실제로 한 거라더군요.
-와이어는 좀 썼겠죠. 이선화는 날아다니던데요.
-발판정도만 썼다더군요.
-배우들에게 그 액션을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서정우랍니다.
-액션 동선도 다 짜줬다던데요.
-서정우는 진짜 형사 그만두고 연예계로 가는 게 돈 더 많이 벌 텐데요.
-살인마와 테러리스트를 제일 잘 잡는 형사한테 그만두라는 건 좀….
-그럼 월급을 올려주던가요.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새기도 했다.
-혹시 서정우가 몬스터는 못 잡을까요?
-군인이 아니라 형사잖아요. 당연히 못 잡습니다.
-몬스터 잘 잡을 듯. 엄청 잘 잡을 듯.
쌍둥이 박다연이 댓글을 쓴 후에 말했다.
“이게 홍길동의 기분이구나. 몬스터 진짜 잘 잡는데 말을 할 수가 없네.”
* * *
몬스터와 싸우는 세계에서 조연 배우 이선화가 영화를 찍었다. 그녀는 연기 인생 최초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쪽 세계의 영화는 전투 스킬 각성자가 주연을 맡는다. 그게 영화계의 상식이다.
서정우는 그 상식을 부수기 위해 저쪽 세계에서 대본을 구해왔다. 아무대본이나 가져오면 이쪽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쪽에 딱 맞는 게 필요했다.
그는 몇 달 전에 저쪽 세계의 시나리오 작가 권세창이 살해된 사건을 조사했다. 결국 권세창이 사고사가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것을 밝혀 냈다.
그는 그 보상으로 구한 대본을 다시 이쪽 세계의 권세창에게 넘겨 여기 상황에 맞게 손을 보았다.
감독은 김성준에게 맡겼다. 김성준은 저쪽 세계에서 영화제작사인 AKX 픽처스의 사장으로 있다. 이쪽 세계에서는 영화판이 아니라 부부 듀오 헌터로 활동한다.
김성준은 양쪽 세계에서 서정우에게 크게 신세를 졌다. 그는 아내인 이윤미까지 끌어들여 영화를 찍었다.
이선화의 경쟁상대 역은 조연 배우 박현아가 맡았다. 박현아는 이쪽 세계에서는 이선화와 사이가 나쁘지만 저쪽에서는 이선화와 친하다.
그녀는 한 번 튕겨보지도 않고 순순히 배역을 받았다.
나머지 배역은 서정우, 박철우, 남수정, 정현수, 그리고 서소라가 맡았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는 촬영 스태프 일을 했다. 배우가 모자라 김성준 부부도 출연했다. 이쪽 세계는 영화를 빠를 때는 며칠 만에 찍기도 한다. 한 달쯤 찍으면 완성도가 올라가지만, 서정우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그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각성자가 아닌 사람을 주연으로 찍으면 제작비가 많이 들고 제작 기간도 길어진다고 하지.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
영화촬영 기간은 딱 일주일로 잡았다. TV용 영화만 만드는 이쪽 세계에서도 그 정도면 빠른 편이다. 이선화는 촬영 기간 내내 평소보다 더 빛이 났다. 촬영 사흘째 되는 날 서정우가 이선화에게 물었다.
“그렇게 좋냐?”
“좋지. 나 요즘 정말 행복해.”
“이제 소원 다 이뤘지?”
“난 아직 소원이 남았는데?”
“뭔데?”
그녀가 카메라 쪽으로 걸어가며 웃었다.
“있어.”
영화는 일주일 만에 촬영이 끝났다. 마지막 장면을 찍은 후에 다들 환성을 질렀다.
김성준이 장담했다.
“대작이 나왔습니다.”
서정우가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이 영화 만들려고 고생 많이 했으니까.”
“다음 영화도 꼭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이 영화 성공하면요.”
“당연히 대박이 날 겁니다. 하하하.”
편집 작업과 방송국과의 협상에 다시 일주일이 걸렸다. 김성준이 방송국에 찾아가 편집이 끝난 영화를 보여주었다.
며칠 뒤에 영화가 TV에서 나왔다.
이선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청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서정우가 물었다.
“마음에 드냐?”
그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응. 진짜 최고야. 고마워.”
액션이 약한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이쪽 세계의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을 부순, 액션이 아예 없는 영화가 나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했다. 기존 영화와 완전히 다른, 참신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라서 감동을 더 크게 받았다.
다른 방송국들도 그 영화를 방영했다. 재방송도 이어졌다.
이런 영화를 찍고 싶었지만 투자를 받을 방법이 없어 못하던 감독들이 움직였다. 이미 성공한 영화가 있으니 투자자를 설득하기 쉬웠다. 이선화의 인기도 치솟았다.
이선화가 출연 제안전화를 받은 후에 실실 웃으며 자랑했다.
“영화 같이 찍자는 전화가 또 왔어. 히히. 이러다 나 스타 되는 거 아냐?”
“넌 이미 스타야.”
“에이. 그건 아니다. 제안 들어오는 건 다 조연 역할인데. 비중은 크지만.”
“그런 거 다 거절해. 좀 쉬다가 새 영화를 찍자. 이번에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 어때?”
“대본은 있고?”
“많지.”
서정우가 저쪽 세계의 톱스타 이선화의 탁자에 쌓여 있던 대본들을 떠올렸다.
‘저쪽에서 이선화 씨가 주연을 맡아서 대박 난 영화들을 이쪽 세계 상황에 맞게 각색해서 찍으면 되겠지.’
* * *
몬스터와 싸우는 세계의 각국 연구 소들은 부족한 기술력을 쥐어짜서 균열 소멸실험을 했다. 그 실험이 연달아 성공했다.
소멸장치의 크기가 너무 커서 운반 하려면 대형 트럭이 필요했지만, 된다는 게 중요했다.
한국도 균열 소멸실험에 성공했다. 처음 테스트에 사용된 소멸장치는, 그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시설에 배치 됐다.
각성자 특수부대 윤현식 중령이 서정우를 찾아와 상황을 설명했다.
“실험에 성공하자마자 소멸장치를 달라던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처음 만든 균열 소멸장치를 국회 앞마당에 옮겨놓을 뻔했다.”
“용케 공장으로 보냈네?”
“강현민 의원이 국회 책상을 때려부수면서 다들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다더라.”
“그렇게 화끈한 아저씨였나?”
“강 의원은 탱커 스킬 각성자에 실전 경험도 많잖아. 킬러의 습격에서도 몇 번이나 살아남았고. 원래 평소에는 허허 웃어도 싸울 때는 화끈하게 싸우는 사람이야.”
강현민은 이쪽에서는 유력한 차기대권 후보다.
“강 의원님 말이야. 요즘도 습격 당하나?”
윤현식이 걱정했다.
“최근에 수상한 움직임이 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조용히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
“네가 나서게?”
“앞에서는 싫고, 뒤에서.”
윤현식이 활짝 웃었다.
“이야아. 이제 강 의원님을 노리는 킬러는 다 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