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37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37화
어느 날 도시 순찰대 3개 조가 충주나루로 들어간 뒤 연속 실종되자 양주철 소장은 서주가의 유일한 이능 계승자이자 자신의 조카딸인 양미래를 팀장으로 삼아 충주나루로 파견했다.
고심 끝에.
양주철 소장은 양미래의 안전을 위해 실력자로 팀을 꾸렸다.
서주가가 보유한 정예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들조차 도시 순찰대처럼 충주나루로 들어간 뒤 소식이 끊어졌다.
이후 세 차례 더 충주나루로 사람들을 들여보냈으나 그들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이 사건이 멸망과 연관된 신비라고 생각한 양주철 소장은 진성, 환산, 백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거부당했다.
이에 양주철 소장은 몹시 분개했다.
하지만 그들만 탓할 순 없었다.
감정과 별개로 머리는 납득했으니까.
그러나 이 일은 가문의 운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일이기에 양주철 소장은 한풍가로 최근 생산한 소형 비행선을 띄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 일이 되어도 한풍가에서 연락이 없자 양주철 소장은 영종도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의왕과 충주가 맺은 동맹의 목적을 훼손하는 짓이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바로 그쯤에.
“자, 자네가 직접 오다니!”
한풍가의 직계이자, 의왕시 제일의 이능 계승자이기도 한 은성이 찾아왔다.
그의 등장에 양주철 소장은 깜짝 놀랐다.
서주가의 사람들 역시.
“저희 전력 대부분이 던전에서 활동하던 중이라 이제야 왔습니다. 바로 충주나루로 가려다 인사는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들렀습니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한풍가에 거듭 신세만 지는군.”
서주가의 마음은 이로서 지난 세월 함께했던 진성, 환산, 백두를 떠나 한풍가로 완전히 돌아서 버렸다.
“동맹이지 않습니까?”
“우리 서주가는 앞으로 한풍가와 운명을 함께하겠네.”
은성이 왔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진성, 환산, 백두의 사람들이 들으란 듯 그렇게 천명했다.
이에 세 가문의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으나 영종도마저 굴복시킨 은성이 버티고 있었기에 눈치만 살필 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은성은 다시 히포그리프에 올라 충주나루로 향했다.
특성 강화로 인해 성장하는 건 인형 병만이 아니었다.
기수와 한 쌍으로 취급되는 히포그리프 역시 전보다 더 강해졌다.
거기엔 속도도 포함된다.
서주가가 위치한 응주산에서 충주나루까지 단숨에 이동한 은성은 상공에서 충주나루를 둘러보았다.
충주나루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서주에서 보낸 특사를 통해 자세히 전해 들었다.
거기엔 충주나루를 상공에서 정찰한 내용도 있었는데.
‘그 사람의 말이 맞군.’
상공에서 본 충주나루 일대는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
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삼켰다는 걸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충주나루의 미스터리는 육지에 있을까? 아니면 충주호에 있을까? 물속에도 몬스터는 존재한다.
물고기도 아닌데도 놈들은 웬만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물속은 이능 계승자도 꺼리는 장소다.
한마디로 원인이 물속에 있다는 걸 알더라도 그들이 손쓸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반면 은성은 아니다.
인어 병이 있으니까.
은성은 나루휴게소 건물 앞 도로를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100미터, 50미터, 30미터. 여기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10미터쯤 더 내려가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충주나루 풍경 대신 눈앞에 지하 공간이 떡하니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찾아든 어둠.
전등과 손전등 대신에 사용되는 야광주를 빼들었다.
‘환상인가?’
환상이라고 하기엔 온도, 습도, 냄새 따위가 충주나루와 완전히 달랐다.
신기하지만 이런 현상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현상과 유사, 아니 흡사한 현상이 가능한 곳은 던전뿐이다.
하지만 던전 입장 전엔 입장 여부를 묻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기선 그런 게 아예 없었다.
‘주술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컸다.
지금까지 상대한 주술사 중 이런 유의 주술을 사용한 놈은 보지도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올라가자.’
히포그리프가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순식간에 50미터, 100미터를 돌파했으나 충주나루의 하늘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다시 지상에 내려와서 궁병을 소환하여 주변을 뒤지게 했다.
뭐라도 나타나면 좋을 텐데 벌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넓기는 얼마나 넓은지 발 빠른 궁병들이 한참 뛰어다녀도 다 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은성은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그의 눈에 지하 공간의 한쪽 벽면이 들어왔다.
특이하게 그곳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다른 벽도 그런가 싶어 살펴봤지만 오직 저 벽만 그랬다.
특이한 모습이니 당연히 살펴볼 수밖에.
하나 곧 걸음을 멈추었다.
“벽에서 물러서요!”
다급함 감정이 물씬한 경고의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고서 돌아서게 만들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선 은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양미래?’
양주철 소장의 조카딸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서 그를 향해 빠르게 손짓하고 있었다.
서둘러 벽에서 멀어지라는 듯.
대체 저 벽의 구멍이 무엇이기에 용감한 아가씨가 저런 얼굴이 되는지.
* * *
양미래를 따라 이동한 곳에선 전날 안면을 텄던 이들도 몇 있었다.
은성이 기억하고 있는 그들은 투지와 자신감이 넘쳤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들은 그때 그들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만들 만큼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사람이 저리 180도로 바뀔 수 있는 것인지.
“김은성 대장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당신을 보니 안심이 되는 한편 걱정스럽네요.”
충주나루에 들어온 인원은 백 명에 육박했으나 그중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5명이었다.
양미래를 포함하여.
“설마 여기 있는 분들이…… 전부인가요?”
대답하기 싫은 듯 양미래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까 그 벽의 구멍들을 두려워하시던 것 같은데 거기에 뭐가 있는 겁니까?”
“뱀 몬스터들이 살고 있어요.”
벽의 구멍은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벽면 전체를 다 살펴본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구멍 중 가장 큰 구멍이라고 해봐야 지름 60센티미터다.
물론 전투력이 덩치와 비례하진 않는다.
적어도 지금 세상에선 그것은 무의미한 비교다.
하물며 여기 있는 자들은 서주가의 정예 이능 계승자들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들이 싸울 의욕마저 상실한 상태다.
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강한 놈인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습니다. 웨이브도 생각하셔야죠.”
은성의 입에서 웨이브라는 단어가 나오자 의욕을 상실한 듯 보이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반응을 보였다.
“김은성 대장님은 이곳이 던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형태와 모양이 다른 던전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아니면 우리가 있는 이 장소는 말이 안 되니까. 그보다 뱀 몬스터를 꺼려 하시면서 왜 더 멀리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 벽과 일정거리 이상을 벗어나면 그곳이 어디든 다시 그 벽 앞에 서게 되요.”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겪은 사람의 말이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놈들이 그리 강합니까?”
“죽일 순 있어요. 하지만 죽이면 죽일수록 놈들의 숫자는 오히려 더 불어나더군요. 거기다 일정 이상 죽이면…… 하아, 각 개체들이 하나가 돼요. 그때의 놈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더군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능력의 몬스터가 아닌가.
‘혹시…… 군주급 몬스터인가?’
대장군급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진작 잡았을 것이다.
시야를 제안하는 어둠이 방해 요소이긴 하지만 못 잡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못 잡았다? 그건 대장군급을 넘어선 몬스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멸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군주급 몬스터가 등장하다니, 이래선 10년은커녕 그 10분의 1인 1년도 생존할 수 있을는지.
“김은성 대장님?”
“예.”
“싸우실 생각인가요?”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네요.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까? 양미래 팀장님?”
“……당연한 질문을 했군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하나 여기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쥐보다 못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임종을 눈앞에 둔 노인 같았다.
‘어떤 놈인지 궁금하게 만드네.’
이런 곳엔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기에 은성은 자리에서 곧장 일어섰다.
은성이 뱀 몬스터 소굴로 가려 하자 양미래를 제외한 생존자들이 그를 막아 세웠다.
인생을 포기한 게 아니었던가?
은성의 생각은 틀렸다.
“아, 안 됩니다. 놈을 건드리면 우리도 죽은 목숨입니다.”
“그렇습니다.”
미련이 많은 겁쟁이들이었다.
저런 자들에게 이능이 주어졌다는 게 아까울 지경이다.
은성은 치미는 화를 누르며 차갑게 소리쳤다.
“상대를 봐가며 싸울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놈을 처치하지 못하면 어차피 내일은 없습니다. 정말, 그걸 모르고 절 막는 겁니까?”
최근 기사들의 투기를 자주 접해서인지 투기에 대한 실마리를 손에 쥔 은성이다.
은성은 그 투기를 의도적으로 발산했다.
고작해야 퍼트리는 수준이라 이것을 투기라고 해야 할지 애매했다.
그런데 고작 그 수준의 투기에도 사람들은 물러서고 있었다.
‘한상우 대장님이 말한 그 마음공부라는 건…… 혹시 의지를 말하는 건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입버릇 같은 말인 그 단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은성에겐 성장을 위한 소중한 깨달음의 열쇠가 되었다.
그 열쇠는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그를 깨달음의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시각, 은성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인형 기사와 마법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은성을 사람들로부터 보호했다.
아니, 세상으로부터.
이에 양미래 팀장은 오해를 투지를 상실한 서주가의 생존자들은 겁에 질렸다.
다행히 그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었다.
기사와 마법사는 제 주인 곁에 서 있을 뿐 석상처럼 그 자리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은성이 짓는 야릇한(?) 표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 * *
한 줄기 깨달음에 의식이 실린 은성은 한상우 대장과 마주하고 서 있었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한상우 대장이 왜 여기 있는지 따위의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
은성은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속이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고. 끌려들지 말고. 얕보지 않는다.
한상우가 가르침을 내릴 때면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이를 말하던 한상우 역시 이 가르침의 의미를 풀어서 말한 적이 없었다.
딱히 어려운 말도 아니기에 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깨달음의 방에 들어온 순간 그 말들이 찬란하게 빛나며 글자 하나하나가 은성을 관통했다.
전율!
그래, 그것은 전율이었다.
은성이 느낀 그 전율이 가시기 전 한상우가 춤을 추었다.
익숙한 동작이다.
그런데 달리 보였다.
분명 아는 것인데 처음 보는 것 같은 생소함이란.
지검대적세, 진전격적세, 금계독립세, 후일격세, 맹호은림세, 안자세…… 마지막으로 시우상전세까지.
총 22법이 은성의 의식 안에서 한상우의 모습을 한 이가 아주 느리게 이를 펼쳐 보였다.
그리고 그 검무를 추는 한상우가 은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었다.
이젠 한상우가 아닌 은성이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하나 은성의 검무는 갑작스럽게 울린 굉음에 의해 먼지 흩어지듯 흩어졌다.
지금은 딱 거기까지라는 듯 야멸차게 쫓겨났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나아가면 안착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경지를 바로 지척에 두고서 그렇게 은성은 그곳에서 쫓겨났다.
그래서 그가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느낀 감정은 통한이었다.
부르르.
그의 그런 억울한 마음이 안타까웠을까?
시스템이 반응했다.
그것도 열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