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8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208화
마수 사냥에 인형 병을 투입한 은성은 밖에서 기다렸다.
구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유독 청명한 하늘, 그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던 은성의 시선이 못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시선 끝에 닿은 하늘엔 작은 점이 있었다.
그 점은 빠른 속도로 커졌다.
점의 정체는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몬스터 놀, 바로 놀 군주였다.
놀 군주 역시 은성을 발견한 듯 하강했다.
그사이 인형 병들과 마수가 조우했다.
‘처리해.’
마수와의 전투를 승인한 은성은 착지한 놀 군주를 향해 한발 앞으로 걸었다.
“크르르르.”
놀 군주는 상대가 지금껏 만난 인간과는 격이 완전히 다른 존재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본능의 경종은 곧 사라지고 그 자리는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
이러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정작 놀 군주도 알지 못하였다.
본능과 본능 저 너머의 감정이 부딪쳐 결국 적개심이 승리한 놀 군주는 지체하지 않고 은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은성은 인형 병을 소환하지 않고 직접 나섰다.
‘오랜만이군.’
상대는 군주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자연재해로 여겨지는 최강의 몬스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은성의 표정 그 어디에도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캉캉캉캉-!
놀 군주는 철퇴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육중한 무기였지만 놀 군주는 이를 나무젓가락 휘두르듯 가볍게 휘둘렀다.
놀 군주는 주로 은성의 머리를 노렸다.
위에서 아래로, 위에서 사선으로 떨어지는 공격이라 당연히 철퇴에 실린 힘은 무겁다.
그 무거운 공격을 은성은 물러서지 않고 모조리 쳐냈다.
칼과 둔기가 부딪치면 당연히 칼날이 상해야 한다.
그러나 전사도의 날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6강의 힘이었다.
몇 번의 접전 뒤 놀 군주는 자신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자 공격방법을 바꾸었다.
긴 꼬리를 이용하여 은성의 하체를 공격했다.
변칙적인 공격에도 은성은 바로 알아차리고 물러섰다.
놀 군주의 꼬리는 그가 떠난 허공만 휘감았다.
회심의 공격이 실패하자 놀 군주는 화가 났는지 신경질을 부렸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은성은 이번엔 입장을 바꿔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
서걱.
전사도는 철퇴를 스쳐 놀 군주의 옆구리를 벴다.
깊게 베진 못했다.
손가락 한마디 깊이로 한 뼘 정도의 자상을 입혔다.
‘질기군.’
어디 가죽만 질기랴, 근육은 그보다 더 질기다.
아니, 질기고 단단하다.
놀 군주는 자신의 몸에 상처가 늘어나자 더욱더 흥분했다.
철퇴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무형의 살기는 밧줄처럼 은성을 옭아맸다.
군주마다 가진 능력은 제각각이다.
어떤 놈은 주술, 어떤 놈은 마법, 또 어떤 놈은 이능 계승자처럼 이능을 사용한다.
그래서 군주 몬스터를 상대할 땐 상대가 어떤 신비를 갖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덤빈다면 제아무리 잘 짜인 파티도 전멸을 피할 수 없다.
눈앞의 놀 군주는 신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전사였다.
군주 파티가 선호하는 부류다.
그렇다고 전사 계열의 군주가 약한 건 아니다.
여기 이놈도.
그럼에도 놈이 약해 보이는 건 은성이 놈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었다.
놀 군주의 허리에서 시작한 자상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놀 군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 달아나야 한다!’
본능도 무시해 버리는 모종의 지령, 그 지령도 이 순간은 본능 앞에 무릎 꿇었다.
놀 군주는 곧장 날아올랐다.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날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을 잡을 수 없다.
놀 군주는 안도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이내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푸확-!
* * *
단거리 공간 이동과 오러를 동시에 사용하여 놀 군주를 일도양단해 버린 은성은 승자의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전리품 수거다.
그간 인형 병들에게 맡겼지만 이번엔 직접 했다.
마수의 공간에선 아직도 인형 병과 마수가 싸우고 있었다.
‘이번엔 좀 센 놈인가 보네.’
좀 셀 뿐 인형 병들이 질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아이템으로 단검이 나왔다.
+2의 단검이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타쯤 된다.
이건 또 누구에게 줄까?
그 고민은 이내 사라졌다.
한풍 1군은 이제 예전의 한풍 1군이 아니다.
소속 부대원만 해도 지금은 800명에 육박한다.
그런 이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맞는 무기를 주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패터슨 보급관님에게 주면 알아서 하겠지.’
전에 없던 보직인 보급관에게 주면 그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은성의 아버지의 오랜 지인이자 미국 멤피스 대피소의 소장이었던 패터슨이 할 일을 찾기에 보급관을 맡긴 이후 물자로 인한 문제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단검을 진 인벤토리에 입고하자 마수도 죽었다.
이질적인 공간이 사라지고 그곳에 동산만 한 크기의 마수가 누워 있었다.
그 주변엔 인형 병들이 서 있었다.
전투가 격렬했는지 기사들 몸에는 약간의 손상이 보였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조금 깊은 생채기쯤?
‘마수는 왜 현실로 나오지 않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백두산 천지에 웅크린 마수에 대한 걱정도 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머리 위에 그런 놈을 살게 할 순 없다.
‘승급만 해봐라, 바로 잡아 주마.’
* * *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물자도 사람도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땅.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풍가에선 군포시에도 마을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빠르게 이뤄졌다.
기존의 건물이 공사 속도를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건물이나 터를 이용한 건 아니다.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 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던전 자원을 조합하여 발견한 시멘트가 큰 역할을 하였다.
삶의 터전이 의왕시를 벗어나 군포시까지 확대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비 구역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증가한 만큼 치안과 방어업무에 투입할 인원도 늘어났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히포그리프 기수의 정찰 범위가 좀 더 늘어났지만 그 또한 문제 되지 않았다.
“일찍 왔네. 오늘도 수고 많았다.”
“큰형도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닌 어디 가셨어요?”
딱 두 분의 기척만 느껴지지 않아 은성이 물었다.
“시내에 가셨어.”
“시내요? 아침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 없었는데.”
“고급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는데 거기서 부모님을 초대했어.”
고급이란 수식어가 붙긴 했어도 그래 봐야 식당이다.
일개 식당에서 초대장을 보냈다고 부모님이 바로 승낙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인인가요?”
“어머니 쪽.”
“자자, 들어가서 밥 먹자.”
은성의 기척을 들은 카오루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그리곤 공손한 자세로 인사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은성님.”
“카오루 씨도 수고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환자가 많이 없었나 봐요.”
“오늘은 한가했어요. 배 많이 고프시죠.”
“어서 오세요. 도련님.”
“요즘 퇴근이 빠르네.”
부모님 없는 식사를 했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었기에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승급은 아직이야?”
누나 미성의 질문에 은성은 대답 대신 고개만 내저었다.
미성의 눈이 커졌다.
“EX가 경험치 먹는 하마네, 하마야.”
“언젠가는 되겠지.”
“너 이러다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는 거 아니야?”
아프리카의 경우 제대로 된 대피소가 없다.
남아공인가? 그곳에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주자들에게 나온 정보다.
은성이 대답하기 전 기성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주자는 더 이상 받지 않을 거야. 이런 말을 해야 하는 나도 기분이 좋진 않아. 하지만 동정심만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건 좌초를 초래할 수 있어.”
일선에서 상황을 조율하는 이가 바로 기성이다.
그래서 저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이주자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사소한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특히, 종교적인 갈등이 심한 편이야.”
큰형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정말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세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종교야. 이런 문제는 잘못 접근하면 오히려 일만 커질 수 있어.”
한마디로 답이 없다는 말이었다.
* * *
힌두교도들과 불교도들 간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일의 발단은 신전을 짓기로 한 터를 서로가 차지하겠다고 다툰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엔 기성이 직접 나서 문제를 봉합했다.
하나 그렇게 넘어갔던 일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곳,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힌두교인 아이와 불교인 아이의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한 것이다.
말다툼은 주먹다짐이 되었다.
의견이 맞지 않아 벌어진 아이들 싸움이다.
사소한 일이다.
그런데 사소한 그 싸움이 커지고 커져 결국 유혈사태로 확대됐다.
그 싸움에 참여한 건 비단 일반인만이 아니었다.
이능 계승자와 각성자들도 가담했다.
한풍 경비단의 힘만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없어 결국 한풍 1, 2군까지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힌두교인 이능 계승자가 진압부대를 공격해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카오루가 제때 출동한 덕분이었다.
한편, 인도에서 사냥을 하던 은성은 인형 병을 통해 군포시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공간 이동했다.
그렇게 현장에 도착하여 상황을 보고받은 은성은 대로하여 진압부대를 공격한 이능 계승자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참수했다.
직접.
“내 땅에서 감히 이딴 짓을 하다니! 여기 있는 모두를 이 땅에서 추방하겠다!”
순간적인 감정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은성은 실제로 이를 실행했다.
추방된 자들은 1,600명에 달하였다.
남녀노소를 합한 숫자였다.
추방이 결정된 자들 모두 뒤늦게 후회하고 읍소했지만 은성의 마음은 끝내 돌아서지 않았다.
그렇게 싸움에 가담했던 자들이 추방되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활하던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인들이라고 이 상황이 편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충격의 강도로 따지면 외국인보단 내국인들이 더 컸다.
지금껏 알던 은성의 모습이 아니기에.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얌전해졌다.
한편 기성은 지금이야말로 어수선한 기강을 바로 세울 때라는 걸 직감하고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지금껏 손대지 못했던 민감한 사안을 속속 처리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방식이었지만 누구도 이에 반발하지 않았다.
피 묻은 은성의 칼이 여전히 그들의 뇌리에 생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매질만 할 수 없다.
당근도 필요하다.
그 역할은 카오루가 맡았다.
치유의 성녀로 불리는 그녀에게 가장 적합한 임무였다.
이후 종교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 해묵은 민족감정 역시 사라졌다.
하지만 이걸로 영원히 갈등이 해소될 거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일을 주도한 기성도 그중 한 명이다.
그런 와중에도 참수와 추방 사건 이후 은성을 향한 사람들의 경외심은 더욱더 커졌다.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허리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의 가족들에도.
그것은 마치 중세의 왕과 왕족을 대하는 백성의 모습을 연상시켰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일명 은성교의 머리 좋은 교도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그를 신앙의 대상으로, 모든 민족을 아우르는 위대한 왕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그러자면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자신들의 신은, 자신들의 왕은 숭배와 권력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분이시기에.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이들이 최우선적으로 접근한 부류는 외국인 이주자들이었다.
이번 일로 가장 큰 충격, 그리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적합한 대상이었다.
그들의 작전은 그들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 그분을 왕으로 옹립하여 우리가 그분의 백성이 된다면, 우리도 한국인들처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게 되는 거야!’
‘다 같은 백성이 되면 한국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거야!’
‘보호받을 권리, 그분을 왕으로 옹립하면 얻을 수 있어!’
이러한 공감대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차피 10년, 아니 8년만 버티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