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99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99화
송태하가 변한 안개는 작은 물방울 덩어리로 이루어졌다.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그 작은 덩어리 하나하나가 강력한 맹독을 갖고 주변으로 비산하며 모든 걸 녹여댔다.
그러나 안개가 원하는 대상은 그것이 아니었기에 안개로 변신한 송태하의 질주는 더욱더 난폭해졌다.
촤촤촤-!
작은 물방울 덩어리에서 이젠 눈으로 볼 수 있는 덩어리가 뭉쳐지며 은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독의 농도와 속도가 더할 나위 없이 빨랐다.
일반인은 보고도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그건 일반인들 이야기다.
이번에도 은성은 송태하의 공격을 피하였다.
그가 등지고 있던 분수의 천사상의 절반이 녹아 버렸다.
기괴한 모양으로 변한 천사상을 등진 은성의 신속한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자 안개 속에서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더 기승을 부렸다.
‘정순철 부대장처럼 유지 시간이 있을 거야. 그 시간까지 버티면 돼.’
상식과 법칙을 파괴하는 것이 이능이라곤 하지만 송태하의 수준은 그 정도를 벗어난 능력이었다.
짐승이나 몬스터로 변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안개라니.
특이한 만큼 무시무시한 능력이다.
강력한 공격만큼이나 약점도 없어 보인다.
오러를 사용하면 벨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접근해야 한다.
만약 오러로 저 흉측한 안개를 벨 수 없다면 바위도 녹여 버리는 저 강력한 독을 몸으로 받아야 한다.
전투복이 도검쯤은 우습게 막아 준다지만 과연 저 독도 그처럼 막아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은성은 모험을 배제했다.
A등급 변신 이능의 유지 시간은 20분, 앞으로 10분만 더 버티면 놈의 이능이 풀릴 것이다.
웬만해선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인 은성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났다.
‘다리 하나는 가져가마.’
반드시!
묵직하게 가라앉은 그 눈 속엔 이와 같은 단호함이 웅크리고 있었다.
기이이이이잌!
송태하 역시 은성의 노림수를 파악한 것인지 이번엔 몸집을 키워 나갔다.
인간 두 배 부피의 안개 덩어리는 거기서 다시 커져 이젠 2층 건물을 집어삼킬 수 있는 수준으로 커져 있었다.
다행히 부피가 커지면서 밀도가 낮아진 덕분인지 독성은 현저히 약해진 상태였다.
그래도 맨몸으로 맞기엔 위험하다.
은성이 대책을 강구하던 그때, 송태하가 구름처럼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부피는 줄고 대신 그만큼 더 넓게 주변을 덮어갔다.
‘이거 날 덮어싸려고 하는 건가?’
은성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공원이라곤 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
이 옆엔 통행량이 많은 시내가 있다.
이 소란으로 사람들이 다 달아났지만 그건 도로에 있는 사람들일 뿐 건물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창문을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저기 있는 건지.
작은 공원은 어느새 놈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도로로 피해야 한다.
과연 놈이 공격을 멈출까?
그럴 놈으로 보이지 않았다.
‘생각이 있는 놈이면 애당초 이런 짓은 벌이지 않았겠지.’
피하자니 인명 피해가 불 보듯 뻔하고, 가만있자니 버틸 수 있는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이능을 써 버릴까?
단거리이긴 해도 이 이능을 사용한다면 놈은 자신을 단숨에 놓쳐 버릴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놈이 저처럼 길길이 날뛸까?
날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재산과 목숨보단 자신의 감정이 우선인 미친놈이다.
공원 상공을 뒤덮은 안개에서 비처럼 물방울이 떨어진다. 당연히 떨어진 자국마다 깊이 땅이 파였다.
벗어나려면 지금 해야 한다.
‘시간을 벌어줬는데도 건물에 남는 걸 선택했으니 그건 저들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나 은성은 차마 그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공원 입구 건물에서 한 무리의 노란 병아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으로 들어오기 전 보았던 유치원생들이었다.
멀리 도망갈 것이지 왜 저기 숨어 있는지.
‘마법사! 마법사면 어쩜!’
인형 기사들의 활약이 독보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병과가 마법사였다.
A등급에서 획득할 수 있는 병과임을 생각하면 그리 약한 병과는 아닌데.
위급한 상황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이 기회를 놓치면 이능이라도 사용해서 몸을 빼내야 한다.
‘소환.’
은성의 양옆으로 인형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가 바로 소환사인 그와 저 인형 병들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병과인 저들은 그게 더 잘 통했다.
두 인형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자신의 군주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자신의 군주를 적대하는 적을 어떻게 분쇄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바로 행동했다.
‘불의 장막!’
치지지지직-!
불의 장막에 닿은 독액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매캐한 연기를 피웠다.
인형 마법사들은 수동적인 방어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불의 장막을 펼쳐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자 확인을 끝낸 다른 인형 마법사가 공원 상공을 향해 지팡이를 겨냥하더니 허공에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 소용돌이를 중심으로 넓게 퍼진 안개가 맥없이 빨려들었다.
진공청소기 앞에 먼지처럼.
소용돌이 중심에 놈이 갇혔다.
안개는 이곳을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지만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하여 빙빙 돌고 있었다.
불의 장막을 펼쳤던 인형 마법사가 마법을 거두었다.
그리곤 파이어볼을 만들었다.
평소에 사용하던 파이어볼보다 두 배는 더 컸다.
소용돌이에 갇힌 송태하도 위기를 느꼈는지 거칠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여기서 은성은 고민했다.
백호국 국장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송태하를 죽였을 경우 한풍가에 미칠 영향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군주의 마음이 정해지자 인형 마법사는 준비한 거대 파이어볼을 소용돌이 중심을 향해 날렸다.
그러나 그 파이어볼은 그곳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폭발했다.
날아든 길쭉한 창에 맞아.
쾅-!
은성은 재빨리 돌아섰다.
말총머리 여자가 무료한 표정을 하고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명의 남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삼족오 문양을 가슴팍에 새긴 사람들이었다.
* * *
한바탕 난리가 난 공원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카페 은성은 이곳에 앉아 있었다.
경찰서, 아니 경찰국이 아니라.
현재 사건 현장은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대거 나와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 중에 있었다.
고즈넉한 이곳과 달리 그곳은 북새통이었다.
200미터가 그리 짧은 거리도 아닌데 그곳에서의 소음이 여기까지 들릴 정도면.
“문 좀 닫지.”
“예, 국장님.”
카페 손님은 물론 주인까지 당당히 쫓아내고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던 남자는 그녀의 한마디에 미안한 표정으로 황급히 문을 닫았다.
“삼족오를 맡고 있는 오희연이라고 합니다.”
“한풍가의 김은성입니다.”
대통령도 사전에 약속을 잡아야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은성의 눈앞에 앉아 있는 여자였다.
그러한 대단한 여자였지만 자신의 대단함을 과시하거나 내세우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대신 차분하고 또 차분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였다.
왜 차분을 강조했을까?
그 이유는 그녀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보통 차분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곱절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여자에게선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무겁게 만들었다.
“태하가 궁지에 몰린 모습은 이번이 세 번째였어요.”
“그래서 절 여기 데려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희연 국장님.”
“음, 보통 이런 말을 하면 호기심을 드러내던데 은성 씨는 특이한 사람이군요. 아님, 이 자리가 불쾌해서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내게 원하는 게 뭡니까?”
겸손하고 진중한 사람이 은성이었다.
하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에게선 그러한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개미지옥을 클리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사실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박 총리 영감이 장태호 국장을 꼬드겨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죠.”
수작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의도적인가? 아니면, 떠보기 위해서일까?
은성은 상체를 뒤로 움직였다.
의자 등받이의 느낌이 조금 강한 정도에서 허리를 쭉 펴준 다음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내려놓았다.
일련의 동작은 매우 느렸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탁.
“우린 영종도의 권력 다툼엔 관심이 없습니다. 한풍가는 한풍가의 힘으로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우리의 삶은 우리가 지켜나갈 겁니다. 거기에 영종도가 개입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한풍가의 뜻입니다.”
여기서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것 같았다.
박명수 총리든 혹은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건 저들의 다툼에 끼어들어 봐야 좋은 꼴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닌 가문 전체의 뜻으로 밀어붙였다.
송태하 같은 미친놈이 살심을 품고 한풍가를 찾아온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자신이 대피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적도 아군도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김은성 씨가 박명수 총리 편에 붙으면 이쪽이 조금 곤란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이라니 다행이네요.”
‘조만간 이곳에 피바람이 불겠군.’
그래도 오희연 국장의 태도를 보니 피바람이 한풍에까지 미칠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싸울 상대는 지천에 있죠. 그리고 그 수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늘어나겠죠.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인간을 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적대하는 인간을 방관하진 않을 겁니다.”
“태하 때문에 많이 화나셨나 보군요. 그 아이는 제가 잘 타이를 테니 이번 일은 묻어두었으면 합니다. 그래 주실 수 있나요?”
“그러죠. 대신 이거 하나는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다음은 없다는 거.”
“아니 이자가! 지금 협박하는 것이냐!”
은성의 말을 옆에서 듣던 국장의 부하들이 반발하였다.
오희연 국장은 이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만 마셨다.
단지 그것뿐인데 화를 내던 국장의 부하들이 겁먹은 강아지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은성 씨.”
“예.”
“경고는 힘이 있는 사람이 하는 거랍니다. 물론, 태하를 제압한 건 칭찬해요. 하지만 태하가 삼족오의 간판이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합니다. 우리 태하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그건 저도 어쩔 수 없네요. 진실은 송곳 같은 거니까. 그래서 나도 은성 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서 돌려드릴게요. 개미지옥을 클리어하세요. 그것으로 당신에게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겠습니다. 다음엔 차가 아니라 식사를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삼족오의 수장 오희연과의 짧고 굵은 만남이 끝났다.
그녀가 부하들을 데리고 모두 빠져나가자 은성은 그제야 참았던 한숨을 쏟아냈다.
‘저 여자…… 대통령 측 사람이 맞는 건가?’
오희연 국장의 속을 들여다볼 순 없었지만 경고를 날리던 순간 찰나에 변한 그 눈빛은 결코 누구 밑에 있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종도의 다툼은 이파전이 아닌 삼파전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음 웨이브를 준비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여긴 글러먹었다.
* * *
송태하가 그 난리를 피운 뒤 이틀이 지났다.
은성은 큰형의 밀사로 여기에 온 장우현 교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뒤 그의 임무를 중지시켰다.
영종도의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여 여기에 끼어들었다간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장우현 교수 역시 은성의 이야기를 듣고 찬성했기에 지난 이틀은 관사 안에서만 생활했다.
개인적인 만남은 일절 거절하고.
그렇게 삼 일째 되는 날, 드디어 영종도에서 개미지옥이란 악명으로 불리는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네가 왜?”
“형,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땐, 제가 죄송했어요. 사춘기가 이제 왔나 봐요. 중2때도 그냥 지나쳤는데.”
“송태하 씨.”
하필 왜 저 녀석인지.
“그냥 태하라고 부르세요. 참, 저 많이 반성했으니까 야단치진 마세요. 아픈 놈 또 때리는 건 잔인하잖아요. 더욱이 전 미성년자고. 하하.”
“진지하게 경고하겠습니다. 던전에서 내 눈에 띄지 마세요.”
좋게좋게 지낼 사이는 이미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은성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독심술이란 얄궂은 능력이 있으니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분명 알아들었으리라.
우거지상이 된 송태하의 얼굴을 확인한 은성은 몸을 돌려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홀로 남은 송태하의 얼굴은 흡사 악귀처럼 변하였다.
‘오냐. 누가 뒤지나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