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0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00화
던전에 입장한 은성은 히포그리프 기수를 소환하여 바로 날아올랐다.
생각과 행동이 제멋대로인 폭탄과는 잠시도 동행하고 싶지 않았기에.
펄럭펄럭.
송태하에 대한 생각은 한쪽으로 치운 은성은 던전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의아하게도 이 던전은 섬 지형이 아니었다.
들판과 숲이 어우러진 평범한 형태의 던전이었다.
‘이런 곳에서 발이 묶였다고?’
개미지옥이라는 이명이 붙어서 뭔가 대단히 위험한 곳일 거라 추측했던 은성은 실망과 동시의 강한 의문을 느꼈다.
정예 전사 좀비가 만만한 녀석은 아니지만 영종도의 정예쯤 되면 충분히 소탕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해 이곳에 들어온 숫자는 수백 명이다.
이 숫자는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 숫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은 수이다.
그런데도 다들 여기서 발이 묶였다고?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은성은 남은 3기의 히포그리프 기수도 소환하여 세 방면으로 정찰을 내보냈다.
은성이 탑승한 히포그리프는 남은 방면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20분가량 이동했다.
이쯤 살펴보면 몬스터가 보여야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기수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연락만 보낼 뿐이었다.
이에 의구심을 품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군주님, 인간 마을을 발견했습니다.’
* * *
천막과 텐트 그리고 조악한 모양의 통나무집들을 빙 둘러싼 목책의 감시탑에서 주변을 살피던 남녀의 눈이 돌연 동그랗게 변하였다.
남녀가 향하는 곳은 지상이 아닌 상공이었다.
“저건 뭐지?”
“샌가?”
“저렇게 큰 새가 어디 있어?”
“여긴 던전이잖아.”
남자는 여자의 말에 일순 말문이 막혔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으니까.
마을을 접근하는 상공의 물체를 발견한 건 비단 감시탑의 남녀만이 아니었다.
교대가 이뤄지고 있는 다른 감시탑 쪽에서도 이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곳에서 경종이 울렸다.
땡땡땡.
그 소리에 사람들은 재빨리 무장을 갖추며 모여들었다.
비슷비슷한 복장의 남녀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몬스터라도 나타난 거야?”
“보스 말고 몬스터가 있었나?”
“모르지. 이봐! 뭔……?”
“저거 뭐야? 웬 새지?”
“네 눈엔 저게 새로 보이냐?”
마을 사람들 모두 영종도 출신의 이능 계승자였다.
삼족오, 백호, 청룡, 현무, 주작국에서 파견한 자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상태는 영종도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멀쩡했다.
“대기! 대기!”
누군가 활을 들자 이를 본 사람이 황급히 소리쳤다.
“왜?”
“사람이 타고 있어!”
시야와 관련된 이능을 가진 이십 대 중반의 남자가 소리치자 원거리 무기를 꺼내든 자들이 당긴 시위를 느슨하게 풀었다.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예의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진짜 사람이네.”
“두 명이야.”
“영종도에 저런 이능을 가진 사람도 있었나?”
마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새, 아니 히포그리프는 은성의 명령으로 천천히 착지했다.
그 주변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히포그리프에서 내린 은성은 기수를 귀환시켰다.
히포그리프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진 히포그리프와 기수로 인해 깜짝 놀랐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들을 쭉 둘러본 은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말을 붙였다.
현무국 문장을 가슴팍에 새긴 이십 대 초중반의 남자였다.
“현무국 소속입니까?”
“그 복장은 처음 보는 데 당신은 어디 소속입니까?”
은성의 등장이 워낙 예사롭지 않다보니 남자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은성이 자신의 소속을 정확하게 알아맞혔기에 경계심은 처음보단 확연히 감소했다.
은성을 빙 둘러싼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은성은 삼족오 오희연 국장의 부탁으로 던전에 들어왔음을 밝혔다.
그의 입에서 삼족오, 그것도 그 수장 이름이 나오자 사람들의 표정이 변하였다.
명백한 거부감이었다.
“우리가 누구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삼족오 쪽 사람이라니. 우리 국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
사람들의 입에서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반응은 은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현무와 주작국 사람들만이 아니라 삼족오와 같은 진영인 청룡과 백호국 사람들도 좋은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선 삼족오 사람들이 따를 당하고 있는 건가?’
은성은 삼족오 소속 사람들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듣기로 처음에 청룡과 백호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이 던전으로 들여보냈다 했다.
이후 현무국와 주작국까지 연합하여 파병했다.
앞서 1차, 2차 파병보다 훨씬 많은 수의 병력이었다.
그럼에도 공략되지 않자 마지막으로 소수의 삼족오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왔다.
여기까지 밖에서 들은 내용이었다.
“전 영종도 소속이 아닙니다.”
“영종도 소속이 아니라고?”
“한풍 대피소 소속 이능 계승잡니다. 영종도의 의뢰로 여기 왔습니다.”
삼족오를 향한 사람들의 반감을 본 이상 굳이 이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던전에 들어온 자세한 내막을 말하는 것도 구차하였기에 이것으로 갈음했다.
“외부에 의뢰라니…… 잠깐, 방금 한풍 대피소라고 했습니까?”
“표정을 보니 눈치챈 것 같군요. 맞습니다. 한풍 그룹이 세운 대피솝니다.”
아예 외부인이라고 밝히자 처음보단 시선이 고와졌다.
대체 4국 사람들과 삼족오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기류가 형성된 건지.
“바, 밖은 어떻소?”
“당신은 선발대요?”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질문이 밀물 들어오듯 들어왔다.
일일이 대답할 필요도 없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여기 책임자는 누굽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네 명에게 꽂혔다.
그중 한 명은 은성과 대화를 나누던 남자였다.
은성은 네 사람과 따로 자리를 가졌다.
* * *
영종도에서 이름 붙인 이곳 던전의 이름은 개미지옥이다.
한데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곳의 이름을 터미널이라 지었다.
그들이 이 던전의 이름을 터미널이라 지은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다른 던전으로 이동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은성과 정면으로 보고 있는 남자는 백호국 1공략 팀장 김철호.
은성은 그와 주로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세 사람은 필요할 때마다 한마디씩 하거나 혹은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만 간간이 질문했다.
참고로 다른 세 명은 청룡국 1공략 팀 팀장 오일도, 주작국 3공략 팀 팀장 김범석, 현무국 4공략 팀 팀장 박동석이다.
“삼족오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건 그들이 터미널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김철호 팀장의 말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 표정은 할 말이 더 있어 보였다.
좋은 의미가 아닌 할 말 같았다.
“밖에선 이곳을 개미지옥이라 부릅니다. 들어가는 족족 나오질 않아서 붙인 이름이죠.”
“밖에선 그런 이름을 붙일 만도 하죠. 입장이 바뀌었어도 그랬을 겁니다. 아무튼 터미널 때문에 다들 이러고 있는 겁니다.”
삼족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까지 보스를 사냥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그랬으면 4국 사람들에게도 터미널을 이용할 자격을 줘야 하는데 오직 자신들만 독식 중이다.
이러니 삼족오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가만, 2회 차 던전 숫자가 적은 게 설마 여기서 다 해먹고 있어서였나?’
그래도 너무 적은데.
아님 다른 곳에 이와 같은 던전이 또 있는 건가?
“그 터미널은 어디 있습니까?”
“삼족오 애들이 지키고 있어서 근처도 못 갑니다. 그보다 정말 혼자 오셨소?”
송태하의 속을 긁어주긴 했지만 놈이 안 따라 들어왔다는 보장은 없었다.
“송태하와 둘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그 녀석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저 먼저 들어왔습니다.”
“송태하? 방금 송태하라고 했습니까? 5공략 팀의 그 송태하 팀장 맞습니까? 십 대 후반의?”
“예.”
은성의 대답에 김철호를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은 흡사 벌레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은성은 저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나가긴 더 글렀네.”
“그것도 그렇지만 그 미친…… 흠, 그자가 들어왔으니 전보다 더 곤란해지겠어요.”
“삼족오의 두 돌아이가 하필 여기 다 모이다니. 우리는 어쩌라고.”
“쉿. 범석 형 외부인도 있는데 입조심해요.”
이들 네 명은 진영이 다르다.
하지만 공동의 적(?)이 있다 보니 진영은 달라도 지금까진 뜻을 함께했다.
그렇다고 속내까지 나눌 정도는 아니었기에 박동석은 같은 진영인 김범석 팀장에게 재빨리 경고했다.
다시 말해 은성을 겨냥하고 한 말이 아닌 것이다.
김철호와 오일도 역시 박동석의 말의 진의를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했다.
적어도 이 던전에선 한배를 탄 동지여야 하니까.
“오희연 국장이 승인할 정도면 은성 씨의 실력도 보통이 아니겠네요.”
삼족오를 견제할 제3의 인물.
김철호는 그 인물로 은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은성이 외부인이라곤 하지만 그를 이 안에 들여보낸 사람이 오희연 국장이기 때문이다.
삼족오의 두 돌아이도 오희연 국장 앞에선 정상인이 된다는 말이 있으니, 그런 사람의 의지가 반영된 장본인을 대항마로 내세우는 건 그들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이었다.
사실 그 때문에 김철호는 은성에게 친절한 면모를 보였다.
은성은 이를 눈치챘지만 그들의 바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삼족오는 송태하 때문이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하물며 여기에 송태하 못지않은 돌아이가 있다니 더더욱 안 될 말이다.
“터미널이란 거, 저도 볼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배후(?)를 알았으니 어찌 이를 좌시할까.
손에 피가 묻더라도 끝장을 봐야 한다.
“물론이죠.”
사람들은 은성이 오희연 국장을 등에 업은 것으로 지레짐작해 버렸다.
때문에 필요하면 자신들의 힘까지 보탤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 * *
“팀장님, 4국 팀장 새끼들이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터미널을 통해 막 던전을 끝내고 돌아온 고국광 팀장은 경비 임무를 맡은 부하 직원의 말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여긴 얼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감히 내 경고를 무시하다니, 이것들이 돌아도 단단히 돌았네.”
“팀장님, 진정하십시오. 그들이 떨거지들이긴 해도 머릿수는 그쪽이 우리보다 훨씬 많습니다. 만약 놈들이 미친 척하고 공격하면 우리도 곤란합니다.”
“공격? 저놈들이 우릴 공격한다고? 그랬다간 병풍 뒤에서 향냄새 배 터지도록 맡게 해주면 되지 뭐가 걱정이지?”
“그래도 한 식구잖습니까?”
“거지 같은 새끼들이 사람 기분 잡치게 만드네. 야.”
“예.”
“놈들이 또다시 찾아오면 그땐 류규백이 너부터 내 손에 아작 날 거야. 그러니 단도리 잘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마지막 기회다. 잘 좀 해라. 잘 좀. 난 들어가서 쉴 테니까 내가 나올 때까지 방해하지 말고.”
고국광은 곱상하게 생긴 여자 팀원 둘을 양옆에 끼곤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버렸다.
쾅!
고국광의 처소에서 돌아선 류규백 부팀장은 못마땅한 마음을 평소처럼 추스른 뒤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생소한 인물을 보게 되었다.
‘누구지?’
여기 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팀장급과 동행할 정도의 인물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엔 저와 같은 외모의 남자는 없었다.
하물며 가슴팍엔 문장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의아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다신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팀장님 성격 모르십니까? 피차 곤란하게 이러지 맙시다.”
“류 부팀장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소. 오늘은 이유가 있어서 온 거요. 그리고 용건은 우리가 아니라 여기 이 사람이오.”
김철호 팀장의 행동에 류규백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 번 은성의 위아래를 살펴봤지만 역시 기억에 없는 인물이었다.
“어디 소속이오?”
“영종도 소속은 아닙니다.”
“아니다? 그럼 어떻게 여기 들어온 거죠?”
“오희연 국장님의 부탁으로 들어왔습니다.”
긴말 필요 없다. 오희연이란 이름은 안 되는 것도 쫙쫙 풀리는 프리패스권이다.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도 아니었기에 은성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 이름을 써먹었다.
“구, 국장님 말입니까?”
역시 이번에도 오희연 국장의 이름은 통하였다.
“돌아오지 않는 당신들로 인해 밖은 지금 난립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말로는 터미널 때문이라니. 하아, 후일 이 사실을 오희연 국장님이 아시면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문을 지키던 개는 꽁지 빠지게 다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제 주인을 부르기 위해.
한편 은성은 울타리 너머 짐승 모양의 기이하게 생긴 구조물을 응시했다.
그 구조물이 사람들이 말한 바로 그 터미널이었다.
하루에 한 번 다른 던전과 연결된다는 신비의 그 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