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9
77화 소검선 (3) >
“거짓말이지? 사대악인의 여식이라니?”
역시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다.
영영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나라고 해도 영영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 같다.
하긴 외조부도 그렇고 아버지 진성백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거나 이건 시작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면 어떡하니?
“많이 놀란 것 같은데 진짜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세간에 팔대고수로 언급되는 건 믿을 수 있고?”
그 말에 영영이 가늘어진 눈매로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렸다.
“정말 내가 아는 오라버니가 맞아?”
“그럼 남일까?”
“……그런 의도로 물은 게 아닌 거 알잖아.”
영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숨을 푹 내쉬더니 내게 다시 말했다.
“어떻게 만난 거야?”
“만난 건 우연으로 만났어. 단지 얽히고 얽혀서 이렇게 되었다고 해야겠지.”
“아니 만나도 하필 사대악인, 아니지 이제 오대악인이지. 아무튼 간에 대체 왜 오대악인의 여식을 만난 거야? 오라버니 이건 웃고 넘길 일이 아니야.”
반응이 확실히 격했다.
무림에서도 중립이라 할 수 있는 무쌍성 출신인 아버지나 외조부와는 달랐다.
아무래도 영영이는 정파인 익양소가 소생에 사문도 도가인 형산파라서 그런 듯 했다.
-아니면 하나뿐인 오라버니라서 더 그럴 수도 있지.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영영이가 내게 계속 말했다.
“생각을 해봐. 오라버니는 정파의 이신성, 아니 이제는 신성을 넘어서 팔대고수라고도 불리고 있는데……월악검이면 사파를 넘어서는 악인이라 불리는 존재잖아.”
뭐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이게 만약 알려진다면 모두가 경악할 일이다.
물론 정파 소운휘로서 말이다.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까지 쿵쿵거리며 쳐대던 영영이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이듯이 진지하게 말했다.
“무를 수 있으면 물러.”
“뭐?”
“두 사람이서 결정한 거면 무르라고. 오라버니 평생 무림의 공적처럼 살고 싶은 거야? 악인의 사위라고 한다면 똑같은 취급을 당할지도 몰라.”
이것 참 어떡하지.
“영영아. 걱정해서 권유해주는 건 고마운데, 이미 장인어른을 만났어.”
“장인어른?…….하아.”
나의 그 말에 영영의 말문이 막혔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치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을 보는 듯 했다.
소담검이 그런 반응에 자지러져라 웃어댔다.
웃지마라.
영영이한테는 진지한 일이니까.
가족이 아니라 남일이라면 그냥 놀라는 걸로 끝날 일이다.
하지만 영영이는 하나뿐인 혈육이기에 더욱 진지하게 이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라버니…..”
“그래.”
“익양소가야 그래 피차 간에 정이 없다고 쳐도…..나는 어떡하라고?”
“응?”
“오라버니가 월악검의 사위가 되었다고 소문이 나면 그 자를 증오하는 수많은 적들이 오라버니한테 악감정을 가지고 해코지하려 할 거 아냐?”
‘……그건 그렇네.’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염려하고 있었다.
“영영아. 그건….”
“내 말부터 들어!”
“……그래.”
“오라버니야 그래 팔대고수라고 불릴 만큼 명성이 떨치고 강해졌다고 하지만, 그럼 나는 어쩌라는 거야? 월악검에게 한을 가진 자가 월악검이나 오라버니가 아니라 나를 노리면 내가 무슨 수로 이들을 감당해?”
“……..”
“게다가 만약 나를 노린다고 내 사문인 형산파가 피해를 입으면 어떡해? 오라버니야 좋아서 만났다고 해도 그 뒷감당은 오라버니의 친 동생인 나도 같이 져야 하잖아.”
영영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 심경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역시도 그렇기에 지금까지 영영이에게 모든 것을 숨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힘을 갖췄고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이 아이도 진실을 알아야 어떤 상황이 일어나나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영영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제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기에 네게 이야기를 하는 거야.”
“감당을 해?”
“다만 언제까지고 진실들을 숨길 수가 없기에 이제야 이렇게 알리는 거야. 그 점은 정말 미안하다.”
영영이가 나와 눈을 마주했다.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진실들?”
“……사마영에 관한 건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또 뭘 숨기고 있는 건데?”
영영이가 불안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시작부터가 월악검 사마착의 사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이 점은 아버지 진성백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나는 호흡을 길게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꼭 월악검의 사위가 아니더라도 너나 나나 정파인들에게는 좋게 보일 수가 없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우리 출생, 아니 어머니에 관한 진실 때문이야.”
“어머니?”
그 말에 영영이 급격하게 관심을 보였다.
나도 그랬지만 이 아이도 어머니가 그저 천한 시종 출신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부터 우리 둘 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알게 모르게 출생에 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 어머니가 어쨌다는 건데?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나는 주변을 기감으로 살폈다.
마을의 외진 골목으로 와서 인적은 여전히 없었다.
진기로 소리까지 차단했으니 괜찮겠지만,
“그 전에 잠시만 따라와봐.”
“뭐?”
나는 영영이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근방에 비어있는 폐가가 있었다.
그곳에 사람의 인기척이 없기에 그곳으로 데려갔다.
영영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뭘 얘기하려고 이런 곳까지 온 거야?”
늘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다시 진기로 소리를 차단하고서 말했다.
“이야기 할 것도 많고 네가 듣고 계속 놀랄 것 같아서 그래.”
“불안하게 계속 왜 그러는 거야?”
“말했잖아. 네가 엄청 놀랄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나의 말에 영영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재촉했다.
“답답하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전부 말해.”
“전부?”
“그래. 하나씩 이야기하지 말고 숨기는 게 있으면 전부 말하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지간히 답답했나 보다.
그냥 확 얘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감당할 수 있겠어?”
“감당이고 자시고 전부 얘기해. 무슨 껍질을 까듯이 하나하나 이야기하지 말고.”
“알았어.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그래야지.”
-괜찮겠어?
영영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하나씩 이야기하면 말도 길어지고 놀라고 또 놀랄테니 말이다.
차라리 이 아이 말대로 한 번에 모든 걸 다 이야기하면 사실을 밝히기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전부 이야기한다.”
그런 나의 말에 영영이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리고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월악검의 사위가 되었다는 것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하나씩 밝혀서 감질나게 그러는 것보다 나아.”
“알았다.”
네가 감당할 수 있다면 그래야지.
숨을 가다듬고서 시작했다.
“어머니는 사실 시종이 아니고 무쌍성에서 축출된 비월영종의 출신이야. 비월영종이 축출된 것은 혈마의 직계이기 때문이야. 당시에 어머니는 비월영종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었는데, 신분을 숨기고 익양소가주와 재혼을 했어. 그렇다고 해도 너와 나 모두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 고로 너와 나는 혈마의 피를 이었다고 할 수 있어.”
‘!!!’
그런 말에 영영이의 얼굴이 굳어지다 못해 두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혀, 혈마의 피라니? 지금 대체….”
“이제 시작이야. 아직 안 끝났어.”
“뭐?”
“어릴 적에 집에서 쫓겨난 후에 나는 혈교에 납치되었었어. 그렇게 혈교에 납치되어서 훈련 생도로…..”
말이 진행되는 족족히 영영이의 입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경악스러운 모양이다.
최대한 간결하게 진실만을 요약해서 이야기하는데도 감당이 안 되나 보다.
“……그렇게 혈마검의 선택을 받아 혈교의 내전을 이겨내고 내가 당대 혈마가 됐어.”
이와 동시에 나는 왼쪽 눈을 감고서 상단전을 개방했다.
염을 일으키자 혈마화가 진행되었다.
‘!!!’
“머, 머리카락이 붉게….”
변화하는 내 모습에 영영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믿기지가 않는지 눈을 계속 깜빡거렸다.
“혈…..마!”
백 번 이야기 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아.”
숨을 계속 참고 있었는지 가파른 호흡을 내뱉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못해서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호흡을 내뱉던 영영이가 중얼거렸다.
“오…오라버니가…..혈마라고? 하…..하…….자, 잠깐만 그럼 오라버니가 혈마를 패퇴시켰다는 그 소문은 대체 뭐야?”
영영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그건……아니다. 직접 보여줄게.”
이에 나는 운기를 하며 천천히 풍영보를 펼치며 풍영팔류의 비기를 보였다.
분신술을 펼치듯이 둘로 나뉘는 잔영에 영영이의 표정이 가관이 아니게 되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이렇게 했던….영영아 괜찮아?”
“하아….하아….”
영영이의 얼굴에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놀라움이나 경악을 넘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버지 진성백이나 외조부 하성운은 각자가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기에 이 모든 일들을 놀라워하면서도 결국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영영이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게 아닌 듯 했다.
“영영아. 힘들면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머지?”
영영이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또 뭐가 있다는 거야?”
“지금은 조금 진정했다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아…..아냐. 아냐. 지금 말해.”
“괜찮겠어?”
“하아….괜찮다고!”
쥐어짜듯이 말하는 게 억지로 무리하는 느낌이다.
워낙 강경한 눈빛으로 쳐다보기에 결국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조부께서 살아계셔.”
“외…..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시다고?”
가까운 친척이 살아있다는 말에 영영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놀란 것과는 다소 다른 반응이었다.
“그래. 지금 무쌍성에서 아버지, 아니 익양소가의 소익헌이 아니라 내 친부께서 돌보고 계셔.”
“친부?……그게 누군데?”
왠지 못 버틸 것 같은데.
나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무쌍성 사대 무종 중 하나인 풍영팔류종의 진성백이야.”
“……..무정풍신?”
“맞아. 네가 알고 있는 그 무정풍신이야.”
“어머니의 전 남편이….아니 오라버니의 친부가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무정풍신이라고?”
“그래.”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나를 영영이가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용케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영영이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오라버니의 장인어른이 오대악인 중 한 사람인 월악검이고……친부는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무정풍신이고…..오라버니는 오대악인인 혈마이면서 팔대고수인 소검선이라고?”
……음.
이렇게 들으니까 확실히 무림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인 것 같다.
이걸 듣고 경악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기는 했다.
“거짓말이야……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거야?”
미안하다만 여기 있다.
역시 하나씩 천천히 이야기할 걸 그랬나.
너무 한 번에 모든 걸 밝힌 것 같다.
“내가…..내가 무림의 공적인 혈마의 피를 이었다니….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나보다.
계속 부정하고 있었다.
본인이 혈마의 피를 이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가 보다.
이에 나는 등에 지고 있던 목갑을 열어서 혈마검을 꺼냈다.
영영이가 의아해하며 검을 쳐다보았다.
그런 영영이에게 말했다.
“……혈마검 만져볼래?”
“이런 미친……흐으으으.”
-털썩!
“영영아! 영영아!”
영영이가 눈이 뒤집혀서 결국은 기절하고 말았다.
놀라다 못해 기절하는 건 난생 처음 본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검선의 진전까지 이은 걸 얘기하면 아예 숨이 넘어가겠는데.
……그건 그냥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 * *
나는 기절한 영영이를 심후한 진기로 치료했다.
확실히 마음의 충격이라는 것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듯 했다.
심지어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아직 어린 영영이가 받아들이기에 진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진기로 어루만져줘서 내상은 그럭저럭 치료가 되었다.
그때까지도 깨어나지 않기에 나는 일단 내가 있는 숙소로 데려가려 했는데, 마을의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주언가의 언영인과 마주치면서 그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깨어나서도 못 받아들이면 어떡해? 얘는 게다가 정파로 자라왔잖아.
그런 거라면 곤란한데.
어쨌거나 다시 깨어나서 이야기해보면 알게 되겠지.
어쩌면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나는 일행들이 있는 청문 객잔으로 도착했다.
숙소를 잡아놓았다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객실의 탁자 의자에 사마영이 다소곳하게 앉아 검신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평소와 달리 인피면구를 벗고서 남장을 풀었다.
심지어 화려한 비단옷과 장신구를 착용하고서 화장까지 정성껏 해서 한껏 꾸민 모습으로 있었다.
여느 남자라도 넋이 나갈 만큼 아름다웠다.
나를 보자마자 사마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선상 객잔으로 아가씨를 보러가는 건가요!”
“……..”
그래서 힘을 준 거로구나.
저녁에 홍호에 있는 선상 객잔으로 회포를 풀러 가는 줄 알았나 보다.
-꼭 시동생한테 인정받으러 가는 분위긴데.
그러게.
그래서 이렇게 작정하고 꾸민 것 같다.
“저 어때요?”
사마영이 빙그르 돌며 고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말했다.
그 모습이 선계의 선녀를 보는 듯 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너무 아름다워.”
“그럼 됐어요. 이제 출발해요!”
사마영이 내 옆으로 와서 팔짱을 꼈다.
이것 참 어떡하지.
“어….음…..그게 영영이가 너무 놀랐는지 기절해서 힘들 것 같아.”
‘!?’
지금까지 한껏 준비하고 있던 것이 헛수고가 된걸 알게 된 사마영의 표정이 급격히 시무룩해졌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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