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70
29화 소장윤 (2) >
조성원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나 역시도 사마영이 웅부 녀석을 똥통에 집어넣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송에게 했던 것처럼 땔감으로 몽둥이 찜질마저 할 기세였다.
씩씩거리는 것이 분이 안 풀린 모양이다.
-이야. 나 쟤 마음에 든다.
소담검이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꼈지만 사대악인의 딸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확실히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감정에 굉장히 솔직했다.
다만,
괜찮을 리가 있나.
아직까지 가주를 만난 것도 아니고, 적절한 이목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일을 저지르면 곤란해진다.
-쟤 성격에 안 죽인 게 어디야?
관대하구나. 소담아.
나는 고개를 돌려 무사들에게 말했다.
“점혈 때문에 혼자 못나올 테니까 지금 당장 웅부를 빼내.”
나의 말에 무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뒷간의 똥통에서 빼내려면 자신들도 거기에 손을 담그거나 들어가야 가능하다.
“똥통에 빠져 죽게 내버려둘 거야!”
그런 나의 외침에 결국 무사들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꼭 사지로 뛰어가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들이 뛰어가자마자 나는 무섭게 얼굴을 굳힌 후에 그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그런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내심 내가 칭찬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모양이었다.
평상시라면 모를까 임무 도중에 상관의 명령 없이 제멋대로 행동을 해놓고 그런 걸 기대하다니.
그녀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맞는 말이네. 칭찬해줘라.
감정 잡고 있는데 계속 바람 넣지 마라.
소담검은 어지간히 사마영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래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아아.
네에. 감사합니다.
사마영을 볼 때마다 그 부친을 보기가 두려워진다.
이 야생마를 어찌 길들일고.
-한 달 만에 바뀌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운휘.
남천철검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냥 악인도 아니고 사대악인의 딸로서 평생을 살아왔던 그녀가 혈교에서 한 달 정도 교육을 받고서 바뀌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정체를 알기에 해악천이나 나나 그녀를 강하게 나무라진 못했었다.
‘방법을 조금씩 바꿔야 겠어.’
-어떻게?
그녀를 한 달 동안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늘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다만 타고난 성품 때문에 일을 저질러서 문제지.
차라리 제약을 걸어야 겠다.
그런 나의 전음에 그녀가 주눅이 들어서 말했다.
[……죄송해요.]그래도 더 이상 변명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저 내 기분이 불쾌해진 것을 더 신경 쓰는 듯 했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베시시 웃었다.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원래의 얼굴이 생각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살짝 나왔다.
참 독특하다. 독특해.
상벌은 확실히 하라고 했으니까.
그런 나의 전음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싱글벙글 거리는 모습에 조성원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의아해했다.
날 보는 눈빛이 ‘방금 혼낸다고 한 거 아닌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으으으!”
“우윽!”
그때 뒷간에서 똥통에 빠졌던 웅부가 질질 끌려왔다.
무사들이 코를 틀어막고서 녀석의 옷을 붙들고서 데려오는 게 괴로워보였다.
어우. 확실히 냄새가 지독하긴 하네.
사마영은 본인이 저질러 놓고는 코를 틀어막고 경멸의 눈으로 웅부를 노려보았다.
반면 조성원은 멀쩡했다.
이 정도는 가뿐하다는 표정이었다.
과연 거지 출신다웠다.
-더러운 거에 대한 면역력이 절정 급인데.
잘됐네.
나는 조성원에게 혈도를 풀라고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조성원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냄새는 괜찮고 만지는 것은 싫다는 건가.
특이한 거지일세.
내가 눈을 부릅뜨자 녀석은 깨갱해서 결국 똥 범벅이가 된 웅부의 점혈을 풀었다.
점혈을 풀고 난 조성원에게 사마영이 차갑게 말했다.
“내 옆에서 여섯 보 이상 떨어져요.”
조성원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옷소매로 살짝 코를 틀어막고서 웅부에게 다가갔다.
“미안. 내 사제가 불의를 참지 못하는 편이라.”
“………”
웅부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잘못도 있었고 똥통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뭐라고 말을 하겠는가.
겁에 질려 있는 녀석에게 물었다.
“좋아. 쫓아냈다면 혹시 아송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
“모, 모릅니다.”
“마을에는?”
“그때 이후로 쭉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사정도 듣지 않고 두드려 팼는데 니들이 알 리가 없지.
살아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녀석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찾을 거야?
‘찾아봐야지.’
정보 단체이든 어디든 간에 의뢰를 해봐야겠다.
이제 다음 질문.
“별채를 허물었으면 어머니 유패는 어떻게 했지?”
별채에 유패를 모시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잘 하는 게 좋을 거다.
아송 건은 그럭저럭 참았다고 해도 어머니의 유패를 만약 없애버린 것이라면 나는 익양소가를 부숴버려야 직성이 풀릴 거니까.
싸늘한 내 표정을 보고서 위기감을 느낀 웅부가 다급히 말했다.
“하, 하 부인의 위패는 영영 아가씨께서 형산파로 가지고 갔습니다.”
“형산파로?”
소영영은 내 친 누이 동생이었다.
그 아이가 가져갔다면 형산파에서 어머니의 제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문의 사당에는 위패를 놔둬도 놔두지 않아도 기분이 나쁠 판국이었는데, 형산파에서 위패를 맡고 있다면 안심이었다.
-네 누이 동생이 형산파에 있다고?
그래.
주화입마로 단전이 손상된 나와 달리 영영이는 멀쩡했다.
심지어 무재도 뛰어나서 형산파의 두 기인 중 한 명인 형산여협의 속가 제자로 들어갔다.
원래는 소장윤을 위해서 불렀는데 도리어 영영이가 뽑혔었다.
-꼬시네.
그러게 말이다.
정말 오래 전에 보지 못한 누이 동생.
나는 그 아이가 보고 싶었지만 누이 동생은 아마도 아닐 거다.
단전이 폐해진 후에 가문에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사는 나의 모습을 너무도 싫어했었으니까.
“가주님은 언제 돌아오시지?”
출타 중이라는 말만 들었었다.
이렇게 된 거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봐야 겠다.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가문을 비우지 않는 가주다.
“……적어도 한두 시진 내로는 돌아오실 겁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았군.
그렇다면 귀한 손님이 오는 모양이다.
가주가 배웅을 나갈 만큼의 손님이라면 적어도 무림에서도 꽤 유명한 인사일 텐데.
-잘된 거 아냐?
뭐 그렇기야 하지.
공증이 될 만한 자가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
그때 귓가로 이명이 들려왔다.
검을 가지고 있는 자는 세 명에 불과했지만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장원의 대문을 지나쳤으니 보일 텐데.
사마영도 이곳으로 오는 기척을 감지했는지,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섯 명의 남녀 젊은이들이 보였다.
“아!”
그들을 발견한 무사들이 구원자라도 온 것 마냥 헐레벌떡 뛰어가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어릴 적부터 붙어 다니던 패거리들이 여전히 같이 다녔다.
소위 호남성 무림 지회 소속의 녀석들로 어릴 적부터 소장윤과 더불어 나를 미칠 듯이 괴롭혔었다.
조강, 우준악, 도일찬, 강혜소, 송양화. 그리고 익양소가의 이남인 소장윤.
사실 저 무리에 반쯤 끼여 있던 두 명이 있다.
-설마…..
‘그래 쌍둥이들.’
송좌백, 송우현 쌍둥이 형제도 껴있었다.
저들과 더불어 내게 모질게 굴던 녀석들이 사형제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쯤 녀석들도 조항송가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 누이 동생은 여기 있네.
“저들인가요?”
사마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이거 미리 경고해두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선두에서 대장처럼 무리를 이끌고 온 소장윤이 다 도착하기도 전에 큰 소리로 소리쳤다.
“누가 네놈 같은 쓰레기가 본가의 땅에 발을 내딛으라고 했더냐?”
참 변하지 않는 녀석이다.
회귀 전에도 녀석이 제일 먼저 달려와 난리를 쳤었다.
날 보면 주먹부터 날려야 직성이 풀리는 특이한 버릇을 가진 놈이었다.
-이야. 어떻게 참았대.
소담검이 혀를 찼다.
녀석이 보기에도 짜증이 났나보다.
-슥!
나는 녀석에게 예를 갖추어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그런 나의 정중한 인사에 소장윤의 뒤에 있던 조강과 도일찬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유명하신 율랑현 망아지가 죽지 않고 돌아왔네.”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하더니, 신수가 훤하네. 그려.”
일행이 있는데도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었다.
그들의 태도에 사마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이 당장에라도 손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고개를 살짝 저으며 아직은 아니라고 신호를 보냈다.
“치.”
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답답한 것 같았다.
뭐.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거지 참는다고 한 적은 없었다.
“형님들도 여전하십니다. 저희 형님과 함께 또 낮술을 즐기셨나봅니다. 늘 한가하게 지내시는 것이 참 부럽습니다.”
“뭐야?”
도일찬이 욱했는지 화를 내려고 했다.
이를 누군가 만류했다.
“도 공자. 참아요.”
“송 소저.”
그를 만류한 것은 쌍둥이들의 누이 동생인 송양화였다.
예전에는 그녀도 꽤 짓궂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왜 말린 거지?
“소 공자. 오랜만이에요. 그 동안….”
그때 그녀의 말을 끊고서 소장윤이 내게 소리쳤다.
“쓰레기 같은 놈이 밖을 싸돌아다니면서 어디서 굴러먹다 온 두 녀석을 데려왔다고 주제파악을 못하는구나.”
흠.
예전에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지금 보니까 송좌백, 송우현 형제를 처음 보았을 때와 느낌이 같았다.
그저 철부지 애송이들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흥분하지 않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술을 드셔서 그런지 말씀이 과하시군요. 운기를 해서 취기를 몰아내신 후에 다시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형님.”
그런 내 말에 녀석이 기가 막혀했다.
“하!”
예전에는 자신이 말 한마디만 꺼내도 주눅이 들어서 꼼짝도 못하던 것이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나보다.
그렇지 않아도 술기운에 빨갛던 뭉툭한 코가 더 도드라졌다.
“후……”
녀석이 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정말 변함이 없었다.
숨을 길게 내쉰 순간 녀석이 내게 신형을 날렸다.
주먹으로 내 안면을 후려치려 하고 있었다.
-팍!
그런 녀석의 주먹을 나는 가만히 선 채로 그대로 잡아냈다.
소장윤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자신의 내공을 실은 주먹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나 보다.
“너? 어떻게?”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가주님을 뵙기 전에 얼굴 붉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군요. 형님.”
그런 내 말에 녀석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공이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더러운 천출 새끼가 누구더러 형님이라는 거야! 너 같은 새끼를 동생으로 둔 적 없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이 내 얼굴에 박치기를 하려 했다.
녀석의 손을 놓고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피하는 내 모습에 녀석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내공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리겠지.
“소 형. 그래도 같은 핏줄이라고 봐주는 거요? 약해빠진 녀석을 상대로 뭘 그리 수선을 떠는 거요.”
“좋은 걸 보여준다더니 그 와중에 장난을 치고 있소.”
고맙게도 조강과 도일찬이 녀석을 부채질 해주었다.
쓰레기만도 취급하지 않았던 내게 밀려났다는 생각에 수치스러웠는지 녀석의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잘 익은 것 같다.
터뜨려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천출 새끼라……여전히 입에 걸레를 물고 사시는군요.”
정중함이 사라진 말투에 녀석의 표정이 또 다시 뒤집혔다.
“뭐?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동생을 둔 적이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군요. 제가 석 달이나 먼저 태어났으니 오히려 형님이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요?”
배다른 형제였지만 태어나기는 내가 훨씬 빨랐다.
그러나 정실의 자존심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나는 녀석을 형님이라고 불러야 했다.
-으득!
소장윤이 이를 갈았다.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 녀석이 검을 뽑았다.
-스릉!
“형님이라 불려? 이 더러운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녀석이 검을 뽑아서 내게 겨냥을 했다.
당장에라도 저 검으로 내 목을 찌를 기세였다.
어느새 주변으로 익양소가의 장원 내를 보초서고 있던 무사들까지 몰려들었다.
“소 공자. 그만둬요.”
“언니 말이 맞아요. 곧 가주님이 오신다고 했잖아요.”
소양화와 강혜소가 동시에 그를 만류했다.
검을 뽑고서 살기를 풀풀 풍기는 모습에 사달이 날 것 같아 불안한가 보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특이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참으라고 하면 더 기세등등해지는 것이 말이다.
“흥. 됐어. 이참에 가문을 망신시키는 저런 더러운 새끼를 내 손으로 정리해야 겠어. 저놈 하나 어떻게 된다고 아쉬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여기 있거든요.”
“응?”
그런 녀석의 말에 사마영이 반기를 들었다.
손을 쓰는 것은 어찌 참았지만 나를 모욕하는 것은 참기 힘들었나 보다.
소장윤이 그녀를 쳐다보며 비아냥 거렸다.
“사내 새끼가 계집애처럼 호리호리 해 가지고 어디 써먹는다고 나서는 거냐? 괜히 나대다가 같이 다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고 있어라.”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사마영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과연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미묘한 살기에 전음을 보냈다.
미리 전음을 보내길 잘했다.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은 것을 보니 말이다.
나는 소장윤의 뒤에 있는 패거리들을 보면서 포권을 취하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희 가문 내의 문제로 여러분들께 민폐를 끼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에 녀석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검을 집어넣는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부디 고정하시죠.”
그 말이 떨어지기 표정이 확 가버린 녀석이 내게 신형을 날리려 했다
“이 개새끼가!”
“공자!”
-팍!
놀란 송양화가 녀석의 팔을 붙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를 뿌리친 소장윤이 신형을 날리며 정확하게 내 목을 베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나는 살짝 목을 뒤로 젖히며 녀석의 검을 피해냈다.
“엇?”
그 상태에서 녀석의 안면을 번개처럼 움켜잡았다.
-꽉!
“업!”
그리고는 사마영이 했던 것처럼 녀석의 몸을 위로 들어올렸다.
자신의 몸이 들어 올려지자 당황한 소장윤이 다급히 내 팔을 자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전에 내가 녀석의 손목을 먼저 움켜잡았다.
녀석이 이를 뿌리치려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 정도 공력으로는 기별도 안 오는데.
‘!!!’
녀석이 어찌나 당황했는지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우득!
“끄아악!”
나는 녀석의 손목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반대로 손목이 꺾이자 녀석이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챙그랑!
그 광경에 이를 지켜보던 소장윤의 패거리들이 하나 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떻게?”
“무공을 익힌 거야?”
참 바보 같은 녀석들이다.
자신들보다 내 기도가 높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하긴 단전이 폐해졌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예전의 쓰레기 같던 모습만 기억하는데 쉽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지.
“소 공자 그만둬요!”
송양화가 이번에는 반대로 나를 만류했다.
유일하게 상황 판단이 정확하네.
나는 선천진기를 끌어올리고서 안력을 집중하고서 소장윤을 쳐다보았다.
녀석의 두 눈이 흐리멍텅해졌다.
-슥!
그때 나는 안면을 움켜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녀석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로 하죠.”
흐리멍텅해진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졌다. 네게 함부로 말한 것과 목숨을 노린 것 전부 사과하마.”
그 말에 송양화를 비롯한 패거리들이 표정이 얼떨떨해졌다.
소장윤이 패배를 인정한 것도 모자라 내게 사과를 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
나도 녀석에게 머리를 숙여 포권을 취했다.
“형님의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괜히 심기 불편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정중한 나의 모습에 주변에 있는 무사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 난리를 친 녀석에게 대인배 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의외였나 보다.
그때 소장윤의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포권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영문을 몰라하던 녀석이 부러진 손목에 화가 끝까지 치밀어올랐는지 노성을 내질렀다.
“이 개새끼! 죽엇!”
녀석이 포권을 취하고 있는 틈을 타, 천령혈을 기습적으로 내리치려했다.
그 순간 사마영이 번개처럼 나타나 녀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팍!
“엇?”
그녀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우드득!
허락이 떨어지자 사마영이 해맑게 웃으며 녀석의 손목을 그대로 부러뜨려버렸다.
심지어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끄아아아악!”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