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71
30화 소영현 (1) >
율랑현의 북쪽 마을 초입.
100여 명에 이르는 익양소가의 무사들이 행진을 하듯이 오열을 맞춰 걸어가고 있다.
행렬의 한 가운데에는 말을 타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멋들어진 수염에 연록색의 비단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인은 익양소가의 가주인 소익헌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고 있는 남청색의 도복을 입고 있는 남녀는 형산파를 대표하는 두 기인인 형산일검 조청운과 형산여협 조일혜다.
무림 연맹의 인사이기도 한 두 사람을 모시기 위해 가주인 소익헌이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행렬 사이가 부담스러운지 조청운이 연신 난처함을 표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될 터인데.”
그런 조청운을 보며 가주 소익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본가에 오는 손님을 푸대접하면 이 소모가 무림 동도들에게 한 소리를 듣습니다. 부디 부담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사형이 워낙 청빈낙도 하다보니, 이런 환대에 익숙지 않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형산여협 조일혜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말석이라고는 하나 강호십대 여협 중의 일인답게 그녀의 목소리에는 당당함이 깃들어 있었다.
“언제 봐도 조 여협께서는 참으로 여걸이십니다. 제 여식에게 귀감이 되어주시는 것 같아서 아비된 자로서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별 말씀을 하십니다.”
바로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소녀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17세에서 18세로 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소영영.
익양소가의 장녀이자 소익헌의 하나뿐인 딸이다.
‘입에 바른 말을 참으로 잘하는구나.’
그녀는 부친인 소익헌을 증오했다.
타인의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한 아버지인 것 마냥 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자신은 그저 익양소가를 빛내줄 장신구에 불과했다.
‘내 인생이 참 불운하구나.’
이제 형산파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2년이 지나면 다시 본가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가주가 정해준 혼처에 혼인을 가야 했다.
아비라는 작자가 늘 강조한 말이다.
그나마 자신에게 무재가 없었다면 벌써 팔려나가듯이 혼인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번 무림 대회에서 죽기 살기로 할 작정이었다.
‘무조건 이겨야 해.’
무림 대회의 후기지수 논무의 여성부에서 우승하거나 준우승하게 되면 봉황당의 당주나 부당주직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무림 연맹에서 머물 수 있게 된다.
운이 좋으면 추진 중인 약혼을 무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보았는데 소가주의 성취가 전보다 늘은 것 같습니다.”
조일혜의 칭찬에 뒷열에서 말을 몰고 있던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청년이 포권을 취했다.
청년의 얼굴을 보면 소익헌과 많이 닮았다.
그는 익양소가의 장남인 소영현이었다.
“이번 후기지수 논무에서 사형의 제자와 좋은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 같군요.”
“과찬이십니다. 어찌 이 소모의 못난 아들이 형산일검의 수제자 분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가주님.”
소영영의 왼쪽 편에 있던 훤칠한 남청색 도복의 청년이 겸양을 표했다.
그는 형산일검 조청운의 첫째 제자인 서일주였다.
이 년 전 스승인 조청운과 함께 무림을 주유하며 명성을 쌓아, 이번 후기지수 논무의 우승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소 형이 만만치가 않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하하핫, 아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겐가. 제자 분이 참으로 영민하십니다.”
“이것 참.”
낯을 많이 가리는 성정인 조청운이 쑥스러웠는지 콧등을 만졌다.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차였다.
익양소가의 방향 쪽에서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복장이 익양소가의 무사였다.
-척!
“가주님과 형산일검, 형산여협께 인사 올립니다.”
가주 소익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느냐?”
“그것이…..”
무사가 망설이자 가주 소익헌이 옆에 있는 형산파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본가의 일인 듯 하여 잠시 결례를 범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가주.”
두 사람의 개의치 않자 소익헌이 무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무사가 소익헌에게 전음을 보냈다.
전음을 들은 가주 소익헌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소익헌이 고개를 돌려서 소영현을 쳐다보았다.
목청이 떨리는 것을 보면 그에게 뭔가 전음으로 지시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시를 내린 후에 소익헌이 두 형산파의 손님들에게 말했다.
“본가에 작은 일이 생겨 괜찮다면 제 자식들을 먼저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그리하시지요.”
소영영이 속으로 의아해했다.
본가에 무슨 일이 터졌기에 자신마저 보내는 것일까?
고민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그를 떠올리던 차에 소영현이 그녀에게 말했다.
“가자.”
“알겠습니다.”
가보면 알게 되리라.
소영현이 옆으로 빠져 말을 몰자 그녀도 뒤를 따랐다.
행렬에서 한참 멀어지자 소영현이 말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장윤이가 사고 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본가에 망아지 놈이 돌아왔다.”
‘!!!’
망아지는 오라비를 뜻했다.
그 말에 소영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다면 지금 행방불명되었다는 그 망할 인간이 돌아왔다는 말인가.
예상이 들어맞았다.
‘멍청한 소운휘.’
그녀가 속으로 자신의 오라비를 욕했다.
형산파에서 오라비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죽지 않았다면 멀리멀리 떠나서 가문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뭐 하러 이런 시기에 가문에 왔단 말인가.
지지리도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또 내 속을 태울 셈이야.’
다시는 하나 뿐인 혈육이 망할 놈들한테 얻어맞는 꼴은 보기 싫었다.
한데 또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그녀는 속이 갑갑해졌다.
‘서둘러야 해.’
소영현의 말대로 서두르지 않으면 그 포악한 인간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짐 덩어리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세상에 유일하게 피가 이어진 오라비가 아닌가.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장원에 도달했다.
말에서 내린 그녀는 곧장 장원 안으로 경공을 펼쳐서 들어갔다.
‘제발…..’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랐다.
만약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건드린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의 눈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보였다.
꽤 떨어져 있었지만 외침 소리가 들렸다.
“내가 졌다. 네게 함부로 말한 것과 목숨을 노린 것 전부 사과하마.”
소장윤의 목소리였다.
그곳에서 본가의 무사들이 몰려 있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소영현 또한 이 사태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보자.”
“네.”
그들은 서둘러 본가의 무사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 개새끼! 죽엇!”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신의 오라비에게 소장윤이 천령혈을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안 돼!’
그때 누군가 소장윤의 손목을 붙잡았다.
유생 같은 복장에 호리호리한 체형을 하고 있는 잘생긴 청년이었다.
손목을 잡은 청년이 그대로 소장윤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우드득!
“끄아아아아악!”
그 광경을 본 소영현이 무섭게 굳은 얼굴로 신형을 날렸다.
* * *
허락이 떨어지니까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목을 꺾어버리는 사마영이다.
얼마나 손을 봐주고 싶었는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저리 좋을까.
-성공이네.
‘그래.’
무사들 모두가 보았다.
심지어 소장윤의 패거리들까지 녀석이 사죄를 해놓고서 기습하는 것을 보았다.
환의안에 걸린 당사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녀석은 정파인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선을 건너버렸다.
이로써 녀석은 후기지수 대표가 될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응?’
새롭게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내 눈에 누군가 띄었다.
이곳을 향해 신형을 날리고 있는 그는 바로 소영현이었다.
가주와 함께 출타를 했다고 하더니 벌써 도착한 건가.
‘아!’
그 말고도 내 눈에 띈 한 사람.
그녀는 내 누이 동생인 소영영이었다.
‘영영이가 왔다고?’
나는 이것으로 한 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주가 출타를 한 것은 아무래도 형산파의 손님들을 모시기 위함인 듯 했다.
영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멈춰랏!”
그때 소영현이 손목을 꺾고 있는 사마영에게 소리쳤다.
사마영이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손목을 꺾은 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전음으로 지시를 하자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소장윤의 훈혈(暈穴)을 점했다.
훈혈을 점혈 당한 소장윤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털썩!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방금 전의 흥분한 목소리와 달리 소영현이 제법 의젓한 목소리로 사마영에게 말했다.
-얘랑은 좀 다른데.
당연히 다르겠지.
품성이 낮은 소장윤과 다르게 그 형인 소영현은 나름 영악한 녀석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고 자신에 대한 인상도 관리할 줄 안다.
“귀하는 누구시기에 본가의 영역에서 이런 짓을 한 것이오?”
사마영이 포권을 취하고서 말했다.
“인사드립니다. 저는 여기 계신 소운휘 사형과 같은 동문 사제인 마영이라고 합니다.”
“동문?”
성에서 한 글자만 뗀 그녀였다.
사마영에게만 신경을 썼던 소영현이 나를 쳐다보았다.
이에 나 역시 녀석에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췄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형님이라는 말에 녀석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래도 나긴 난 놈이었다.
제 바보 같은 동생과 다르게 이목이 집중되니 일부러 내색하지 않았다.
주위를 의식한 녀석이 공명정대한 사람마냥 내게 말했다.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사정을 말해다오.”
그런 녀석에게 나는 괜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오랜만에 본가에 돌아와서 그런지 둘째 형님께서 술김에 많이 흥분하셨습니다.”
“술김에?”
소영현이 기절해있는 소장윤을 쳐다보았다.
낮부터 술을 어찌나 마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술을 마신 것과 네 사제라는 분이 한 무례한 짓이 무슨 관계란 말이더냐?”
녀석이 일부러 초점을 그곳으로 맞췄다.
사마영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모양이었다.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못 봤다고 해도 적어도 포권을 취하고 있는데 천령혈을 내려치려 한 것 정도는 봤을 텐데.
그런 녀석의 말에 사마영이 화가 났는지 끼어들었다.
“그럼 제 사형이 천령혈을 맞고서 죽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단 말인가요? 말씀 잘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사마영의 손이 어느새 검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단번에 목을 벨 기세다.
후우. 잘 참는다 싶었더니.
나의 전음에 사마영이 슬며시 검병에서 손을 뗐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서 소영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내게 전음을 보내왔다.
그런 녀석의 전음에 나는 육성을 답했다.
“왜 전음으로 말씀하시는지?”
‘!?’
“왜 그러십니까? 혹시 다른 사람들은 들으면 안 될 말씀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너!”
소영현이 순간 욱했는지 표정이 확 변했다.
멍청한 동생보다 낫기는 한데 이 녀석도 그렇게 감정 통제를 잘하는 것 같진 않다.
아니면 아직 어려서 그런 건가.
회귀 전의 나는 어쩌다 이런 녀석들을 겁냈던 거지?
“너…..”
소영현의 눈동자가 좌우를 빠르게 훑었다.
주변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지 화를 꾹꾹 참고서 말했다.
“네…..사제 분의 손속이 과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장윤이가 술김에 도가 지나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손목을 부러뜨릴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든 몰아가려 하네.
나는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녀석과 영영이가 왔다는 것은 곧 가주와 형산파의 고수들이 도착한다는 말이겠지?
그렇다면 잘 됐는데.
원래의 계획을 조금 더 빨리 당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난처하다는 목소리로 녀석에게 말했다.
“아 그게 문제였군요. 제 사제가 워낙 급하게 막다보니 조금 과했던 것 같군요.”
일부러 꼬투리를 걸 여지를 남겼다.
그러자 녀석은 걸려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한 게 아니다. 감히 누가 대 익양소가의 영역에서 소가 사람의 손목을 함부로 부러뜨릴 수 있단 말이느냐!”
소영현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소리를 높였다.
무사들부터 소장윤 패거리들이 호응하기를 바란 모양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다른 사람들은 소장윤이 멍청한 짓을 하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봤었는데.
‘!?’
녀석의 바람과 달리 무사들도 그렇고 소장윤의 패거리조차 난처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이곳은 내게 적진이긴 한가보다.
이 와중에 누구 하나 나서서 소장윤의 잘못을 꼬집는 이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끼어든 사람은 소영영이었다.
영영이 송양화와 함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
이건 변수였다.
녀석이 내게 시비를 걸도록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송양화가 영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준 것 같았다.
-너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
내가 꼴 보기도 싫었을 텐데 일부러 나서는 것을 보면 돕기 위함인 듯 했다.
나를 싫어하기만 한 것은 아닌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영영이 소영현에게 말했다.
“양화 언니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었어요. 둘째 오라버니께서 명백히 술에 취해서 실수를 하셨고 셋째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런 그녀의 말에 소영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자신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영영이마저 자신을 나무라자 그것이 기폭제가 된 듯 했다.
녀석이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셋째 오라버니? 누가 셋째 오라버니라는 것이냐?”
“오라버니!”
“가문에서 내쳐진 자를 오라버니라고 부르다니 역시 그 더러운 핏줄이 어딜….”
-확!
영영이 이를 참지 못하고 녀석의 뺨을 치려했다.
내공이 실린 것도 아니었고 소장윤과 달리 무공이 떨어지지 않는 녀석이기에 그것을 가볍게 낚아채듯이 잡아냈다.
손목이 잡힌 영영이 눈시울이 빨개져서 말했다.
“이거 놔요.”
다른 것은 몰라도 더러운 핏줄이니 어머니를 모욕하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녀다.
그 모습에 소영현도 살짝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한 번 터지자 녀석도 주체할 수 없었는지 화를 내질렀다.
“흥!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단 말….”
“그 손 놔라.”
“뭐?”
소영현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건방지다는 듯이 말했다.
“하! 지금 나한테 말이더냐?”
영영이 내게 소리쳤다.
“나서지 마요!”
녀석의 외침을 듣는 순간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예전에는 이 아이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게 일부러 피해가 가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했던 것이다.
‘……..’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았다.
그것은 분노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나는 영영이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젠 내가 지켜주마.”
그런 내 말에 영영이 붉게 얼굴이 달아올라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이 멍청이가 진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내 일에 끼어들지 말….”
“이것들이 지금 쌍으로!”
영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소영현이 손을 들어 올려 뺨을 치려고 했다.
-팍!
나는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신형을 날려 녀석의 손목을 낚아챘다.
손목이 잡히자마자, 놀란 녀석이 몸을 회전시키며 뒤에 있는 나를 팔꿈치로 치려고 했다.
그러나,
-팍!
“헛?”
팔꿈치가 미처 닿기도 전에 나는 낚아챈 녀석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대로 패대기를 치듯이 바닥에 내쳐버렸다.
-쾅!
“으헉!”
예상지 못한 광경에 영영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