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72
30화 소영현 (2) >
“오라버니 내공이?”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영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송양화가 그건 이야기 하지 않았나 보다.
여전히 단전이 폐해졌다고 생각해서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었구나.
-기특하네.
그래.
오라비가 돼서 부끄럽다.
여태껏 영영이가 이렇게 속 깊은 아이일 줄은 몰랐다.
“크윽.”
-팟!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영현이 허리를 튕기며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래. 적당히 내리쳤는데 그 정도는 버텨줘야지.
너무 쉽게 끝낼 생각은 나 역시도 없었다.
영영이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할 뻔 했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얘는 실력이 어떤데?
소담검이 궁금했는지 물었다.
풍겨져오는 기도만 보면 일류 고수인 것 같다.
동생인 소장윤보다는 확실히 실력이 나았다.
무림의 각 문파나 무가를 대표하는 후기지수들의 실력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평균은 되는 듯 했다.
화가 나서 주체를 못할 거라 여겼던 소영현이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설마 단전이 나은 것이냐?”
“글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방심해서 난리를 치는 편이 소장윤처럼 상대하기가 편하니까.
하지만 그런 나의 말에 녀석은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몸을 사리는 것 같은데.
패대기를 치면서 자존심이 상해서 곧바로 덤빌 거라는 예상이 벗어났다.
오히려 이성을 되찾게 만들어줬나 보다.
녀석이 눈을 굴렸다.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기도를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어느 정도 기운을 갈무리할 수 있게 되는데, 적어도 근접한실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살짝만 기운을 흘려서 유인해 봐.
소담검의 말에 나는 하단전에 명륜선공을 운용했다.
이 정도면 기운이면 이류에서 일류 사이 정도 수준이다.
녀석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통했나 본데.
소담검의 말대로 녀석의 표정에서 안도감이 느껴졌다.
자신이 좀 더 위라고 확신한 모양이다.
-스릉!
녀석이 말없이 검을 뽑고서 기수식을 취했다.
확신을 했으니 덤비려는 것 같았다.
영영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단전이 회복되었다고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아.
기운을 내보인 덕분에 영영이도 내 무공 수위가 그 정도라고 착각한 것 같다.
하긴 고작 일 년하고도 몇 달 만에 단전이 폐해졌던 내가 영약도 먹고 십 년이 넘게 무공을 단련한 익양소가의 소가주를 이길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그래도 유일한 혈육이 걱정해주니까 기분은 나쁘지 않네.
영영이 쉽게 믿지 않았다.
그러던 차였다.
내가 잠시 영영에게 시선이 가있는 걸 본 소영현이 신형을 날렸다.
기척마저 죽이고 덤빈 걸 보면 기습을 노린 것이었다.
“조심해요!”
영영이 내게 소리를 치고서 다급히 검을 뽑아 대신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스릉! 챙!
천을 감아놓은 검집에서 남천철검을 뽑은 나는 우측 어깨를 노리던 녀석의 일검을 위로 올려쳐서 튕겨냈다.
그리고는 빠르게 녀석의 뺨에 따귀를 날렸다.
-짝!
따귀에 고개가 살짝 돌아간 녀석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내공을 약하게 했지만 기분이 더러울 거다.
“내 누이 동생의 뺨을 노린 대가다.”
“이놈이!”
녀석이 보법을 펼치며 두 보 가량 거리를 벌리며 검초를 펼쳤다.
익양소가가 자랑하는 세 검법 중 하나인 소현검법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본다.
나는 여유롭게 검을 휘두르며 녀석의 검초를 막아냈다.
-채채채챙!
굳이 검초를 펼칠 필요도 없었다.
녀석이 내게 소현검법을 쓴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차라리 내가 모르는 검법을 썼다면 모를까. 애초에 실력 차이도 날뿐더러 알고 있는 검법이었기에 빈틈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불과 세 식 정도를 막아낸 나는 찔러 들어오는 검을 비스듬하게 내리치며,
-짝!
또 다시 녀석의 뺨에 따귀를 날렸다.
그것도 같은 왼쪽에 말이다.
“이건 내 목숨을 구해준 사제를 모욕한 대가.”
“이….이 새끼가!”
평정심이 박살 난 소영현의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뺨을 두 대나 맞고 나더니 이제야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그게 어울리는 모습이지.
“하아!”
반면 누이 동생인 소영영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녀석을 희롱하는 모습마저 보이자 놀라운 모양이었다.
본가의 무사들이나 소장윤 패거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게 정말 율랑현 망아지라고?”
“영현 형을 상대로 어찌?”
이남인 소장윤에 이어서 장남인 소영현까지도 수모를 겪자 내 실력에 놀라워했다.
소장윤이 워낙 약했었기에 각광을 받지 못했는데, 그나마 소가에서 후기지수라 불리는 녀석을 상대하니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나 보다.
-운휘!
그때 남천철검이 나를 불렀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이명이 울렸다.
-……….
‘윽.’
이렇게 많은 검들이 소리를 내며 다가오니 골이 지끈거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선천심법을 운기하여 선천진기를 머리에 집중하자 두통이 가셨다.
익양소가가 검가(劍家)라는 게 이럴 때는 힘드네.
하지만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운휘. 그들인가?
그래. 남천.
이 정도 인원이라면 가주가 돌아온 게 틀림없었다.
-강한 검 세 자루가 섞여 있다.
-제법 센데.
세 자루 씩이나?
소담검이나 남천철검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검의 기준이 있었다.
그것은 무위가 강한 주인을 통해서 같이 성장한 검.
그리고 두 번째는 오래된 보검이나 신검이다.
막 탄생한 검은 아무리 재질이 좋아도 이 녀석들은 신생아처럼 취급했다.
‘아.’
알 것 같다.
한 자루는 당연히 가주를 의미할 테고, 다른 두 자루는 형산파의 두 기인 형산일검과 형산여협일 것이다.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다. 적당한 시기에 맞춰 그들이 도착했다.
이제 수확을 거둘 때가 되었다.
“이노오오옴!”
마침 뺨을 맞은 것에 수치심을 느낀 소영현이 일갈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검을 잡는 자세가 바뀌었다.
소현검법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검법을 바꾸었다.
검세가 무거워지고 패도적인 기세가 실려 있는 것을 보면 본가의 가주와 소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소동패검이 틀림없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상승 검법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볼까.’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익양소가의 상승검법이 어느 정도 수준에 검법인지 말이다.
-챙! 채챙!
나는 녀석의 검식을 일일이 막아보았다.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묵직하게 타고 흐르는 검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검초에 중검술의 묘리가 제대로 실려 있었다.
-챙채채챙!
다만 이 검초를 펼치는 시전자의 역량이 평범한 후기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같은 수준의 검객에게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어림없다.
나는 녀석의 검초에 실린 14식을 전부 수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채앵! 타타탁!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녀석을 세 보 뒤로 튕겨냈다.
소영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네깟놈이 소동패검을….”
역시 예상대로 소동패검이었다.
무시를 넘어서 혐오스러워했던 내가 본가의 상승검법마저 막아내자, 녀석은 당혹감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선처를 베풀 듯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두 사람에게 사과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욕한 것에 용서를 구한다면 이 정도로 끝내겠다.”
“용서?”
물론 정말로 선처를 베푸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놈을 더 자극하기 위함이었고 다른 이들에게 녀석의 잘못을 짚어주기 위함이었다.
-뿌득!
이를 가는 소리.
예상대로 소영현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감히 누구더러 용서를 운운하는 것이냐!”
“후회할 텐데.”
그런 나의 말에 녀석이 문득 뭔가를 떠올렸는지 소리쳤다.
“이제 알겠다! 네놈 사악한 사공을 익혔구나. 천운으로 단전이 나았다고 해도 일 년 만에 이렇게 무공이 늘 리가 없다!”
하.
이런 식으로 잔머리를 굴릴 줄이야.
전형적인 몰아가기다.
애초에 내공이 아닌 검술 실력으로 막아냈는데,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그 와중에 본가의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그러게?”
“고작 일 년 하고도 몇 달 만에 저게 가능해?”
“그럼 사공을 익혔단 말이야?”
무공들 중에는 사공이나 마공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다.
말 그대로 기존의 정통 수련법이 아닌 사이한 수련법으로 공력을 증폭시키거나 하는데, 워낙 부작용도 심하고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기에 사파인들조차도 극히 소수만이 지향하는 방법이었다.
“곧 죽어도 본인이 약하다는 소리는 안 하네.”
“뭣?”
“익양소가 소가주의 무위가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한심하네요. 사형.”
사마영이 냉소를 지으며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비아냥댔다.
이번에는 적절하게 잘해줬다.
그녀의 도발 덕분에 자극을 받은 녀석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떤 핑계를 대든 간에 녀석은 익양소가의 소가주이자 앞으로를 상징할 후기지수였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후기지수도 아닌 내게 진다는 것은 수치나 다름없었다.
“망아지 같은 놈이 기어코 명줄을 당기는 구나. 조금이나마 본가의 핏줄이 섞인 것을 감안하여 조금이라도 봐주려고 했건만.”
내 귀가 잘못된 건가.
봐주려고 했다고?
-얼굴 낯짝이 참 두꺼운 녀석이네.
소담검이 혀를 찼다.
녀석이 몸을 살짝 기울이며 앞으로 치우쳐진 자세를 취했다.
풍기는 기도가 고조되고 검 끝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소동패검의 절초를 펼치려는 것 같았다.
살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필살초였다.
“네놈이 그리 자신만만하다면 이것 또한 막을 수 있겠지?”
소영현이 내게 도발을 하듯이 말했다.
일부러 자극해서 초식을 정면에서 받아보라고 유도하는 것이었다.
나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을걸.”
“건방진!”
-팟!
그런 내 말에 녀석이 폭발적인 기세로 신형을 날렸다.
소동패검의 필살초답게 중검의 묘리가 실려 있으면서 한 식, 한 식이 즉살을 노리는 요혈들만을 공격해왔다.
“조심해요!”
영영이 걱정되었는지 소리쳤다.
하지만 이제 실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챙!
녀석의 일식이 나의 검과 부딪쳤다.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녀석은 곧바로 초식을 연계하려고 했으나,
-짜악!
찰나에 소영현의 뺨을 날렸다.
이번에는 하단전의 공력을 제대로 실었다.
“이, 이 새끼가 또….”
녀석이 억지로 그것을 견디며 검식을 이어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가만히 서서 위로 검을 들어 올리며 쳐냈다.
손이 올라갔으니 또 다시 틈이 생겼다.
-짜악!
이번에는 반대편 뺨을 날렸다.
뺨과 함께 코도 맞았는지 녀석의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뿌득!
녀석이 이를 악물고 올라간 검을 내리치려 했지만 그 전에 내 주먹이 가슴에 먼저 닿았다.
-퍽!
“컥!”
가슴을 맞은 녀석이 뒤로 튕겨나가려 했다.
그 순간 녀석의 멱살을 잡고서 잡아당긴 후에 다리 정강이를 걷어찼다.
-우드득!
정강이뼈가 제대로 금이 갔던지 부러진 것 같았다.
“끄악! 너…너! 이 새….”
고통보다 분노가 더 컸던지 어떻게든 검식을 펼치려 했다.
녀석의 검날이 내 목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미 늦었거든.
나는 팔성 공력을 실어 녀석의 검날을 쳐냈다.
-채애애애앵!
“윽!”
검신이 빠르게 떨리며 녀석이 공력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손바닥을 펴고 말았다.
그 덕분에 검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녀석이 당황해하는 순간,
“!?”
-뻐억!
“끄억!”
나는 주먹으로 녀석의 안면을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녀석의 안면이 옆으로 뒤틀리며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시원하게 고막을 때렸다.
바닥에 엎어진 녀석이 컥컥대면서 부서진 이빨을 뱉어냈다.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하아.’
속이 시원하다.
그 동안 쌓여왔던 것이 일부 풀리는 기분이었다.
녀석들 형제가 우리 남매를 얼마나 괴롭히고 어머니를 모욕했던가.
[주군!]
조성원의 전음이 귓가로 울렸다.
녀석이 왜 날 불렀는지 알고 있었다.
좌중이 극도로 조용해진 것을 보면 누가 도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좌우로 갈라진 본가의 무사들 사이로 연록색의 비단 옷에 멋지게 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매서운 얼굴로 서있었다.
가주 소익헌이었다.
그의 옆에는 남청색 도복을 입은 두 중년의 남녀가 있었다.
‘형산일검, 형산여협.’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나를 모를 것이다.
회귀 전 나는 가문의 수치라고 하여 외부 인사들과 접촉한 적이 없었다.
첩자로 무림 연맹에 있을 때 봤었기에 훗날의 인연이었다.
“가주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형산여협 조일혜가 미간을 찌푸리고서 물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장윤, 소영현 형제를 보고서 무슨 사달이 났음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저 소협은 대체 누굽니까?”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히 형산의 두 기인답게 내 기도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기도는 절정의 고수들 중에서도 수위권에 속해야만 가능할 만큼 날이 서있었다.
‘강하다.’
형산일검은 그녀보다도 훨씬 강했다.
해악천만큼 압도적인 위압감은 없었지만, 절정의 벽을 넘어선 것만큼은 확실했다.
반면 가주 소익헌에게서 풍겨지는 기도는 예상과 달리 형산여협 조일혜와 거의 비등하거나 그보다 약간 우위로 보였다.
물론 강호의 승부라는 것은 기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소익헌의 표정이 복잡했다.
형산여협 조일혜의 물음에 말문을 열지 않았다.
-왜 저러는 거야?
나도 정확하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쩌면 쓸모없다고 버린 자식이 강해져서 돌아와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아, 아버님! 사공입니다! 녀석이 사악한 사공을 썼습니다.”
가주와 형산일검, 형산여협을 발견한 소영현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말을 못하게 턱을 부숴버릴 걸 그랬다.
그 와중에 자신이 진 것을 이런 식으로 해명하려들다니.
“사공?”
그런데 예상지 못한 자가 반응을 했다.
그는 바로 형산일검 조운청이었다.
‘아!’
기억이 났다.
이 사람은 연맹에서도 늘 온화하고 낯을 많이 가렸었다.
다만 불의를 보거나 사파나 혈교인을 대면하게 되면 그것이 백팔십도 바뀌었다.
“사공이 아닙…”
-팟!
그 순간 내가 뭐라고 해명하기도 전에 조운청이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열다섯 보 거리를 좁혀왔다.
‘앗?’
형산파가 쾌검과 경신술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 바로 앞에서 멈춘 그가 입을 열었다.
“소형제. 사공을 익혔는가?”
“아닙니다.”
“한데 어찌 익양소가의 소가주가 자네더러 사공을 익혔다고 하는 겐가.”
사공은 사람의 심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파인들 중에는 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조운청도 그 중 한사람인 듯 했다.
그때 소영영이 소리쳤다.
“사백! 앞에 있는 소형제는 제 오라버니입니다!”
“오라버니? 소운휘?”
조운청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반응을 봐서는 영영이에게 내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잘 풀리려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단전이 손상되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슥!
조운청이 금나수의 수법으로 내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아무리 사공을 익혔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제멋대로 내공을 확인하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나는 재빨리 보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났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일 년도 전에 단전이 손상되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 이런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타타탁!
조운청이 유려하게 발을 밟으며 따라붙었다.
형산의 기인이라 불릴만한 실력이었다.
“해명할 기회를 주십쇼.”
-스릉!
그런 나의 말에 조운청이 등 뒤에 있는 검을 뽑았다.
“내공도 확인하지 못하게 하면서 말로 해명이 될 것 같은가.”
“이러실 겁니까?”
“손을 섞어보면 사공인지 아닌지, 그 연원을 알 수 있겠지. 검을 들게.”
-촤촤촤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운청의 검이 시원하게 검로를 그리며 나를 쫓았다.
그 유명한 청풍검결이었다.
형산파의 도사라면 누구나가 익히는 검법이지만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청풍검결은 상승검법이나 다름없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별 수 없군.’
그렇다면 검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청풍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바람처럼 무쌍한 변화를 일으키는 조운청의 검.
이에 대항하려면 같은 부드러운 검이 제격이었다.
‘비추형검!’
성명검법의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부드러운 버들가지처럼 검초의 변화가 두드러진 초식이다.
-채채채채챙!
조운청의 검과 나의 검이 부딪쳤다.
버들가지와 바람이 만난 것처럼 서로의 검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바닥이 아파왔다.
‘다르다.’
여태껏 내가 상대해 왔던 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산파의 기인 조운청은 중단전을 개방해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까 말까한 고수였다.
이렇게 부드러운 검초에 이런 힘이 실릴 수 있다니.
변초를 쓰면서 거리를 벌려야 할 것….엇?
-팟!
검초를 섞고 있던 조운청이 먼저 검을 거두며 거리를 벌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다른 이들도 의아해했다.
그때 조운청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자네 호종대 대협과 무슨 관계인가?”
그의 말에 조용하던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웅성웅성!
“호종대?”
“방금 호종대라고 했어?”
호종대 대협.
15년이 지나도 무림인들 중에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운남성의 패자이자 절세검호 남천검객의 이름이었다.
조운청이 다시 한 번 내게 물었다.
“확실히 말해주게. 호종대 대협을 알고 있나?”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고서 당당하게 말했다.
“제 스승님이십니다.”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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