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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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는 한 명이 아니었다
“저 사람 본인 프로그램에 걸맞은 인재 찾아 이곳저곳 다 돌아다니는 거로 유명하잖아?”
실제로 콜로세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선수 중 일부는 백 대표를 포함한 전문 스카우트 진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픽업한 선수들이었다.
데려오는 선수들의 직업도 아주 다양하다. 격투 쪽 전문가뿐만 아니라 생존 전문가, 프로 운동선수, 심지어는 각성한 연쇄살인범을 타 국가에서 고용해오는 때도 있었다.
덕분에 논란이 된 적도 있었지만 결국 프로그램이 흥행하면 쉽게 가라앉곤 했다.
“연쇄살인범도 프로그램 선수로 데려오는 마당에 여기 소년들이라고 못 데려가겠어?”
“에이~ 그래도 여기 소년들은 좀···. 사실 상 아마추어인데.”
“하긴, 콜로세움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보통 최소 D급 이상 던전은 혼자 깰 수 있는 괴물들이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그램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콜로세움’은 유명세에 걸맞게 출연하는 선수들의 수준도 아주 높았다.
제아무리 여기 파이트 클럽이 미성년자 중 괴물들만 모아 놓았다고 해도,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콜로세움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니다.
물론, 예외도 있는 법이다.
“근데 만약 김진성이나 고준경이라면?”
VIP 손님이 그 예외의 인물 둘을 거론했다.
“걔네 둘이라면 콜로세움에서도 충분히 통하고도 남아. 실제로 경기 댓글들 봐도 다들 비슷한 의견이던데?”
“음···.”
“솔직히 콜로세움에서 최고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 밑바닥은 안 깔 거야. 내 장담하지.”
그의 지인이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때.
백 준은 조 대표가 안내한 상석에 앉아서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자,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옆에 벨을 누르시면 됩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조 대표가 몸을 돌려 VIP 좌석 쪽을 막 빠져나오던 그때였다.
[대표님, 대표님.]귀에 꽂은 인이어에서 또다시 정문 쪽 직원의 보고가 들려왔다.
조 대표가 의아한 얼굴로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왜? VIP 손님 다 받은 거 아니었어?”
[그게, 드림 골드의 부마스터 이동식 님이 방금 입장하셨습니다.]“아, 씨···.”
조 대표는 인상을 구겼다.
이 새끼는 왜 또 온 거야? VIP도 아닌 놈이!
“여어, 프렌드!”
바로 저 복도 멀리서 반갑게 외치면서 다가오고 있는 이동식의 모습이 보인다.
조 대표의 인상 쓴 얼굴을 본 이동식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왜 나 보자마자 똥 씹은 표정이야? 나 오늘은 비즈니스 차 온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관람하러 온 거야.”
“지랄하고 있네. 평소에는 오라고 그렇게 말해도 한번도 온 적도 없는 놈이 갑자기?”
“에이, 오늘은 다르지! 어쩌면 김진성이 패배할 수도 있는 날 아니야! 그, 남는 자리 있지?”
이동식을 째려보던 조 대표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근처의 직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야, 누구 한 명 가서 자리 좀 하나 구해줘라.”
“네. 저를 따라오십시오.”
직원 중 한 명이 나서면서 말했고, 이동식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등 뒤를 향해 조 대표가 외쳤다.
“오늘 나 바쁘다! 경기 끝나고 얼굴 못 봐!”
“알았어, 수고해!”
이내 조 대표가 시야에 안 보일 정도로 멀어진 이동식은, 낮은 목소리로 안내하던 직원에게 속삭였다.
“조 대표한테 정체 안 들켰지?”
“네. 신영택만 발각됐습니다.”
“그럼 됐어.”
어차피 신영택은 이번에 마스터인 양중근의 독단적인 작전을 위해 꼬드긴 새 스파이였다.
기존부터 이동식과 연락하던 바로 옆의 직원만 문제없으면, 내일 작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준비는 다 끝났어?”
“네. 지하 비밀 통로 쪽 감시 시스템 모두 해제해놨습니다.”
“좋아. 내일 오전 10시에 작전 시작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동식이 품에서 작은 종이가방을 꺼내 직원에게 넘겨줬다.
직원이 받아 가방의 입구를 확인해보았다.
“포션이군요.”
“마스터가 준 거야. 그대로 고준경한테 전해줘. 가능하지?”
의도를 파악한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은 합니다만, 포션을 먹였다는 사실을 조 대표가 경기 중에 눈치 챌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보는 눈이 좋은 인간이라···.”
“뭔 상관이야? 어차피 내일이면 죽을 놈인데. 우리 클랜에서 마스터 명은 절대적이다.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절대 실수 있어서는 안 돼. 신영택 그 놈, 오늘 산 채로 야생 놀 무리 떼들한테 먹이로 던져진 거 알아?”
“···!”
두 눈동자가 크게 떨리는 직원을 향해 이동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일 너도 신영택 꼴 나지 않으려면 잘 해. 몬스터 밥이 되느냐, 파이트 클럽의 2인자가 되느냐가 달려있어. 알겠지?”
“···네.”
“그럼 가 봐.”
고개를 숙인 직원이 옆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홀로 남은 이동식은, 경기장 안이 아닌 외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밀통로 위치나 숙지해야겠군.’
애초에 이동식은 오늘 경기를 관람하러 경기장에 온 게 아니었다.
* * *
5분 뒤.
고준경의 개인 대기실 안.
“···하, 하하하.”
종이가방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고준경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포션이다.
모든 전투 약품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포션들 말이다.
그것도 한 개도 아니고 세 개나!
“근육 강화 포션에, 스테미너 포션에, 아드레날린 포션까지···!”
감탄하던 그는, 이내 하나씩 뚜껑을 따서 모조리 원샷을 때려버렸다.
그러자 눈앞에 알림창이 좌르륵 떠오른다.
▶ 일시적으로 힘이 50% 증가합니다.
▶ 일시적으로 체력이 50% 증가합니다.
▶ 일시적으로 민첩이 50% 증가합니다.
“흐흐흐! 흐하하! 크하하하하!”
알림창을 본 고준경은 방 안이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경기 때 가장 중요한 모든 신체 능력치가 모두 크게 올랐고, 거기에 아까 직원에게 받은 각성제 때문에 에누코 병 증상도 일시적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이러면 김진성도 충분히 이기고도 남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안함과 두려움 등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자신감으로 100% 뒤바뀐 상태다.
온몸에 넘쳐흐르는 이 활력을, 당장이라도 김진성에게 모조리 쏟아 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거 효과 끝나기 전에 경기 시작해야 하는데, 언제 시작 하냐?”
뻑!
그때, 옆에 걸려 있는 TV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준경이 고개를 돌리니, 경기장 안의 한 선수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박성태 다운! 박성태 다운! 벌써 세 번째입니다!] [박성태 대 위기입니다! 이거 대이변이 발생하나요?]해설진의 외침대로, 박성태의 상태는 상대방에 비해 매우 좋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서는 그의 모습을 본 고준경은 피식 웃었다.
“금방 끝나겠네.”
상태를 보아하니, 앞으로 5분 이상 버티기조차 힘들어보였다.
* * *
“윽··· X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박성태는 인상을 쓰며 욕지거리를 했다.
일어설 때마다 왼쪽 무릎과 발목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는 탓이었다.
두 군데 전부 어젯밤 쌍둥이들에게 습격당한 부위였다.
‘X발, 몸만 정상이어도 이 새끼 정도는···!’
박성태는 이를 악문 채로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왼팔을 아예 머리 위로 올린 후, 오른팔로만 잽을 하는 전형적인 방어 일변도의 자세.
평소 공격적인 화끈한 격투 스타일인 박성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도저히 왼쪽 팔은 휘두를 수가 없어.’
그의 왼쪽 손목 역시, 어젯밤에 쌍둥이들 때문에 골절된 상태였다.
경기 전에 마나를 이용해 억지로 뼈를 접합시켜놨지만 4라운드까지 온 지금은 마나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는 왼팔은 이제 가드를 위해 들어올리는 게 전부였다.
문제는 그의 앞에 서 있는 상대가 20위권 안에 속하는 강자인 이철진이라는 것이었다.
고준경 패거리 중 한 명인 그는, 박성태의 상태를 눈치 채고는 집요하게 부상 부위만 공격하고 있었다.
쩍!
“윽!”
또 한 번 로우킥을 왼쪽 다리에 맞은 박성태가 눈에 띄게 휘청였다.
그리곤 추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절뚝이며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밀리는 박성태의 모습에 관중들은 난리가 났다.
“오오오!”
“밀린다! 밀린다!”
“더 몰아붙여! 나도 역배 한 번 먹어보자!”
모두가 흥분하고 있는 그때, 유일하게 표정이 좋지 않은 인물이 하나 있었다.
조 대표였다.
“야, 어제 그 쌍둥이들 때문에 다친 애 중에 박성태 이름은 없었잖아?”
“네, 형님.”
“근데 쟤 왜 저래? 딱 봐도 몸이 정상이 아니잖아?”
오랫동안 박성태를 봐 왔던 조 대표는 바로 그의 몸이 불편해 보인다는 걸 눈치 챈 것이다.
대준은 그의 말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스파링하다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안 그래도 CCTV를 보니까. 어제도 자기 직전까지 스파링을 무리해서 하던데···.”
“그딴 걸 묻는 게 아니잖아, 인마!”
목소리를 높였던 조 대표는, 주변 관객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목소리를 줄였다.
“···아무튼, 어제 일과는 관련 없다는 거지?”
“네, 형님. 그건 확실합니다.”
대답을 들은 조 대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다시 경기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휴우, 들키는 줄 알았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대준은 역시 경기장을 돌아보았다.
코너에 몰려 펀치를 얻어맞고만 있는 박성태를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나한테 싸가지 없게 군 대가다, 이 새끼야. 첫날 100번 방 배정으로 지랄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었어.’
이것이 그가 조 대표한테 사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였다.
첫날부터 그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에, 박성태는 경기 진행이 힘들 정도로 크게 다친 상태임에도 이번 PPV에서 제외되지 못했다.
그 결과,
뻐억!
“와아아아!!”
“또 쓰러졌어!! 이번엔 못 일어난다!!”
최근 대기실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소년 중 한 명이던 박성태는 이 순간,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 * *
[경기 종료! 심판이 이철진의 손을 들어올립니다!] [이철진이 박성태를 잡아내면서, 이번 PPV 최고의 대이변을 일으킵니다!]해설진의 흥분한 목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한 박성태의 모습이 TV 화면을 꽉 채웠다.
“···.”
그걸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김진성.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대준이 들어왔다.
“경기 시작한다. 나와라.”
“···네.”
대답한 김진성은, 몸을 돌려 곧장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직원들에게 포위된 상태로 경기장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대준은, 방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여깄군.’
책상 위에 놓인 각성제를 그는 들어 올렸고,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안 마셨는데···?’
텅텅 비어있던 고준경의 각성제 병과는 달리, 김진성의 병은 처음 살 때와 똑같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소식은 바로 조 대표의 귀에 들어갔다.
“안 마셨다고?!”
“예, 형님.”
“아니, 이 새끼가 진짜···!”
조 대표는 버럭 소리치다가 또 주변 관객들의 눈치를 봤다.
입을 다문 그는, 경기장 위에 올라온 김진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항상 말 잘 듣던 새끼가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진짜 오늘 경기장 위에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 있을 때, 장내 아나운서가 커다랗게 외쳤다.
“지금부터 메인 이벤트, 챔피언 고준경 대, 도전자 김진성의 챔피언 전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