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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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어떻게 된 일이지?
고준경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 좁은 99번 방은 딱히 숨을 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었다.
‘설마 쥐새끼마냥 침대 밑에 숨었나?’
혹시나 하고 고준경이 허리를 숙여 침대 밑을 확인하던 그때였다.
뻐억!
등 뒤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타격음.
고개를 홱 돌리니, 입구 쪽에서 막 눈이 뒤집힌 채 앞으로 고꾸라지는 이윤성의 모습이 고준경의 시야에 들어왔다.
‘X발!’
고준경은 곧바로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 모은 뒤,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특성을 사용했다.
이후 전력을 다해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
하지만,
“···!!”
그보다 더 빨리 고준경의 시야에서 김진성이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등 뒤에서 또 한 번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또 한 번 돌린 고준경은,
‘아니···!’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윤환이, 마법을 캐스팅하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목이 기형적으로 꺾인 것을 보니, 즉사한 것이 분명했다.
‘X됐다!’
고준경은 본능적으로 작전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설마 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기습을 할 줄이야!
‘어떻게 눈치 챈 거지?’
“암살자의 재능에, 마법사의 재능 특성이라···.”
당황해하는 고준경의 귀에 김진성의 이해할 수 없는 혼잣말이 들려왔다.
“민첩이랑 지능 조금 올려주는 것으로 끝났군. 괜찮은 스킬이라도 얻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
“아무튼.”
한참을 혼자 중얼거린 뒤에야 고준경을 쳐다보는 김진성.
“운이 나빴어, 고준경.”
그가 천천히 고준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이 안 와서 소각장 안에서 명상을 좀 하고 있었거든.”
“···!”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길래 나와봤더니, 너희가 내 방문을 따고 있더라. 근데···.”
김진성이 살기가 일렁이는 두 눈동자로 말을 이었다.
“싸우는 수준을 보니, 방 안에 있었어도 결과는 똑같았겠어.”
“이 새끼가···!”
점점 가까워지는 김진성의 모습에, 고준경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 안의 단도를 뽑아 들었다.
그의 본능이 경고한 것이다. 김진성이 자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새끼가 이렇게까지 빨랐나···?’
솔직히, 힘만 좀 센 줄 알았다. 나머지 부분은 확실히 고준경 본인이 앞선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속도도 말이 안 됐다.
방금 김진성이 이윤환이 아니라 자신을 노렸으면 피할 수 있었을까.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고준경은 쓰러진 이윤환을 보며 격하게 부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로 뭐 어쩌게?”
그때, 김진성이 단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설마 이 클럽의 최고 슈퍼스타를 죽이려는 거야? 경기 바로 전날에 그러면, 조 대표가 널 가만히 놔둘 거 같아?”
“이익···!”
대답은 못 하고 이만 악무는 고준경.
김진성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단도로 중상이라도 입히는 순간, 조 대표는 자신과의 계약을 바로 파기할 게 뻔하다.
인제 와서 파기 당할 순 없다. 2년간 어떻게 버텨왔는데!
‘···잠깐만.’
곧 고준경의 얼굴이 펴졌다.
무심코 김진성 옆에 쓰러진 이윤성의 시체를 보고 나니,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곧바로 응수했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않나? 다음날 경기 뛰어야 할 선수를 두 명이나 죽인 놈은 너 아니야? 김진성?”
그 말에 김진성도 시체들을 쳐다보았다.
고준경은 득의의 웃음을 흘렸다.
“큭큭큭, 이제 현실을 깨달았냐? 조 대표와 계약이 먼저 파기될 놈은 내가 아니라 너야! 흐흐흐.”
하지만 대답하는 김진성은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기왕 저지른 거, 어쩔 수 없지.”
이후 땅을 박차더니, 엄청난 속도로 고준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들짝 놀란 고준경은 본능적으로 단도를 휘둘렀지만, 그보다 김진성의 발길질이 더 빨랐다.
퍽!
“커헉!”
명치를 제대로 맞은 고준경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순간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고통이 심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고준경.
곧바로 반격할 자세를 잡으려던 그는,
“···!”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김진성의 주먹을 보고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코끝에 살짝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김진성이 마음만 먹었으면 이 주먹은 분명 고준경의 턱에 정타로 꽂혔을 것이다.
고준경은 지금까지 김진성에게 턱을 맞은 상대가 모두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를 떠올렸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는 고준경을 향해, 김진성은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주먹을 휘둘렀다가는, 내일 메인이벤트가 취소될 확률이 높겠지. 그러면 조 대표는 그 분노를 나에게 뒤집어씌울 거고.”
내일 메인이벤트인 김진성과 고준경의 경기는 그야말로 클럽 역사상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내일 메인이벤트가 취소된다면, 쌍둥이 소년들을 죽인 것과는 비교도 안 될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걸 김진성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주먹은, 내일 경기장 위에서 날려주지.”
김진성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주먹을 치웠다.
완전히 기세에서 눌린 모습의 고준경을 계속해서 내려다보던 그때.
쾅!
“무슨 일이야?!”
“모두 기상! 방에서 전부 나와!”
대기실 문이 열리면서, 소총을 든 직원들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CCTV를 통제할 수 있는 30분의 시간이 지나 대기실 내 소란을 다른 직원이 목격해버린 것이다.
직원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고준경의 얼굴색이 변했다.
‘조졌다!’
고준경의 표정은 누가 봐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 *
“이 X발 새끼들아!!”
파이트 클럽 대표실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 대표가, 고준경과 김진성을 앞에 세워놓은 상태로 화가 잔뜩 난 상태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니들 제정신이야?! 오늘 대회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 이번 대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새끼들이 지금 뭐 하는 거야?!”
“···.”
“야, 김진성!”
조 대표는 먼저 김진성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먼저 습격을 받았다고 해도 인마, 때려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 너 때문에 오늘 대회 매치 두 개가 날아가 버렸다고!”
“···.”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니가 두 경기 배팅금 다 책임질 거야?! 어?!”
“죄송합니다.”
김진성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노려보던 조 대표는, 이번에는 고준경을 돌아보았다.
분노로 활활 불타는 그의 눈빛은, 김진성을 쳐다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야, 고준경. 대답해. 경기 전날 선수들한테 경기에 영향이 갈 정도로 상처를 입히는 놈을 내가 어떻게 처리하지?”
“···즉결 사형이요.”
“그래. 이 개새끼야! 넌 오늘 경기만 없었으면, 당장 끌려가서 총살당했어! 알아?!”
“···.”
“살다 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거리를 고준경, 니가 할 줄은 몰랐다. 이건 아무리 너라도 용서가 안 돼.”
조 대표는 둘을 한꺼번에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늘 메인 이벤트 규칙 하나 바꾸겠다. 오늘 너희 둘 경기는 판정까지 가는 일 없다.”
“···!”
“무슨 뜻인지 알지?”
조 대표는 눈을 치켜뜬 상태로 말을 이었다.
“한 명이 죽을 때까지 경기 안 끝낸다는 소리야. 이 규칙은 절대 다시 바뀔 일 없어.”
지금 조 대표는 선언했다.
오늘 메인 이벤트가 끝난 후, 살아서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건 둘 중 한 명뿐이라고 말이다.
“오늘 사태에 대한 처벌은 경기 끝나고 나서 내리겠다. 그것도 오늘 경기에서 이긴 놈만 받을 수 있겠지만.”
“···.”
“꺼져! 꼴도 쳐 보기 싫으니까.”
조 대표의 외침에 둘은 바로 몸을 돌려 대표실을 나섰다. 미리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총 든 직원들을 향해 조 대표가 손짓했다.
“야, 대준이 들어와.”
조 대표의 오른팔인 대준이 대표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향해 조 대표는 지시했다.
“쟤네 둘, 남는 방 따로 하나씩 잡아서 넣어 줘. 대기실로 다시 보냈다가 또 사고 날라.”
“···따로 처벌은 없습니까?”
“매치가 코앞인데 뭔 처벌이야?! PPV 망칠 일 있어?!”
조 대표는 버럭 소리쳤다.
“오늘 VIP들이 전부 다 온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내 손으로 그 새끼들 반 죽여놨어!!”
VIP들을 포함, 역사상 최고 배팅금이 몰린 이번 대회는 대표 입장으로도 미루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그 배팅금의 대부분이 메인 이벤트에 몰려 있지 않은가.
“생각을 좀 해라, 생각을!! 가뜩이나 열 받는데 화 더 돋우지 말고!!”
“죄송합니다, 형님!”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대준의 정수리를 한참을 노려보던 조 대표는, 이내 주제를 돌렸다.
“돈 처먹은 새끼는 누군지는 알아냈어?”
“신영택입니다, 형님.”
“신영택? 보안 팀 소속?”
“네. 그래서 CCTV를 통제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건 직후 바로 도망쳐서, 행방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개새끼···잡히기만 해봐.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준다.”
조 대표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리고 오늘 죽은 그 쌍둥이 애들 경기 언제 언제야?”
“각각 1, 2경기입니다.”
“그러면 PPV 전에 하는 다크 매치 두 개 앞당겨서 1, 2경기로 채워 넣자고. 배팅 넣은 회원들에게 지금 공지 문자 보내고.”
“알겠습니다, 형님.”
“나가 봐.”
곧 홀로 남은 조 대표는 의자에 등을 한껏 기댄 채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몇 시간 만에 10년은 더 늙은 듯한 얼굴이었다.
‘후우···그나마 저 둘이 안 다쳐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진짜 X될 뻔했네.’
파이트 클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PPV가 열리는 오늘이다.
그 중 메인 이벤트 경기에 거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기 때문에 고준경과 김진성, 둘만 멀쩡한 상태면 어떻게든 PPV는 진행할 수 있다.
‘경기만 끝나 봐. 이번 건을 빌미로 계약 기간 최소 두 배로 늘려주지.’
오늘 계획대로 김진성이 이기든, 혹여 재수 없게 고준경이 이기든 이젠 상관없다.
어제 일을 트집 잡아 합법적으로 더 발을 묶어둘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 * *
9월 29일.
아마 파이트 클럽이 창설된 이래, 가장 많은 관중이 모인 날이었다.
좌석은 당연히 매진이었고,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인터넷 방송 시청자 수는 8천 명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메인 이벤트가 시작할 때쯤에는 만 5천 명을 넘길 것이 확실하다.
조 대표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VIP 손님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버선발로 달려 나가서, 건물 입구에서부터 정중하게 VIP 손님을 맞이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를 모를 정도였다.
“후우···덥다, 더워.”
덕분에 쌀쌀한 가을 날씨임에도 조 대표는 그 비대한 몸뚱어리에서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이제 올 사람 다 오지 않았나?”
장내 VIP석 쪽을 둘러보면서 조 대표가 물었다.
대준은 곧장 들고 있던 명단을 확인해보았다.
“음··· 3명 남았습니다. 이 중에서 두 분은 오늘 못 오실 수도 있다고 연락이 오셨었습니다.”
“그럼 다 했네. 나머지 한 명이 누군데?”
조 대표가 묻는 그 순간.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에서 또 한 번 직원의 보고가 들려왔다.
[백 준 대표님 들어오셨습니다.]“아! 백 대표···!”
조 대표는 순간 아차차 싶었다. 제일 중요한 손님을 까먹고 있었구나!
곧바로 달려나가려던 조 대표는, 장내로 들어오는 일련의 무리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백 대표님!”
무리의 제일 선두에서 걸어오고 있는 백 대표를 향해 조 대표는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왜 말씀도 없이 바로 들어오십니까? 제가 직접 마중 나갔어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어디 앉으면 됩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 대표는 매우 공손한 자세로 제일 상석 쪽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걸어가는 백준의 모습을 본 다른 VIP손님들이 놀란 표정으로 웅성댔다.
“백준 아니야?”
“맞네! 콜로세움 백 대표!”
“백준 정도 되는 유명 헌터가 이런 지하 도박장에 다 온다고?”
“콜로세움 운영하는 인간이 굳이 여길 왜···?”
백준.
대한민국 내 20위 안에 들어가는 헌터 랭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콜로세움’의 대표이기도 하다.
곧 근처의 VIP 한 명이 이렇게 수군거렸다.
“설마 콜로세움에 데려갈 인재 찾으려고 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