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도핑의 힘
“흐흐흐···.”
경기장 위에 선 고준경은 맞은편을 바라보면서 낮게 웃었다.
표정도, 목소리도 모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유언장 써 놨냐? 트렁크에 넣어놨으면 미리 말해라! 소각장에 같이 불태워버리기 전에.”
반대편의 김진성은 얕은 도발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살기 컨트롤이 완벽하게 된 모습이었다.
‘내가 이긴다, 고준경. 각성제 따위 안 마셔도 너 따위는 그냥 죽일 수 있어.’
김진성이 각성제를 안 마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 대표가 어떤 장난질을 쳤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에 고준경이 골골거린 걸 본 후부터 김진성은 조 대표가 제공하는 어떠한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그저 다른 소년들이 먹는 음식들을 똑같이 먹을 뿐이었다.
“경기 시작!”
곧 심판의 외침과 함께, 모두가 그렇게 기다리던 둘 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고준경은 거침없이 김진성을 향해 돌격했다.
김진성은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 거리를 벌리면서 차분하게 상황을 살폈다.
‘일단 초반은 계획대로 하자.’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그때, 고준경이 첫 펀치를 김진성에게 날렸다.
어젯밤 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
퍽!
주먹은 정확하게 김진성의 얼굴에 꽂혔다.
그 충격에 바로 뒤로 쓰러지는 김진성!
“어어?!”
“아니, 벌써?!”
관중들은 경악했지만,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쓰러지자마자 김진성이 바로 벌떡 일어선 것이다.
“어우, 깜짝 놀랐네···!”
제일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는 조 대표였다. 설마 10초 만에 김진성이 쓰러지는 최악의 결말이 나는 줄 알았다.
‘X발, 그러니까 각성제는 왜 안 처먹어서···!’
조 대표가 또 한 번 속으로 이를 갈고 있는 그때.
유일하게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는 관중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백준이었다.
‘왜 안 피했지?’
방금 그는 똑똑히 보았다.
주먹이 날아오는 그때, 김진성이 두 눈을 뜬 상태로 아예 꿈쩍도 안 하던 모습을.
예전 경기 영상을 보면, 펀치를 허용할 때에도 어떻게든 고개를 움직여 최대한 정타를 피하려고 했던 김진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움직임 자체가 없었다. 마치 일부러 얻어맞고자 마음 먹은 사람처럼 보였다.
‘저건 반응을 못 한 게 아니야. 확실히 안 움직였어.’
백준 정도 되는 경지가 되면, 상대방이 못 피했는지, 안 피했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방금 김진성은 확실하게 ‘안’ 피했다.
그렇다면 왜?
‘설마···?’
백 준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도는 그때.
벌떡 일어난 김진성을 바라보면서 고준경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어때? 어제랑 느낌이 다르지!”
그의 시선이, 순식간에 붉어진 김진성의 왼쪽 뺨으로 향했다. 방금 그의 펀치를 맞은 부위였다.
대답 없이 바로 전투 자세를 취하는 김진성을 향해,
“이제 시작이다!”
고준경은 또다시 돌진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195cm의 덩치가 돌진하면서 커다란 두 주먹을 붕붕 휘두르는 위협적인 모습.
그 공격을 위태롭게 막아내는 김진성. 심지어,
퍽!
다시 한번 고준경의 펀치가 김진성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와! 역시 고준경!”
“저 덩치에 저 스피드가 말이 돼?”
“이럴 줄 알았어! 체급이 다르다니까?”
“보니까 천하의 김진성도 안 되겠네···.”
압도적인 경기 양상에 당황한 것은 조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관중들과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야, 쟤 각성제만 먹인 거 확실해?”
“예, 형님.”
“무슨 포션 같은 거 몰래 먹인 거 아냐?”
2년 가까이 고준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조 대표가 제일 잘 안다.
저건 고준경의 평소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경기력이었다. 도핑하지 않는 이상 하루 만에 저 속도와 체력은 말이 안 된다.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만··· 다시 한번 대기실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할까요?”
“아냐, 됐어.”
조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인제 와서 밝혀봤자 뭐해? 경기 전도 아니고.”
경기가 시작된 이상, 그리고 15억이 넘는 배팅금이 확정된 이상, 이제 이 경기의 결과는 대표인 그의 손마저 떠난 상황이었다.
‘그저 김진성이 잘 버티길 바라야지.’
조 대표는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두 선수의 공방에 시선을 떼질 못했다.
‘그래도 큰 부상은 아직은 없는 것 같은데···.’
그의 입장으로선 다행히도, 이전 경기의 박성태와는 달리 김진성은 움직임에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다는 것이다.
치명타가 없다면 아직 경기는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1라운드에 불과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관객이 조 대표처럼 고준경의 상태를 의심하고 있었다.
백준이었다.
‘전형적인 도핑 상태의 움직임이군.’
콜로세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도핑 선수들을 봤는가.
이젠 굳이 검사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근육 팽창 상태만 봐도 도핑 상태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능한 경지였다.
‘그런데도 잘 버티고 있어. 게다가···.’
백준의 시선이 김진성 쪽으로 이동했다.
계속 방어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같았지만, 한 가지가 초반과 달랐다.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있다.’
초반 1분 정도는 정타를 몇 번 맞더니, 그 이후는 한 대도 정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건 생각보다 큰 변화다.
‘고준경의 전투력에 벌써 적응했어.’
겉으로 보기엔 고준경이 몰아붙이는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 반대의 양상이었다.
김진성은 아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주먹을 피해내면서, 빠른 스텝으로 여유롭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저건 절대 위기의 상황이 아니다. 1라운드를 버리면서 고준경의 전투력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설마, 초반의 펀치를 허용한 것이 모두 계획적이었다면?’
조금 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펀치를 그대로 허용하던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그게 상대방의 힘과 속도를 완벽히 파악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체험해본 것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놈인데.’
펀치를 허용할 대담성, 그 펀치를 견뎌낼 맷집, 그리고 순간 판단력과 적응력.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땡!
그때, 벨소리가 울렸다.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1라운드는 고준경이 완벽하게 지배했네요! 단 한 번도 김진성이 펀치를 날린 적이 없었죠?]라운드 종료와 함께 심판이 선수들을 말렸다.
김진성은 곧바로 몸을 돌려 청 코너로 걸어갔지만, 고준경은 그러지 않았다.
“계속 도망치기만 할 거냐? 어?! 덤벼! 덤비라고!”
큰 목소리로 도발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예에에!”
“역시 고준경이야!”
“그래, 좀 치고받고 싸워라!”
관중들의 반응을 끌어낸 고준경은 만족한 표정으로 홍 코너 쪽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김진성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딱 보니까 체력전으로 끌고 갈 생각인가 본데···.’
만약 그렇다면, 김진성은 최악의 선택을 하는 거다.
‘어떡하냐? 난 오늘 경기장 위에서 지칠 일이 없을 텐데!’
일반적인 체력 포션이 아무리 최하급이라도 최소한 2~3시간 정도는 유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2시간 정도면, 10라운드 이상까지 팔팔하게 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 번 10라운드까지 버텨봐라! 그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땡땡땡!
곧 벨이 다시 울리고, 심판이 다시 2라운드 시작을 알렸다.
곧바로 고준경은 달려들었다. 1라운드와 똑같은 시작이었다.
연신 크게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김진성은 또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퍽!
빈틈을 보이던 고준경의 옆구리에 빠르게 주먹을 한 방 꽂아 넣은 것이다.
“오! 때렸다!”
“근데 너무 멀쩡한데?”
관중들의 반응대로, 고준경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계속 돌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후 몇 번을 김진성이 더 때렸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뭐야? 고작 ‘원펀맨’의 펀치력이 그거밖에 안 돼?!”
되려 도발하면서, 맞기 전보다 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몰아붙이는 고준경의 모습.
그걸 본 관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원펀맨 펀치가 안 먹혔어!”
“쟤 원래 저 주먹 한 방으로 끝냈잖아?”
“역시 고준경한테는 안 통한다니까! 내가 말했잖아!”
김진성이 그나마 고준경한테 유일하게 앞서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강력한 펀치력이 먹히지를 않고 있었다.
이러면 김진성을 응원하는 쪽은 비상에 걸린 거나 다름이 없다.
“아니, 말이 돼? 고준경 맷집이 저 정도로 강했다고?”
그중 한 명인 조 대표는 이젠 주변에 관중이 있건 없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형님. 아직 턱에 맞은 건 아니라서···.”
“턱이랑 뭔 상관이야?! 저 새끼 갈비뼈는 뭐 턱이랑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다른 애들은 한 방에 다 박살내더니 쟨 왜 멀쩡하냐고!”
조 대표의 발작 비슷한 반응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여기서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백 대표 말이다.
‘근육 강화 포션도 마셨나 보군.’
방금 김진성의 주먹이 꽂힌 고준경의 옆구리 쪽 근육이, 일반적인 근육보다 몇 배는 더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저건 근육 도핑 포션을 마신 전형적인 몸이었다.
‘이대로면 김진성도 꽤 고전하겠는데···.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궁금하군.’
그러나 마냥 고준경이 유리하게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본 김진성이라면 해결책도 가지고 왔을 거라는 느낌이 백준에게 든 것이다.
퍽!
그때 또 한 번의 김진성의 펀치가 고준경의 턱에 꽂혔다.
하지만,
“봐봐! 멀쩡하잖아!”
조 대표의 외침대로, 고준경은 이번에도 전혀 피해가 없어 보였다.
실제로 고준경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방금 뭐 한 거냐? 간지럽지도 않은데?”
맞은 부위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정말 견딜만한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아드레날린 포션 효과 때문에 금방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게 전부야? 그게 전부냐고? 때려 봐! 더 세게 때려보라고!”
더 자신감을 얻은 고준경은 이젠 아예 가드조차 내려놓은 모습으로 도발을 해왔다.
“···원한다면.”
혼잣말을 하듯 대답한 김진성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 보유 스킬인 ‘각성한 격투가’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 각성한 격투가 : 활성화 시 힘과 민첩 수치가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합니다. 활성화하는 동안 꾸준히 마나를 소모합니다.
이전에 강경모한테서 얻었던 특성을 활성화한 것이다.
효과는 굉장했다.
김진성의 주먹이 턱에 꽂힐 때까지 고준경은 반응조차 못 했다.
파괴력도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준경이 처음으로 뒤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어?!”
“쓰러졌다!”
“펀치가 먹혔어!”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 대표는 물론, VIP 회원들까지 모두 흥분 상태에 빠진 그 시각.
유일하게 백 준만큼은 자리에 앉아 냉정하게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
‘내 예상이 맞았어.’
지금 장면으로 확실해졌다. 지금까지 김진성은 고준경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상대보다 먼저 스킬을 사용했지?’
순간 김진성이 주먹을 휘두름과 동시에, 두 눈동자 색깔이 푸른색으로 살짝 변하는 걸 그는 놓치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했다는 걸 확인한 백 준은 의아해했다.
‘이러면 김진성이 앞으로 훨씬 불리해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