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도축장의 주 수입원
다음 날 새벽 3시.
B17 구역 남서쪽에 세워진 포션 제조소 주변은, 평소와는 달리 매우 깜깜했다.
평소에는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불이 켜져 있었으나 오늘은 제조소는 물론 주변 가로등조차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슬러터하우스 클랜 마스터, 제이슨의 지시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현재 상황 보고해라.”
제조소 옥상에 올라와 있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이어폰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조용히 말했다.
한쪽 눈에 최첨단 의안이 박혀 있는 그가 바로 제이슨이었다.
곧 이어폰 스피커를 통해 부하들의 보고가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 포격팀, 준비 완료. 이상 무.
– 매복팀, 이상 없습니다. 몬스터들 모두 제자리 지키고 있습니다.
– 유혹팀. 준비 완료. 아직 전방에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적들 보이는 대로 바로 보고하는 거 잊지 마라.”
– 네.
대답을 들은 제이슨은 다시금 전방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이곳에는 슬러터하우스의 전 병력이 모여 있었다.
최전방에는 적들을 포위망으로 끌어들일 ‘유혹팀’이 대기하는 중이며, 제조소 근처의 양쪽 상가 골목길에는 ‘사육팀’이 애완 몬스터를 데리고 포위 공격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포격팀은 포위망이 형성되기 직전, 미리 장전된 ‘어비스 미사일’을 발사해서 보코하람 클랜의 핵심 전력 쪽에 큰 피해를 줄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어제처럼 절대 당하지 않겠다!’
제이슨은 다시금 이를 뿌드득 갈았다. 어제 전투 때를 생각하니 다시금 분노가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젯밤 전투 때 잃은 애완 몬스터들의 숫자만 자그마치 25마리. 사실상 슬러터하우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렸다.
어제 급습으로 보코하람을 궤멸시키기는커녕, 역으로 슬러터하우스 클랜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설마 보코하람 쪽에 그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의 머릿속에 다시금, 어젯밤 공중을 날아다니며 애완 몬스터들의 머리를 터뜨리고 다니던 한 명의 남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방심했어. 몬스터들과 함께 나머지 부하들도 전부 전장에 투입했어야 했어.’
만약 본인을 포함한 부하들이 모두 투입됐다면, 최소한 애완 몬스터들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 다시 방심하지 않겠다!’
복수로 활활 불타는 눈동자로 다짐한 그는, 옆의 부하를 돌아보았다.
“마법진 다시 한번 점검해라.”
“네, 마스터.”
마법진 담당 부하가 곧바로 근처에 설치된 마법진 장치를 확인하러 이동했다.
문제가 없다면, 제이슨이 명령하자마자 ‘아군 보호 마법진’과 ‘범위 무력화 마법진’, 그리고 각종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저주 마법진’이 동시에 활성화될 것이다.
이 정도 마법진이면, 어제 봤던 그 실력자도 제대로 힘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 마법진들까지 극복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것들 설치한다고 얼마나 비싼 거금을 들였는데!’
백억 단위의 돈을 투자한 이 강력한 마법진을 뚫을 수 있는 실력자는 전부 B구역 안쪽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B구역에서 그 정도의 실력자가 활동하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것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었다.
– 전방에 적들 발견!
그때 들려오는 유혹팀의 보고에 제이슨은 상념을 접고 전방의 시야에 집중했다.
저 멀리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고 있는 군용 트럭 몇 대가 보였다.
제이슨은 씨익 웃었다.
“걸려들었어.”
딱 봐도 어제처럼 전 병력을 이끌고 돌진해오는 모습이었다.
그가 스파이로 심어놨던 오콜로가 보내준 정보 그대로였다.
“유혹팀 바로 뒤로 후퇴해! 포격팀 발포 준비해라!”
제이슨의 지시에, 최전방에 있던 유혹팀 소속 부하들이 전력을 다해 제조소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추격하듯이 달려오던 트럭이, 제조소 바로 앞까지 도달했을 그때였다.
“쏴라!”
제이슨이 크게 외쳤다.
동시에, 후방에서 수십 개의 미사일이 하늘을 뒤덮으며 트럭들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굉음과 함께, 제조소 앞 전체가 폭발로 완전히 뒤덮였다.
달려오던 트럭들은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터져버렸다.
한 대도 빠짐없이 모조리 불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본 제이슨은,
“크하하하…!”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제 한 번 당해놓고도 또 속느냐, 이 원숭이만도 못한 자식아!”
분명 트럭 안에 있을 게 뻔한 당고테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쳐대는 제이슨.
“이번에는 어제와 같은 기적은 없을 것이다! 얘들아, 쳐라!”
“와아아아!”
그의 명령에 양쪽 골목길에 숨어 있던 매복팀이 함성과 함께 일제히 튀어나와 트럭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제이슨 역시 옥상에서 뛰어내린 뒤 트럭 쪽으로 돌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뭐야?”
이내 그는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달리던 다리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잖아?”
불타는 트럭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시체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나 하고 트럭 안쪽을 살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설마?”
순간 제이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
그때였다.
“마스터님!!”
갑자기 저 멀리서 한 명의 사내가 제이슨을 향해 외치면서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오늘 본사에서 불침번 역할로 경계를 서던 클랜원 중 한 명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B17 구역 외곽의 3번 도축장을 보코하람 클랜원들이 급습했다고 합니다!”
“……!!”
제이슨의 안색이 변했다.
* * *
그 시각.
이미 보코하람 클랜은 3번 도축장의 점령을 마친 상태였다.
“…알았다.”
막 전화를 끊은 아쿠마는, 한쪽에 모인 클랜원들을 향해 외쳤다.
“적군들 시체 한곳에 모아놔! 혹시 모르니 확인 사살 한 번씩 더 하고!”
“네!”
아쿠마의 말대로 적군들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아놓기 시작하는 부하들.
하지만 시체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병력 대부분이 B17 구역의 포션 제조소를 방어하기 위해 이동한 상태라, 이곳에는 최소한의 경비 병력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비 병력은 배치 끝났나?”
“네, 부마스터님.”
“적군 발견하는 대로 바로 보고해라. 알겠나?”
경비 상태까지 점검을 마친 후에야 아쿠마는 몸을 돌려 도축장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에 서 있는 간부들 쪽으로 걸어간 아쿠마는 당고테를 향해 가볍게 경례를 했다.
“마스터, 현재 적들이 포탈 제조소에 모여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제이슨은?”
“제이슨도 같이 있다고 합니다.”
당고테가 피식 웃었다.
“제대로 속아 넘어갔군. 그 돼지 새끼, 오늘도 화를 참지 못하고 온종일 날뛰고 다니겠어. 큭큭큭…!”
“하하하….”
같이 웃어준 아쿠마가, 이내 앞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놈들은 뭡니까?”
한쪽 구석에 결박당한 채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수많은 이들이 그의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당고테가 대답했다.
“도축장 안에서 일하던 놈들. 해부 자격증 가진 놈들만 따로 묶어놨어.”
“…굳이 살려두신 이유가 있습니까?”
“내 직원으로 부려먹어야지.”
당고테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 기회에 우리도 도축장 하나 운영해야지. 언제까지 비싼 돈 주고 포션 재료 사야겠어, 응?”
당고테는 이곳 도축장을 보코하람의 것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래서 해부 자격증을 가진 저들을 살려둔 것이다. 도축장을 운영하려면 전문가들의 존재는 필수니까 말이다.
“일단 이놈들 다른 장소에 따로 데려가. 혹시 헌터나 능력자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색출해서 제거하고.”
“네. 모두 일어서라!”
아쿠마가 결박한 이들을 일으켜 다른 곳으로 데려갈 때쯤, 당고테는 걸음을 옮겨 공장 한쪽으로 걸어갔다.
“뭐 하나?”
그곳에 서 있는 김진성을 향해 다가가며 당고테가 물었다.
“…아.”
곧 당고테는 김진성이 쳐다보던 것들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설마 인육도 처음 보나?”
“네.”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가 서 있는 쪽 벽에는 누가 봐도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팔과 다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 밑에는 방금까지 해부 작업을 당하던 남성의 시체가 있었는데, 갈라진 상체 안에는 어떠한 내장도 보이지를 않았다.
“장기 판매는 슬러터하우스의 주 수입원 중 하나지.”
시체를 바라보는 김진성의 귀에 당고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러터하우스뿐만 아니라, 도축장을 운영하는 클랜 중 인간 시체를 다루지 않는 곳은 없어. 몬스터를 해부해서 얻은 포션 재료만으로는 도축장 운영비도 못 버는 경우가 많거든.”
“…….”
“참고로 인육은 사람들이 아니라 애완 몬스터 등의 사료로 쓰이니까, 행여나 식당에서 사용할 거란 염려는 안 해도 돼.”
“그건 다행이네요.”
“물론 인육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도 있긴 해. 뭐, 나중에 호기심이 생기면 한번 찾아 가보든가.”
쿠당탕!
“큭…!”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에 둘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 참. 처리해야 할 놈이 한 명 더 있었지?”
곧 당고테가 몸을 돌려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쓰러진 이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는,
“얼굴 들어올려.”
라고 차갑게 주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곧 부하들은 쓰러진 이를 강제로 무릎 꿇린 후,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콜로.
보코하람 클랜의 1팀장인 그의 얼굴은 곳곳이 피멍이 들어 있었고, 입가에는 피를 한 줄기 흘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당고테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니가 나를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콜로.”
“아닙니다!”
오콜로가 곧바로 부정했다.
“제가 미쳤다고 왜 마스터를 배신하고 스파이 짓을 하겠습니까? 저 오콜로입니다! 보코하람 클랜이 창설되었을 때부터 함께한 마스터의 충신, 오콜로란 말입니다!”
“스파이가 아니라고? 그런데 왜 제이슨이 B17 구역 포션 제조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을까? 어?”
“…그, 그건 제가 아니라 다른 간부들이 발설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다급히 항변하는 오콜로의 외침에, 당고테는 고개를 돌려 다른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한 명씩 얘기해 봐라. 내가 어제 너희들한테 어디를 기습하겠다고 했지?”
그 말에 근처에 서 있던 위쉬안을 비롯한 간부들이 한 명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B17 구역 남동쪽에 있는 무기 부품 공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한테는 슬러터하우스 본사를 급습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저에게는 며칠 전 빼앗긴 B18 구역 도박장을 되찾을 거라고….”
“전 B17 구역 남쪽의 무기 창고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대답이 들려오자 듣고 있던 오콜로의 얼굴색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아쿠마한테는 이곳, 3번 도축장을 공격할 거라고 얘기했었다.”
당고테는 분노로 활활 불타는 눈동자로 오콜로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포션 제조소를 공격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6명의 간부 중에서 너 하나밖에 없었다, 이 배신자 새끼야!”
“……!”
“야, 밖에 가서 도축장 직원 한 명 데려와.”
당고테는 곧바로 부하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여기 기계 전원 켜라고 해. 도축장 기계가 얼마나 성능 좋은지 한번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보게.”
말을 마치면서 당고테는 오콜로를 붙잡고 있던 직원들에게 눈짓했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오콜로를 끌고 기계 쪽으로 끌고 갔다.
“자, 잘못했습니다! 마스터! 한 번만 살려주세요! 두 번 다시 안 할게요! 제발 한 번만…! 마스터! 마스터!!”
멀어지는 오콜로가 절규하듯 애원했지만, 당고테는 그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